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모터시티의 새로운 엔진, 케이드 커닝햄에 대한 모든 것

최설 기자 / 기사승인 : 2021-09-04 1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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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설 인터넷기자] 2021 NBA 드래프트가 지난 7월 30일(한국시간) 뉴욕주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렸다. 이변은 없었다. 51년 만에 1순위 지명권을 손에 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드래프트 최대어 케이드 커닝햄(19, 203cm)을 제일 먼저 지목했다. 2미터가 넘는 장신 포인트가드 커닝햄은 포지션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사이즈와 높은 BQ(Basketball IQ)를 자랑한다. 벌써 리그 최고의 선수 루카 돈치치(댈러스)와 직접적인 비교가 될 만큼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커닝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그의 농구 인생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만 19세의 나이로 이제 곧 NBA에 당당히 발을 디딜 커닝햄은 과연 어떤 스토리를 그려왔을까. 모터 시티(motor city)의 새로운 엔진이 될 커닝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운동 DNA

케이드 커닝햄의 진로 선택은 탁월했다. 아버지(풋볼), 형(농구), 누나(배구)가 모두 스포츠 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좋은 운동 DNA를 지녔던 커닝햄은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와 형은 대학까지 전문 선수로 활약했는데 이는 어린 커닝햄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아 중학교 때까지 풋볼 선수로 활동한 커닝햄은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커닝햄의 말에 의하면 중학교 시절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그 당시 쿼터백으로 뛴 경험은 포인트가드로서 좋은 패스 실력과 넓은 시야를 그때부터 만들어나가는 자산이 됐다.

커닝햄의 생각은 커가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풋볼을 하면서 아버지가 느꼈을 강한 열정이 나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농구를 할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농구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농구를 강한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8년 터울의 형 캐넌 커닝햄(이하 캐넌)의 영향이 컸는데 캐넌은 지역 대학에서 선수로 활동하며 커닝햄을 데리고 자주 코트로 나갔다. 형의 농구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 커닝햄은 자연스레 농구와 가까워졌고 점차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커닝햄은 본격적으로 농구 선수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화려했던 고교 시절

농구를 시작하고 커닝햄의 고교 첫 2년은 비교적 조용했다. 자신의 고향 텍사스주 알링턴 보위(Bowie) 고등학교에 입학한 커닝햄은 매년 성장해갔다. 1학년 때 평균 15.2점 6.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한 커닝햄은 이듬해에 18.8점 8.2리바운드 5.3어시스트로 부쩍 성장하며 지역 최우수선수(MVP)로 올라섰다. 지역 내 스타로까지 발돋움한 커닝햄은 동시에 더 큰물에서 놀고자 하는 마음도 커지며 결국 전학을 결심하게 된다.

주니어 시즌(11학년)을 앞두고 전미 최고 고등학교인 몬트버드(Montverde) 아카데미로 전학을 간 커닝햄은 이때부터 스카우트들에게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어느 날 전국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됐다. 고교 탑 클래스인 오크힐(Oak Hill) 아카데미와의 경기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것이다. 당시 오크힐 아카데미의 에이스였던 콜 앤써니(올랜도)를 상대로 26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한 커닝햄은 팀의 대승(76-51)을 이끌었다.

전국구 스타로까지 올라선 커닝햄은 방학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슈팅력까지 발전시키며 한 단계 더 도약해나갔다. 시즌 전 유망주들로만 구성된 나이키 엘리트 청소년 농구 리그(EYBL)에서 평균 25.1점 6.6리바운드 5.2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이 활약에 덕분에 U19(19세이하) 미국 농구대표팀까지 승선하게 된다. 여기서 드래프트 동기들인 제일런 그린(휴스턴),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 스코티 반스(토론토), 제일런 석스(올랜도)와 만나 좋은 팀워크를 이뤄냈다. 마지막 말리와의 결승전에서는 팀 내 최다인 21점(7리바운드 7어시스트)을 기록했다. 커닝햄의 활약을 바탕으로 미국은 7전 전승으로 그리스 U19 남자농구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시 몬트버드 아카데미로 돌아온 커닝햄은 쟁쟁한 동료들과 함께 팀을 이루며 시니어 시즌(12학년)을 보냈다. 대표팀에서 만났던 반스를 시작으로 기존에 있었던 모제스 무디(골든스테이트), 디애런 샤프(브루클린)와 황금의 사각 편대를 구축해 승승장구했다. 해당 시즌 경기 당 평균 39점의 압도적인 점수 차와 함께 25연승(무패)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현재 매체들은 몬트버드 아카데미를 미국 고교 역사상 가장 강한 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고교 시절을 전쟁터로 기억하기도 한 커닝햄은 화려했던 성적 뒤에 감춰진 팀 내 경쟁을 이렇게 떠올렸다. “간단한 슛 연습조차 전쟁이었다. 더 나아지기 위해 서로가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해갔다.” 그 뒤 자연스레 리쿠르팅(recruiting) 별 다섯 개를 가득 채운 커닝햄은 여러 대학의 러브콜을 받으며 프로 입성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대학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캐넌)의 존재

대학 얘기에 앞서 형 캐넌의 존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커닝햄의 농구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기 때문. 커닝햄의 농구 시작서부터 지금까지 캐넌의 헌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닝햄이 고교 시절 자기소개서에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캐넌을 꼽았을 정도다.

캐넌은 길지 않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며 은퇴 후부터 본격적으로 동생의 성장을 도왔다. 커닝햄이 방학 동안 고향을 찾을 때면 코트로 데리고 가 슈팅 연습을 시켰다. 결정적으로 동생의 포지션을 확립시켜준 사람이 바로 형 캐넌이었는데 이 선택은 현재 커닝햄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고교 시절 전학을 앞두고 변화가 필요했던 커닝햄에게 풀타임 포인트가드로서의 완전한 전향을 권유한 캐넌은 일찌감치 동생의 볼 핸들링과 시야, 패스 센스를 믿었다. 따라서 과감한 포지션 설정을 내려주며 “포인트가드로 마음먹은 순간 앞으로 어떻게 이 포지션에서 살아남을지 생각해라”라고 확신을 심어 주었다.

캐넌은 동생의 프로 도전 선언 후에도 매니저 역할까지 자처하며 끊임없이 뒷받침 했다. 커닝햄도 “형의 지원은 내 성장에 모든 것이었다. 매일 같이 나를 푸시(push) 해줬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나에게 (형은) 대단히 큰 존재다”라며 형에 대한 존경심을 밝혔다.

대학에서의 1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커닝햄은 여러 학교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농구 명문 듀크,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등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커닝햄의 오클라호마 주립대행을 크게 예상했는데, 친형 캐넌 때문이었다. 캐넌은 커닝햄이 대학을 결정하기 5개월 전 오클라호마 주립대에 어시스트 코치로 취직했다. 처음에는 적극적인 진학 권유를 하지 않았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클라호마 주립대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생긴 캐넌은 많은 정보를 동생에게 전해주었다.

그 결과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형이 있는 오클라호마 주립대로 향한 커닝햄은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이 2020-2021시즌 NCAA 토너먼트에 출전이 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변 동료들과 스태프들과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친 커닝햄은 만족스러운 쇼케이스 시즌을 치렀다.

오클라호마 주립대가 속한 BIG 12 컨퍼런스 데뷔 경기에서부터 더블더블(21점 10리바운드) 활약을 펼친 커닝햄은 10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신인임에도 불구 팀의 공격을 이끌어간 그는 정규리그 막판 지역 라이벌 오클라호마대를 상대로 40점 11리바운드를 찍으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커닝햄은 오클라호마 주립대 신인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4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후 컨퍼런스 토너먼트 결승전까지 진출한 오클라호마 주립대지만, 텍사스대에 패(86-91)하며 우승은 놓쳤다. 준결승전에서 보여준 커닝햄의 활약은 눈부셨다. 베일러대를 만나 25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베일러대는 그해 NCAA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었다. 대학 넘버원 팀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자신의 기량을 과시한 커닝햄은 시즌 평균 20.1점 6.2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눈부신 기록을 남기며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BIG 12 올해의 선수상, 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쥔 커닝햄은 컨퍼런스 역사상 마이크 비즐리(켄자스 주립대), 케빈 듀란트(텍사스), 마커스 스마트(오클라호마 주립대)에 이어 네 번째로 이를 동시에 들어 올린 선수가 됐다. NCAA 퍼스트 팀에도 이름을 올리며 대학 선배 밥 컬랜드(1944-1946)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NCAA 베스트5 선정은 당연지사였다. 성공적인 원 앤 던(one and done) 시즌을 마친 커닝햄은 마침내 지난 4월 2일 2021 NBA 신인 드래프트 참가 선언을 발표하며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트로이트와 인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커닝햄의 만남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2020-2021시즌 20승 52패로 리그 승률 전체 29위를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14%의 희망을 안고 드래프트 결과만을 기다렸다. 최고의 유망주 커닝햄을 품에 안고자 했다. 이 소망은 이루어져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디트로이트는 커닝햄을 호명하며 완벽한 리빌딩 초석을 다졌다.

커닝햄도 “1순위로 뽑혀 꿈만 같다. 1순위 선수라는 책임감도 있지만, 그 기회를 준 디트로이트에 감사하다. 반드시 디트로이트를 과거의 영광으로 돌려놓겠다”라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과거 디트로이트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밝혔다.

커닝햄에 따르면 그의 멘토이자 인생 선배인 형 캐넌은 고향 서던메소디스트 대학에서 선수 시절을 보냈다. 당시 팀을 지휘하던 사람이 바로 래리 브라운 감독이었다. 브라운 감독은 2004년 디트로이트의 ‘배드보이즈’ 2기를 직접 지도하며 우승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세 시즌 간 형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레 브라운 감독과 친해질 수 있었던 커닝햄은 그와 여러 차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브라운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디트로이트 구단의 스피릿(spirit)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은 커닝햄은 그때부터 디트로이트에 대한 이해와 애정 그리고 호기심까지 생겼다.

커닝햄은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도 다른 팀과의 워크아웃은 모두 거절했다. 유일하게 디트로이트만 만남을 가졌다. 디트로이트가 1순위 지명권을 가진 이점도 있었지만 커닝햄은 드웨인 케이시 감독과 트로이 위버 단장과의 미팅에서 더욱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커닝햄은 “(내가)디트로이트를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은 팀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수도 없이 말했다.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 진심과 함께 그들이 추구하는 복원 작업에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이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고 싶다”라며 밝은 앞날을 다짐했다.

앞으로의 프로 생활

현재 커닝햄의 프로 적응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선물과도 같은 신체 사이즈와 볼 핸들러로서의 자질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NBA가 선호하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커닝햄의 강점은 상대에 따라 포스트 업과 페이스 업 공격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다. 슈팅은 매년 개선되어 왔다. 대학 시절 40%(2.3/5.7)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커닝햄은 이번 2021 서머리그에서는 3점슛 성공률이 50%(4.3/8.7)에 달했다.

커닝햄의 정확한 자유투는 또 다른 강점이다. 클러치 타임에서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되는데, 커닝햄은 지난 시즌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둔 클러치 타임에서 106점을 쌓으며 이 부문 대학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타적인 마인드를 가진 커닝햄은 대학 시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동료들을 옆에 두고 그 재능이 만개할 가능성이 크다. 디트로이트에는 제라미 그란트, 샤딕, 킬리안 헤이즈 등 그를 든든하게 도와줄 조력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커닝햄은 대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래프트 당일 러셀 웨스트브룩이 LA 레이커스로 이적하는 대형트레이드가 터졌다. 이에 한 기자가 “이날이 과연 누구의 날로 기억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는 “당연히 커닝햄의 날로 기억될 거다. 디트로이트의 과거 명성과 위대함이 다시 시작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를 과거 챔피언십의 팀으로 돌려놓겠다”라고 현명하게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커닝햄의 프로 도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케이드 커닝햄 프로필
2001년 9월 25일생, 미국 출생, 203cm 100kg, 포인트가드, 오클라호마주립대학 출신
2020-2021시즌 NCAA 평균 20.1점 6.2리바운드 3.5어시스트 1.6스틸 기록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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