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최후의 승자가 누리는 특권, 우승 반지의 모든 것

최창환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5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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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돈으로 우승의 가치를 온전히 매길 순 없겠지만, 반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값이 나날이 치솟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각 팀이 반지 전용 거치대를 만드는 데에도 정성을 쏟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프로스포츠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농구단 우승 반지의 총 제작비도 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 최근 우승을 달성했던 팀들의 우승 반지 제작에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는지 알아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우승 반지의 유래, 국내 최초로 제작한 프로팀은?

‘ESPN’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의 과거 보도를 찾아보면, 우승 반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유래됐다. 초창기 메이저리그 우승 팀들은 회중시계를 나눠주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를 파격적으로 깨뜨린 팀은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1922년 통산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역대 최초의 우승 반지를 제작했고, 1930년대 들어 뉴욕 자이언츠를 벤치마킹하는 팀이 하나, 둘 늘어나며 현재와 같은 문화가 자리 잡았다. 축구에서는 프랑스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기념해 처음으로 반지를 제작,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수놓은 현재와 달리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기념’에 의미를 둔 단순한 형태였지만, 현 시대에서의 우승 반지는 기념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새겨져 물질적으로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다.

2024년 코비 브라이언트가 NBA 데뷔 후 처음으로 따냈던 우승 반지는 경매를 통해 92만 7000달러(약 13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구단이 전액 제작 금액을 부담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NBA는 NBA 사무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다. NBA에서는 1946-1947시즌 우승 팀 필라델피아 워리어스(현 골든스테이트)가 최초의 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초의 우승 반지를 제작한 팀은 프로야구팀 LG 트윈스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하며 야구단을 창단한 LG 트윈스는 야구단 운영에 ‘진심’이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130억 원에 MBC 청룡을 인수했고, 선수단 운영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선진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항목에서 메이저리그 팀들을 벤치마킹하며 구단 창단을 준비했다.

마침 LG 트윈스는 창단 첫 시즌부터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메이저리그 팀들의 사례를 참조해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의 우승 반지까지 제작했다. LG 트윈스 관계자는 “당시 단장님, 운영팀장님이 야구단 창단을 준비하면서 공들인 부분 가운데 하나였다. 우승 반지와 더불어 전문적인 치어리딩팀 운영은 LG 트윈스가 국내 프로스포츠 팀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18개의 루비에 담긴 의미

농구대잔치 세대의 후광에 힘입어 1997년 출범한 KBL은 원년 시즌부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팀들이 반지를 제작, 우승을 기념해왔다. 10k 또는 14k로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10k 미만은 사실상 쇳덩이나 다름없다”라는 게 서울 SK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장 많은 우승 반지를 보유하고 있는 이는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 양동근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다. 현대모비스가 달성한 V7 가운데 6차례 우승을 감독-선수로 함께 만들며 현대모비스 왕조를 이끌었다.

LG 트윈스가 최초의 우승 반지를 만들며 국내 프로스포츠에 우승 문화를 전파한 반면, ‘형제 구단’ 창원 LG가 첫 우승 반지를 제작하기까진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LG는 2000-2001시즌과 2013-2014시즌에 챔피언결정전을 치렀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13-2014시즌은 정규시즌 우승 이후 맞이한 챔피언결정전이었기에 상실감이 더 컸다.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와의 1차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을 시작해 통합우승 엠블럼까지 제작해 놓은 상태였지만, 시리즈 전적 2승 4패에 머물러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LG는 창단 28년 만에 마침내 우승을 달성했다. SK와의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뜻을 이뤘다. LG는 조상현 감독 부임 후 매 시즌 4강에 직행하는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이 됐지만, 우승 반지 제작과 관련된 노하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하늘이 도왔다. 마침 LG 트윈스가 2023시즌에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달성, 참고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LG 관계자는 “반지의 모티브는 야구단에서 찾았다. 야구단의 2023년 우승 엠블럼과 반지를 보면 잠실야구장이 들어가 있다. 우리도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승 반지에 송골매 머리와 창원체육관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새겨 넣었다”라고 말했다.

체육관을 넘어 연고지를 담은 팀도 있다. 22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전주를 떠난 KCC는 2023-2024시즌을 맞아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했고, 곧바로 정규시즌 5위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당시 KCC는 우승 엠블럼을 비롯해 우승 반지에도 광안대교를 새기며 부산에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총 50개의 우승 반지를 만들었고, 제작비는 약 1억 3000만 원에 달했다. 6위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2025-2026시즌 우승 엠블럼에도 ‘BUSAN’, 광안대교를 새긴 KCC는 축승회 후 발빠르게 7번째 우승 반지 기획에 돌입했다.

SK도 우승 반지에 깨알 같은 의미를 담은 팀 가운데 한 팀이었다. 1999-2000시즌에 우승을 달성했던 SK가 2번째 우승을 달성하기까진 무려 18년이 걸렸다. SK는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DB에 2연패하며 시리즈를 시작했지만, 이후 4연승을 질주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SK는 우승 반지의 로고 부근에 붉은색 루비 18개를 넣었고, 이는 18년 만의 우승을 의미했다.

당시 우승 반지 기획을 담당했던 SK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NBA의 여러 팀을 참고하며 어떤 곡선과 색깔을 담아야 할지 고민했다. 플레이오프 전적도 넣고 싶었지만, 상대팀의 이름을 새길 공간이 없었다. 아무래도 메인에 가장 신경을 썼고, 2번째 우승 반지에서는 18개의 루비가 가장 상징적인 디자인이었다”라고 말했다.

금색 골대부터 송골매까지

우승 반지는 각 팀이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기념품인 만큼 팀마다 지급 대상도 다소 차이가 있다. 통상적으로 선수단,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사무국 이외에 기업 임원들에게 주어진다. SK는 20년 넘게 동행하고 있는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에게도 우승 반지를 선사했다.

엄밀히 말하면 정식 우승 멤버가 아닌 선수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한 팀도 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고양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KCC를 4승 2패로 제압, 연고지를 대구에서 고양으로 이전한 후 처음이자 팀 역사상 마지막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당시 외국선수는 애런 헤인즈-조 잭슨이었지만, 오리온은 헤인즈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공백을 최소화했던 제스퍼 존슨의 공헌을 잊지 않았다. 존슨은 시즌 초중반 발목 부상을 당했던 헤인즈를 대신해 18경기를 뛰었고, 오리온은 이 기간 9승 9패를 기록했다. 오리온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존슨의 반지도 제작했고, 외국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이를 전달했다.

당시 사무국에서 근무했던 오리온 관계자는 “존슨 덕분에 헤인즈도 안심하고 몸을 만들 수 있었다. 헤인즈가 공백기를 가졌을 때는 잭슨도 KBL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에 KBL 경력이 있는 존슨이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 존슨이 있었기 때문에 정규시즌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회상했다.

우승 반지 디자인이나 지급 대상에게만 의미를 담는 게 아니다. 2015-2016시즌까지 우승 팀들의 반지 케이스는 천편일률적이었다. 나무로 만든 케이스 안에 반지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대상자의 이름을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틀은 2016-2017시즌 정관장(당시 KGC), 2017-2018시즌 SK를 시작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나무 케이스와 더불어 우승 엠블럼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전용 거치대도 추가로 제작, 소장 가치와 더불어 디스플레이 기능도 강화한 것. 이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구단들은 반지 뿐만 아니라 거치대를 제작하는 데에도 정성을 쏟았다.

2020-2021시즌에 ‘퍼펙트 텐’을 달성했던 정관장은 금색으로 도배된 농구 골대를 제작, 구단의 정체성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관장 관계자는 “반지의 메인에 있는 디자인만 보면 사실 다른 종목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눈에 봐도 농구단의 우승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골대 모양의 거치대를 제작했다. 골대 뒤에 있는 여유 공간을 활용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체 이름, 당시 시즌 슬로건(FANDOM with FANS)도 넣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우승한 LG도 마찬가지였다. LG의 반지 거치대에는 구단 마스코트이자 팀명인 송골매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의 유리 뚜껑도 만들어 개당 제작비가 약 400만 원으로 치솟았다. 다만, 챔피언결정전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거치대를 제외한 나무 케이스만 제작하며 차별성을 뒀다.

LG 관계자는 “첫 우승했을 때는 내부 구성원들에게만 우승 반지를 줬다. 지나고 보니 협력업체를 비롯해 구단과 함께한 분들을 챙기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 예산은 한정된 데다 금값이 워낙 올랐고, 거치대까지 제작을 하다 보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2025-2026시즌은 통합우승에 실패해 구상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언젠가 V2를 이루게 된다면 더 많은 분도 우승의 추억을 함께 되새길 수 있는 쪽으로 반지를 제작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철통 보완’ 애지중지 만들었지만…

반지는 우승 달성 후 제작에 돌입할 수 있지만, 만들고도 세상의 빛을 못 보는 기념품도 있다. 바로 우승 엠블럼이 새겨진 티셔츠, 모자다. 티셔츠와 모자는 인생네컷 사진처럼 찍으면 뚝딱 나오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우승의 기운이 감지되는 순간부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후원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제작하는 데에 1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정성껏 만들었는데도 공개할 수 없는 상황, 즉 준우승을 맞이하는 것이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이든, 유명 스포츠 브랜드 제품이든 우승을 이루지 못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폐기해야 한다.

특히 SK는 유독 속쓰린 경험을 많이 했던 팀이다. 2022-2023시즌은 정관장에, 2024-2025시즌은 LG에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을 넘겨줬다. 이로 인해 우승에 대비해 만들었던 기념 티셔츠, 모자 약 150세트를 폐기해야 했다. 엄밀히 말하면 폐기가 아닌 기부다. 사용할 수 없게 된 티셔츠와 모자는 자선 단체에 기부하며, 자선 단체를 통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로 전달된다.

과거 현대모비스 사무국에 근무, KBL에서 가장 많은 우승 기념품을 만들었던 한 관계자는 “우승 엠블럼은 우승이 결정되기 전까지 어떤 루트로도 절대 공개되면 안 된다. 외국에서 폐기된 우승 기념 티셔츠를 누가 입고 있는 걸 본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모든 팀이 팬들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에 유독 공을 들이는 항목 가운데 하나가 엠블럼이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동안 현대모비스는 한 번도 티셔츠를 폐기한 적이 없었다. 첫 경기를 내주면서 시리즈를 시작하면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2005-2006시즌 삼성에 스윕 당했을 때는 폐기할 기념품 자체가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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