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기자] ‘스피드 100점, 근성 100점, 수비 100점’. 선발회 1순위 박지현에 이어 2순위 이소희도 WKBL 코트에 발을 디뎠다.
OK저축은행이 18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서 64-6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OK저축은행은 8승 13패로 부천 KEB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4위로 올랐다.
OK저축은행은 이날 경기로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OK저축은행은 이날 승리로 KDB생명 시절부터 이어온 우리은행 전 32연패 사슬을 드디어 끊어냈다. 더불어 약 5년 만에 정규시즌 3연승 달성에 성공했다.
이날 OK저축은행 팀 내에는 WKBL 경력의 첫 페이지를 펼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선발회 2순위로 OK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이소희다. 이소희는 앞선 14일 KEB하나은행과의 퓨처스 리그 경기에 출전해 예열을 거쳤다. 이소희는 40분 동안 8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이날, 이소희는 프로 데뷔전을 소화했다.
이소희는 데뷔전에 11분 동안 3점슛 1개(3득점) 1리바운드 1스틸이란 기록을 남겼다. 신인이 느낄 법한 긴장감은 전혀 없이 바로 경기에 녹아들었다. 이소희는 출전 시간 내내 경쾌하게 코트를 누볐다. 아직 몸이 덜 풀린 박지현에게서 공을 빼앗기도 하고, 3쿼터 막판 재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3점슛을 꽂아 넣기도 했다.
그런 이소희를 본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은 “스피드 100점, 근성 100점, 수비 100점”이라며 이소희의 활약에 만족했다. 상대 팀 감독이었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이소희가) 아주 당차더라. 스스로 철저히 준비했다”라는 호평을 내놓았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소희는 인터뷰실이 어색한지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착석 후엔 특유의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소희는 “득점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니들하고 손발을 맞춰본 게 아니라서 수비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3점슛이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데뷔전 소회를 풀었다. 그러고는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몇 년 동안 연패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오늘 이겨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라며 기뻐했다.
양 팀 감독 모두 이소희의 몸 상태에 칭찬했다. 전국체전, 2018 FIBA 아시아 U18 여자농구대회가 끝난 지 2, 3개월이 지났지만, 이소희는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입단 전에 준비 잘한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이소희는 “전국체전이 끝나고 U18 대회를 준비하느라 쉼 없이 운동했다. U18 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이틀 쉬고 모교(인성여고)에서 같이 운동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이소희의 드리블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소희는 이날 경기에서 자연스러운 스핀 무브와 비하인드 백 드리블로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어떻게 드리블을 연습했냐는 질문에 이소희는 “따로 스킬 트레이닝은 받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때 안철호 코치님이 드리블을 많이 가르쳐주셨다”라고 말했다.
신입선수 선발회 당시 전체 2순위로 OK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아 울면서 좋아했던 이소희. 팀 합류 후 데뷔전까지 이소희는 어떻게 데뷔전을 준비했을까? 이소희는 “선발회 후 팀에서 이틀 동안 휴식 시간을 줬다. 언니들이 잘 도와주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잘 설명해주셔서 오늘 경기가 잘 됐던 것 같다”며 동료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감사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빨리 들어갈 줄 몰라서 당황했지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라며 이날 경기 출전은 예상치 못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런데 하필 첫 번째 상대 팀이 수년간 리그를 지배하고 이번 시즌에도 1위에 올라있는 우리은행이었다. 신인으로서 가장 부담스러울 법한 경기를 통해 데뷔한 것이다. 정상일 감독은 경기 전에 무슨 말을 했을까? 이소희는 “감독님께서는 어차피 상대 팀 선수들이 눈 세 개 달린 선수들도 아니고, 똑같은 몸 가지고 뛰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리바운드 수비에 적극적으로 하라고 하셨다”라는 일화를 밝히며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서 매치업 상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소희가 수많은 아마추어 경기를 통해 박지현에게 맞섰지만, 프로 경기에서 박지현을 만나는 느낌은 다를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이소희는 “아마추어 때와 비슷했다(웃음)”라고 대답했다. WKBL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박혜진을 수비했을 때는 “잘 막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래도 최대한 (박혜진을) 따라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데뷔전에서 상대 팀 감독도 인정할 만큼 당찬 모습을 보인 이소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는 취재진의 의견에 이소희는 “고등학교 때는 미리 걱정을 많이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프로에 오니 내가 좀 바뀐 것 같다. 정신상태가 바뀐 것 같다(웃음)”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는 소위 ‘박지현 드래프트’라고 할 정도로 팬들과 WKBL 관계자들 모두 박지현을 향해 시선을 맞췄다. 혹시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소희는 “서운하지 않았다”라며 짧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기복 없이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더 열심히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소희의 롤 모델은 누구일까? 이소희는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 안혜지를 꼽았다. 이소희는 “안혜지 언니를 닮고 싶다. 나는 패스를 잘하지 못해서 배우고 싶다”라며 안혜지의 패스를 본받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그럼 이소희는 오늘 데뷔전에 얼마나 만족했을까? 데뷔전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이소희는 “보통인 것 같다. 언니들이 잘해서 이겼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잠시 생각한 뒤 “3점슛도 넣고 그랬으니, 그래도 70점?(웃음)”이라며 수줍게 점수를 말했다.
끝으로 정상일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소희는 인터뷰실 앞에서 인터뷰를 막 마치고 나온 정상일 감독을 만났다. 정상일 감독은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잘 말해라”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소희는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하다. 저를 뽑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시즌, 비시즌 가릴 것 없이 열심히 뛰겠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박지현에 이어 이소희도 프로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OK저축은행의 승리로 순위 싸움이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가운데 아직 데뷔하지 않은 신인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팬들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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