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손대범] 마치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을 찾는 사람들처럼, 7월 열린 FIBA 월드컵 대륙별 예선에도 NBA 리거들이 조국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총 3차로 치러지는 월드컵 예선은 NBA 시즌과 일정이 겹치는 탓에 1~2차는 대부분 NBA 선수 없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비시즌이 시작된 7월 윈도우-3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각국 NBA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며 대회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번 윈도우-3에는 NBA MVP 출신인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와 니콜라 요키치를 비롯해 각국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출전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시즌 맞아 총출동한 캐나다
FIBA 랭킹 5위의 캐나다는 오랫동안 농구변방이었지만 2020년대 들어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올리고 있다. 2019년 농구월드컵만 해도 전체 21위에 머물렀지만, 2023년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메달(3위)을 획득했고, 최근 열린 FIBA 아메리컵에서도 연속해서 4강에 진입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8강에 진출했으나, 빅터 웸반야마의 프랑스를 만나 73-82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캐나다의 성장에는 MVP 셰이 길저스-알렉산더가 중심이 된 NBA 리거들의 대거 합류가 원동력이 됐다. 2025-2026시즌 기준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NBA 선수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캐나다였다. 무려 23명의 선수가 로스터에 등록됐다.
이번 아메리카 예선 윈도우-3에는 셰이 길저스-알렉산더(OKC 썬더)를 포함해 앤드류 넴하드(인디애나 페이서스), 니킬 알렉산더-워커(애틀랜타 호크스), 라이언 넴하드(댈러스 매버릭스), 키숀 조지(워싱턴 위저즈), 레너드 밀러(시카고 불스), 딜론 브룩스(피닉스 선즈) 등이 출전했다.
푸에르토리코와의 첫 경기는 26득점을 올린 SGA, 23득점을 기록한 앤드류 넴하드를 앞세워 110-84로 수월하게 승리했다. SGA와 주전으로 나란히 나선 브룩스도 15점을 보탰다. 특히 SGA의 플레이는 여유가 넘쳤다. 26분 44초만을 뛰고도 20득점을 넘길 정도로 수비가 당해내지 못했다. 자유투도 8개 얻어냈다. 캐나다의 고디 허버트 감독은 "SGA는 캐나다 농구의 보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나다는 B조에서 전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을 예약해뒀다.
캐나다에게 호되게 당한 푸에르토리코도 엔리케 프리먼(미네소타 팀버울브스)과 이선 탐슨(인디애나 페이서스)이 출격했지만 2라운드 진출은 실패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FIBA 대회 예선에는 좀처럼 NBA 리거를 내보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방향을 바꾼 듯 했다.

인디애나의 빅맨 제이 허프가 비시즌을 맞아 대표팀에 합류했다. 허프는 2023년에도 월드컵 예선전에 출전한 바 있는데, 이번 윈도우-3에도 나서서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12득점 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블록슛도 4개를 보탰다. 사실 초반만 해도 손발이 맞지 않아 고전도 했다. 매치업 헌팅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를 원 포제션으로 만드는 중요한 3점슛을 넣으며 82-81 역전승의 중심에 섰다. 이 승리로 미국은 지난 윈도우-2의 패배(79-87)를 설욕했다. 미국은 A조1위를 확정지었다.
아메리카 대륙 C조 선두 브라질도 전승 행진을 달렸다. 윈도우-3에서는 전직 NBA 리거 브루노 카보클로(208cm)가 선전했다. 2014년 드래프트 20순위로 토론토 랩터스에 지명됐던 그는 2021년까지 NBA에서 뛰었으나 그 뒤로는 독일, 세르비아, 이스라엘 리그 등을 전전했다. 카보클로는 베네수엘라 전에서 22득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떠오르는 팀 바하마
바하마는 최근 NBA 선수들이 꾸준히 가세하면서 전력이 강해지고 있다. 애초 FIBA '농구 지도'에 존재감이 없던 바하마였지만 디안드레 에이튼(LA 레이커스), 버디 힐드(애틀랜타 호크스), 에릭 고든(전 필라델피아 76ERS), 카이 존스(전 댈러스 매버릭스) 등이 가세하면서 전력이 강해졌다. 2025년 FIBA 아메리컵에서는 11위를 기록했는데, 순위를 떠나 대회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윈도우-3에서는 바하마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NBA 특급 유망주 VJ 엣지컴 덕분이었다. 2025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엣지컴은 지난 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만 해도 FIBA 농구에 적응하지 못해 파울트러블에 걸리곤 했지만 윈도우-3 자메이카 전에서는 26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로 활약했다. 3점슛 6개를 꽂는가 하면,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덩크를 꽂기도 했다.
바하마는 자메이카를 123-74로 대파했다. 윈도우-3에서는 버디 힐드가 18득점, 카이 존스가 12득점을 보탰다.
그러나 바하마가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진과 일정 때문이다. 만일 바하마가 2라운드에 나선다면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강팀과 한조가 된다. 현역 NBA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2라운드 일정 일부는 NBA와 겹치기 때문에 엣지컴과 같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심상치 않은 전력을 보였던 남수단은 NBA 리거 대신 NCAA 유학생들이 많이 나섰다. 남수단은 카만 말루아치(피닉스 선즈), 웨인 게브리엘(전 LA 레이커스, 클리퍼스), 볼 볼(전 피닉스 선즈) 등 장신 유망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남수단 유망주들은 일찌감치 미국, 유럽 등으로 유학을 가서 더 큰 무대를 준비한다. 미어 파노암(179cm)은 텍사스 알링턴 대학 재학 중인 포인트가드이고, 쿠올 아탁(209cm)은 버지니아 공대 재학 중인 2006년생 기대주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윈도우-3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대표팀 부름에 응답한 유러피언 NBA 선수들
유럽 출신 NBA 선수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스타급 선수 모두가 윈도우-3에 출전한 건 아니지만, 이름값있는 스타들이 제법 참가해 비시즌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덴버 너게츠의 슈퍼스타,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다. 파리올림픽, 유로바스켓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요키치는 스위스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 30분 동안 22득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터라 서로 어색한 면도 보였던 경기 초반이었지만, 요키치는 요키치였다. 동료들의 움직임을 끌어내며 여유있는 대승(97-73)을 주도했다. 마이애미의 니콜라 요비치(208cm)도 28분 동안 22득점 5어시스트를 보탰다. 요비치도 월드컵 예선 참가는 윈도우-3가 처음이었다.
보스턴 셀틱스의 루카 가르자(205cm)도 비시즌을 맞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의 국적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윈도우-3 투르키예 전에서는 23분 간 27득점 8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가르자가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건 2023년 올림픽 예선 토너먼트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12.4득점 7.0리바운드) 그러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75-82로 튀르키예에 패했다. 다만, 이들이 속한 C조에서는 스위스가 동네북(전패)이 된 터라 2라운드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이긴 튀르키예는 이번 윈도우-3에서 가장 많은 NBA 선수들이 뛴 유럽 팀이었다. 휴스턴 로케츠의 알파렌 센군이 23분 동안 14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선전했고, 우뎀 보나(필라델피아, 6득점)도 활약했다. 지금은 그리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체디 오스만도 15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지난 시즌 인디애나 페이서스로 트레이드된 빅맨, 이비차 주바치가 월드컵 예선 첫 경기를 가졌다. 사이프러스 전에서 그는 18분 간 24득점 11리바운드 4블록으로 이름값을 했다. 크로아티아는 사이프러스를 123-50으로 완파했다. 크로아티아는 E조 1위로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핀란드의 슈퍼스타 라우리 마카넨(유타 재즈)도 윈도우-3에서 홈팬들에게 인사했다. 헝가리를 맞아 29분 간 23득점을 기록했다. 3점슛도 2개를 넣었다. 홈에서 전승 중인 핀란드는 헝가리에 85-77로 승리하며 2라운드 진출을 결정지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은 NBA 선수들을 배출한 프랑스도 윈도우-3에서는 화려한 로스터를 자랑했다. 비록 빅터 웸반야마는 나서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월드컵 예선 3연승을 달리며 2라운드를 결정지었다.
루디 고베어(미네소타)를 필두로 게르숑 야부셀레(시카고 불스), 자카리 리사셰(애틀랜타 호크스), 비랄 쿨리발리(워싱턴 위저즈) 등 베테랑과 신예들이 고루 나섰다. 고베어는 8득점 11리바운드 2블록으로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리사셰와 쿨리발리도 22득점을 합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막심 레노(새크라멘토 킹스)다. 213cm의 레노는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의 몇 안되는 희망 중 하나로 떠올랐다. 웸반야마와 어린 시절 같이 농구를 배웠던 레노는 이번 윈도우-3 벨기에 전에서 16분 간 10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A조의 조지아는 고가 비타제(올랜도 매직)가 대표팀의 부름에 응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에서는 8득점 11리바운드, 스페인 전에서는 4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999년생인 비타제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꾸준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선수로 지난 2025년 유로바스켓에서는 조지아를 8강까지 이끌기도 했다.
독일은 데니스 슈로더(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출전해 또 한번 승리의 주역이 됐다. 28분 간 20득점 9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했다. 독일은 이스라엘을 92-86으로 제압했다. 독일은 크로아티아와 함께 E조 선두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 진출이 결정된 리투아니아도 '국대 단골'들이 나섰다. 시카고 불스의 얼굴 마타스 부젤리스는 잉글랜드 전(105-85 승)에서 12득점, 이탈리아 전(84-87)에서 6득점을 기록했다. 196cm 장신 가드 카스파라스 야쿠시오니스, 노장 요나스 발렌츄나스도 출전했다. 특히 발렌츄나스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26분 동안 20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5블록의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 덴버 너게츠에서 뛴 발렌츄나스는 현재 LA 레이커스를 비롯한 몇몇 NBA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스웨덴의 신예 펠레 라르손(마이애미 히트)도 홈에서 열린 체코 전에 출전해 87-76 승리를 주도했다. 29분 동안 19득점 2어시스트 2리바운드로 활약한 라르손은 2024년 드래프트 44순위 지명 선수로 마이애미에서의 3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외 스비 미하일루크(유타 재즈 / 우크라이나)는 덴마크 전 대승(99-69)을 도왔다. 우크라이나는 2라운드 진출이 결정되었는데, 윈도우-3 두 경기 평균이 무려 29.0득점 4.5리바운드 4.5어시스트였다. 3점슛도 22개 던져 11개나 넣었다. 휴고 곤잘레스(보스턴 셀틱스 / 스페인)도 덴마크 전에서 16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양한센(중국)이 유일했다. 양한센은 지난 시즌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에 데뷔한 2005년생 기대주다. 7월 3일 가진 일본 전에서는 9득점 7리바운드로 기록은 잘 뽑아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6일 차이니스 타이베이 전에서는 17분 동안 10득점 4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승리를 도왔다. 윈도우-3 첫 경기보다는 몸놀림도 가벼웠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만약 이번 대회가 단 2경기가 아닌, 한 장소에서 쭉 열리는 대회였다면 아마 3~4번째 경기 정도부터는 양한센의 존재감이 더 잘 드러났을 것 같다.
KBL 출신 외국선수들

창원 LG의 캡틴, 아셈 마레이(이집트)는 대표팀 일정을 늘 빼놓지 않고 소화하는 선수다. 윈도우-1부터 윈도우-3까지 빠짐없이 참여했다. 이번 윈도우-3에서는 앙골라 전 31분(8득점 9리바운드), 우간다 전 22분(6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을 소화했다. 이집트는 두 경기 모두 승리했다. 아프리카 D조에서의 순위는 3위다.
마레이와 LG에서 함께 뛴 마이클 에릭(나이지리아)은 윈도우-3의 르완다 전에 출전했다. 출전시간은 8분에 그쳤지만 4득점 4리바운드로 짧고 굵은 임팩트를 남겼다. 나이지리아는 르완다에 106-62로 대승을 거두었다. 나이지리아는 현재 C조 3위로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되었다.
KCC 드완 에르난데스도 2023년 월드컵 예선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경기를 소화하지는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필리핀에서는 KBL에서 활약 중인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두드러졌다. SK에서 뛰었던 후안 고메즈 딜리아노는 뉴질랜드 전에서 인생경기를 펼쳤다. 21분 간 23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승부처마다 3점슛을 터트리며 팀을 이끌었다. 필리핀은 연장까지 쫓아가며 뉴질랜드를 괴롭혔지만 102-106으로 패했다. 케빈 켐바오(소노)와 칼 타마요(LG)도 눈부셨다. 켐바오는 윈도우-1부터 윈도우-3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9.2득점 1.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뉴질랜드 전에서는 무려 23득점을 올렸는데 특유의 플로터가 빛났던 경기였다. 타마요도 2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호주, 뉴질랜드와 한 조인 필리핀은 2승 4패에 그쳤지만 괌이 6전 전패를 기록함에 따라 조 3위로 2라운드에 오르게 됐다. 2라운드는 이란, 요르단, 시리아와 맞붙을 예정인데, 8월에 열릴 윈도우-4는 안전 문제로 2라운드에 오른 6개국이 모두 필리핀 파사이에 모여 경기를 치른다.
사진출처=FIBA, 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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