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 부산 KCC의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안양 정관장은 91-8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이날 경기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문정현이 동생 문유현을 응원하기 위해 안양을 찾았다. 하프타임에 만난 문정현은 자신의 근황부터 전했다.
“휴가를 보낸 지 2주 차 정도 됐나? 일주일 동안은 푹 쉬었고, 이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어요. 본가인 울산으로 내려가야 되는데 엄마가 ‘동생 응원은 가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왔죠(웃음). 지금 첫째 아들이 거의 (문)유현이에요. 첫째 아들 응원하러 왔습니다. 하하.”
문유현은 이날 1쿼터 정관장이 밀리던 흐름에서 투입됐다. 그리고 순식간에 6점을 몰아치며 코트의 온도를 바꿨다. 밀리던 정관장에는 필요한 에너지였다. 형 문정현도 동생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플레이오프는 가장 중요한 게 기세예요. 유현이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중립을 서야 하는 입장이라 두 팀 다 응원하고, 친한 형들이 잘했으면 좋겠어요. 동생도 잘하고 형들도 안 다치고 좋은 경기 했으면 해요.”
문정현은 문유현의 근황도 함께 전했다. 형제답게 표현은 장난스러웠다. “요즘 안 친해요(?). 예민해서 연락을 잘 안 받더라고요. 플레이오프 기간이니까 당연히 사생활을 건드리려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주려고 해요. 제가 전화하면 기 빨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전화를 안 합니다.”
그럼에도 형이자 선배인 문정현은 동생에게 필요한 말을 짧게 건넸다. 플레이오프의 무게를 먼저 경험한 선수이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이었다.
“솔직히 크게 할 말은 없어요. 지금 1패인 상황(인터뷰 기준)에서 오늘(26일) 경기도 지면 부산에 가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다 쏟아내라고 했어요. 주위에 신경 쓰지 말고, 말 잘 들으면 잘할 수 있다고 짧게 말해준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해주니까 유현이가 ‘알겠다 점(.)’ 이래요. ‘끊어’라고도 하면서, 책 봐야 된다고 했나? 책 보고 마인드 컨트롤 해야 된다고 끊으라고요. 그래서 오케이! 이러고 끊었죠.”
경기 중 문유현은 넘어지며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꽤 오래 팔꿈치를 쓸어내리며 고통스러워했지만, 형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문정현은 장난 섞인 말투로 동생을 강하게 키웠다.
“제가 그 장면을 못 봤어요. 엄마가 그걸 보고 ‘유현이 괜찮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괜찮다고 했습니다. 살짝 그렇게 액션이 좀 큰 선수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인 것 같아요(장난). 그래도 안 다쳤으면 하네요.”

뜨거운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찬 경기장은 한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문정현도 휴지로 땀을 닦으며 핑크색 부채를 쉴 새 없이 부쳤다. 손목에 모터라도 단 듯했다. 그런데 그 부채에는 문유현의 얼굴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유현이 팬분들이 저한테 부채를 가져다주셨어요. 부채는 예쁘지만 유현이가 이상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너무 유용하더라고요? 너무 더워서 부채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사심이 있어서 쓰는 건 아니고요. 그냥 더워서 쓰는 거니 오해하지 마세요.”
“아, 유현 선수를 위한 게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문정현은 곧장 손사래를 쳤다.
“오로지 유현이 팬분들을 위한 거지, 유현이를 위해서는 ‘절대’ 아닙니다. 얼굴 사진은 안 보고 있고, 부채 용도로 사용 중이에요. 1차전 때 받은 거예요. 어머니가 팬분들께 받은 부채나 달력을 늘 가방에 넣고 다니세요. 주신 건 항상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거든요.”
일화도 있었다. 부채를 들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문정현은 처음엔 “‘유유’ 문구면 되죠?”라며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문유현의 사진이 보이도록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부채를 고쳐 들었지만, 시무룩한 표정에서 형제 특유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났다.
그러나 코트 위 장면 앞에서는 숨길 수 없었다. 문유현이 앤드원을 얻어낸 순간, 기자석 근처 앞에서 한 키 큰 남성이 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문정현이었다. 동생을 놀릴 땐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동생이 해낼 땐 누구보다 먼저 반응했다.
“동생이 신인임에도 색다르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흔들리는 요인도 있을 텐데 혼자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뿌리가 단단한 만큼 주변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갈 길 갔으면 좋겠어요.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팬들에게 감사한 태도도 갖췄으면 합니다. 원래 잘하는 거지만요.”
형의 시선은 동생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문정현은 자신의 다음 시즌도 바라보고 있었다. 데뷔 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던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봄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평균 7.9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썼지만, KT는 7위로 시즌을 일찍 마쳤다.
그래서 안양의 열기는 반가우면서도 쓰렸다. 코트 밖에서 바라본 봄 농구는 문정현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됐다.
“그래서 사실 안 오려던 이유이기도 했거든요(웃픔). 플레이오프를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할 것 같아서요. 엄마가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지만, 또 오니까 심장이 뛰더라고요. 선수로서 뛰고 싶은 마음이 너무 들죠. 이번 시즌은 아쉽게 봄 농구에 가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꼭 이 열기를 KT 팬들과 함께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아쉬운 성적을 삼키고 더 독하게 마음먹은 문정현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응원해주시는 만큼 절치부심해서 감독님, 코치님, 형들, 동료들까지 함께 긴 농구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정다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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