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중의 소속사 에픽스포츠는 4일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이현중이 2026 NBA 서머리그에서 명문 구단 샌안토니오 스퍼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서머리그는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4일 귀국하는 이현중은 대표팀 훈련을 소화한 이후 일정 조율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이현중이 서머리그에 출전하는 건 이번이 3번째다. 2023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2024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소속으로 서머리그를 소화한 바 있다. 2차례 도전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이현중은 NBA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NBL 일라와라 호크스, B리그 나가사키 벨카를 거치며 내면을 다졌다.
특히 나가사키가 2025-2026시즌에 달성한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이현중은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챔피언십 MVP를 비롯해 베스트5, 아시아쿼터상, 3점슛 1위를 휩쓸었다.
가치를 증명한 데다 여전히 여러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신분인 만큼, 이현중에겐 지금이 NBA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적기다. 이현중은 하승진에 이은 역대 2호 한국인 NBA리거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샌안토니오는 NBA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통산 5차례 파이널 우승을 차지해 보스턴 셀틱스(18회), LA 레이커스(17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7회), 시카고 불스(6회)에 이어 이 부문 5위에 올라있다. 2020년부터 6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빅터 웸반야마를 중심으로 유망주를 꾸준히 수급한 올 시즌은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이현중에겐 국내 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빅마켓 팀들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에도 샌안토니오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현중을 원했다.
“단장이 직접 관심을 표했고, NBA 내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팀이다. 그간 서머리그에서 기회를 못 받아 속이 상했던 이현중 선수에게 가장 알맞은 팀이어서 선택했다.” NBA에서 14년간 근무했던 에픽스포츠 김병욱 대표의 말이었다.
이현중에게 서머리그는 부푼 꿈을 안고 건너갔으나 번번이 시련을 안긴 무대였다. 특히 포틀랜드 소속으로 치렀던 2024년 서머리그에서는 약속과 달리 3경기 연속 결장하며 서머리그를 시작했다. 이후 2경기에서 각각 9분 39초, 19분 51초를 소화했으나 각 팀 주요 전력분석은 이미 철수한 터였다. 제 기량을 보여줄 만큼 충분한 출전시간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었다.
샌안토니오는 이전 팀들과 달리 이현중에게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신뢰할 만한 코멘트를 남겼다. 에픽스포츠 측에서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묻자, 샌안토니오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약속할 순 없다. 우린 누구에게도 그런 약속을 하진 않는다. 다만, 지난 2년간 스카우팅이나 투웨이 계약한 선수들보단 이현중이 더 훌륭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샌안토니오 측이 에픽스포츠에 전한 한마디였다. 참고로 샌안토니오가 최근 2년간 투웨이 계약을 맺은 선수로는 데이비드 존스 가르시아, 엠마누엘 밀러, 라일리 미닉스 등이 있었다.
김병욱 대표는 샌안토니오와의 협상 과정을 돌아보며 “우리로선 이런 말에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 그 이상의 약속을 할 순 없다고 했지만, 이현중 선수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선 대화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서머리그는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선수도, 낙방한 선수도 NBA 관계자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무대다. 물론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특급 유망주는 기대에 못 미쳐도 면죄부가 따르며 정규시즌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만, 드래프트에서 떨어졌던 선수들에겐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다.
한정된 기회에도 임팩트를 남겨야 투웨이 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투웨이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프리시즌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고, 이를 통해 계속해서 가치를 증명한다면 정규 계약까지 따낼 수 있다. 오스틴 리브스(LA 레이커스)가 대표적이며, KBL에서 뛰었던 디온테 버튼도 투웨이 계약을 거쳐 NBA에 입성한 사례다. 키퍼 사익스는 투웨이 계약보다 한 단계 낮은 형태인 Exhibit 10 계약을 통한 서머리그를 거쳐 NBA 무대에 섰다.
이현중은 투웨이 계약을 넘어 정규 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병욱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최소 투웨이 계약이다. 샌안토니오에도 정규시즌 로스터를 노린다고 전했다. 이 부분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팀과 조율하겠다고,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명확하게 얘기했다. 샌안토니오도 우리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병욱 대표는 이어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검증을 받았다. 서머리그에서는 더 높은 수비 레벨을 얼마나 버티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스스로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최근 몇 년 동안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이제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다. 얼마나 더 요령 있게 이 부분을 풀어가느냐가 중요하지만, NBA는 수비가 중심이 되는 리그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구단 입장에서도 서머리그는 단순히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무대가 아니다.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선수들 가운데에는 팀의 약점을 메워줄 선수를 우선 순위로 두고 로스터를 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도 샌안토니오는 이현중에게 최적의 선택지였다.
이동환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포틀랜드 시절과 비교하면 컨디션 관리, 경기 감각 유지 측면에서 훨씬 나을 것이다. 무엇보다 샌안토니오는 200cm 안팎의 윙, 슈터를 필요로 하는 팀이다. 올 시즌 파이널에 진출했으나 웸반야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축 선수가 가드다. 카터 브라이언트를 키우고 있지만 경험, 농구 이해도 측면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샌안토니오의 니즈, 이현중이 갖고 있는 재능이 딱 들어맞아서 많이 기대된다. 샌안토니오를 고른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이현중은 6일까지 개인 일정을 소화하며, 8일 남자대표팀에 합류한다.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동료들과 강화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7월 3일(대만), 6일(일본) 고양체육관에서 열리는 2027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있으나 서머리그 개막도 임박한 시점이다. 이현중은 대한민국농구협회,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과 이에 대한 조율을 이어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무대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획득 시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국가의 명예가 우선이지만, 해외리그에서 도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은 향후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현중뿐만 아니라 여준석(시애틀대)에게도 아시안게임이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서머리그를 거쳐 NBA 팀과 계약을 맺는다면, 이현중의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는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다. 아시안게임 남자농구는 9월 10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며, NBA 팀들은 대부분 9월 말에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한다. 구단과 조율만 된다면 아시안게임 출전에 별다른 제약은 없다는 의미다.
김병욱 대표 역시 “NBA 팀들의 소집 시기, 아시안게임 농구 기간을 고려하면 트레이닝 캠프에 늦지 않게 합류할 수 있다. 아직 계약이 이뤄진 건 아니지만, 이 부분도 충분히 조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_점프볼DB, B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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