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연맹, 엘리트와 유소년 농구 결합된 주말리그, ‘하모니 리그’ 개최 추진
지도자 대부분 반대, 아이들 혹사 우려, 사전에 교감 없어
[점프볼=곽현 기자] 초등농구연맹이 엘리트와 유소년팀이 결합해 진행하는 주말리그 형식의 ‘하모니 리그’ 개최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지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양 측의 입장차가 팽팽했다.
초등농구연맹은 25일 천안의 테딘패밀리 리조트에서 2016 초등농구연맹 지도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연맹은 지난 8월 서정훈 신임 회장이 제 15대 회장으로 당선된바 있다. 이날 워크숍은 서 회장 당선 후 지도자들과 첫 만남을 갖는 자리였다. 워크숍에는 전국의 남녀 초등학교 코치 및 감독들이 참석했다.
워크숍에서는 초등연맹을 이끌어 갈 이사진 소개를 시작으로 초등연맹의 향후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하모니리그’ 개최였다. 초등연맹에서 기획하고 있는 하모니리그는 기존 엘리트팀과 유소년팀이 결합돼 치러지는 리그로, 중고연맹이 진행하고 있는 주말리그처럼 주말에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다.
한데 이날 하모니리그 개최에 대한 지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현실적으로 리그를 진행하는 것에 있어 많은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날 지도자들이 조별로 나뉘어 토의가 이뤄졌는데 가장 많이 오간 얘기가 하모니리그 개최였다. 기자가 각 방을 찾아가 의견을 들은 결과 대부분의 지도자가 하모니 리그 개최에 있어 반대 의사를 전했다.
지도자들이 최우선적으로 든 반대 이유는 주말에 경기를 개최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든다는 것이었다. A교사는 “주중에도 훈련을 하고, 주말에도 경기를 치르게 되면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뺏게 된다”고 전했다.
이는 중고농구가 주말리그 시행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같다. 실질적으로 주말리그 시행 동안 주중에 휴식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전하는 선수, 코치들 모두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체적으로 덜 성숙된 초등학생들의 경우 과도한 운동이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B코치는 “주말에 경기를 하는 것은 학교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에 사건사고가 많아 대외 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소년 농구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C코치는 “유소년 팀이 100명인 팀도 있고, 200명인 팀도 있다. 그런 팀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 것인가. 또 대회를 참가시키기 위해선 유소년 팀들도 선수 등록을 시켜야 한다. 선수 등록을 하면 일반 대회를 나갈 수 없다. 유소년팀 입장에선 등록을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초등연맹이 이처럼 유소년농구와 함께 리그를 만들려고 하는 취지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스포츠종목에 있어 생활체육과의 통합을 권고했고, 양 단체가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길 요청하고 있다.
초등연맹 박연규 부회장은 “생활체육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도출해야 문체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 고민을 했다”며 “지금 농구는 너무 승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 틀을 깨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리그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권역별로 나눠 대략 8개 팀이 리그전을 치르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엘리트 5팀, 유소년 3팀, 8팀에 일본, 중국팀을 초청해 10개팀이 함께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여자팀은 숫자가 적기 때문에 4개 팀이 참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소년팀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이들이 뛸 수 있는 각종 대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농구 인프라를 넓히기 위해 유소년농구와 함께 리그를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두 단체 간의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한 격차를 좁히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하모니리그를 진행하기에는 여러 여건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진행방식에 변화를 두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엘리트와 유소년팀의 운영이나 성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리그를 나눠서 운영하자는 것이다. B코치는 “3부로 나눠서 1부는 엘리트, 2부는 학교팀, 유소년 팀은 3부로 나누면 어떨까 생각한다. 또 주말에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방학 때만 하는 건 어떨까 싶다”며 의견을 냈다. B코치의 의견에 여러 코치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학교 수업이 없는 방학 기간이라면 주말에 경기를 치르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의견이었다.
한편 이날 지도자들이 초등연맹이 발표한 하모니리그 개최, 또는 여러 가지 비전 제시에 있어 대립각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사전에 어떠한 소통 없이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D코치는 “워크숍 전에 문자로 그냥 하모니 리그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만 왔다”며 “이사회에서도 리그를 개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다 모아놓고 지도자들에게 따라와 달라는 식이었다”며 공감대 형성이 없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초등연맹은 서정훈 회장 취임 후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현장의 목소리다.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팀을 꾸려가는 코치, 감독들의 의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서로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 한다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사진 - 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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