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주고 윤병학 코치 소통과 재미를 추구하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1-08-28 10: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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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나 대학 감독들은 경기 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관심을 받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도자들은 우승 등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크게 주목 받지 못한다. 한국농구의 기초를 다지는 지도자 중에서 우승이나 오랜 경력을 떠나 순수하게 능력을 인정받는 코치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대학부터 중학교까지 30여명의 지도자 의견을 수렴해 첫 번째로 전주고 윤병학 코치를 소개한다.
※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 편집했습니다.

뜻 하지 않았던 코치 생활
전주고 윤병학 코치는 2005년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원주 TG삼보(현 DB)에 지명된 뒤 2005-2006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으로 이적했다.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윤병학 코치는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어서 코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전주남중 코치를 맡고 있던 친구가 전주고 코치로 올라갈 때 제 은퇴 시기와 맞물려 도와주려고 전주고로 내려갔다. 그 때 송천초와 전주남중 코치 자리도 났다”며 “중학교 부장님께서 전주남중 코치로 오라고 하셨다. 코치를 할 거면 밑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어서 송천초에서 코치를 맡았다”고 코치를 시작한 계기를 들려줬다.


2011년부터 지도자 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윤병학 코치는 2015년 3월 열린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부터 전주고를 이끌고 있다. 윤병학 코치는 “제가 (전주고 코치로) 부임하기 직전 전주남중 선수들이었던 양홍석과 박진철 등 9명 중 6명이 다른 학교에 진학하고, 2명은 그만 두고, 1명만 전주고로 올라갔다”며 “당시 중학교 3학년 선수들이 제 (송천초) 제자인데다 전주남중 김학섭 코치가 고등학교 코치를 안 한다고 해서 제가 고등학교 코치를 맡았다”고 전주고 코치 부임 과정을 설명했다. 2015년 2월 열린 춘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에서 예선 탈락했던 전주고는 윤병학 코치 부임 후 첫 출전한 협회장기에서 4강에 진출했다. 이후 꾸준하게 성적을 냈던 전주고는 2018년 춘계연맹전과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기본기를 다지다
윤병학 코치는 “처음에 송천초 코치를 맡았을 때 눈높이가 높았다. 어릴 때 고교 선배가 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해서 낮춰서 가르쳤다”며 “처음 송천초에 갔을 때 선수들이 너무 좋았다. 전술 훈련을 해도 따라와서 초등학교 애들도 잘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체전 평가전에서 군산(서해초)에게 1차전을 졌다. 기본기 없이 프로처럼 전술을 따라온다고 그렇게만 훈련한 뒤 경기를 하니까 안 되었다. 기본기 없이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서 기본기부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송천초와 전주고에서 윤병학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은 이경도(단국대)는 “초등학교 때 기본기 위주로 훈련했다. 기본기 훈련하는 걸 다들 싫어한다. 그럼 코치님께서 ‘너희가 지금 하기 싫어도 나중에 기본기 훈련을 더 하기 싫으면 지금 더 열심히 하라’며 기본기 중심으로 더 훈련했다”고 기본기를 중시한 코치라고 기억했다. 김형준(한양대) 역시 “기본기를 잘 알려주셨다. 초등학생들은 재미 없으면 운동을 안 하니까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재미를 느끼도록 가르쳐주셨다”며 “전주가 꾸준하게 잘 하는 이유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잘 가르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잘 다져놔서 팀 워크가 잘 만들어져서 잘 하는 거 같다. 움직임도 다른 학교를 보면 농구의 길을 모르는 선수들도 있는데 윤병학 코치님, 김학섭 코치님께서 잘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시기라면 고등학교부터는 개인기와 전술을 가미해 성인 농구에서 활약할 기반을 다져야 한다. 윤병학 코치는 “고등학교도 소통하면서 기본기가 중요한 건 똑같다. 모든 팀이 전술이 다르지만, 결국 기본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등학교에서도 기본기, 레이업이나 미트 아웃, 수비 자세와 위치 등을 가르친다”며 “공격은 한 명이 할 수 있지만, 수비는 5명 중 한 명이 구멍이면 뚫리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더 많다. 공격도 가능하면 5명이 다 하는 쪽으로 한다”고 고등학교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여기에 승부욕을 중요시했다. 김형준은 “초등학생을 가르칠 때보다는 엄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며 “어떻게든 지지 않도록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셨고, 3대3이나 4대4 훈련을 할 때도 지는 팀에게는 벌칙을 줘서 승부욕을 가지도록 했다”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때 만난 윤병학 코치의 차이를 들려줬다.


전주남중 김학섭 코치는 “자기 색깔이 정확하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가르친다. 연구도 많이 하고, 패턴도 공부한다. 애들에게 그걸 많이 연습시키는 편이다. 저도, 윤병학 코치도 학창 시절 수비를 많이 배웠는데 그걸 잘 접목시킨다”며 “윤병학 코치가 슛이 좋은 슈팅가드였다. 그래서 선수들의 슈팅 능력을 키우는 게 뛰어나다”고 윤병학 코치를 설명했다. 이경도는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세세하게, 농구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농구의 길이나 움직임뿐 아니라 전술도 많고, 세밀했다”고 고교 시절 윤병학 코치를 떠올렸다. 김형준은 “슛폼 교정을 많이 받았다. 슈터의 잔 기술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셨다”며 “원 드리블 점퍼나 투 드리블 점퍼로 페이드웨이처럼 던지는 게 코치님 장기인데 그 기술을 가르쳐주셨다. 그게 되게 실용적이다”고 했다.


윤병학 코치는 “프로농구와 NBA를 많이 본다. 동영상을 찾아봐서 좋은 것만 빼서 전술을 우리 팀에 맞게 바꾼다. 그렇게 선수들에게 다가선다”며 “대학교와 오리온에 있을 때 감독님께서 계속 바뀌었다. 중앙대에서 4분, 오리온에서 4분, TG삼보에도 잠깐 있었고, 상무 이훈재 감독님까지 10분의 감독님을 경험했다”며 “제가 운동할 때는 그게 되게 싫었는데 제가 선수들을 가르치니까 많은 감독님들께 배웠던 것 중 좋은 걸 빼서 선수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선수들과 소통하다
한 대학 감독은 “전주고가 지방에 있어서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한다. 지도하는 방향은 아이들 중심과 지도자 중심이 있는데 윤병학 코치는 선수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서 곁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 중학교 코치는 “경기를 보면 아이들과 소통을 잘 한다”고 했다. 이경도는 “1학년 때 그런 모습이 아니셨는데 저희가 먼저 다가갔다. 그랬더니 코치님께서도 저희에게 맞춰서 더 하려고 하셨다”며 “코치님은 2~3배 더 친근하게 하시고, 어울리려고 하시고, 저희끼리 시간이 필요할 때 조용히 자리를 비워주셨다. 좋은 선생님이셔서 힘들 때 따로 상담도 많이 했다. 저는 농구가 안 될 때마다 엄청 많이 상담했다. 지금도 가끔 코치님께 전화 드린다”고 했다.


윤병학 코치는 “제가 선수들에게 성질을 내더라도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한다. 다음날이 되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생각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 맞춰서 설명한다. 서서 하는 게 아니라 앉아서, 우리 때는 이랬지만, 세대가 다르니까 편하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며 “경기를 졌을 때는 제가 잘못하고 팀이 잘못해서 졌기에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겼을 때 이렇게 했다면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대화를 많이 하고, 애들 편을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1학년과 3학년이 싸우면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1학년과 3학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라고 한다”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미래를 지향하다
이경도는 “장신 선수들에게 현대 농구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며 슛을 많이 쏘게 했다. 김보배나 양준에게 프로에 가려면 슛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슛을 가르치고, 가드와 매치업도 시켰다”며 “2대2 플레이를 굉장히 많이 했다. 양준도, 보배도 볼 핸들러 역할을 하고, 제가 센터에게 스크린을 걸어서 2대2 플레이를 했다. 그 덕분에 전 대학에서 2대2 플레이를 많이 할 수 있다”고 윤병학 코치가 장신 선수들에게 슛과 2대2 플레이를 많이 시킨 편이라고 했다.


양준(고려대)은 “농구를 늦게 시작한 저는 기본기가 중요했기에 그런 걸 배우는데 지장이 없었다. 저에게 항상 짧게 보지 말고 길게 프로까지 봐야 한다고 하셨다. 외곽 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셔서 2대2 플레이를 할 때 팝아웃 동작을 배웠다. 연습할 때는 볼 핸들러 역할도 했었다”며 “정식 경기에서는 해보지 않았다. 보통 2대2 플레이 수비를 할 때 센터는 헷치백을 하거나 스위치 디펜스를 안 한다. 저희는 외곽수비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셔서 스위치 디펜스를 해서 가드를 한 번 막아보라고 연습 때 했었다”고 이경도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이어 “대학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며 “무엇보다 경기를 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를 위한 전술을 만들어 주시거나 했다. 그래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윤병학 코치는 “전주고는 성적을 많이 냈지만, 훌륭한 프로선수가 몇 안 된다. 고등학교 성적만 내려고 한정된 것만 한 경우가 있었다. 전태영에게 가드 역할을 할 줄 알아야 하고, 2대2 플레이 많이 연습하라고 했었다. 그렇게 안 해도 평균 30점씩 하고, 단국대 득점왕 출신이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프로에서 아무것도 못한다”며 “양준에게도 슈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두원에게도 슛 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밖이 아니라 안쪽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놓고 외곽까지 한다면 훨씬 좋을 거라고 했다”고 외곽슛을 강조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흐름을 잘 읽다
한 고등학교 코치는 “선수들을 잘 만들어내고, 꾸준하게 성적이 난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코치는 “윤병학 코치가 성적도 내면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듯 하다. 경기 중에 보면 여유가 있고, 흐름이 좋지 않을 때 잘 끊는다”고 했다. 작전시간으로 상대 흐름을 끊거나 적절한 선수 기용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지도자의 능력 중 하나다.


윤병학 코치는 “최근 그런 평가를 많이 듣는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흐름을 많이 보려고 한다. 또 연습경기 때 모든 선수들을 다 뛰게 한다. 그래서 선수마다 장점을 파악해서 그 선수를 기용하면 맞아떨어질 때 많다. 주위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연습 때부터 해보려고 하니까 나오는 거 같다. 그런 타이밍을 맞추려고 한다. 농구는 흐름이고, 확률 농구라고 한다. 틀릴 수 있지만, 전반에 슛이 많이 들어가면 후반에 안 들어갈 수 있기에 선수들에게 후반에는 수비만 하면 돼라고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하나하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또 체력 운동을 하니까 역전승이 많다”고 했다.

인성 강조하며 소통과 재미 추구
이경도는 “고등학교 때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상황이나 뭐가 안 되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농구뿐 아니라 모든 것에 감정 조절 등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사회성이나 고등학교 때 사춘기도 끝나고 정체성을 찾아갈 때라서 인성도 잡아주셨다”고 했다. 양준 역시 “’학생이라서 인성이 완벽하지 않다. 선수이기 전에 인성적인 부분부터 예의를 갖춰서 생활하라’고 했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경도와 마찬가지로 인성을 언급했다.


윤병학 코치는 “선수들에게 ‘농구를 평생 할 거냐? 농구 외적으로 사람이 되어서 40살이 되었을 때 주위에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때 잘 하니까 주위에 사람이 있지만 대학을 가거나 농구를 안 했을 때 주위 사람이 몇 명 있겠냐?’고 이야기를 한다”고 인성을 많이 강조한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고등학교 코치의 능력 중 하나가 대학 진학이다. 한 지도자는 “대학을 얼마나 보내느냐로 코치의 능력을 따지는데 이상해졌다”고 했다. 윤병학 코치도 대학 진학은 스트레스다. 김학섭 코치는 “폭삭 늙었다”며 윤병학 코치의 스트레스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을 던졌다. 그나마 전주고는 좋은 선수들이 꾸준하게 나와 대학들이 전주를 방문해 연습경기를 자주 갖는 편이다. 윤병학 코치는 “대학 감독님들을 많이 뵈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부족한 것도 있지만, 이런 선수가 있다고 소개한다”고 했다.


윤병학 코치는 앞으로 “소통을 하고, 재미있게 농구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즐기고 싶다. 대학 때문에 어렵겠지만,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즐기면 기량이 늘고, 향상되기에 재미있게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BONUS ONE SHOT
전주고를 받치는 송천초와 전주남중

윤병학 코치는 “전주고가 성적을 낸 계기는 송천초에서 스카우트를 잘 하기 때문이다. 애들을 잘 가르치는 것만큼 좋은 자질의 선수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전주에 초등학교가 66개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송천초 교장 선생님, 부장님께서 여러 학교와 전주 유소년 클럽을 다니면서 스카우트를 하신다”며 “전주고가 있는 건 송천초, 전주남중이 기본기를 잘 가르쳐 올려 보내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학섭 코치는 “선수들이 송천초와 전주남중, 전주고에서 6년 이상 손발을 맞춘다. 다른 팀은 선수들이 섞이고 이적해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전주고는 그런 것도 아니다. 그래서 손발이 잘 맞는다”며 “그 덕분에 우승도 하고 (전국체전에서) 금메달도 땄다. 지방이라서 끈끈하게 뭉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2018년 전주고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김형준은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우승했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 한 명도 타 지역으로 진학하지 않았다. 그래서 팀워크와 조직력이 좋았다”며 “원래 배웠던 코치님께 배웠기에 어려움도 없었고, 저희 1학년 때 선수들이 많지 않아 동기들이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전주고는 송천초와 전주남중에서 기본기와 조직력을 다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있다.

 

#사진_ 점프볼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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