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의 레전드 박정은 “여자농구가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 있어야”

민준구 기자 / 기사승인 : 2017-07-29 2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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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한국여자농구의 레전드 박정은(40) 전 삼성생명 코치가 아시아컵을 마친 대표팀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29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2017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한국과 중국의 3·4위전이 끝난 후, 박정은 전 코치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쉬운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전설답게 꼼꼼하고 세밀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박 전 코치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대회였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다만 우리와 강팀과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는 대회라고 본다. 과거에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 이젠 아시아에서도 강호라고 불리기 힘들지 않나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박 전 코치는 “이번 대회는 분명히 우리 모두에게 확실한 깨달음을 줬다. 호주나 일본, 중국이 농구에 쏟는 것과 우리를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기본기와 실력에서도 밀렸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100% 전력이 아니었다. 주전으로 예상됐던 박혜진(우리은행)과 강아정(KB스타즈)은 대회 참가가 불가했다. 귀화 선수인 김한별(삼성생명)은 뉴질랜드전 이후 모습을 감췄다. 세간에는 우리의 전력이 완벽했다면 일본과 중국에게 충분히 붙어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박정은 전 코치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100%는 아니었다지만,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막연하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섬세하고 세밀하게 우리의 부족함을 준비하고 다시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투자와 관심도 다 어우러질 수 있을 때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지금은 10번 싸워서 1번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정은 전 코치는 일본과 중국의 약점을 면밀히 파악했다. “물론, 일본과 중국도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중국은 세대교체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고 완벽한 궤도에 오른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일본도 겉으로는 매우 강하지만, 선수들이 갖고 있는 상황 대처 능력이 높지 않다. 대신 스피드와 체력, 정확한 슛으로 그 부분을 채우고 있다. 아시아 농구의 강자로 올라선 것은 그 부분이 주요했다”

또 박 전 코치는 “일본에게 없는 상황 대처 능력이 과거 우리 선수들에겐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신체적인 조건에서 열세를 지녀도 세계 선수들과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깨우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고생해온 선수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남긴 박 전 코치는 “부상 선수가 있을 때 우리가 준비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 예선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계속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의 약점을 임영희와 곽주영 같은 고참 선수들이 잘 메워줬다.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자신들을 희생한 것이다. 미래의 한국여자농구를 짊어져야 할 선수들에게 값진 경험을 선물했다고 본다”고 베테랑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박 전 코치는 “지금 인도에 가 있는 모든 분들이 너무 고생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도 다 이들이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박수 받아 마땅하다. 경험이 없고 부상이 있어 그랬지만, 점점 경기력은 좋아졌다. 정말 고생했고 자랑스럽다”고 하며 고생해온 선수들을 다독였다.

끝으로 박 전 코치는 냉정한 시각으로 한국여자농구를 바라봤다. 모두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국여자농구의 전설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실감났다.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이젠 일본과 중국에게 밀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걸 인정해야 우리의 발전이 오는 것이다. 막연하게 ‘황금세대’를 기다리는 것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농구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가 일본에게 매번 진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지만,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우리 세대가 이겼다고 해서 일본보다 지원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다. 추억에 젖어 사는 사람들은 현실을 망각하게 되어 있다. 그건 오만이다. 한국여자농구가 성장해야 하는 밑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키워내면서 미래를 봐야 한다. 현재의 아픔이 크다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땅에 씨를 뿌리고 천천히 키워내야 하는데 우리는 당장 배고프다고 땅을 파서 씨앗을 먹고 있다. 우리가 세계대회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여자농구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준비를 잘 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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