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대학농구능력시험(대농시)'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정답을 채워 나갈 루키들의 성장 기록을 들여다본다. 그 열다섯 번째 성적표의 주인공은 '상명대 이재현(189cm, F)’이다.

이재현은 에너지 넘치는 소년이었다. 책상에 앉는 것보다 나가서 뛰는 걸 더 좋아했다. 매일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달렸다. 그러다 동호회 농구를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농구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좋아했어요. 태권도도 해봤고, 뛰는 것도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는 육상부도 했어요. 아버지께서 동호회 농구를 하셨는데, 농구공 튀기는 게 너무 좋아서 바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어요.”
농구가 좋다는 이유로 엘리트 농구부에 발을 들인 아이들은 생각보다 힘든 훈련에 흥미를 잃곤 한다. 잘 이겨냈다고 해도 중학교, 고등학교로 한 단계씩 진학할 때 계속해서 겪는 문제다. 이재현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항상 그를 이끌어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선대학교 김혜성이다.
“재미로 시작했는데, 형들은 저보다 다들 실력도 좋았어요. 처음에는 기도 죽고 어울리는 게 어려웠는데 혜성이 형이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 했는데 형이 없었다면 처음에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힘들었을 때마다 저의 발판이 되어준 고마운 선배여서 아직도 연락하고 있어요.”

현재의 이재현은 힘과 득점력을 갖춘 포워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킨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까지는 키가 크지 않아서 이렇다할 장점은 없었어요.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야 키도 자라고, 공격에서도 장점이 점점 드러났죠. 그러면서 돌파라는 저의 강점도 생겼어요.”
이재현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25년, 21경기에서 평균 11.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리바운드 부분에서 두 자릿수 평균을 낸다는 건 팀에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대학 무대에서도 평균 5개씩 잡아내며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리바운드는 공을 하나라도 더 잡겠다는 의지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리바운드를 잡아야 팀이 이긴다는 걸 깨닫게 돼서 간절하게 참여했어요.”
천안쌍용고 박상오 코치는 ‘몸을 부딪히지 않으면 성장이 없다’라는 철칙을 갖고 선수들 지도에 힘썼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끌어내려 한 스승의 진정성은, 당연히 제자에게 닿는다.
“순간 스피드를 기르는 훈련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공을 잡자마자 순간적으로 돌파해서 레이업 올리는 동작을 많이 연습했어요. 또 하체가 좋아야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하체 운동도 많이 하고, 그 다음에 상체를 운동했어요.”
“박상오 코치님은 항상 바른 길로 가게 지도해 주셨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대학농구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은 이재현은 스피드와 농구 센스에 ‘2.5등급’을 적었다. 소수점 등급을 적은 선수는 이재현이 처음이다. 등급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스피드는 엄청 빠른 건 아닌데, 그렇다고 느리지는 않아요. 그 사이 중간이라서 그렇게 적었어요. 농구 센스는 상황마다 달라지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가드처럼 패스를 찔러줘서 어시스트를 하는 센스 같은 건 부족한 것 같고, 두 명의 수비 사이 공간을 보고 뚫어내는 능력이나,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상하고 리바운드에 들어가는 능력은 자신 있어요."
고승진 감독은 이재현이 부족하다고 느낀 패스 부분에서도 성장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재현이 갖고 있는 장점인 돌파가 막혔을 때, 다른 옵션을 열어주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격은 2등급을 적었다. 장점인 돌파가 기반이 된 거냐고 묻자 이재현은 다른 부분을 이유로 들었다. 포스트업이다.
“돌파도 물론 있는데, 저랑 비슷한 피지컬을 가진 선수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칠 줄 알아서 그 점에서 상대를 끌어당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있어요.
비교적 낮은 점수를 매긴 건 수비와 외곽슛이다. 상명대에서는 박인섭과 송정우, 윤용준이 많은 시도를 가져가며 팀의 외곽을 책임지고 있다. 이재현에게는 시도 자체가 많지 않을 환경이지만, 그는 먼 미래에는 슈팅도 장착한 선수를 꿈꾼다.
“개인 수비, 존 수비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헬프 타이밍 같은 게 미숙해요. 아직 수비에서 위협적인 선수는 아닌 것 같아요. 3점슛은 잘 던지는 형들이 많아서 시도가 적어요. 저는 돌파가 좋은 선수인데, 슈팅까지 장착하면 더 막기 어려운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연습은 계속 하고 있어요.”

이재현은 2026 U-리그에서 평균 21분 7초를 소화하고 있다. 그에게 걸린 기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수치로 드러나는 출전시간 외에도, 고승진 감독은 엄격하게 혼을 내기도 하며 이재현을 키우고 있다. 이재현은 대학무대의 벽에 주저앉은 적도 있었으나 전반기 내내 부딪히며 뚫어낼 방법을 찾아냈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노력이다.
“대학교 무대에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벽을 느낀 적도 많았죠. 리그 초반에는 그 벽을 뚫기 어려울 것 같아서 힘들었는데, 전반기를 끝내고 나서는 뚫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힘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빈틈을 찾는 플레이를 많이 하면서 고등학교 때와 성향을 바꿔보고 있어요. 여우같이 플레이하는 거죠. 물론 기본적으로 리바운드는 꾸준하게 들어가야 해요.”
이재현이 자신의 이름을 U-리그에 알렸던 경기는 5월 1일 건국대전이다. 29점 13리바운드, ‘신입생 치고’가 아닌 객관적으로 뛰어난 활약이다. 모두가 인생 경기라고 입을 모았지만, 이재현은 단호하게 답했다.
“저는 더 잘할 수 있어요. 아직 1학년인데도 잘했다는 말을 하시는데, 대학 생활은 3년이나 더 남았잖아요. 그 안에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어요. 그 경기는 결국 팀이 졌잖아요. 마지막에 실수를 많이 해서 제 잘못도 커요. 그 부분을 보완해야 만족할 거 같아요.”
“명지대전은 경기 내내 크게 이기지 못하고 긴장감 있게 흘러갔는데, 마지막에 2점차로 짜릿하게 이겼어요. 아직도 심장이 뛰는 것 같아요.”

이재현은 좋아하는 다른 경기가 있다며 6월 26일 명지대와의 경기를 언급했다. 그는 맹활약했지만 패배한 경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팀이 이긴 경기를 기쁜 기억에 담으며 승리를 위한 열망을 쌓아갔다.
“제 이름을 말하면 모두가 아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신입생들 중에서는 기회를 많이 받는 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증명하고 싶습니다."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인터뷰를 진행한 이재현에게서 각오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29점 13리바운드는 인생 경기가 아닌, 1학년이라는 첫 페이지에 적힌 기록일 뿐이다. 이재현이 앞으로 채워나갈 무궁무진한 빈 페이지에, 그의 바람대로 그보다 더 빛나는 내용이 적힐 것이다.
#사진_점프볼DB, 이재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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