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NBA 문을 노크하는 유럽의 장신 유망주들이 매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장신’에도 스타일이 나뉘어질 정도로 각기 내세우는 장점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 유럽 유망주들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커서 오는 것일까?
유럽은 재능만 있다면 10대 시절부터 프로진출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모두가 동등하게 기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유럽무대에도 30대 후반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스타들이 많기에 그들 사이에서 출전시간을 얻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그래서 유망주들을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임대’다. ‘임대’가 전적으로 유망주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팀들은 ‘임대’ 방식의 이적을 통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2016-2017시즌 뉴욕 닉스에 잘 정착한 윌리 헤르난고메스(211cm, 센터)가 대표 사례다. 그는 세비야에 임대 선수로 입단하여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20cm, 포워드), 토마스 사토란스키(201cm, 가드/포워드)와 함께 눈도장을 받았다.
터키에서도 최근 이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6순위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지명된 1997년생 유망주 퍼칸 코르크마즈(201cm, 가드/포워드)다.
이스탄불 태생인 코르크마즈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는 세디 오스만(204cm, 가드/포워드)과 함께 터키 농구의 미래를 이끌고 갈 재원이다.
2014년 자국에서 열린 FIBA 유럽 U18 선수권 대회에서 터키 우승에 힘을 보탰으며, 다음 해 열린 세계 U19 선수권 대회에서는 에이스로 나서면서 터키를 대회 역사상 최초로 3위에 올려놓았다. 또, 대회 베스트 5에도 선정되었다.
+2015년 세계 U19 선수권 대회 코르크마즈의 활약상+
https://www.youtube.com/watch?v=SWhTCg6nQdw
코르크마즈는 9살 때 농구를 시작했고, 15살 때 아나돌루 에페스(Anadolu Efes)의 유스 팀에 입단했다. 에페스의 연령대별 팀을 거친 코르크마즈는 만 16세이던 2013년, 터키 3부 리그(TB2L) 팀이자 에페스의 ‘팜 팀(Farm Team)’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테브니얄(Pertevniyal)로 임대된다.
+2013-2014시즌 터키 3부 리그 시절 코르크마즈+
https://www.youtube.com/watch?v=sWNyAFRhRP8
3부 리그에서 실력을 키운 코르크마즈는 2014년 여름에 에페스의 1군 팀에 돌아왔다. 이 때 코르크마즈의 나이는 불과 만 17세였다. 타이밍이 좋았다. 마침 이 팀에는 듀산 이브코비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이브코비치 감독은 현(現) 세르비아 대표팀의 ‘황금세대’를 길러낸 주역이었다. 이후 두 시즌 동안 함께하며 코르크마즈는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유로리그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NBA도 그의 장점을 잘 발견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도 그를 지나치지 않았다.
+코르크마즈의 유로리그 기록+
2014-2015시즌_ 19경기, 평균 10.4분 3.5점 1.4리바운드 0.8어시스트
2015-2016시즌_ 19경기, 평균 8.4분 2.7점 0.9리바운드 0.5어시스트
하지만 2016년 NBA 드래프트 이후 그는 곧바로 필라델피아 선수단에 합류하지 않고 원 소속팀이었던 아나돌루 에페스에 남기로 결정한다. 좀 더 실력을 키워 NBA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6-2017시즌 활약은 어땠을까. 코르크마즈는 아나돌루 에페스의 두터운 선수층을 생각하면 적당히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 대비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컵 대회들 중 가장 수준이 높은 유로리그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이브코비치 감독의 후임인 벨리미르 페라소비치 감독은 코르크마즈를 활용하는 것을 꺼려했다. 대신 유로리그 경기에서는 코르크마즈보다 두 살 많은 1995년생 세디 오스만(203cm, 가드/포워드)을 중용했다.
+2016-2017시즌 기록+
터키리그_ 10경기, 12.7분 6.6점 1.3리바운드 0.9어시스트 0.6스틸
유로리그_ 2경기, 6.5분 1.0점 0.5리바운드
결국 코르크마즈는 2016년 12월, 1991년생 슈터 막심 무타프(193cm, 가드)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아나돌루 에페스를 떠나 임대 선수 신분으로 반빗(Banvit B.K)에 입단했다.
반빗은 올해 2월 19일(현지 시각) 터키 컵 대회 결승에서 아나돌루 에페스를 75-66으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 꼽힌다. 최근 7시즌(2009-2010시즌 ~ 2015-2016시즌) 연속으로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 반빗은 FIBA가 주관하는 챔피언스 리그(Champions League)에 출전 중이다. 최근 파이널 포(Final Four) 진출에도 성공했다.
코르크마즈는 이 대회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에페스에서 누리지 못한 기회를 반빗에서 얻은 것이다. 이는 사소 필리포브스키 감독의 믿음이 큰 역할을 했다.
+반빗 임대 이후 기록+
터키리그_ 13경기, 23.3분 10.3점 3.5리바운드 2.3어시스트 1.1스틸
챔피언스리그_ 6경기, 23.7분 10.8점 4.7리바운드 2.1어시스트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EWE 올덴부르크 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aB58mxUiIMA
코르크마즈는 2016-2017시즌이 끝나고 필라델피아에 합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농구 실력을 봤을 때 NBA 진출은 아직 ‘시기상조’ 같아 보인다. 사실 NBA 행을 생각한다면 유럽에 1~2년 정도 더 머물면서 유로리그, 터키리그 같은 유럽의 수준 높은 프로무대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직 만 20살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페스만큼 명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실전경험을 더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임대’이긴 해도 기회가 아주 좋다는 의미다.
그간의 다른 임대 사례를 살펴보자. 필라델피아에서 다시 팀 동료로 만날 수도 있는 다리오 사리치(209cm, 포워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사리치는 2014년 NBA 드래프트 이후 필라델피아로 건너오지 않고 아나돌루 에페스에서 2년간 더 있었는데 이 때 유로리그, 터키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유럽에서의 성장세를 발판으로 사리치는 2016년 오프시즌 필라델피아에 합류하였고 2016-2017 NBA 정규시즌 경기에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이 되었다.
아직 현재진행형 중이기는 하지만 2017-2018시즌 NBA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1995년생 세디 오스만(203cm, 가드/포워드)도 사리치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는 오스만은 사리치와 같은 선택을 했다. 2015년 NBA 드래프트 이후 곧바로 NBA로 가지 않고 유럽에 머물렀던 것. 오스만의 결정은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기복은 있지만 그는 2016-2017시즌 유로리그, 터키리그에서 2015-2016시즌에 비해 한층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아나돌루 에페스의 중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코르크마즈의 장, 단점
코르크마즈는 가벼운 몸을 가지고 있다. 발도 빠르며 점프력도 높은 편. 그는 이 신체적인 장점을 코트에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슛과 패스의 완성도 역시 그 나이 대 선수치고 꽤 높다. 운동능력을 이용한 림 어택도 잘하는 편. 아직 왼손 드리블이 살짝 아쉬운 면이 있기는 전체적으로 볼 핸들링 실력은 괜찮다.
또한 볼을 쥐고 있을 때만 농구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볼이 없을 때도 상대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린다. 볼러로서 시작하는 2-2 전개도 매끄럽다. 수비에서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늘었다. 특히 상대 스크린에 대한 대처가 많이 좋아졌으며 높이 수비와 가로채기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코르크마즈의 문제점은 왜소한 체격이다. 이로인해 손해보는 면이 많다. 리바운드 참가를 예로 들어보자. 코르크마즈가 볼의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위치를 선점해도 힘이 좋은 상대 선수와 맞닥뜨렸을 때 박스아웃에서 밀리며 리바운드를 빼앗기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수비에서 나타나는 약점도 마찬가지. 상대 선수가 힘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요령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당장 발전에 만족하지 않고, 유럽에서 1~2년 정도 뛰면서 한 단계씩 더 올라간 다음에 도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NBA 입장에서도 유럽무대가 ‘미지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르크마즈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cYmI68ltTJc
# 사진=유로리그 제공, 유투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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