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의 농구人터뷰①] “외곽슛 비결요? 일단 부지런해야죠” 문경은 전 SK감독

김종수 / 기사승인 : 2021-08-30 12: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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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구 역사에서 이른바 ‘슈터’는 빠질 수 없는 단어다. 국내대회는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는 슈터가 맡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입증하듯 외곽슛을 주무기로하는 걸출한 스타들이 줄줄이 배출됐다. 김영기, 신동파, 이충희, 김현준, 최철권, 김상식, 정인교, 문경은, 조성원, 김병철, 양희승, 우지원, 김성철, 조우현, 양경민, 조상현, 방성윤, 조성민 등 얼핏 떠오르는 이름만으로도 쟁쟁하기 그지없다.

두 번째 한국인 NBA리거를 노리고 있는 미국 데이비슨 대학 이현중(21·202cm)도 플레이 스타일을 봤을 때 슈터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슛만큼은 꾸준하게 경쟁력을 유지해온 한국농구다.

현역 시절 ‘돌고래 슈터’, ‘람보슈터’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명성을 떨쳤던 문경은(50·190cm)은 그러한 쟁쟁한 슈터들 사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거뜬히 꼽히는 역대급 저격수다. 신동파, 이충희 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간판 슈터계보를 이어갔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3점슛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다.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플레이까지 더해져 대학시절, 프로시절 꾸준히 인기 슈터로 존재감을 뽐냈던 그는 서울 SK 나이츠에서 10여년간 감독 생활을 하며 우승까지 일궈내는 등 선수, 지도자로 모두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말 그대로 레전드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이에 <농구人터뷰>에서는 슈터의 대명사와도 같은 농구인 문경은을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정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그는 현재 선진농구를 경험하고자 미국 연수를 떠나있는 상태이며 인터뷰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진행되었다.

 



서울 SK의 10년을 책임졌던 감독 문경은


비슷한 세대에게는 대한민국 간판 슈터 문경은으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젊은 층에게는 감독 문경은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으셨는데 현재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연수차 미국에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달려오기도 했고, 이래저래 아쉬운 것도 많아서 머리도 식히고, 공부도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 이곳에 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농구 생각은 물론 고마운 지인분들, 무엇보다 옆에서 항상 고생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큽니다. 추석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10년간 챔피언결정전 1회 우승, 정규리그 1위 2회, 플레이오프 진출 5회 등 좋은 성적을 거두셨습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 줄 수 있으실까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나고 난 뒤에는 아쉬움이 큰 법이죠. ‘아! 그때는 왜 그렇게 했을까?’, ‘좀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더군다나 당시 SK는 전력에 비해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아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렸고, 스타플레이어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도 많았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했지만 적지 않은 부담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났고 코치들이 옆에서 잘 도와줘서 나름대로 순항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우승을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구태여 점수를 매기자면 75점 정도 줘봅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는지라 스스로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웃음)
 

SK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포워드 농구’에요. 그러한 팀컬러를 만드신 것도 감독님이시구요. 추일승 감독님은 포워드농구를 본래 선호하셨다고 하던데 감독님께서도 마찬가지셨나요?
사실 저는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활동량 넘치는 스피드 농구를 하고 싶었어요. 빠른 템포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밑을 파고들고 외곽에서 찬스가 나면 거침없이 3점슛을 작렬시키는 그런 농구…, 하지만 감독은 자기가 하고 싶은 농구가 중요한게 아니죠. 현재 팀 사정에 맞게 구성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농구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에 좋은 포워드 자원이 속속 생겨났고 그러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조합과 전술을 펼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인터뷰를 하셨던 분인지라 <농구人터뷰>에서는 중간중간 독한(?) 질문도 포함시켜 보겠습니다. 이미 지겹도록 들어보셨을 것 같기도 하지만, 감독님에게 애런 헤인즈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하핫… 괜찮습니다. 어차피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사실 제가 뽑고 싶었던 외국인 선수는 따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뽑고 싶다고 뽑을 수 있는게 아니죠. 엄연히 순번이라는게 있는데, 눈여겨봤던 선수들은 앞 순번에서 이미 뽑혀버렸고 저희 차례에 남은 선수 중 가장 나은 선수로 선택했을 뿐입니다. 워낙 센스가 있고 감각이 좋은 선수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죠. 저희팀 선수들과도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완이 가능할 듯 싶었습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죠. 저뿐 아니라 모든 지도자가 성적을 내는데 있어서 본인과 잘 맞는 외국인 선수는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른바 형님 리더십으로도 유명하세요. SK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꽉 움켜잡을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감독님께서는 외려 부드럽게 융화시키는 쪽을 택하셨어요. 물론 결과도 좋았구요.
무엇인가를 강요하고 억압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프로 선수인데 억지로 시킨다고 되겠습니까. 대신에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충분히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죠. 더불어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책임을 지게도 했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았어요. 실제로 그렇다면 성적도 나오지 않았겠죠. 충분한 자율을 주되 거기에는 책임도 따라야 된다는 것이 제 지도방침입니다.

현재도 어지간한 현역 선수들을 놀라게 할 만큼 여전한 슛감을 자랑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최고의 슈터였지만 정작 후계자가 될만한 슈터는 길러내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음…(웃음) 사실 이게 슈터는 타고나는 부분도 있어요. 본래 슛이 특기가 아닌데 갑자기 슈터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더욱이 저희팀 간판스타 (김)선형이는 돌파에 장기가 있고, 헤인즈도 비슷했구요. 잘하는 것을 시켜야지,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를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 팀에는 슈터 스타일 자체가 드물었어요. (변)기훈이가 슛에 재능이 있어서 플레이오프같은 큰 경기에서 한건씩 해줬죠. 감독 막판에 (안)영준이를 슈터 스타일로 밀고 있었는데 지휘봉을 내려놓는 바람에 완전히 키워주지는 못했네요. 워낙 성실한 선수니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독으로서 마지막 시즌에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듯 싶어요. 다시 기회가 닿으면 코트로 돌아오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에는 정신없이 달리느라 돌아볼 틈이 부족했어요. 이기든 지든 매 경기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가 없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늘 손바닥 안에 땀이 차있었죠. 그 땀 안에는 즐거움도, 아쉬움도 다 배여있지 않았나 싶어요. 경험도 더욱 쌓였고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고, 개인적으로 예전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지금의 공부와 경험을 다시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역대급 슈터 계보를 잇는 레전드

농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더불어 본래 센터에서 포지션을 바꾸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 무슨 이유로 변경을 하게 된 것인가요?
초등학교 아니 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했죠. 수업 중에 어떤 아저씨들이 오셔서 갑자기 일어나보라고 하는거에요. 선생님도 함께 계시고 무슨 일인가 싶었죠. 학교가 끝난 후 집으로가니까 이미 부모님까지 만나셨더라구요. 농구부 관계자가 키 큰 학생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던거죠. 말 그대로 얼떨결에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 학교에는 농구부도 없어서 다른 학교로 전학까지 가야 했어요.

센터는 뭐… 그냥 또래들 중에서 키가 크니까 봤던 이유가 컸던 것 같아요. 84년도 농구대잔치부터 국내에서도 3점슛이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뿐 아니라 당시 농구를 하던 학생들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였죠. 저희들 향후 농구 인생이 달려있는데요. 3점슛 같은 경우, 그냥 연습 도중 무심코 좀 던져봤는데 생각 외로 잘 들어가더라구요. 손끝 감각은 본래 좋았나봐요.(웃음)


3점슛 하면 문경은이라는 이름이 떠오를 만큼 슈터로서 족적을 확실히 남기셨어요. 본인이 생각하실 때 ‘문경은은 역대 슈터 중에서 어느 정도 위치다’고 평가하시나요?
이것, 이것!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사실 우리나라에 원체 좋은 슈터가 많이 있었잖아요. 특히 신동파 선배님, 이충희 선배님, 고 김현준 선배님 등 이른바 레전드급으로 불리는 분들은 감히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나중에 다른 분들이 평가해 줄 문제지 제가 자평할 사항은 아닌 것 같아요.

신장이 압도적으로 큰것도, 스피드가 아주 빠른 것도 아니셨는데 슈터 문경은을 막는 수비수들은 늘 고생을 했죠. 슛쟁이는 단순히 슛만 정확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최고의 슈터가 될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흔히들 슈터를 저격수라고 부르는데요. 맞는 말 같아요. 근접전이 치열한 가운데 원거리에서 한방씩 빵빵 터지면 상대 진영은 그야말로 혼란에 휩싸이게 되죠. 슈터가 바로 그런 존재같아요. 아군에게는 공격 범위를 넓혀주고 상대팀의 수비 부담은 가중시켜 버리는… 접전상황에서 끌려가다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우도 외곽슛이 터졌을 때가 많죠.

그러려면 늘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되는게 맞다고 봐요. 저격수가 총알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되죠? 슈터도 마찬가지에요. 언제든지 슛을 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도 빈공간을 찾아서 계속 움직여야되요. 그래야 패스도 받고 슛 기회도 만들 것 아닙니까. 스크린 이용은 필수구요. 너무나 뻔한 모범답안지일지 모르겠지만 슈터에게는 볼 없는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사 대부분 답은 기본 속에 들어가 있는 것같아요.

젊은 시절, 슈터 이미지와는 다르게 화려한 백덩크를 선보이는 등 덩크슛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덩크슛 연습을 따로 하시고 그러셨나요?
했죠. 슛만큼 많이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날 때마다 종종 여러 가지 덩크슛이나 화려한 플레이도 연습해보았습니다. 일단 덩크슛을 하면 보시는 분들이 좋아하시잖아요. 선수 입장에서 팬 들이 좋아하시는 것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까요. 반응이 좋으면 자꾸 하고 싶게 된다니까요. 지금에 와서 당시 영상을 보면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덩크슛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더 많이 할걸 하는 후회는 듭니다.(웃음)

자유투를 백보드를 활용해 쏘셨는데요. 처음부터 그러시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언제부터였으며 이유가 궁금합니다.
슈터는 슛거리를 멀게 가져가잖아요. 늘 멀리서 쏘는데 익숙해져 있죠. 그러다 보니 자유투라인에 서면 림이 너무 가깝게 보이는거에요. 생각만큼 성공률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명색이 슈터인데… 그러다가 당시 (김)현준이형이 백보드를 맞춰서 쏘면 어떻겠냐고 말해주더라구요. 그 형은 워낙 백보드를 잘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했잖아요. 생각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고, 그 뒤로 쭉 그렇게 쏘게 됐죠.


‘이 선수와 함께하면 편하다’는 동료가 있잖아요. 슈터 문경은에게는 어떤 선수가 있었을까요? 더불어 현역 선수 중 함께 뛰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뭐 슈터는 별것 있나요. 패스 잘 주고 골밑 잘 지켜주는 동료가 있으면 엄청 편해요. 저에게는 (이)상민이나 (서)장훈이가 그런 존재였죠. 원하는 타이밍에서 상민이가 패스 척척 넣어주고, 슛이 실패하면 장훈이가 리바운드 잡아주고, 정말 편하게 농구 했던 시절 같아요. 운동능력도 한창 좋았던 시절이니만큼 당시가 전성기가 아닐까 싶어요. 현역 선수야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즉석해서 한번 생각해보면 (김)선형이와 뛰어도 좋을 것 같아요. 워낙 돌파와 득점 창출 능력이 좋으니까 상대 수비가 많이 흩어질 것 같고, 저에게도 슛찬스가 많이 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눈여겨보시는 후배 슈터가 있으실까요?
기량이 좋은 선수는 많은데 전문적으로 슈터 스타일이라고 할만한 후배가 적은 것 같아요. 시대가 올라운드함을 요구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우선은 안양 KGC 인삼공사 전성현 선수가 생각이 납니다. 슛타이밍도 좋고, 배짱도 두둑한 것 같구요. 그리고, 이현중 선수야 신체조건도 그렇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이대로만 쭉 크면 엄청난 슈터가 될 것같은 기대가 듭니다.

 

#사진=문경은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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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농구를 사랑하던 오랜 팬으로 2002-2003년 본지에 농구 무협소설 '해동전설(海東傳說)''을 연재한 바 있으며 데일리안, 홀로스, 오마이뉴스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에서 스포츠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수의 농구人터뷰>를 통해 전현직 농구인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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