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김가네 8남매의 자랑’ 김수찬-김태완 형제 “4년 뒤에 만나면 양보 없다?”

민준구 / 기사승인 : 2020-03-03 05:44: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민준구 기자] 대한민국 농구는 ‘형제앓이’ 중이다. 최근 KBL 사상 첫 형제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오른 허웅-허훈 형제는 물론 이복 형제인 최진수와 김진영 역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농구에 전념하고 있는 한 쌍의 형제가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김수찬과 고려대의 신입생 김태완이 그 주인공이다. 무려 9살 차이로 세대 차이(?)가 느껴질 정도이지만 생김새와 행동 모두 ‘형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4년 뒤 같은 무대에 서자는 약속을 한 김수찬-김태완 형제. 과연 그들은 KBL이 자랑하는 또 한 쌍의 ‘형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Q. 김수찬-김태완 형제의 인터뷰를 하게 돼 영광입니다.

수찬_너무 감사드려요. 사실 사진 한 장 찍고 인터뷰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잡지에 나오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네요. 태완이아 둘이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어요. 가끔 집에서 장난삼아 핸드폰으로 찍어본 적은 한 번 있는데 이렇게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본 건 처음이에요.

태완_수찬이 형이랑 같이 인터뷰를 할 일이 거의 없었어요. 5년 전에 한 번 제가 용산중에 있을 때 한 적은 있는데 이후에는 기회가 없었죠.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Q. 형제들도 다양한 유형이 있잖아요? 김수찬-김태완 형제는 어떤 ‘형제’인가요?

수찬_엄청 친하지는 않아요(웃음). 같이 있으면 말을 잘 안 하거든요. 각자 자기 할 일 하는 스타일이니까요. 그래도 태완이가 쉬는 날이거나 주말이면 놀러 오라고 이야기해요. 굳이 학교 숙소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쉬어야 하니까요.

태완_전에는 잘 몰랐는데 둘이 있으니까 나름 재밌어요. 같이 밥도 먹고 게임도 하거든요(웃음).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 그라운드 등 여러 게임을 하는데 사실 둘 다 소질은 없는 것 같아요.

Q. 이제 성인이 됐으니 술도 한잔할 거 같은데요?

수찬_가족들과 있을 때는 한잔 씩 주곤 했어요. 근데 잘 안 맞는 체질인 것 같더라고요. 한 잔 먹으면 바로 자던데요?
태완_인정. 전 진짜 술이랑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Q. 평소에 농구 이야기는 잘 안 할 것 같아요.

태완_맞아요. 서로 피곤하다 보니 농구 이야기는 잘 안 하려고 하죠. 그냥 일상생활 이야기 정도만 해요. 가끔 제 공격을 더 보라는 조언 정도는 해주죠.

수찬_태완이가 농구를 너무 잘해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기는 해요. 하하. 그래도 지금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농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패스만 하다 보니 득점을 못 할 때가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만 가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요.

Q. 8남매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어요. 요즘에는 대가족을 보기가 힘들잖아요.

수찬_다 같이 모이는 게 힘들기는 해요. 근데 또 모이면 재밌어요. 다같이 놀러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태완_같이 놀러 갈 일이 많지는 않아도 시간이 되면 그때만큼 즐거운 일은 없어요

Q. 김수찬 선수는 8남매 중 장남인 만큼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수찬_사실, 장남이라는 묵직함과 책임감은 분명히 있어요. 제가 잘 되면 동생들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 하죠. 근데 아직 결과로 보여드린 게 없잖아요. 앞으로 지금보다는 적어도 2, 3배는 더 잘해야 해요.



Q. 그렇게 많은 가족들 중 두 분만 농구를 한다는 것 역시 특별하네요.

수찬_전 또래에 비해 키가 굉장히 컸어요. 또 운동하는 걸 좋아했고 뛰어다니는 걸 즐겼죠. 운동회에 나가도 항상 마지막 주자였거든요. 관심 있게 봐주신 농구부 코치님께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셨고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말이죠(웃음).

태완_어렸을 때 부산 성남초를 정말 많이 갔었어요. 수찬이 형이 운동할 때 저는 자연스럽게 농구공을 만질 수 있었죠. 사실 7살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거예요. 정식으로 농구부에 들어간 것도 8살이었으니까 또래 애들보다는 엄청 빨랐죠.

Q. 혹시 다른 동생들이 농구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수찬_올해로 11살이 되는 태준이가 농구에 관심이 많아요. 근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태완이의 경우에는 자신의 의지가 확고했고, 말릴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운동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태준이가 정말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시작점보다는 될 놈은 된다고 믿거든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고생하면 농구가 재미없어질 수도 있고요.

Q.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두 분은 농구로 더 끈끈해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수찬_원래 표현을 서로 못하는 편이라 그런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 태완이를 챙겨주려고는 하죠. 쉬는 날에 불러서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하니까요. 태완이가 너무 어렸을 때부터 따로 살아와서 외로웠을 거예요. 그 부분은 형인 제가 어떻게든 같이 이겨내려고 합니다.

태완_수찬이 형은 의지가 많이 되는 사람이에요. 사실 남자들의 세계에선 누나보다는 형이랑 말이 더 잘 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조력자 느낌도 있어요.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거든요.

Q. 김태완 선수의 고려대 진학 소식이 전해졌을 때 김수찬 선수는 어떠셨어요?

수찬_우리 집안에 명문대학 선수가 나왔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더라고요. 하하. 가족들도 모두 경사 났다면서 기뻐했죠. 태완이는 앞으로 잘할 일만 남았어요. 그리고 잘할 거라고 믿고요.

Q. 부모님도 굉장히 기뻐하셨을 것 같아요. 김수찬 선수와 김태완 선수 모두 성공의 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수찬_크게 내색은 안 하시는 분들이에요. 사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태완이가 고려대로 진학하면서 정말 좋아하시기는 했죠.

태완_아빠, 엄마 모두 정말 좋아하셨어요. 예전부터 고려대나 연세대처럼 명문대학에 가는 걸 바라셨거든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죠.

Q. 서로 다른 유형의 플레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수찬_명지대 시절까지 제 포지션은 포워드였어요. 가끔 가드로 나섰지만 확실한 포지션을 찾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태완이가 부럽기도 해요. 포인트가드로서 패스와 슛이 모두 좋으니 농구하기가 편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하나의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배웠으니 완성도도 높겠죠. 그리고 농구는 포인트가드가 제일 재밌고 좋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직도 포지션을 찾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잘 된 일이에요.

태완_용산고 시절 이세범 코치님의 도움이 컸던 것 같아요. 전체적인 조언을 통해 정말 많이 알려주셨거든요. 포인트가드는 포워드와 센터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입을 잘 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덕분에 요즘에는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웃음).

Q. 그럼 솔직하게 서로의 실력 평가 한 번 해주시죠.

수찬_태완이는 농구를 잘해요. 근데 멘탈이 조금 약하다고 해야 할까. 한 번 무너지면 회복 속도가 빠르지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플레이만 가져가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아요.

태완_수찬이 형의 장점은 슈팅가드 포지션 대비 신장이 좋아요. 또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 중 가장 빠르고 속공 마무리와 수비도 좋죠. 근데 아직 포인트가드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싶어요. 드리블 연습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집중한다면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Q. 김수찬 선수는 혹시 김태완 선수의 최근 경기를 본 적이 있나요?

수찬_우수 학교 초청 대회에서 태완이가 위닝슛을 성공한 휘문고 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기 종료 2~3초 전에 스틸을 하더니 하프 라인에서 버저비터를 넣더라고요(웃음). 마침 D리그 경기를 마무리하고 버스에서 잠깐 봤는데 정말 너무 잘했어요.

Q. 그럼 반대로 김태완 선수는 김수찬 선수의 경기를 어떻게 보셨어요?

태완_오리온 전에서 조던 하워드를 수찬이 형이 제대로 막아냈던 기억이 있어요. 중요할 때마다 3점슛도 넣었고요. 팀은 비록 졌지만 수찬이 형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증명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Q. 요즘 김수찬 선수가 많은 시간 뛰지 못하고 있어요. 동생으로서 쓴소리(?)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태완_프로 선수인 만큼 자기 자신이 노력하는 건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부분을 잘 이행하면 인정받지 않을까요? 수찬이 형이 정말 ‘노력파’인데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Q. 두 분 모두 중요한 시기잖아요. 김수찬 선수는 1군 복귀, 김태완 선수는 고려대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요.

수찬_D리그에서 자주 뛰는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대신 잘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하지만 제 자리는 스스로 찾아야 하잖아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유재학 감독님은 내심 제게 포인트가드를 바라고 있으신데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죠. 그래도 듀얼 가드로서 포인트가드 역할도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태완_저는 대학 무대에 처음 들어서는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이)우석이 형과 같은 방인데 따로 보강 운동을 할 정도죠(웃음). 아직 고려대만의 전술 훈련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형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있어요. (박)무빈이와 포지션이 겹치는데 서로 부족한 점을 챙겨주면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어요.

Q. 프로 선배로서 김수찬 선수가 봤을 때 김태완 선수가 어떻게 해야 KBL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요?

수찬_형제라는 생각을 버리고 봐도 태완이는 지금처럼만 하면 프로 무대에서도 좋은 가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대신 화려함보다는 안정감 있는 가드로서 2대2 플레이와 슈팅 능력만 더 키운다면 현대 농구에 맞는 가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어요.



Q. 그렇다면 김태완 선수는 김수찬 선수가 KBL에서 뛸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태완_수찬이 형은 큰 기복 없이 자기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코칭스태프가 바라는 부분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고 봐요.

Q. 4년만 지나면 KBL에서 만날 수도 있어요.

수찬_같은 팀보다는 적으로 만나고 싶어요. 태완이가 제 수비를 한 번 맛봐야 할 텐데(웃음). 근데 질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태완_수찬이 형과 같은 팀으로 만나도 좋을 것 같지만 상대편이 되어 붙어봤으면 좋겠어요. 상상만 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 만나면 제가 밀리겠지만 4년 뒤에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Q. 미래에 두 분이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2020년을 잘 보내야 합니다.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수찬_다치지 않고 지금처럼만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운동에만 매달리지 않았으면 해요. 대학 생활도 즐겨봤으면 합니다. 제가 명지대에 다닐 때는 캠퍼스 라이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거든요. 학교 생활을 잘하지도 못할 환경이었고요. 태완이는 그런 것 없이 운동과 학업 모두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

태완_수찬이 형이 4년 뒤에 저를 만나려면 지금보다 더 잘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리그 신인상을 노려보려고요. 주희정 감독님이 운동을 많이 시키시는 분으로 유명한데 잘 따라가려고 노력해야죠. 그래야만 저 역시 4년 뒤에 형을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요.

프로필_
김수찬_1992년 3월 19일생, 188cm/80kg, 가드, 부산 성남초-용산중-용산고-명지대-울산 현대모비스
김태완_2001년 4월 27일생, 181cm/72kg, 가드, 삼광초-용산중-용산고-고려대

※ 29살부터 9살까지… 김가네 8남매

김수찬-김태완 형제 가족

김천식(52), 김연주(52), 김수찬(29), 김선옥(27), 김민지(22), 김태완(20), 김태민(19), 김가경(18), 김태준(11), 김태우(9)

김수찬과 김태완 형제의 가족은 무려 8남매다. 장남 김수찬이 29살이며 막내 김태우는 9살로 무려 20살 차이가 난다. 지금은 각자의 인생을 위해 전국 곳곳으로 흩어졌지만 한 번 모임을 갖게 되면 어떤 가족보다 시끌벅적한 재미가 있다. 김수찬은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가끔 가족모임이 있을 때는 정말 재밌다. 나이차가 꽤 많은 편인데 막내(김태우) 놀리는 재미가 있다. 너무 아기라서 그런지 누나들한테 예쁨도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다. 김태완 역시 “태우가 요즘 말을 잘 안 듣는다(웃음). 첫날에는 애교도 부리는데 다음부터는 장난도 많이 치고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라며 웃음 지었다. 어린 나이 때부터 고향인 부산을 떠나 자라왔던 김태완에게 있어 가족이란 애틋한 존재다. 특히 둘째 누나 김선옥 씨에게는 더욱 그랬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어릴 때는 자주 울기도 했다. 근데 선옥이 누나가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김태완의 말이다. 김수찬도 “선옥이가 정말 고생했다. 태완이가 많이 힘들어했는데 옆에서 같이 있어 주니 많은 힘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주말에 시간이 되면 태완이를 자주 부르려 한다. 같이 고생하는 처지에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덜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 제대로 된 가족사진 한 장이 없다고 전한 두 형제. 김수찬은 “시간이 된다면 우리 식구 10명 모두 가족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태완이가 더 바빠지기 전에 말이다(웃음)”라며 미소를 지었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민준구 민준구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