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한 2017 아시아-퍼시픽 챌린지가 일본의 우승을 끝으로 16일에 막을 내렸다. 20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작될 2017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이 대회에서는 일본이 대회참가 이래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반면 홈팀 한국은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채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 부실한 준비 및 부상 악재
그동안 아시아-퍼시픽 챌린지에서는 한국의 강세가 이어져 왔다. 2014, 2015 대회에서 고려대와 한국 대학선발팀이 우승을 차지하며 안방서 열린 대회를 자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학선발 A, B팀이 준우승과 4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우승컵을 내줬다. 올해는 결승 진출은커녕 3위 입상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러시아와 일본에게 연패해 결승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필리핀과 대만에게 승리를 거두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경기 내용은 좋지 못했다. 7월 말부터 급하게 소집된 한국은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없었다.
양형석 감독은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런 성적표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아쉬움이 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회전 부상 소식도 계속 전해졌다. 기대를 모았던 전현우(고려대)는 부상여파로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박인태(LG), 안영준, 김진용(이상 연세대) 등 빅맨 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박찬호(경희대), 박진철(중앙대) 등 어린 선수들을 발탁해야 했다. 이승현(오리온), 이종현(모비스) 등 무게감 있는 빅맨 들이 존재했던 것에 비해 아쉬울 따름이다.
• 프로 선수들의 활약에 위안

한국은 이 대회에서 프로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주장 문성곤(상무)과 박지훈(KT)이 팀의 중심을 잘 잡았다. 특히 문성곤은 뛰어난 신체능력을 발휘해 블록, 스틸 등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떨쳤다. 팀 에이스로 거듭난 강상재(전자랜드)는 경기당 16.7득점 7.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으로 주로 출전해 내·외곽을 오가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천기범(삼성), 안영준 등 한국의 중심이 돼야 할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 이들의 분전은 한 줄기 희망과 같았다. 그러나 뒷받침해줄 선수가 없었다. 박정현과 김낙현(이상 고려대)을 제외한 대학 선수들의 부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장기 레이스인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주전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독이 된다. 조별 리그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휴식일은 하루에 불과하다. 12명의 선수가 출전 시간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의 뒤를 받쳐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 일본농구의 급성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기에
지난 2월부터 손발을 맞춘 일본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농구를 펼쳤다. 러시아와의 결승전은 일본농구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증명한 무대였다. 전날 러시아의 높이에 호되게 당한 일본은 철저한 전술 분석을 통해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 당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높이를 봉쇄한 일본은 장기인 3점슛과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상대의 느린 발을 공략했다.

일본의 우승은 그저 놀라운 일로 치부할 수 없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발전해가는 모습은 한국이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단적인 예로 일본은 결승 전날 러시아에게 50점도 넣지 못하고 패했다. 그러나 결승전에선 83점을 퍼부었다. 상대 수비를 분석하고 공략 법을 찾아낸 결과물이었다.
또 일본의 발전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올림픽까지 3년이 남았지만, 일본의 대회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됐다.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키워나가며 전성기를 맞을 올림픽 때 본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아키라 리쿠카와 감독은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일본농구협회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장기 계획을 세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큰 무대에 부끄럼 없이 나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일본농구는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 여자농구는 이미 추월당했고 남자도 연령별 대표팀이 모두 패했다. 올해 수차례 붙었지만, 승리를 챙긴 것은 성인 대표팀 뿐이다. 결국 일본은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 흥행 실패 요인은?
대회 기간 동안 잠실학생체육관은 늘 썰렁했다. 심지어 홈팀인 한국의 경기가 있는 날도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한국의 경기가 없는 날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관중들만 있던 적도 있다. 과연 어떤 부분이 아시아-퍼시픽 챌린지의 흥행 참패 요인일까?
먼저 스타플레이어의 부재가 크다. 한국은 올해 대회전까지 최소 3명 이상의 스타 선수들을 보유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붙었던 2014년 결승전은 물론 2015, 2016년 대회에 나선 한국은 이승현, 이종현, 최준용(SK) 등 미래의 스타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은 강상재, 문성곤을 제외하면 스타플레이어라고 언급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BIG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의 출전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대조되는 상황이다.

또 매번 오던 팀들만 오는 것도 문제다. 대만과 일본, 러시아는 아시아-퍼시픽 챌린지의 단골손님이다. 선수구성도 비슷하고 반가운 얼굴도 있다. 그러나 이벤트성 대회라면 실력을 갖춘 새로운 얼굴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필리핀이 새로 참가했으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엔 부족했다. 지난해 미국 하와이-퍼시픽대의 경우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에 비해 필리핀은 우승은커녕 1승 3패를 기록해 조기 탈락했다. 필리핀 특유의 개인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아-퍼시픽 챌린지는 국내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유일한 국제대회다. 각국 대학 선발팀 및 대학 팀이 자웅을 겨룬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텅 빈 관중석은 선수들의 맥을 빠지게 한다. 긴장감 없는 경기는 관중들의 발길을 끊게 만든다. 대회를 계속 유지하려면 확실한 보완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농구 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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