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홍성한 기자] “팬들이 ‘살림꾼’이라고 불러주셨는데, 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은퇴를 고민했던 선수인데, 내가 잡았죠(웃음).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던 선수였습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은퇴하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4월 30일 만난 용인 삼성생명 임근배 단장은 그의 이야기에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까지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베테랑 김단비를 더 이상 코트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프로 인생의 출발선은 다른 선수들과 조금 달랐다. 드래프트가 아닌 수련선수 출신이었다. 수련선수란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지명받지 못한 선수를 구단이 별도로 선발해 육성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연습생 신분이다.(현재는 드래프트 중심 체제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그렇게 2011년, 아산 우리은행에서 김단비의 커리어가 시작됐다.
김단비는 점프볼과의 통화에서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웃음). 이후 대학교에 가서 연습경기를 뛰었는데, 그때 경기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이며 당시 위성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 그래서 기회를 얻었다. 지금처럼 대학 선수들이 모두 드래프트를 거치는 구조도 아니었어서…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흔히 말하는 비주류였지만, 그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김단비는 2012~2013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우리은행의 5연패를 함께했다.
이후 부천 하나은행(3시즌)을 거쳐 2020~2021시즌 삼성생명으로 이적해 또 한 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29경기에서 평균 24분 59초를 뛰며 8.1점을 기록, 처음으로 주전 역할을 맡아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아무래도 1라운드 선수들처럼 주목받거나 기회를 많이 받는 위치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려고 했죠. 많이 뛰고, 몸 관리하고,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맞추려고요. 그런 노력들을 좋게 봐주셔서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나은행 시절에는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마음을 붙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남편도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고, 팀에서도 기회를 주셨어요. 그런 것들이 맞아떨어지면서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죠. 솔직히 말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는데, 그때마다 또 농구를 하게 되더라고요. ‘아직은 아닌가 보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만두려는 찰나에는 임근배 단장님(당시 감독)께서 저를 좋게 봐주셔서 불러주셨죠. 그곳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저에게 정말 큰 영광이었어요.”

그렇게 버티고 버텨 통산 326경기(평균 4.3점 2.8리바운드)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할 시점’이 왔다.
“고민은 정말 많았죠. 지난 시즌이 끝나고도 은퇴를 해야 하나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1년을 더 뛰었는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정리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후회나 미련은 없습니다(웃음).”
“저는 하기 싫어도 맡으면 끝까지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가도 막상 하면 100%로 하게 되고… 그런 게 반복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고요.”
‘살림꾼’. 코트 위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나온 김단비의 답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팀에서 필요한 순간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노력했던 선수라고… 팬들이 ‘살림꾼’이라고 불러주셨는데, 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많은 노력을 해봤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해 인사를 더했다.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는데도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늘 함께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응원해주시면 좋습니다.”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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