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맹봉주 기자] “우리은행이 너무 독보적인 것 같다. 내가 들어가서 우리은행의 독주를 막고 싶다.”
한국여자농구의 국보 센터 박지수(18, 195cm)가 여자프로농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6 FIBA 아시아 U18여자농구대회를 마치고 21일 귀국한 박지수를 지난 23일 천안에 위치한 KB스타즈 숙소에서 만났다.
숙소 1층 로비에 도착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수가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U18여자농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오른쪽 발등 인대를 다쳤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프로 데뷔전 또한 미뤄졌다. 상심할 법도 하지만 박지수는 밝은 표정으로 필자를 반겼다. “이곳 시설이 정말 좋다”며 “당장 경기에 뛸 순 없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일단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느끼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U18여자농구대회에서 당한 부상 이야기부터 국가대표 출전에 관한 혹사 논란, 다가오는 프로 데뷔전, 1순위로서의 부담감 등 그동안 품어왔던 궁금증들을 토해냈다.
Q. 전국체전 이후 오래간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 10월 전국체전이 끝나고 바로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해 훈련했다. 이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국제대회도 갔다 왔다. 쉴 틈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Q. 아시아 U18여자농구대회에서 오른쪽 발등 인대를 다쳤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이었다. 1쿼터 시작하자마자 다쳤다. 경기가 워낙 비등비등해서 말을 못해 참고 뛰다가 3쿼터에 조금 뛰고 안 될 것 같아 얘기했다. 경기 끝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21일 귀국해서 22일 병원 검사를 받았다. 깁스를 일주일 정도 해보고 MRI를 찍을 예정이다. 12월 중순이나 말쯤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부상당한 바로 다음날에도 3-4위전 대만과의 경기에 출전했다.
3-4위전 종료 직전 박지현(숭의여고)이 5반칙으로 나갔다. 2점 차이였고 중요한 순간이었다. 아팠지만 코트에 들어가 그냥 서있기만 하라고 해서 알았다고 말하고 들어갔다.
*박지수는 이날 경기 막판 투입되며 1분 2초간 뛰었다. 한국은 66-63으로 대만을 꺾고 대회 3위를 차지했다.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2017년 세계대회 출전권 또한 획득했다.
Q. 2013년 오른쪽 발목 인대 수술 이후 계속해서 오른쪽 발을 다치고 있다.
훈련할 때는 왼쪽이 안 좋은데 다치는 건 항상 오른쪽이다. 근력을 봐도 오른쪽이 훨씬 괜찮은데, 얘기한대로 수술 이후로 계속 오른쪽만 다친다. 이번 U18여자농구대회 합숙과정에서도 오른쪽 발목이 안 좋았다.
Q. 전국체전 끝나고 만났을 때, 과거 수술 이후 골밑 플레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프로에서도 몸싸움에 대한 걱정이 있을 것 같은데(박지수는 지난 10월 전국체전을 마치고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계속 들어가야지, 들어가야지 했는데 잘 안됐다. 발목수술을 받은 이후 안으로 들어가는 게 불안하다. 이렇게 골밑에 안 들어간 게 몇 년간 반복되며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언니들하고 경기를 뛰면 힘드니까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 같다. 프로무대서 뛰면서 자연스럽게 트라우마가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력해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Q. 오랫동안 국가대표 발탁과 출전을 놓고 혹사 논란이 있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감사한 일이다. 예전엔 쉬지도 못하고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도 없어 속상할 때도 있었다. 대표팀에 그만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주위 친구들이 “넌 그래도 국가대표잖아. 국가대표는 아무나 못하는 거야”라고 다독여줬다. 이후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 청소년대표는 끝났으니 쉴 시간이 있지 않을까싶다.
Q. 성인대표팀 보다 오히려 이번 청소년대표팀에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들었다.
늘 어린 나이에 청소년대표팀에 뽑혔다. 고참이 된 것도, 주장이 된 것도 이번 청소년대표팀이 처음이었다. 성인대표팀에서 내가 막내였을 땐 실수해도 언니들이 괜찮다, 괜찮다 해주며 부담감을 덜어줬다. 하지만 청소년대표팀에선 내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실수처럼 다가왔다. 부담이 됐다.
Q. 드래프트 동기이자 2순위로 용인 삼성생명에 뽑힌 이주연(18, 171cm)이 프로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이주연은 지난 23일 가진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데뷔 무대에서 10득점 3스틸을 기록했다. 9년만의 나온 신인선수 데뷔전 두 자리 수 득점이었다).
너무 잘하더라. (이)주연이 경기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난 왜 이러고 있나 싶고 조급해지기도 했다. 자극이 많이 된다. 주연이는 원래부터 워낙 잘하는 아이였다. 기복이 없다. 열심히 하는 친구다. 청소년대표에서도 나보다 잘했다.
Q. 이제 프로선수다. 신인드래프트에선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지명됐다.
1순위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KB스타즈가 1순위를 뽑아서 정말 좋았다. 사실 드래프트가 다가오자 꿈을 많이 꿨다. 근데 꿈을 꿔도 KB스타즈 꿈은 못 꿨다. 주로 KDB생명과 신한은행 꿈을 많이 꿨다. 두 팀이 1순위를 뽑을 확률이 제일 높았으니까 그런 것 같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뽑을 확률은 KDB생명(28.6%)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신한은행(23.8%)이었다. KB스타즈는 14.3%로 삼성생명(19%)에 이은 4번 째였다.
Q. KB스타즈는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외곽공격이 주를 이루는 농구를 한다. 박지수와 KB스타즈, 잘 맞을까?
내가 포스트에서 플레이하면, 안쪽으로 상대 수비가 몰린다. 이때 밖으로 빼주면 된다. 언니들 3점이 좋으니까 난 오히려 잘 맞을 거라 본다. 언니들 3점이 워낙 좋아서 안으로 수비가 몰릴 때 잘만 빼주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다.
Q. KB스타즈 선수들과는 평소 친분이 있었나?
대부분 청소년대표팀에 같이 뽑혔거나 고교시절 경기를 해서 알고 있는 언니들이다. (홍)아란 언니, (강)아정 언니와는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봤다. 제일 친한 건 (김)현아 언니다. 지금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언니가 생활적인 면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내가 목발을 짚기 때문에 밥 푸는 것도 대신 해준다(웃음). 드래프트 전날에도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Q. 지난 21일 신한은행전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벤치에 앉으니 되게 색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프로에 오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작전타임이나 프로 언니들을 가까이서 본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었다.
Q. 박지수가 보는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전망은?
우리은행이 너무 독보적인 것 같다. 내가 들어가면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은행의 독주를 막고 싶다. 너무 한 팀만 잘나가면 재미없지 않나.
Q. 다른 선수도 아니고 박지수 선수가 이런 얘기를 하니 재밌다(웃음). 분당경영고 시절 고교무대를 3년간 재패했다. 박지수가 있는 분당경영고는 고교무대의 우리은행이었다.
그래서 내가 고등학교 때 나머지 팀들 기분을 몰랐다(웃음). 많이 이겼지만 이길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너무 잘하지만 독주를 한 번 막아보고 싶다.
Q. 요즘 박지수를 비롯해 이주연, 김지영, 박지현 등 가능성 많은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황금세대의 등장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나와 동기들, 언니들, 후배들 모두 그 단어(황금세대)를 마음에 담고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불리는 만큼 기대도 큰 거니까. 나와 내 친구들이 끝까지 은퇴할 때까지 황금세대라 불렸으면 좋겠다.
Q. 언젠가부터 박지수라는 이름 뒤엔 한국여자농구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부담된다. 올해 들어 더 부담되는 것 같다. 학생 때도 부담은 됐지만 대표팀이 끝나면 학교라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이제는 아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까. 성인이 됐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된다. 올해가 부담이 제일 크다.
Q.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을 텐데 실수하거나 못하면 어쩌지’란 생각에 힘들다. 그래서 내 플레이가 더 소극적으로 되는 것도 있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주위 신경 쓰지 않고 내 것만 하면 될 텐데 주위 신경을 쓰니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Q. 본인만의 스트레스 푸는 법이 있는가?
아직까지 해소법을 찾지 못했다. 힘들거나 우울 할 땐 이어폰 끼고 노래를 듣거나 핸드폰을 한다. 대표팀이 끝나면 항상 밤에 혼자 가서 영화를 봤다.
Q. 프로 데뷔를 하면 이제 방송 인터뷰도 많아질 텐데.
카메라만 갖다 대면 말도 안 나오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 같다. 사진 촬영은 익숙한데 영상이나 생중계를 할 때면 아직까진 힘들다.
Q. 올 시즌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싶다. 또 KB스타즈가 아직 우승컵이 없는데 올 시즌 꼭 우승하고 싶다.
Q. 목표에 신인왕은 없다.
당연히 신인왕도 목표다. (지금의 신인들에게)내가 뛰지 않을 때 많이 하라고 하고 싶다. 특히 (김지영, 이주연)그 2명이 슛할 때 블록을 많이 노릴 거다(웃음). 골밑에 언제든 들어와라(웃음).
사진_점프볼 사진(유용우 기자,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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