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누구보다 농구코트가 그리운 이들, 치어리더가 말하는 우리들의 일상

김용호 / 기사승인 : 2020-04-10 14:27:4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김용호 기자] 지난 2020년 2월 21일, WKBL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 진행을 선언했다.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가 진행될 당시 평소와 달리 조용해진 코트에서 경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그날 활기찼던 출근길에 유턴을 한 이들도 있었다. 바로 코트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치어리더들. 무관중 경기로 인해 응원단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치어리더들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구단들의 배려로 한때 경기 진행 스태프로도 함께했지만, 이제는 남녀프로농구 모두 3월 들어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하면서 갈 곳이 사라졌다.

조심스러운 상황에 점프볼도 이번 달에는 치어리더들과 외부 촬영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그간 점프볼을 거쳐 간 베테랑 치어리더들에게 그들의 생활을 들어보고, 그 어느 때보다 답답했을 마음을 공감했다. 아, 올 시즌에는 농구장에서 볼 수 없었던 치어리더들의 소식도 함께 담았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J. 치어리더를 하길 가장 잘했다 싶은 순간이 언제였나요?

정유민_ 스포츠를 잘 모른 채로 시작한 저는 팬들이 같이 응원을 해줘서 적응을 할 수 있었어요. 오래하다 보니 팬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경기장을 다시 찾아오세요. 한 가정이 생기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 아이도 저를 따라 응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했어요.

이엄지_ 아무래도 팬들과 호흡을 할 때겠죠? 오래 하다 보니 현장에서 팬들이 제 응원에 호응을 해줄 때만큼 뿌듯할 때가 없는 것 같아요.

차영현_ 코트에서 공연을 하고, 팬들과 함께 응원할 때요. 경기가 접전이고 연장도 가면 팬들이 저와 같이 일어나서 응원을 해주시거든요. 그때 희열을 느껴요. 재밌기도 하고요. 그럴 때 ‘치어리더를 하길 잘했다’ 싶죠. 폐문 인사 때도 팬들이 재밌었다고 한 마디 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이미래_ 어떤 종목이든 한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할 때면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이 있어요. 잘했던 것, 부족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팬들을 다시 만나려면 비시즌을 버텨야하는구나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오늘이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하지만, 저에 대한 뿌듯함도 들면서 이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느끼죠.


J. 행복했던 순간도 가득하지만, 힘들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차영현_ 처음 시작했을 때는 뭘 몰랐던 상태라 성적 발언이나 악플에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어려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금은 악플이 달려도 아무렇지 않아요!

이엄지_ 다른 것보다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하루 빨리 현장에 나가고 싶은데 말이죠.

이미래_ 치어리더로서의 생활이 힘든 적은 없었어요. 다만, 예전에 코트에서 치어리더들의 위치가 골밑에서 코트 밖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때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위태로웠다고 생각했었어요. 치어리더들이 설 자리를 잃을까봐 걱정됐거든요.

정유민_ 물론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저는 일부러 댓글 같은 걸 보지 않으려고 해요. 되도록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크게 기억에 남는 건 없는 것 같아요.


J.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요?

이엄지_ 생각보다 완벽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웃음). 외부의 평가에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래도 힘들다 싶으면 전 팀원들이랑 얘기를 많이 하면서 위로를 얻는 편이에요.

이미래_ 힙합, 재즈, 일렉 등 비트가 강한 안무 영상들을 보면서 공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생각이 많아질 때면 유화를 그리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하나도 안 들거든요.

정유민_ 한 시즌에 한 번씩은 멘탈이 나갈 때가 있어요(웃음). 진짜 좋아서 하는 일인데, 한 번씩은 ‘내가 뭘 위해서 이걸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제 멘탈의 문제죠. 그럴 때면 감추려고 해도 팬들에게 티가 나나 봐요. 힘들어 할 때 팬들의 응원한다는 말 한 마디면 다시 힘을 받아 뛰곤 해요.

차영현_ 막내였을 때는 언니들이 다 겪어봤다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토닥여줬던 기억이 나요. 언니들 덕분에 잘 버텨냈죠. 이제는 제가 언니의 위치가 돼서 동생들에게 많이 말을 해줘요. 근데 힘이 되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J. 치어리더가 쉽지 않은 직업인데,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치어리더를 시작하겠다는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미래_ 저도 데뷔 첫 시즌에는 우왕좌왕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배우고 나면 즐기면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거든요. 즐기는 것만 잘하면 그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즐기고 응원하는 팀을 사랑하면, 팬들도 그 에너지를 느낄 수밖에 없죠. 그래야 가장 가치 있고 빛나는 치어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차영현_ 다른 일에 비해서는 정말 특별하고 재밌기 때문에 하고 싶다면 추천을 해줘요. 다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 직업은 미래가 보장되는 직업은 아니잖아요. 치어리더를 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훗날의 길을 준비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이엄지_ 아무래도 관중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화려한 면만 보고 오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만큼 빨리 포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치어리더를 하고 싶다면 마음을 생각보다 훨씬 단단히 먹고 열정 가득한 채로 왔으면 좋겠어요.

정유민_ 올해 저희 팀에 19살 고등학생 막내가 들어왔어요. 지금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막내에게는 배우는 단계가 힘들 수 있지만 같이 잘 이겨내 보자고 말해줘요. 시즌이 다시 시작되고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게 되는 순간 절대 이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요.

J. 잠시 농구 시즌을 쉬고 계신 분도 있는데, 농구 코트가 그리울 것도 같아요.

이엄지_ 물론이죠! 다음 시즌에는 다시 농구장에서 팬들을 만날 거라고 약속할게요(웃음). 농구팬들과도 소통하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겼었기 때문에, 꼭 돌아가고 싶어요. 농구도 보고 싶고요.

이미래_ 너무 그립죠. 하하. 저는 데뷔를 농구장에서 하기도 했고, 농구 코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제가 그걸 정말 좋아해요. 농구 코트 위에서 공연을 하고 싶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NBA 치어리더 팀들의 공연 영상을 정말 많이 봐요.


J. 마지막으로 치어리더 생활이 끝나기 전에 꼭 남겼으면 하는 추억이 있을까요?

정유민_ 지금 응원하고 있는 삼성이 우승을 하는 걸 꼭 보고 싶어요. 3년 전에 준우승을 했었잖아요. 그때 정말 열심히 응원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가 삼성을 떠나기 전에는 꼭 한 번 우승을 했으면 해요. 제가 농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하하.

이엄지_ 지난 번 인터뷰 때도 제가 모두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치어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었잖아요. 다시 농구장을 찾아서 제가 훗날 코트를 떠나더라도 팬들이 절 찾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차영현_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좋지 못한 쪽으로 이슈가 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치어리더들은 춤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장기들이 많거든요. 앞으로는 치어리더가 좋은 이슈로만 팬들에게 비춰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미래_ 농구 코트에서 한 번 더 뛰고 싶어요. 그리고 후배들이 봤을 때 ‘언니처럼 멋있는 공연 하나 남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더 노력할 거예요. 팬들에게도 ‘이미래 치어리더는 정말 예쁘게 잘 웃었고, 에너지만큼은 누구에게 뒤처지지 않았다’라는 기억을 남기고 은퇴하고 싶어요.

BONUS ONE SHOT | 코로나 저리 가! 경기장이 너무 가고 싶어요!

차영현_ 예전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응원이 중단되면서 일이 없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도 그 때는 팬들도 저희도 경기장을 갈 수는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만날 수가 없잖아요. 경기조차 볼 수 없으니 그냥 멍한 것 같아요. 팬들도 SNS로 연락이 많이 오는데, 빨리 만나러 가고 싶어요.

이미래_ 지금은 집 밖에 나가기도 힘드니까 너무 답답하죠.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는데, 팬들과 함께 뭉치는 그 에너지가 그리워서 빨리 경기장에 가고 싶어요. 일정표를 보다가 ‘오늘 원래 경기 있는 날인데 못가네’라는 생각이 들면 너무 답답해요.

정유민_ 상황이 진정되질 않으니 어쩔 수 없지만, 경기장을 못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하루 빨리 상황이 해결돼서 현장에 계신 분들, 팬들도 모두 만나 응원도 하고 경기도 보고 싶어요.

이엄지_ 요즘은 TV를 봐도, 기사를 봐도 경기에 대한 걸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치어리더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팬 입장에서도 현장에서 응원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치어리더는 소통을 하는 직업인데, 잠시 일을 잃었다는 느낌이 너무 슬프기도 해요.

이들의 인터뷰를 다시 보고 싶다면?
정유민 치어리더_ 2019년 3월호
이엄지 치어리더_ 2018년 11월호
차영현 치어리더_ 2019년 6월호
이미래 치어리더_ 2017년 3, 10월호

정유민 치어리더 프로필_
1992년 1월 22일생, 2016~2020시즌 서울 삼성, 인스타그램 @yoom_nie

이엄지 치어리더 프로필_
1992년 7월 8일생, 2019-2020시즌 대한항공(남자배구)/KGC인삼공사(여자배구), 인스타그램 @umjiya__a

차영현 치어리더 프로필_
1992년 7월 21일생, 2015-2020시즌 원주 DB, 인스타그램 @chacha721

이미래 치어리더 프로필_
1990년 9월 15일생, 2019-2020시즌 KB손해보험(남자배구), 인스타그램 @ramstar_one

# 사진_ 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기자), 본인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호 김용호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