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르브론 제임스의 절친 노트

김윤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3-06 16:14: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NBA에서 친구 관계를 하나 둘 짚어가다 보면,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 르브론 제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르브론 제임스의 리그 위상만큼이나 NBA 안의 네트워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임스와 친하지 않거나 사이가 나쁜 선수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의 인맥 네트워크를 들여다보자.



커리어를 함께 한 바나나 보트 크루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써니, 크리스 폴은 현재 NBA를 대표하는 절친 그룹이다. 2015년 여름에 바하마 섬에서 같이 바나나 보트를 타며 휴가를 보내면서 ‘바나나 보트 크루’라는 별명이 생겼다. 네 사람은 NBA 데뷔시기도 비슷하고 나이 대도 비슷해서, 데뷔 후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지난 2016년 ESPY 어워드에서도 같이 무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네 사람은 2008년에 나란히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르브론 제임스가 별도의 에이전시 그룹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한때는 같은 에이전시에 소속된 적도 있었다. 제임스와 웨이드가 함께 마이애미 히트에서 뛰고, 크리스 폴과 카멜로 앤써니가 잠시 휴스턴 로케츠에서 같이 뛴 기간을 제외하면 소속팀이 겹친 적은 없다. 그러나 네 사람이 따로 다니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르브론 제임스와 가장 각별한 친구는 단연 카멜로 앤써니가 될 것이다. 무려 18년 전에 고교 시절에 제임스의 모교인 세인트 빈센트-세인트 메리 고교와 앤써니의 오크 힐 아카데미가 맞붙었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선수는 2003년 NBA 드래프트를 나란히 달궜던 유망주였고, 이후에도 나란히 슈퍼스타의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의 맞대결 자체가 정규 시즌의 이슈가 되었을 정도로 둘의 관계는 특별하다.

드웨인 웨이드와 크리스 폴은 2006년에 나란히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급격히 친해진 관계다. 웨이드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같은 마이애미 히트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NBA 최고의 콤비로 거듭난 바 있다. 두 사람의 속공 자체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정도로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크리스 폴과는 2006년부터 친해진 이후 사석에서 자주 만났으며, NBA 선수협회에서 나란히 간부로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친구와 일을 같이 한 셈이다.

웨이드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인 브루클린 네츠 원정 경기에도 제임스, 앤써니, 폴이 나란히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면서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줬다. 웨이드는 은퇴했고 제임스, 앤써니, 폴 모두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은퇴 후에도 바나나 보트 크루의 우정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팀이 달라도 친분은 쌓인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1월 14일에 LA 레이커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는 레이커스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순간은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제임스가 클리블랜드 시절에 같이 뛰었던 케빈 러브, 트리스탄 탐슨과 핸드쉐이크를 나눈 후에 진하게 포옹한 것이다. 그가 클리블랜드를 떠난 지 1년이 넘었지만, 러브와 탐슨은 여전히 제임스와 함께 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고, 제임스를 반가워했다. 제임스와 러브는 그 이후에 와인 바에서 따로 만났다고 전해진다.

제임스의 특징 중 하나는, 선수들과 친분을 유지할 때 팀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전 소속팀에 있었던 선수들과도 계속 친분을 유지한다. 마이애미, 클리블랜드 시절에 뛰었던 선수들은 지금까지도 제임스의 친구들이다. 일례로 지난 2017년 여름에 카이리 어빙이 클리블랜드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하자마자 2017-2018시즌 개막전에 클리블랜드와 만났다. 경기는 제임스의 클리블랜드가 이겼지만, 경기 직후에 제임스와 어빙이 서로를 안아준 장면이 이날의 명장면이었다. 여전한 친분을 입증한 셈이다.

심지어 자신의 상대팀 소속으로 오랫동안 맞붙었던 선수들과도 친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먼드 그린이다. 그린은 미시간 주립 대학에 다닐 때부터 공공연하게 스스로를 ‘제임스의 안티’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제임스와 NBA 파이널에서 격돌할 때도 제임스를 가장 많이 도발한 선수는 단연 그린이었다. 심지어 워리어스의 파이널 우승 퍼레이드 때도 제임스를 디스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랬던 그린이 요즘 코트 위에서 가장 반기는 선수 중 한 명이 제임스다. 두 사람이 같이 얘기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도 여러 번 잡혔다. 이쯤 되면, 그린이 알고 보면 제임스의 지능형 팬이라는 농담을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수준이다. 과거 골든 스테이트 왕조의 일원 중에서 제임스와 친분이 두터운 선수를 꼽으라면 케빈 듀란트, 그리고 그린이다. 심지어 그린은 지금 제임스와 같은 에이전트를 두고 있을 정도다.

과거 NBA를 보면, 상대 팀 선수와는 말도 안 섞거나 의도적으로 먼저 싸움을 거는 장면이 빈번히 나왔다. 같은 팀에 있던 선수라도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NBA에서 그런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 그룹의 동업자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그러한 동업자 의식을 가장 충실히 표현하고 있으며, 그 동업자의 범위에는 자신의 라이벌들도 포함되어 있다.



유년기부터 함께 한 ‘앙투라지’ LRMR

사실 제임스의 농구 선수로서의 삶을 얘기할 때, 절대 놓쳐서는 안될 관계가 있다. 바로 제임스와 일생을 함께 한 그룹인 ‘LRMR’이다. 국내 팬들에게 의외로 잘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제임스의 행보를 파악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조직이다. 농구계 내외에서 제임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을 주도하는 브랜드라고 보면 되며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제임스의 유년기부터 함께 한 사람들이다.

LRMR은 르브론 제임스, 랜디 밈스, 매버릭 카터, 리치 폴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밈스, 카터는 제임스와 고향 애크론에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동네 형들이며 폴은 클리블랜드에서 스포츠 저지 장사를 하다가 제임스와 친해졌다. 그리고 제임스가 NBA에 데뷔한 순간부터 그와 함께 일을 해 오고 있다.

랜디 밈스는 제임스의 소속팀 내부에서 그를 서포트 하는 역할을 한다. 2014~2018년에는 클리브랜드 캐벌리어스에,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LA 레이커스에서 정식 고용되어 공식 직함도 갖고 있다. 밈스의 공식 직함은 ‘Executive Administrator of Player Programs’ 인데 농구단 매니저같은 개념이다. 선수의 개인 스태프가 선수의 소속팀에 고용된 사례는 흔치 않은데, 그 정도로 밈스가 제임스 사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매버릭 카터는 2006년부터 제임스의 에이전트 업무를 지원했으며, 지금은 제임스의 농구 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유튜브로 운영 중인 방송 채널 Uninterupted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팟캐스트, 인터뷰,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여 방송하는데 이 방송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카터이다. 이 외에도 제임스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각종 사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치 폴은 현재 제임스의 에이전트이다. 제임스가 에이전시 그룹 CAA로 소속을 옮겼을 때, CAA의 리온 로즈 밑에서 에이전트 실무를 배웠다. 이후 리온 로즈에게서 독립하여 클러치 스포츠 그룹이라는 에이전시 회사를 설립했고, 제임스도 클러치 스포츠 그룹으로 소속을 옮겼다. 클러치 스포츠 그룹은 현재 제임스 외에도 앤써니 데이비스, 벤 시몬스, 존 월, 유서프 너키치 등의 선수들이 다수 속해 있으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에이전시 회사로 성장했다.

혹자들은 LRMR이 제임스의 이름으로 농구계 곳곳에 영향을 행사하는 조직이라며 NBA의 ‘앙투라지’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선수가 개인 사업체를 조직하고, 농구계 곳곳에 관여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선수의 이름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커리어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행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제임스의 LRMR은 업계에서 보기 힘든 특수한 조직이다. 이는 제임스의 유년기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그와 운명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LBJ의 인적 네트워크와 야망

제임스는 이전부터 본인의 꿈을 ‘Billionaire’, 즉 억만장자라는 점을 공연히 드러낸 바 있다. 특히 미국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억만장자인 경우가 없는데, 제임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의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는 농구 외에 다른 사업 계획이 딱히 없는 다른 NBA 선수들과 달리 자신의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제임스의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는 이러한 그의 성향과 관계가 있다. 그는 선수들의 권리를 위해 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투자 사업에도 발을 들여오며 PR을 멈추지 않았다. 영화 <스페이스 잼2> 제작을 위해 여러 NBA 선수들을 섭외하는 것도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자신의 친구들이 본인의 사업 동반자가 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제임스의 절친노트, 그것은 그의 야심을 위한 평생 자산이다.

#사진_AP/연합뉴스, 나이키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