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당하게 큰 꿈을 펼쳐라" 마산고 이영준 코치가 아들 이서준에게

서호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7 16: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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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아버지를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당찬 아들이 있다. 농구선수로서 꿈을 펼치기 위해 올해 클럽에서 엘리트 무대로 적을 옮긴 용산중 1학년 이서준이다. 아버지가 경남 지역에서 8년째 유망주들을 키워내고 있는 마산고 이영준 코치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했던가. 어릴적 자연스레 접한 농구는 소년의 꿈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만류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끝내 아들의 뜻을 꺾지 못하고 가고자 하는 길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단, 이왕 시작하는 거 꿈은 크게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본 기사는 점프볼 4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축구선수 꿈꿨지만 농구 DNA 버리지 못해” 

서준이의 못 말리는 농구사랑


이영준 코치는 2004년 모교인 광신정산고(現 광신방송예술고)를 시작으로 아마농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유성호(KCC), 조상열(KT), 이동엽(삼성), 이근휘(KCC) 등 현역 KBL 선수 가운데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이 많다. 중학교 때 농구를 시작한 이영준 코치는 대학 시절까지 주로 포워드와 센터 포지션을 오갔고, 2000-2001시즌부터 2002-2003시즌까지 세 시즌 간 서울 삼성에서 활약한 바 있다. 28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코치는 또 하나의 제자를 키우고 있다. 올해 용산중에 입학한 아들 이서준이다. 농구공을 잡은 지 이제 2년 남짓. 농구 실력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지만 이 코치 특유의 성실함과 희생정신은 아들 서준이가 쏙 빼 닮았다.

“축구를 하다가 농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운동선수 출신이고 아내도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거든요. 축구 실력도 괜찮아서 수원 FC 유스팀에서 제의가 온 적도 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애가 농구공을 잡더니 농구를 하고 싶다고 졸라대는 거에요.”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아버지의 길을 따라 서준이도 결국 농구를 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축구로 시작해 갑자기 농구로 종목을 바꾸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이서준은 “원래 축구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축구가 재미없어 지면서 농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축구와는 다르게 공수 전환도 빠르고 무언가 짜임새도 있어서 더 재밌어요. 가끔씩 아버지와 동네 농구코트에 나가 3점슛 내기를 하는 것도 재밌고요”라고 이야기했다.

이서준은 그렇게 시작하게 된 농구에 흥미를 붙여나갔다. 또 KCC 유소년 농구클럽을 다닌 이후로는 보다 더 즐겁게 농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챙겨줄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11살 나이에도 먼 거리를 혼자 자전거로 타고 다닐 만큼 농구 열정이 대단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엘리트 선수로서 꿈도 키우게 됐다. 이 코치는 “사실 처음에는 엘리트 선수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때, 제가 겪어왔던 힘든 과정을 잘 알기에 반대했어요. 그래도 계속 하고 싶다고 조르니까 마산고 연계학교인 팔룡중 권오성 코치한테 열흘 정도 훈련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권 코치한테는 앞으로 농구를 못하게끔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 훈련을 또 버텨내더라고요.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저도 이제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다 싶었고, 마음이 바뀌게 됐죠”라고 말했다. 서준이는 농구를 시작한 이후로 신체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처음 농구공을 잡았던 초등학교 5학년 때만 해도 키가 170cm가 채 되지 않았지만, 2년 만에 무려 12cm가 자랐다고 한다. 중학교 진학 후 달라진 모습에 이 코치는 “사실 키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사실 나중에 키가 멈춰버리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웬만해선 식습관도 탄수화물보다는 지방 위주로 섭취하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본인은 2미터까지 크고 싶다고 말하는데,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죠”라고 말했다. 

나를 위해 선택한 농구, 성실함으로 이서준의 이름 알리겠다

KCC 유소년 농구클럽에서 농구를 시작한 이서준은 탄탄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인정 받아 KCC의 연고선수로 지명됐다. 아직 실력을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농구 센스 만큼은 농구인의 피를 물려 받았다는 평가다. 게다가 농구를 시작한 이후에는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아빠 특유의 성실함을 많이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재미가 더 크지만 아빠로부터 물려 받은 좋은 능력을 바탕으로 농구선수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열 네살, 이서준의 꿈이다.

Q. 어렸을 때부터 여러 종목의 운동을 경험했어요. 농구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축구, 골프, 야구, 수영 등 다양한 종목을 경험해봤는데, 농구 만큼은 무언가 달랐어요. 공수 전환이 빠른 게 정말 재밌었어요. 처음에 동네농구를 했을 때는 슈팅 자세도 이상하고, 그저 골대만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제는 정식 농구를 배우면서 슈팅 자세도 잡히게 됐고, 그동안 제가 몰랐던 세밀한 플레이도 배우게 되면서 농구에 더욱 재미
를 붙이고 있어요.

Q. KCC의 첫 연고선수로 지명 받았어요. 많은 관중들이 보는 가운데 연고선수 지명식을 가진 소감은 어땠나요.
뜻 깊은 시간이었죠. 저도 커서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코트를 누비고 싶다는 큰 꿈이 생기게 됐어요. 또, 프로농구 선수들과 만나니 설레기도 했고요. 새로운 동기부여를 갖게 됐어요. 지난 2월, KBL 유소년농구대회에서 KCC 유니폼을 입고 공식 데뷔전을 치렀어요. 다른 팀 친구들과 겨뤄본 느낌은 어땠나요. 첫 대회라 그런지 너무 긴장했어요. 삼성과 첫 경기에서는 너무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나왔어요.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지만 손가락 금이 간 것이 다 완치되지 않은 채 뛰기도 했고요. 제가 갖고 있던 능력을 반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앞으로 제가 농구를 계속 함에 있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해요. (강)민성(SK)이나 (최)한렬(DB)이 같이 저학년 때부터 실력이 뛰어났던 친구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Q. 클럽 활동을 하다 엘리트 농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는 데 힘든 점은 없나요.
완전히 다르죠. 클럽 농구를 할 때는 남들보다 키가 커도 스피드나 슈팅
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엘리트 농구를 경험하면서 블록도 당해봤고 스피드에서도 차이가 나는 걸 느꼈죠. 훈련 시스템도 더 체계적이고요. 현재로선 엘리트 농구 시스템에 하루 빨리 적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하고 있어요.

Q. 이영준 코치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할 텐데 이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부담감이 있죠. 가끔씩 주위 시선을 의식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에 자꾸 신경 쓰다 보면 제 자신한테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농구를 시작한 이유는 아빠가 아닌 저 자신 때문이거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어서 농구를 선택한거잖아요. 그런 부분은 제가 앞으로 더 잘해서 이겨나가면 돼요.

Q. 이영준 코치가 아닌 아빠 이영준은 어떤 사람이에요.
좋은 아빠에요. 또 자상하세요. 물론 지금은 아빠가 마산에, 저는 수원 집에 있다 보니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졌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빠가 주말에 집에 오실 때만큼은 정말 잘해주세요. 저 밑에 남동생 두 명이 있어요. 아빠께서 평일에 일을 하고, 또 장거리 운전을 하고 오셔서 힘들 법도 하신데, 저 포함해서 동생들한테 정말 잘해주세요. 쉬는 날 동생들을 데리고 공원에 놀러가기도 하고 또 집 앞 농구코트에 가서 3점슛 내기를 하기도 해요.

Q. 아빠랑 나랑 닮았다 하는 점이 있다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외모도 그렇고 성격적인 부분도 엄마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농구를 시작하면서 성격은 아빠를 더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빠가 엄청 성실하시거든요. 저도 아빠의 성실함을 닮아 농구선수로서 꿈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Q. 가장 좋아하는 농구 선수는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이요. 탐슨은 화려한 선수는 아니지만 슈팅력이 좋고 또 엄청난 수비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이렇게 3점슛과 수비에 특화된 3&D 유형의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목표를 잡게 됐어요. 또 KCC에서는 이정현, 송교창 선수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KCC를 좋아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Q. 자신의 플레이 중 가장 자신 있는 게 있다면요.
슈팅이요. 하하 더 노력해야 해요. 키가 더 커서 장신 슈터가 되고 싶어요. 아빠랑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했던 하루, 오늘 어땠나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사실 잡지에 나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생기게 됐고요. 또 농구를 시켜주신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껴요.

Q.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고, 저도 그렇고 아빠도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훌륭한 농구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허재의 다재다능함을 거울삼았으면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계에서 잘 적응해내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 걸까. 이영준 코치는 이제 막 엘리트 무대에 발을 들인 아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성공 여하를 떠나 이왕 시작해보는 거 당당하게 큰 꿈을 펼쳐보라는 것. 한창 큰 꿈을 품고 본격적인 도전에 발을 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 어린 한마디였다.

Q. 오랜 시간 많은 유망주들을 지도해오셨는데, 서준이의 실력은 객관적으로 어떤가요.
어렸을 때 축구나 골프를 하는 걸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운동 신경이 있었어요. 농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실력이 이렇다 저렇다 아직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제가 농구를 늦게 시작해서 처음에 기본기 다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서준이도 1학년인 지금 기본기를 착실히 다지면서 엘리트 무대에 대한 적응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Q. 이 모습은 나랑 닮았다 하는 게 있을까요.
농구적으로 봤을 때는 슈팅 하는 모습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Q. 용산중으로 입학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진학 관련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하긴 했죠. 출전 시간이 보장된 학교에 보낼 생각도 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왕 시작하는거 농구 명문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개학 한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집인 수원에서 학교가 있는 서울 용산까지 통학 시간이 1시간이 넘게 걸려요. 그런데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군말없이 그 먼거리를 왔다 갔다 통학 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참 대견하죠.

Q.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버지로서 자식한테 미안한 점이 있을 거 같기도 한데요.
서준이 뿐만 아니라 밑에 있는 두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커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죠. 더구나 저희가 맞벌이 부부라 둘째, 셋째 아이 같은 경우에는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인데,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함이 더 크기도 하고요. 그래서 장모님께도 정말 감사함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 서준이가 지금까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데도 장모님의 역할이 컸어요. 식단관리부터 시작해서 평소 생활습관 등 장모님이 서준이를 먹여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Q. 가끔 농구도 알려주시고 하시나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해요. 그렇다고 제가 막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려주고 그러진 않아요. 원래 담당 코치님께 배우던 게 있는데 그걸 제가 관여해서 건드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준이가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옆에서 서포터 하는 정도의 역할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Q. 아들이 어떤 선수가 됐으면 하나요.
농구를 잘하면 좋죠. 이왕 할거 허재 감독님처럼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올어라운드형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현대농구는 포지션 구분이 사실상 없어졌잖아요. 포지션은 2번에 가깝지만 상황에 따라 빅맨 자리에 결원이 생겼을 때는 5번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허재 감독님이시잖아요.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대성 선수를 좋아하거든요. 그런 와일드한 모습이 있으면 해요.

Q. 마지막으로 서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직은 학생이니까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 성공 여하를 떠나 가장 중요한 건 즐겁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으면 하고요. 또, 부상없이 재밌는 농구, 즐거운 농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부모로서 옆에서 아들이 가는 길을 묵묵히 뒷바라지 해줄 생각이에요. 

#이영준 프로필_1977년 3월 13일생, 신장 190cm 체중 93kg, 광신정산고-건국대 졸업

#이서준 프로필_2008년 2월 6일생, 신장 183cm 체중 65kg, 다솔초-용산중

#사진_유용우 기자

 

점프볼 / 서호민 기자 syb2233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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