
[점프볼=이규빈 기자] 최고의 명장 스포엘스트라 감독이 또 마법을 부렸다.
마이애미 히트는 11일(한국시간) 현재 6승 4패로 동부 컨퍼런스 공동 5위에 위치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다소 놀라운 순위다. 에이스 타일러 히로가 발목 수술로 인해 1경기도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영입생 노먼 파웰의 공이 크다. 파웰은 평균 23.3점 4.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히로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지난 시즌 LA 클리퍼스에서의 모습처럼 마이애미에서도 저돌적인 돌파와 한 템포 빠른 슛 등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것만 보면 단순히 히로의 공백을 파웰이 훌륭하게 메웠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이애미 호성적의 가장 큰 이유는 180도 달라진 팀컬러 때문이다.
2019-2020시즌, 지미 버틀러가 합류한 이후 마이애미는 꾸준히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군림했다. 물론 시즌마다 기복은 있었다. 플레이오프 직행이 아닌 간신히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통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적도 있었고, 2021-2022시즌에는 동부 컨퍼런스 정규리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적은 기복이 심했으나, 기복이 없는 것도 있었다. 바로 마이애미의 수비력이었다. 수비는 마이애미를 강팀으로 만든 이유였다. 뱀 아데바요를 중심으로 최고의 수비 전술을 구사하는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지휘 아래 버틀러, 카일 라우리, 케일럽 마틴, 게이브 빈센트 등 훌륭한 수비수들이 위용을 뽐냈다. 지난 5년간 마이애미의 평균 실점은 7위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었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버틀러, 아데바요라는 올스타급 선수와 히로, 던컨 로빈슨, 맥스 스트러스 등 훌륭한 슈터들이 있었으나, 마이애미의 평균 득점은 지난 5년간 중위권~하위권을 오갔다. (25위-17위-30위-26위-24위)
그 이유는 명백했다. 바로 경기 페이스 때문이다. 마이애미는 NBA를 대표하는 지공팀이다.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무리한 슛이나 속공을 시도하지 않는다. 여기에 에이스 버틀러의 성향도 한몫했다. 버틀러는 느린 템포의 농구를 선호하는 선수다.
또 스포엘스트라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도 마찬가지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항상 자기가 원하는 농구는 템포가 낮은 상황에서 확실한 농구라는 얘기를 꺼냈다. 에이스와 감독의 성향이 마이애미를 지공팀으로 만든 것이다. (마이애미 지난 5시즌 페이스 순위 29위-28위-29위-29위-28위)

즉, 기존에 느린 농구를 통해 실점을 억제하며 득점도 적었던 마이애미가 득점을 많이 하면서 어느 정도 실점을 내주는 농구로 바뀐 것이다.
이게 시즌 초반의 우연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오프시즌 내내 이런 농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이애미의 공격 전술을 요약하면 '스크린 NO! 올-아웃 세팅 이후 무한 돌파'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스크린을 걸지 않고, 대신 5명의 선수를 3점 라인 밖에 세운 후 돌아가며 돌파를 시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대 농구의 메인 전술로 여겨지는 픽앤롤과 픽앤팝 등을 아예 배제한 극단적인 전술이다.
여기에 극단적일 정도로 속공을 좋아한다. 올시즌 마이애미의 경기를 보면 코트를 빠르게 넘어와 10초 만에 슛을 시도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3년차를 맞이한 하이메 하케즈 주니어가 코트에 있는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돌파에 능한 하케즈는 평균 17.1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번 전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스크린을 걸지 않고, 순수하게 돌파 위주의 농구를 상대 팀에서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마이애미의 농구가 통하는 이유는 있다. 바로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가 돌파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보통 아무리 좋은 수비팀도 코트에 있는 5명 모두를 좋은 수비수로 배치하기는 어렵다. 반면 NBA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3&D 유형의 선수들이라도, 대학 시절에는 모두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던 선수가 많다.
즉, 마이애미는 상대 팀의 가장 약한 수비수를 상대로 누구든 자신 있게 돌파를 시도하는 것이다. 'NBA에서 뛰는 선수는 벤치 멤버라도 공격력이 있다'라는 이론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애리조나 대학교에서는 득점원이었으나, 마이애미에 드래프트된 이후 3&D 선수로 변모한 펠레 라르센이 대표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코트 중앙을 비운다→공을 계속 돌린다→빈 공간을 채운다→돌파 기회가 날 때까지 반복한다→돌파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설명만 보면 간단하지만, 매우 구현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일단 공간이 필수로 있어야 하므로 빅맨도 3점슛을 갖춰야 한다. 3점슛이 약한 선수로 평가받던 아데바요는 이번 시즌 평균 5.9개의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마이애미 선수 중 1위 기록이다. 아데바요는 새로운 전술을 위해 오프시즌부터 3점슛을 연마한 것이다.
이대이 게임을 중시하는 현대 농구 트렌드와 동떨어진 전술이기 때문에 거부감과 흥미가 공존한다. 놀라운 사실은 마이애미의 이번 시즌 전술을 지난 시즌에 이미 시도한 팀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멤피스 그리즐리스였다.

2023-2024시즌 자 모란트의 부상과 출전 정지 징계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멤피스는 변화가 필요했고, 현재 마이애미가 사용하는 전술을 채택했다. 전반기 성적은 놀라웠다. 멤피스는 1월 30일 기준으로 31승 16패를 기록하며 서부 컨퍼런스 상위권에 있었다. 문제는 후반기였다. 모란트와 재런 잭슨 주니어 등 핵심 전력이 부상을 당했고, 두 선수의 복귀 이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테일러 젠킨스 감독은 시즌 중반에 코치진과 함께 경질을 당했다.
그리고 젠킨스 감독과 함께 경질됐던 공격 코치 노아 라로시를 마이애미가 선임한 것이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지난 시즌 멤피스의 전술을 흥미롭게 지켜봤고, 시즌이 끝나자 라로시 감독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영입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렇다. 마이애미의 공격 전술은 바로 라로시 코치의 전술이었다.
본인이 선호하는 농구 스타일이 있으나, 좋은 전술이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수용하는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멋진 태도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물론 아직 시즌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멤피스도 전반기 내내 훌륭한 경기력으로 상위권에 위치했으나, 후반기에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그대로 침몰했다.
과연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마이애미는 멤피스와 달리 시즌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전술이 시즌 끝까지 유지되어 호성적이 나온다면, 마이애미는 그야말로 전술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사진_AP/연합뉴스, SNS 계정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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