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유명한 심판보다 무난한 심판, 불신 받지 않는 심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12일 오후 KBL 센터 지하 2층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2019~2020시즌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KBL 심판들이다. 이들은 오전에는 이론 교육을 받은 뒤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
KBL 김동광 경기본부장까지 내려와 심판들에게 시범을 보이기도 하며 함께 운동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서킷 트레이닝까지 진행하고, 금요일에는 충무아트센터 체육관에서 심판들의 5대5 농구와 함께 어린 심판들의 실전보다 더 긴장되는 교육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 더 규칙을 잘 아는 심판의 플레이를 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KBL 경기본부 홍기환 심판부장에게 심판들이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는지 듣고 싶다며 인터뷰를 할 심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추천 심판 중 익숙한 심판을 제외하자 김태환 심판이 남았다.
김태환 심판은 2008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20순위로 지명되었다. 당시 1순위였던 하승진과 함께 전주 KCC에 입단한 뒤 2008년 12월 19일 2대3 트레이드(서장훈, 김태환 ↔ 강병현, 조우현, 정선규)로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경기 무대를 단 한 경기도 밟지 못했지만, 2008~2009시즌 KCC와 6강 플레이오프 4차전과 5차전에서 35초와 8초 출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태환은 2011 윈터리그(현재 D리그)에서 14경기 평균 17분 출전해 4.0점 1.2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은퇴했다.
은퇴하자마자 2012년부터 KBL 심판으로 변신해 지금까지 활약 중이다. 이런 김태환 심판을 13일 KBL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태환 심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맞다. 팀(전자랜드)에서 은퇴할 때 매니저 제의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친분이 있던 심판 선배들을 보며 은퇴 후 한 번 심판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KBL 심판에) 지원했는데 뽑혔다.
당시 전병석 심판과 같이 합격했다.
전 운이 좋게 뽑혔다. 그 때 심판이 포화상태여서 적게 뽑거나 안 뽑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선수 출신 중심으로 뽑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전 선수 경력이 약하니까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지원했다. 다행히 좋게 봐주시고, 나이가 어려서 (KBL에) 입사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건 차이가 있다. 심판을 해보니까 어떤가?
제가 들어왔을 땐 수련 심판 제도가 있었다. 2년 동안 교육을 받은 뒤 3년 차 때 정규경기에 들어가서 소질을 보이면 전임심판이 되는 제도였다. 2년 동안 충무(아트센터)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며 그곳에서만 심판을 봐서인지 더 심판을 보고 싶었다. 선배 심판들의 경기를 보며 나도 정규경기에서 심판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에 배정되어) 들어가니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못 봐서 오기도 생기고, 비디오도 보며 연구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판정, 선배들이 못 보는 걸 부었을 땐 희열을 느꼈다. 시소경기나 재미있는 경기에 들어가면 선수 때 이런 경기를 뛰지 못했기에 같이 참여하는 게 좋았고, 재미있었다.
예전 기사에 보면 정규경기(1군)를 한 경기도 뛰지 않고 2군 리그(현 D리그)만 출전한 선수 중 최초로 심판이 되었다고 나온다.
그건 잘못되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뛰었다. 물론 승부가 결정된 뒤 잠깐이었다. (KCC에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 된 뒤 군대를 다녀와서 운동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전자랜드에서 조금 기다리며 기회를 보라고 해서 (2011~2012시즌을 앞두고) 2군 계약(당시에는 1군과 2군 선수 계약이 분리 되어 있었음)을 했다. 그렇지만, (선수)등록만 하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경기만 조금 뛰는 정도였다.

드래프트 당시 KCC에 최장신(하승진 221.6cm)과 최단신(김태환 174.9cm)이 함께 입단했다고 기사도 났다. 지금 제 동기가 얼마 안 남았다(김민수, 윤호영, 강병현, 정재홍, 기승호, 양우섭). (하승진이) 선수생활을 더 할 줄 알았는데 SNS를 안 하기에 누가 알려줘서 은퇴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웠다. 정확한 잣대로 판정을 했다고 해도 승진이가 저에게 서운할 게 있을 수 있다. 제가 실수를 한 것도 있을 거다. 그래도 KCC의 상징적인 선수였고,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은퇴해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김태환 하면 또 떠오르는 선수는 서장훈이다. KBL 최고의 센터와 연관이 있다.
아~. 그 당시에 (KCC에서 전자랜드로) 같이 트레이드 되면서 장훈이 형이 많이 챙겨주고, 신경을 써줘서 가까웠다.
플레이오프를 뛰긴 했지만, 정규리그에서 출전 경험 없이 은퇴했다. 심판을 시작할 때 어린 나이였다고 했는데 그만큼 은퇴도 빨랐다는 의미다.
많이 아쉬웠다. 좋게 이야기를 해서 은퇴, 안 좋게 이야기를 하면 제 자리가 없는 거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16~17년 정도 농구만 하다 농구공을 놓는 거였다.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 게)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렇게 은퇴하니까 눈물이 났다. 빨리 다른 길을 찾아가자며 좋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처음에 속상했다.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더 그랬던 거 같다.
단국대를 나오셨는데, 당시 장봉군 감독의 지론은 ‘2군에 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장봉군 선생님은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분이다. 제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다. 항상 ‘선수가 다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선수로 성공하는 선수가 몇 명이 있겠나? 2군 가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빨리 다른 길을 찾아서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대학 선수들 유니폼에도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다. 프로에 못 간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농구선수로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고 한다. 프로 구단 로고와 자기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뛰어보는 것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다. 지금은 중고등학교에서도 (유니폼에) 선수들 이름이 다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후배들과 이야기 할 때 ‘왜 2군에 가냐, 군대 빨리 다녀온 뒤 다른 일을 찾지?’라고 하면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 말을 한 게 기억나는데 안 되는 것도 있고, 생각이 바뀐 면도 있다. 길게 하면 좋고 NBA처럼 70살이 넘어서도 심판하는 걸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사정을 보면 그렇게 되기 힘들 거 같다. NBA와 우리나라의 정서도 다르고, 특히 우리나라는 (심판들이) 욕을 많이 먹는다. 오래할수록 팬들에게 인지가 되고, 고참이 되어 중요한 경기에 많이 들어가면 이름이 알려져서 욕을 먹는다. 예전 선배들도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자식들도 크면서 인터넷이 발달해 부모가 욕을 먹는 걸 보게 되는데 그럼 마음도 아플 거다. 후회 없이 심판을 하고 싶은데 (NBA 심판들처럼) 아주 오래는 못할 거 같다.
입사할 때 심판들이 꽤 많았다고 했는데 최근 많이 줄었다. 이 변화의 과정을 직접 보고, 느낀 것도 영향이 있는 듯 하다.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영향도 있다. 3년 전에 갑작스레 (KBL 심판들의) 세대 교체가 되었다. 선배들이 그만 뒀는데 제가 정확하게 몰라도, 떳떳하게 심판을 봤다고 생각이 드는데도 왜곡된 걸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실력으로 평가 받는 게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으로 흔들리는 게 힘들다는 건가?
본인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지만, 가족이나 다른 쪽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제일 힘들다. 또 저는 규칙대로 맞게 판정했는데 외부에서는 그걸 잘 모르고,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할 때 힘들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잘못된 판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회사(KBL)에서 방어를 안 해줬던 게 힘들었다. 물론 잘못 했을 때 혼나고 비판 받는 건 맞지만, 잘못하지 않은 걸로 그렇게 되었을 때 회의감을 느낀다.
2012년 KBL 입사할 때 막내였는데 지금은 중간 정도 되나?
심판 년차는 중하정도이고, 나이는 저보다 어린 심판이 아직 몇 명 없다.

선수 출신은 (KBL에 들어와서) 바로 심판을 볼 수 없다. 아무리 운동을 잘 했던 선수도 (선수와 심판은) 완전 180도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달라서 심판을 못 본다. 선수 출신은 2~3년 동안 배워야 한다. 선수 출신 경력이 도움이 되는 건 경기 분위기나 흐름을 어느 정도 안다는 거다. 중요한 상황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그런 흐름을 파악하는 건 운동했던 심판들이 빠르다. 대신 우리는 속성과정을 겪었다. 처음부터 협회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몇 년 안에 심판을 본다.
협회에서 경력을 쌓은 심판들은 많은 경기를 경험했다. 1급 심판자격증을 얻으면 1년에 100경기 이상 배정된다고 한다. 많은 경기 경험을 쌓으니까 그 심판만의 노하우가 있다.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쌓고 KBL에 온다. 그렇지만, KBL에 들어와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둘 다 비슷한 수준에서 만난다.
심판위원장은 임기가 있기 때문에 강현숙, 이재민, 김동광 심판위원장을 겪었다. 현재 감독 출신인 김동광 경기본부장(심판위원장 겸직)만의 특징이 있을 거다.
되게 쿨하시다. 감추려고 하시는 게 없다. 다 오픈을 한다. 기사로 나오지만,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을 한다. 이건 우리들도 어느 정도 원했던 거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 잘 하는 건 잘 했다고 해주길 바랐는데 (김동광 경기본부장은) 그런 편이다. 심판들에게도 잘못하면 혼내시는데 대신 뒤끝이 1도 없다. 심판 입장에서만 판단하시는 게 아니라 중계방송 해설도 하셨기에 감독과 해설위원 시선으로 이야기를 해주셔서 우리도 그런 방향의 의견을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전 감독 출신인 박광호 심판위원장께서 부임하신 뒤 심판들의 체계적인 체력 관리가 완전 자리잡았다. 김동광 경기본부장도 감독 출신이라 체력 훈련 강도가 세다고 하더라.
오~, 많이 세졌다. 이재민 본부장님은 심판들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김동광 본부장님은 프로그램을 줘서 체계적으로 한다. 선수들도 힘들어 하는 서킷 트레이닝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했지만, 서킷 트레이닝을 은퇴한 이후 할 일이 없었기에 하고 나니까 다들 힘들어 했다. 강도가 엄청 세기에 나이가 있는 선배들은 더 많이 그랬다. 그래도 굵고, 짧게 시키는 편이라서, 안 했던 운동을 하니까 재미있다. 다들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서 소리도 지르면서 한다.
비시즌 심판들의 일과와 시즌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오전에는 홍기환 심판부장님께서 기간을 정해놓고 규칙서와 케이스북, 영상교육으로 계획을 짰다. 지금은 규칙서와 케이스북 교육을 끝내고, 경기 영상을 보면서 서로 토의를 한다. 토의하며 (동일한 장면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판정기준)을 통일 시킨다. 오후에는 연습경기를 주로 나간다. 해당 심판들은 다음날 연습경기 영상을 촬영하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서로 잘못된 것과 잘 한 것, 위치 선정 등을 주심 주도로 점검한다. 연습경기에 나가지 않는 심판들은 오후 2시부터 2시간 가량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경기가 끝났을 때 진 팀 감독님께서도 와서 고생했다며 악수할 때, 잘 했다가 아니라 문제 없이 경기를 끝냈을 때가 좋다. 진 팀도 이해를 하고, 심판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가 안 나올 때 보람을 느낀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듯 하다. 가장 힘든 순간은?
제 실수로 승패가 결정될 때 집에 가서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다. 문제가 생긴 경기나 결정적인 순간에 오심이 나오면 제일 힘들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반복하지 않으려고 어떻게 하나?
계속 비디오를 보는 수 밖에 없다. 그걸 ‘왜 잘못 봤냐, 못 봤냐, 파울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왜 못 봤을까’를 고민한다. ‘조금만 위치를 변경했으면 봤을 건데 왜 그랬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비디오를 본다. 조금 다른 위치에 따라서 (볼 수 있는 시야가) 엄청나게 다르다. 그런 상황 때문에 비디오를 보고, 선배들에게 조언도 얻는다. 그런 방법 밖에 없다. 중요한 순간에 평정심을 갖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심판이 되고 싶나?
(처음 심판할 때와) 좀 바뀌었다. 처음에 KBL에 들어왔을 때 유명한 심판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은 팬이 제 이름을 몰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항상 무난하게 경기를 끝내야 한다. 판정이 이슈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판도 이미지가 있는데 무난한 심판, 불신 받지 않는 심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_ 점프볼 DB, KBL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