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유타가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유타 재즈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서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강팀이었다.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이라는 확고한 원투펀치로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진출했다. 하지만 우승에는 실패했다. NBA 파이널에는 2번 진출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바로 GOAT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를 상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짧은 암흑기 이후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이번에는 데런 윌리엄스라는 걸출한 포인트가드가 등장해 팀을 이끌었다. 윌리엄스와 함께 2006-2007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윌리엄스를 비롯한 주축 선수도 팀을 떠나며 또다시 리빌딩에 돌입했다.
이번 구세주는 도노반 미첼이었다. 2017 NBA 드래프트 전체 13순위로 지명된 미첼은 당시에는 3&D 유형이라는 평이었다. 심지어 지명한 유타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첼은 NBA에서 대학 무대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공격력을 뽐내며 신인 시즌부터 평균 20점을 기록한다. 미첼이라는 확실한 에이스, 루디 고베어라는 수비 기둥을 중심으로 다시 플레이오프의 단골로 떠오른다.
하지만 미첼 시대에도 우승은 실패했다. 이번에는 우승은 커녕,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도 밟지 못했다. 무려 6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2라운드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결국 유타는 이번에도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미첼과 고베어를 모두 내보내며 전면 리빌딩에 나섰다.
리빌딩의 핵심은 드래프트다. 유타는 노골적 탱킹을 통해 최상위 순번을 노렸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리빌딩을 시작한 이후 9순위, 10순위, 5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특히 황금 드래프트로 꼽힌 2025 NBA 드래프트에서 5순위 지명권에 그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유타는 14%로 가장 좋은 확률이 있었음에도, 5순위에 그쳤다.
결국 2025-2026시즌도 최상위 순번을 위한 노골적 탱킹이 예상됐다.

성적: 22승 60패 서부 컨퍼런스 공동 14위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탱킹이 계속됐다. 라우리 마카넨, 키욘테 조지, 워커 케슬러에 신인 에이스 베일리가 합류하며 전력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유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악재도 발생했다. 주전 센터 케슬러가 어깨 부상으로 5경기 만에 시즌 아웃된 것이다. 5경기에서 평균 14.4점 10.8리바운드로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으므로 더 뼈아팠다.
케슬러의 이탈에도 전력과 경기력은 여전히 괜찮았다. 에이스 마카넨과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한 조지의 원투펀치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세프 너키치가 케슬러의 공백을 메웠다. 신인 베일리도 무난하게 적응하며 팀을 도왔다. 3년차 브라이스 센사보도 마침내 활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번 시즌 유타의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닌 탱킹이었다. 유망주들의 성장은 반갑지만,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반갑지 않았다. 결국 시즌 중반부터 노골적인 탱킹이 시작됐고, 3쿼터까지 주축 선수를 투입하고 4쿼터에 갑자기 빼버리는 등 눈이 찌푸려지는 짓으로 비판 대상이 됐다. 에이스 마카넨이 가벼운 부상임에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등 꾸준한 행보를 보였다.
그런 유타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갑작스럽게 슈퍼스타를 데려왔다. 바로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재런 잭슨 주니어를 영입한 것이다. 대가는 무려 월터 클레이튼 주니어, 테일러 헨드릭스, 조지 니앙, 카일 앤더슨,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3장이다. 1라운드 출신인 헨드릭스와 클레이튼 주니어를 포함하면 1라운드 지명권 가치만 5장을 내준 것이다.
물론 이 트레이드조차 유타의 탱킹을 막지 못했다. 애초에 이번 시즌은 포기하고 다음 시즌을 위한 영입이었다. 잭슨 주니어는 유타로 이적 후 딱 3경기 평균 24분 출전에 그쳤다.
시즌 중반, NBA 사무국으로부터 징계까지 받으며 비판받은 유타의 탱킹은 결국 성공했다. 22승 60패, 서부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11.5%의 1순위 확률을 얻었다. 유망주들의 괜찮은 성장, 최하위 성적 등 유타 입장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시즌이었다.

IN: 대린 피터슨(드래프트), 유세프 너키치(재계약), 모 밤바(재계약), 잭슨 헤이즈(FA), 조쉬 오코기(FA)
OUT: 워커 케슬러(FA)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마침내 탱킹이 성공하며 전체 2순위로 초특급 신인 피터슨을 지명했다. 그리고 윈나우를 위한 롤 플레이어 수집에 나섰다. 지난 시즌 케슬러의 공백을 메운 너키치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 유타에서 2경기 출전에 그친 밤바와도 재계약했다. 여기에 LA 레이커스에서 쏠쏠했던 헤이즈와 계약했고, 허슬 플레이어 오코기도 영입했다.
재계약한 너키치와 밤바, 영입한 헤이즈와 오코기 등 4명은 모두 2년 계약이다. 즉, 유타는 향후 2년을 윈나우의 중요한 시기로 여긴 것이다.
그리고 오코기를 제외하면 영입한 선수들이 모두 센터다. 이유는 바로 케슬러의 이탈 때문이다. 유타는 원래 케슬러를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지난 시즌 5경기에 불과하지만,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커스가 제한적 FA인 케슬러에 1라운드 지명권 2장과 스왑 권리 2번을 대가로 제시하며 사인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유타는 케슬러의 대체자를 구하기 위해 트레이드도 모색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케슬러의 공백을 한 명이 아닌 다양한 선수를 영입하며 메우겠다는 계획으로 바꿨다.

대학 무대 기록: 평균 20.2점 4.2리바운드 1.6어시스트
고등학교 시절부터 NBA를 이끌 초특급 유망주라는 평가였다. 황금 드래프트로 대학 무대 시작 전부터 호평이 자자했던 2026 NBA 드래프트에서도 압도적 1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제2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코비 이후 가장 완벽한 슈팅가드 유망주라는 평가 등 찬양밖에 없었다. 3점슛, 미드레인지 슛, 골밑 돌파 등 모든 공격에 능하고, 심지어 196cm로 신체 조건도 훌륭한데, 높은 농구 이해도, 여기에 수비까지 잘하는 무결점 공수겸장으로 기대치가 하늘을 찔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농구 명문 캔자스 대학교에 입학해 곧바로 에이스 자리를 꿰찼고, 경기에 나올 때마다 20점 이상은 손쉽게 기록했다. 그런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고등학교 시절에 보여줬던 역동적인 움직임이 사라졌고, 굼뜨고 정적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햄스트링을 비롯한 근육 부상을 대학 무대 내내 안고 있던 것이었다. 심지어 해명도 의심스러웠다. 근육 보충제인 크레아틴을 과다하게 섭취해 부상이 발생했다는 해명이었다. 이런 해명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았고, 많은 전문가가 의구심을 드러냈다. 피터슨이 전체 1순위 지명을 위해 부상을 숨기고 뛴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가족 문제까지 등장했다. 피터슨의 가족이 캔자스 코치진에게 출전 시간 조절을 강요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왔다. 여러모로 피터슨의 대학 무대는 혼란스러웠다.
이런 혼란에도 드래프트 예상에서 피터슨을 3순위 아래로 놓는 매체는 없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님에도 경기에 나오면 기량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부상과 멘탈 이슈를 제외하면 기량은 단연 압도적 1순위라는 평이었다.
2026 NBA 드래프트 당일, 피터슨의 행선지는 유타였다. 1순위를 보유한 워싱턴 위저즈가 피터슨에 관심 있다는 루머도 있었으나, 결국 예상대로 피터슨은 2순위가 됐다. 피터슨 개인에게 유타는 어울리는 팀으로 보인다. 같은 포지션에 조지라는 경쟁자가 있으나, 조지를 제외하면 유타는 가드가 부족한 팀이다. 대신 마카넨, 잭슨 주니어 등 포워드와 빅맨은 즐비하다. 피터슨은 편하게 공격에만 집중하면 되는 환경이다.
맛보기라고 할 수 있는 서머리그에서도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평균 20.7점 4어시스트 1스틸 1.3블록으로 공수에 모두 영향력을 끼쳤다. 대학 시절과 비슷하게 경기력은 좋았으나, 압도적이거나, 파괴적인 모습은 없었다.
유타는 다음 시즌부터 본격적인 윈나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슨은 미래 가능성도 크지만, 즉시 전력도 가능하다는 평이었다. 신인 시즌부터 유타의 에이스로 거듭나도 이상하지 않다. 2026 NBA 드래프트 신인 중 가장 흥미로운 선수다.

피터슨-조지-마카넨-잭슨 주니어-너키치
어떤 라인업을 꾸릴지 예상이 전혀 가지 않는다. 일단 피터슨, 조지, 마카넨, 잭슨 주니어는 주전으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남은 한 자리다. 윌 하디 감독은 선수 간의 연계와 패스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이다. 지난 시즌 중용된 너키치는 이 역할에 탁월했다. 또 마카넨과 잭슨 주니어에 골밑 수비 부담을 줄 수는 없어서 골밑 수비가 가능한 너키치가 나올 것이 유력해 보인다.
반면 이런 라인업은 경기를 조율할 포인트가드가 없다. 피터슨은 매우 뛰어난 공격형 가드지만, 유일한 약점이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이다. 대학 무대에서도 그랬고, 서머리그에서도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겼으나, 그때마다 턴오버를 저지르며 아쉬웠다.
지난 시즌 기량이 만개해 평균 23.6점 6.1어시스트를 기록한 조지를 포인트가드로 활용하기도 아쉽다. 조지도 피터슨과 비슷한 득점에 능한 공격형 가드다. 따라서 이런 라인업은 공격이 답답할 수도 있다.
유타 선수 중 가장 좋은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갖춘 선수는 아이재아 콜리어다. 콜리어를 주전으로 활용한다면, 가드 한 명이 벤치로 물러나야 한다. 냉정히 피터슨과 조지 중 한 선수가 벤치로 물러나고, 콜리어가 주전으로 출전하는 것이 코트 밸런스에는 더 나을 수도 있다. 하디 감독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해졌다.
유타는 길었던 리빌딩에 마침표를 찍었다. 데드라인에 영입한 잭슨 주니어와 탱킹으로 얻은 피터슨 등 이제 본격적인 윈나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유타의 이번 윈나우는 선배들이 실패한 NBA 파이널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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