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간의 자물쇠를 풀어, 수원의 문을 열다…KT의 황금 열쇠 김선형

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3 10: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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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기자] 세월이 흘러도 김선형(37, 187cm)의 시계는 늦춰지지 않는다. ‘플래시 썬’. 그 이름은 여전히 빛의 은유고, 속도는 식지 않는다. 이제 그 빛은 수원의 하늘 아래서 새로운 궤도를 그린다. 방탈출의 달인답게 시간이라는 자물쇠를 풀어, KT라는 문을 열었다. 김선형은 현재를 질주한다. 빛은 방향만 바뀌었을 뿐, 태양은 지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2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11월 초에 진행됐습니다.

오랜만에 단독으로 표지 모델로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오신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표지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잖아요. 저번에 (오)세근 형이랑 함께 했지만 단독으로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촬영장에서 모든 포즈를 완벽히 소화하던데,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귀여운 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빼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여러 포즈를 열심히 준비해 주셨으니 최선을 다해야죠. 촬영 중에는 직원분들 다 같이 참여한 포즈가 있었거든요. 저는 가만히 있고 공을 사방에서 굴려주신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웃음). 그게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잘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점점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나면서 기대감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심장의 색깔은 블랙?’

2011년,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첫발을 내디딘 김선형은 곧 SK의 상징이 됐다. 팀의 시대를 열었고, 두 번의 우승과 두 번의 국내선수 MVP, 네 번의 베스트5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렇게 14년. 수많은 함성과 박수가 쌓인 시간 끝에서 그는 새로운 문을 두드렸다. 이제는 수원의 색을 입었다.

이제는 수원 KT의 김선형이죠. 새 유니폼의 무게가 몸에 스며들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처음 연습복을 받았을 때 한 번 느꼈고, 연습경기 때 두 번째로 느꼈어요. DB와의 시범경기에서 정식 유니폼을 입고 뛸 때 가장 실감이 나더라고요. 이현석, 문성곤 선수가 적응하는 데 가장 도움을 많이 줬어요. 두 선수 덕분에 일주일 안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죠. KT의 문화, 운동 분위기, 시설 같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줬어요. 저도 처음엔 정말 많이 물어봤거든요. 밥이 제일 중요했어서 식단 관련해 먼저 물어봤던 것 같아요(웃음).

10년을 함께했던 문경은 감독님, 오랜 시간의 호흡 속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감독님이 더 멋있어지셨어요. 헤어스타일, 옷 모두요. 원래도 잘 입으셨지만 더 세련되셨어요. 한마디로 패션이 좋아지셨죠(웃음). 그리고 선수들에게 주는 믿음이 훨씬 강해지신 것 같아요. 선수들이 느끼기에 ‘날 믿고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SK 때보다 훨씬 잘 전달해 주세요. 예전에는 플레이적인 부분을 조언해 주셨다면, 지금은 리더십이나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그런 부분을 많이 알려주세요. 도움도 많이 주시고요.

팀에 발을 들이자마자 주장 완장을 찼습니다.
부담보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중참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동갑인 (정)창영이도 있었고요. 선수들을 믿고 함께 팀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자신감이 지금의 ‘원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중참들이나 창영이도 많은 역할을 해줘서 고마워요.

그러면 주장으로서 ‘이상적인 KT의 청사진’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감독님이 제일 강조하시는 게 ‘원 팀’이거든요. 모든 선수가 한 곳만 바라보는 팀인데, 1라운드를 지나온 지금 시점을 봤을 때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선수 누구 하나 모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원 팀’으로서 서로 뭉치는 모습이 보여서 굉장히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느낀 변화도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너무 많죠. 일단 출퇴근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웃음). 4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됐거든요. 선수나 직원분들, 시설도 모두 새로워졌고요. 거기서 느낀 건 정말 농구에 진심이시라는 거예요. 밥이든 청소든, 심지어 빨래까지 이모님들이 다 해주시거든요.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시는 환경이에요. 또 놀랐던 건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한다는 점이에요. 어린 선수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전 표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앙대 시절 52연승 신화를 함께 쓴 오세근(SK)과의 이별도 빠질 수 없겠죠.
제가 이적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세근이 형이랑 다음 날에 통화를 했거든요. 서로 빨리 헤어진 아쉬움을 이야기했어요. 형도 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어요. 지금은 제가 세근이 형을 케어해 줄 수 없지만, 함께 있을 때 서로 의지도 많이 했었죠. 이제는 다른 팀이 됐지만 잘할 거라고 믿고 있고, 뼛조각 수술 후 쉬고 있는 걸로 아는데 정비해서 건강하게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여전히 코트를 달구고 있는데요?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감사한 부분이에요. 스피드나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아직 없거든요. 많이 뛰면 힘든 것 빼고는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요. 스스로 30대 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린 선수들과 코트 위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 해볼 만하고 행복한 일이죠.

아마농구 선수들에게 ‘롤모델 1순위’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우상으로 남아있는 이유, 본인은 어떻게 느끼나요?
한결같은 모습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들쭉날쭉한 시즌보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농구를 대하는 마음이나 자세를 꾸준히 지켜온 걸 어린 선수들이 많이 봐왔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할 때나 평소 모습에서 그런 부분을 리스펙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롤모델로 삼은 것 같죠.

농구적인 시선에서도 궁금합니다.
제가 화려한 플레이를 자주 하다 보니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선수들이 늘어나는 만큼 저도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그 선수들이 ‘나 김선형 좋아해’라고 말했을 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 롤모델에 맞게 더 활약하고, 준비도 해야겠죠.

‘농구에 대한 태도’란, 무대가 달라져도 온도를 잃지 않는 자세를 뜻하나요?
성공을 하거나 자신 스스로가 성공했다고 느꼈을 때 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괜찮은 사람은 어느 자리에 가도 똑같은 퍼포먼스와 인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늘 유념하고 있다 보면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요?

KT 선수들 중에서도 “롤모델은 김선형”이라 고백을 못한 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지원이가 고백은 안 했지만 스킨십은 다 하고 있고요(웃음). 그래도 항상 먼저 와서 말 걸고 사근사근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지원이가 왜 고백을 안 했냐고 하시지만, 그보다 더한 것들을 먼저 다가와서 많이 하고 있어서 기분 좋죠. 저를 롤모델로 꼽은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함께 뛸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에요. (박)성재도 유소년 때 저와 찍은 사진이 최근에 화제가 됐더라고요. 비슷한 포즈로 다시 찍으니 감회도 새롭고요. 그래서 그 선수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주면서 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놀이터에 가면 집에 안 돌아왔대요”

어릴 적부터 노는 게 제일 좋았던 김선형은 천진한 웃음과 장난기로 사랑받았다. 이번엔 선수 김선형이 아닌, 인간 김선형의 이야기를 열어본다. 취미부터 사소한 일상까지 하나씩 꺼내보던 중, ‘방탈출’ 이야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눈빛이 반짝였다.

취미가 ‘방탈출 매니아’로 잘 알려져 있죠. 퍼즐 같은 세계에 빠져든 건 언제부터였나요?
올해는 한 번도 못 했어요. 농구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없더라고요. 제가 방탈출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까 가끔 생각이 나요. 재밌는 게 새로 나오면 몰아뒀다가 시즌 끝나면 한꺼번에 하러 가야죠(웃음).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는 걸 알고 찾아갔는데, 2015년쯤부터 완전히 빠지게 됐어요.

방탈출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위에서 ‘한 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나오는 게 뭐가 재밌냐’고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그 자물쇠 번호를 맞추고 돌려서 아래로 딱 당겼을 때 오는 쾌감이 있어요. 문제를 낸 사람의 의도를 내가 맞췄다는, 일종의 해결 욕구랄까(웃음). 특히 남자들은 그 희열을 더 크게 느낄 거예요. 공포 테마도 몇 번 했는데 그런 건 단합이 정말 잘 돼요. 반대로 더 틀어질 수도 있죠(웃음). 어느 방에 들어가야 하는데 뭔가 나올 것 같으면 등 떠미는 애들도 있고, 문 닫아버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조금 겁이 날 것 같아요.
그래도 공포 테마를 하면 제가 먼저 들어가 보는 스타일이에요. 소리 지르면서 그냥 들어가요. 무섭긴 하지만 소스라치진 않거든요. 방탈출 용어가 있어요. 안 무서워하는 사람은 ‘탱’, 무서워하는 사람은 ‘쫄’이라고 하죠. 저는 완전한 탱은 아닌데, 그래도 탱에 가까운 편이에요.

시간을 되돌려보면, 어린 시절 꽤 장난기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처음 라이터 켜는 법을 알게 됐어요. 증조할머니가 화장실 앞에서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고 계셨거든요. 제가 뒤에서 엉덩이에 라이터를 켠 거예요(웃음). 그때 욕을 한 바가지 들었죠.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이야기를 저한테 자주 하셨어요.

어린 시절에도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활동적이어서, 어머니 피셜(?)로는 놀이터에 가면 집에 잘 안 돌아왔대요. 그래서 실종 신고를 두 번이나 하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경찰분들이 찾으러 가면 다른 동네 놀이터에서 발견되고 그랬대요. 많이 힘드셨죠. 또 제가 기어다니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고 해요. 안방에 제가 있으면, 거실에서 절 부르잖아요. 무릎으로 달려오니까…. 거의 공포 영화 보는 것 같다고 봐야죠.

그러면 농구를 하면서 성격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나요?
농구할 때는 오히려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장난기가 많더라도 농구할 땐 장난칠 수 없으니까요. 그땐 오히려 더 진지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개구쟁이처럼 장난을 많이 쳤는데,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서 장난기가 줄어든 것 같아요.

유년 시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모교 송도고 시절에 사용하던 ‘영구결함’이 있다던데요?

제가 졸업하고 나서, 3학년 때 쓰던 제 사물함이 ‘영구결함’으로 지정됐더라고요. 그다음부터 아무도 못 쓰게요(웃음). 처음에 그 사진을 송도고 후배들한테 받았을 때 정말 놀랐어요.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싶어서 많이 감동받았어요. 그 사진을 받고 나서 아직 직접 가보진 못했는데, 한번 찾아가서 제 눈으로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현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계속 합류하고 있는데,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있나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느껴지진 않는 것 같아요. 대화할 때도 저한테 예의를 갖추고, 형보다는 삼촌에 가까운 차이니까요. 초반에 어려워하는 건 당연한 거라 크게 느껴지진 않아요. 그런데 운동할 때 음악을 틀잖아요. 제가 어릴 때 들었던 노래가 나오면 애들은 모르더라고요(웃음). 특히 ‘원타임’ 노래가 나오면 그때 확 느껴져요. 2000년대나 1990년대 좋은 노래들이 정말 많거든요. 고참들은 흥얼거리는데, 애들은 아무 반응이 없어요. 그럴 때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 같아요. 선곡은 주로 이현석 선수가 합니다.

‘흥’ 하면 빠질 수 없는 춤, KBL 대표 춤신 춤왕의 끼는 언제부터였나요?
대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3학년인가 4학년 때 중앙대학교 축제 날이었어요. 학생회에서 저희 농구부에게 춤을 춰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었죠. 그때부터 야간에 슈팅하고 한두 시간씩 춤 연습을 했어요. 선수들끼리 그렇게 연습했는데, 그때 제가 잘 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따라 할 수 있겠다는 걸 느꼈죠. 프로에 와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끼들이 발산된 것 같아요(웃음). 뭐든 시키면 해야죠. 이번 올스타도 뽑혀야 출 수 있는 거니까, 팬분들이 보내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려견 피츄가 귀를 뜯어버린 공아지 인형, 이번엔 새 친구를 얻었는데요?
교체했죠. 귀 뜯긴 공아지(?)는 솜이 자꾸 빠져서 따로 안에 넣어놨거든요. 이제 수훈 인터뷰를 하면 공아지를 주시잖아요. 새로 제가 들고 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피츄한테 딱 보여줬더니 던져달라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던져줬더니 바로 귀를 물고 놀길래 ‘조만간 귀가 떨어지겠구나’ 싶었죠(웃음).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공아지를 계속 수급해야 하지 않을까….

피츄와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강아지를 원래 좋아했는데, 직접 키워본 적은 없었어요. 와이프는 예전에 한 마리를 키웠었죠. 그런데 그때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안 키우고 있었어요. 결혼하고 나서 제가 너무 키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마리를 데려오자 해서 피츄를 키우게 됐어요. 저한테는 첫 강아지라 벌써 걱정이 돼요. 지금 여덟 살인데…. 마흔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코트 밖에서도 존재감이 빛나죠. 경기 전엔 헤어 스타일링도 직접 하나요?
살짝살짝 터치를 하고 오긴 하죠. 결국 팬들이 보러 오는 거니까 최대한 멋있게 하고 가야 하지 않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같이 방 쓰는 선수들 중엔 못 봤지만, 요즘은 두건이나 머리띠가 유행이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꾸미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제가 덮머(덮은 머리)를 선호했는데, 깐머(깐머리)를 하고 나서는 덮머가 좀 불편하더라고요. 계속 만져야 되고 털어야 돼서요. 그래서 덮머를 존버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지만, 언젠가는 예고 없이 한번 하고 가겠습니다(웃음).

촬영할 때 입은 화려한 착장도 소개해주세요.

제 패션 스타일은 어디서 따로 참고하진 않아요. 어떤 옷과 패턴이 저한테 잘 어울리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또 제가 나이키와 계약된 선수라 주로 그쪽 제품을 입어요. 요즘 나이키가 사복 패션이나 스트릿 패션까지 다 섭렵하고 있어서 좋아요. 특히 이번 촬영 때 입은 옷에 나무 소재나 화려한 패턴이 들어갔거든요. 입자마자 ‘내 거다’ 싶었죠.

소셜미디어 자기소개에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 적었더라고요. 특별히 남겨둔 이유가 있나요?
금메달이라는 게 따고 싶다고 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만큼 저에게는 우승만큼 값진 경험이자 자산이에요.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내가 그때 그 멤버였지’ 하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힘도 많이 됩니다.

팬들과 소셜미디어로 활발히 소통하는데, 메시지도 꼼꼼히 챙겨보시는 것 같아요.
그냥 소통하는 거죠. 팬들이 정성스럽게 메시지를 보내주시니까, 거기에 최대한 답해드리려고 해요. 편지도 정말 많이 써주세요. 제 하루에는 그걸 읽는 시간이 따로 있어요. 딱 씻고 와서 침대에 앉아 읽는 시간이죠. 그러면 방전된 체력이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감동을 정말 많이 받아요. 하지만 악플은 바로 삭제입니다.

농구에서도, 팬들과의 관계에서도 ‘사랑’의 상징처럼 여겨지죠. 혹시 사랑 철학이 있을까요?
내가 좋아하더라도 상대방이 싫어하면 그걸 안 할 수 있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있는데, 내 배우자나 남자친구·여자친구가 그걸 싫어한다면, 내가 좋아하더라도 안 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사랑이죠. 예를 들어 제가 방탈출을 좋아하는데 와이프가 그걸 너무 싫어한다면, 방탈출은 제 인생에 없는 거예요. 근데 와이프도 방탈출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에요(웃음).

문득 궁금한데요. 수원의 명물이던 하윤기 선수의 ‘헐크 풍선’ 기억하나요?
상대팀일 때 거슬렸죠. 그냥 헐크 사진으로만 해도 그럴 텐데, 풍선으로 하니까 더 웃기더라고요.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이 있잖아요. 그래서 방해 요소가 크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없어져서 아쉬워요. 대신 요즘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판이 있어요. 팬들이 그걸 열심히 돌려주시거든요. 거의 그거 때문에 성공률이 30%는 떨어지는 것 같아요(웃음). 상대가 슛 쏠 때 뒤에서 한 번 봤는데 보기 시작하면 진짜 어지럽더라고요.

요즘 코트를 떠나는 동료들이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세월이 남긴 결을 더욱 깊이 느낄 것 같습니다.
은퇴에 대한 상상은 해봤죠. 선배들이나 동료들의 은퇴식을 보면서요. 최근에 (함)준후가 소노에서 은퇴를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까 저도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그때 가서 생각할래요.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세월은 거스를 수 없으니까요. 그런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순리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KT 김선형’이라는 이름이 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길 바라나요?
항상 얘기했던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매년 기대되는 선수,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팀을 옮기고 1라운드 지난 시점까지 굉장히 많은 사랑을 주셔서 잘 끌고 올 수 있었습니다. 홈 경기 찾아와 주시고, 함성을 질러주시는 만큼 꼭 승리로 보답할 테니 지켜봐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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