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왕중왕전] “첫날에는 우울했어요”…‘김경륜’ 이 세 글자가 없던 대표팀 명단, 그 이후

해남/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9 08: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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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해남/정다윤 기자] 기대는 허물어지는 순간 실망과 비례하기도 한다.

지난 5월 발표된 2026 FIBA U18 아시아컵 남자농구 대표팀 12인 명단. 기대했던 자신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광주고 3학년 김경륜(194cm, F)의 마음속에도 깊은 아쉬움과 실망감이 몰려왔다. 대표팀에 발탁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믿었기에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아쉬움은 아니었다.

광주고의 핵심 자원인 김경륜은 현재 팀 사정상 파워 포워드, 센터 포지션을 오가며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연습 과정을 들여다보면 슈팅 가드와 스몰 포워드 포지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자원이다.

공격에서는 확실한 슛과 궂은일이 강점이지만 김경륜의 진짜 진가는 바로 수비에서 드러난다. 뛰어난 농구 센스와 발을 활용해 슈팅 가드부터 센터, 전 포지션 커버가 가능하다. 특히 2대2 플레이 상황에서 스위치 디펜스로 상대 외곽 선수를 집요하게 따라붙는 능력이 좋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18 대표팀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닿지 않았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광주고 우승연 코치의 마음도 아리긴 마찬가지였다.

"저도 많이 속상했고 부모님과 경륜이도 속상해 했죠.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평생에 한 번 있는 U18 대표팀이라 아쉬움이 크겠지만 '이제 시작이다. 대학 가서 잘 배우고 경쟁해서 이겨내면 성인 국가대표나 대학 선발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다'라고 다독여줬죠."

“경륜아, 그때 보여주면 돼.”

우승연 코치는 지금 놓친 기회가 마지막 열차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아쉬움을 오래 품기보다 더 큰 무대에서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 된다는 의미였다.

"그 아쉬움을 자양분 삼아 다음을 기약하고 앞으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얘기했어요. 다행히 경륜이가 성숙하게 잘 받아들였고 고맙게도 더 열심히 뛰어주고 있습니다."

스승의 진심은 곧바로 코트 위 결과로 증명됐다. 다독임을 발판 삼아 다시 중심을 잡은 김경륜은 보란 듯 숫자로 답했다. 2026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예선 3경기에서 평균 23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 2.3스틸 3블록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쌓으며 광주고의 3전 전승과 결선 진출을 견인했다.

솔직히 많이 아쉬웠고 첫날에는 우울했어요. 하지만 다음날부터 바로 마음을 다잡았죠. 우승연 코치님께서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거든요. 대표팀에 뽑힌 다른 친구들도 충분히 잘하는 선수들이라 깔끔하게 인정했습니다. U18도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다가온 종별대회와 왕중왕전 대회에 더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김경륜의 회상이다.

팀에 필요한 옷을 먼저 입어야 했던 김경륜. 그 탓에 제자의 장점을 온전히 펼쳐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우승연 코치는 고마움까지 함께 전했다. 그러나 김경륜에게는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는 과정이었다.

“팀 사정이 어쩔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도 코치님이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많이 열어두시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 좋습니다. 오히려 모든 포지션을 경험하고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잠시 그늘을 지났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김경륜은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은 오히려 더 많은 땀을 흘리는 이유가 됐다. 전승으로 기세를 올린 광주고와 김경륜의 시선은 이제 왕중왕전 본선과 전국체전을 향한다.

무조건 메달을 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슛 슬럼프가 왔는데 더 많이 준비해서 잘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원래 야간에만 슈팅 훈련을 했는데 요즘은 오전, 오후, 야간까지 가리지 않고 슛을 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꼭 넣어주셨으면 해요. 지원을 아끼지 않아 주시는 교장선생님께도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슛을 던지며 다음을 준비하는 김경륜에게 우승연 코치가 바라는 시선 역시 그보다 먼 곳을 향한다. 광주고는 KBL을 대표하는 스타 이정현(DB)을 배출한 학교다. 그의 이름은 훌륭한 이정표지만 우승연 코치는 그 이름이 목표의 끝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선배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언젠가는 그보다 더 멀리 자신만의 길을 내는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정현 선배를 넘어서야죠.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어느 선수가 롤모델이 되는 건 좋지만 거기에만 목표를 잡기보다 그 선수를 뛰어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요.” 제자들의 더 큰 성장을 바라는 우승연 코치의 이야기다.

#사진_점프볼DB, 정다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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