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홍성한 기자]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홀린 슈터가 등장했다. 창원 LG 유기상(24, 188cm)의 이름이 이번 여름을 연일 뜨겁게 했다. 영문 이름 YOO KI-SANG 가운데 유키는 일본어로 ‘눈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별명, 우리는 그렇게 유기상을 ‘눈꽃슈터’라 부른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8월 29일 진행됐습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우승 직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다(웃음). 아픈 곳도 있었기 때문에 치료도 받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들이랑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이후에는 BCL(바스켓볼 챔피언스리그)에 아시아컵까지 치르고 팀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을 잠깐 돌아본다면?
첫 시즌을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마무리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당시에는 충분히 챔피언결정전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까 마음만 앞섰던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시즌은 달랐다. 마인드나 농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더 진지하게 임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부모님을 언급했다.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다.
프로 처음 왔을 때 꿈이 챔피언 반지를 끼는 거였다.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가족석이 골대 바로 뒤다. 경기 중에 안보일 수가 없는 구도였다. 그래서 자유투 쏠 때면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부모님은 긴장을 너무 많이 하셔서 내가 자유투 쏘는 걸 잘 못 보신다. 그런 걸 볼 때면 자유투를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막상 끝나니까 부모님이 가장 먼저, 많이 생각났던 것 같다.
아버지(유영동)와 어머니(박영아) 모두 소프트테니스 전설, 또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엄격한 집안은 아니었다. 그 대신 예의나 정직함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셨다. 커 가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운동선수 출신이시다 보니 친근한 이미지시다. 그리고 운동 선배로서 여러 조언을 들으면서 자랐던 것 같다.
요즘은 어떤 조언을 해주시는지?
조언보다는 걱정이 많으시다(웃음). 쉬지 않고 하다 보니까 다칠 우려가 있지 않는지 부상 걱정을 해주신다. 그리고 이제는 알아서 잘하라고 믿음을 주신다. 조언, 잔소리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시는 편이다.
데뷔 2년 만에 올스타 1위를 맛봤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웃음). 사실 순위를 보는데 금방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격차가 벌어졌다. 팬들이 경기 끝나고 항상 투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씀 해주시는데 감사했다. 그만큼 코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바로 다쳐버려서 너무 아쉬웠다. 다친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내가 팀에 더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다행히 좋은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년 차 선수가 올스타 1위에 오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비결은?
일단 우리 LG 팬들의 힘인 것 같다. 내가 외모도 그렇고 농구도 특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코트 안에서 조금 더 성실하게 뛰고 이기기 위해 진심으로 뛰는 모습을 팬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FIBA(국제농구연맹)도 주목한 남자, 유기상
유기상의 여름이 뜨거웠다.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펼쳐진 2025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에서 5경기 출전, 평균 26분 1초를 뛰고 14.0점 2.0리바운드 2.0어시스트 1.6스틸로 맹활약했다. 장기인 3점슛은 경기당 무려 3.6개, 성공률도 48.6%에 달했다. 특히 A조 2위 결정전으로 꼽혔던 레바논과 경기에서 시도한 12개의 3점슛 중 8개를 성공시키며 28점을 몰아쳤다. 이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죽음의 조라고 평가받은 A조(호주, 레바논, 카타르)에서 2위를 기록하며 8강 결정전으로 향할 수 있었다.
FIBA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유기상의 활약상을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유기상은 가장 빛난 선수 가운데 1명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연달아 3점슛을 터트리며 한국이 레바논에게서 달아나는 데 힘을 보탰다”라고 소개했다.
국가대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평가전 전부터 (이)현중이 형, 미국에 있는 (여)준석이까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팀이 세대교체 과정이었는데 아직 증명한 게 없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모든 선수가 그랬다. 그래서 평가전부터 잘 준비해서 해봐야겠다고 했다. (김)종규 형, (이)승현이 형을 축으로 원 팀이 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시아컵 가서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카타르(2차전·3점슛 7/12), 레바논(3차전·3점슛 8/12) 전에서 무려 15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컨디션이 좀 달랐는지?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도착해서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먹는 부분도 힘들어 라면을 많이 끓여 먹었었다. 다행히 근처에 한식당이 몇 군데 있어 거기서 배달을 시켜 먹었다. 하루에 한 끼 정도는 한식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이후로 먹는 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 이야기를 하자면 카타르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평가전을 경험한 걸 토대로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해 자신감이 있었다. 레바논 역시 BCL에서 만난 선수들이 많았다. 이런 부분들이 나한테 좀 편하게 다가온 것 같다. 또 자신있게 하려고 한 것도 유효했다.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여정이 끝났다. 중국전은 어떻게 느껴졌나?
일단 우리보다 신장이 큰데 볼도 잘 만지고 잘 달린다. 상대하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개개인의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밀렸다.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컵은 끝났지만, 한국 농구가 끝난 건 아니다. 이 패배를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시아컵은 어떤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 같나?
어렸을 때부터 국제대회 경험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많이 경험해 보고 싶었다. 걱정 가득한 상태로 뛰었는데 역시 KBL과 다른 점이 많더라. 3점슛을 쏘는데 림이 잠깐 보인 후 바로 선수 손이 보인다. 내 시야가 없는 곳에서 블록슛이 들어온다. 이 환경이 1차전(호주)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뛰다 보니까 천천히 적응됐다. 이런 경험들이 KBL에 왔을 때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 같다.
대표팀은 언제나 부담 가득한 자리다. 평가전 4연승으로 팬들의 기대치가 특히 커졌다. 이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려고 했었는지도 궁금하다.
선수라면 부담감을 당연히 느껴야 한다. 이 부담감을 어떻게 책임감으로 돌릴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자리에서 뛰는 건 나중에 안 올 수도 있는 기회니까 후회하지 말고, 바보같이 행동하지 말고, 자신있게 자랑스럽게 뛰고 오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했다. 이런 생각으로 뛰다 보니까 부담감은 사라지고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중국전 끝나고 이현중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보면서 어떤 감정이 느껴졌는지?
현중이 형이 그만큼 진심으로 했다. 모든 선수가 비슷한 감정이었다.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 멘탈도 나갔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났다. 이 감정은 모두가 공유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 감정을 잊지 않고 성장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됐으면 한다.
지난해 일본과 치른 평가전 맹활약으로 ‘눈꽃슈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별명이 계속 언급됐는데 기분이 어땠는지?
일단 감사하다(웃음). 역대 레전드 슈터 선배님들을 보면 다 별명이 있지 않나. 무슨 슈터, 무슨 슈터, 아직 그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런 별명이 생겨 영광이다. 앞으로 내 별명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몫인 것 같다.
소속팀 이야기로 돌아와 이번 오프시즌 쉬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몸 상태는 어떤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쉴 새 없이 하다 보니까 오히려 몸이 처지는 과도기를 지난 것 같고 몸이 전체적으로 좀 약해졌다? 는 생각도 스스로 들었다. 움직임 하나 할 때마다 살짝 불안한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갔다 와서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 시즌 때는 정상 컨디션으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리핏, 쉽지 않은 도전임을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게 힘들다고 배웠다. 리핏에 도전하는 입장이 됐는데 사실 지난 시즌에 우승만 보고 달려온 건 아니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어떻게 됐든 선수들과 이겨내면서 성장했고 잘 모였다. 운도 따랐다. 그렇기에 당장 리핏을 위해서 하기보다는 힘든 순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 시즌 이러한 경험이 모이고 있다. 본인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질 것 같은데?
도움이 많이 된다. 당장 수치나 이런 걸로 안 보일 수 있겠지만, 내가 농구를 대하는 태도,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이걸 조금씩 녹여서 팀에 도움 될 수 있게 잘해야 할 것 같다.
3점슛 외 장착하고 싶은 플레이도 많을 것 같다.
다 잘하고 싶다(웃음). 기존에 가지고 있는 내 장점을 유지하면서 볼 핸들링, 포인트가드를 도울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싶다. 연습도 하고 있다. 당장 성장하면 좋겠지만, 우선 팀이 이기는 게 먼저다. 감독님이 주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올 시즌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에도 나간다. 기대감이 있을 것 같은데?
챔피언결정전을 뛴 선수들만 경험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다. 이번 아시아컵을 치르며 국제대회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다. 시즌과 병행하기에 힘들겠지만, 매번 오는 기회가 아니니 집중해서 할 것이다.
시즌을 치르며 다짐하는 좌우명이 있다면?
항상 같은 생각이다. 그냥 후회하지 말자, 이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자. 농구 평생 할 수 있는 거 아닌데 이렇게 많은 관심 받으며 뛸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다는 생각도 한다.
동갑인 칼 타마요, 양준석과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많이 한다. 농구 이야기도 많이 하고 외적인 이야기도 많다. 타마요가 성격이 너무 좋다. 국내선수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 많이 하는 덕분에 같이 밥도 먹고 우리 문화도 많이 알려주고 있다.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은?
다른 선수들보다 빡빡하게 있는 편은 아닌 것 같다(웃음). 경기 당일에 하는 루틴이 조금 있다. 항상 같은 타이즈를 신고 바나나 먹는 개수, 에너지 젤리 먹는 개수도 잘 맞추려고 한다. 먹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걸 하나하나 신경 쓰면 예민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유연하게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간절하다 보면 뭐라도 찾게 되기 때문에 하나씩 생겼다.
바나나 개수는 몇 개인지 설명도 가능한지(웃음)?
가능하다(웃음). 경기 전에 먼저 나가 슈팅 연습하고 들어와서 팀 미팅 때 하나를 먹는다. 전반전 끝나고 들어와서 하나 더 먹는다. 4쿼터쯤 될 때 느껴지는 기분이 있다. 배고픈 건 아닌 데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때 바나나 하나를 더 먹는다. 트레이너 형들이 이 시간에 맞춰서 다 준비해 준다. 너무 잘 챙겨주시는 덕분에 이제 없으면 불안한 정도가 돼버렸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집돌이라고 들었다.
잠을 좋아해 쉬는 날이면 늦게까지 잔다(웃음). 자고 일어나면 근처 괜찮은 음식점으로 혼자 밥 먹으러 간다. 다시 집으로 오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도 하고 다시 잠들기도 하고 가끔은 책도 읽는다. 사람 많은 곳 돌아다니면 기 빨리는 편이다. 주로 혼자만의 휴식을 취한다.
집에 있으면 요리도 해서 먹는지?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서 요리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유튜브 보고 요리를 배우면 배우겠는데 지금은 따로 하진 않는다. 집을 지금보다 조금 더 큰 데로 가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다. 가게 된다면 혼자 해 먹어도 봐야 할 것 같다. 농구 외적으로도 나를 키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웃음).
지난해 운전면허를 땄는데, 실력은 많이 늘었는지도 궁금한데?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어 진천으로 갈 때 처음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봤다(웃음). 또 이번에 쉴 때 처음으로 서울에 차를 가지고 갔다. 운전을 빨리 익히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해봤는데 이제 혼자 노래 들으면서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워준 선수도 있는지?
이번에 상무에 합격한 (이)강현이나 (양)준석이도 태워서 한 번씩 갈 때가 있다. 그런데 보통 선수들이 버스 타고 가는 걸 선호한다(웃음). 나도 웬만하면 혼자 타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다. 누가 옆에 있으면 괜히 불안하고 그런 게 있다. 운전 실력이 더 좋아진 후에 많이 태우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인터뷰가 끝을 향한다. 신인상도 받았고, 올스타 1위도 해봤다. 도전해 보고 싶은 상이 있다면?
몇 개 있다. 그것만 바라보고 농구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최우수 수비상을 받아 보고 싶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슈터들은 수비를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걸 깨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베스트5, MVP도 다 받아 보고 싶다. 그런데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난 단계별로 가는 걸 좋아한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이룰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포부도 궁금하다.
지난 시즌을 이어서 하는 기분이다. 새 시즌 팀에 변화도 있다. 잘 준비도 해야겠지만 우선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초심 찾아서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열심히 잘 해보겠다.
마지막은 평범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이다. LG 팬들에게 메시지 남겨준다면?
2년 동안 많은 사랑 받으면서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에 LG 농구가 발전됐다는 걸 실감했다. 거기에 맞춰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즌도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을 텐데 변함없이 응원 해주시면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테니 경기장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사진_문복주 기자,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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