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의 대표 명문,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NBA 파이널로 돌아왔다.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 팀 던컨을 앞세워 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짧은 암흑기를 겪었으나,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빅터 웸반야마를 지명하며 리빌딩 초석을 마련했다.
샌안토니오는 웸반야마 지명 이후에도 무리한 영입보다 유망주 육성에 집중했다. 2024 NBA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스테픈 캐슬, 2025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딜런 하퍼를 지명하며 리빌딩에 마침표를 찍었다.
리빌딩을 끝내도, 곧바로 파이널에 진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전통의 명가' 샌안토니오는 달랐다. 웸반야마와 젊은 선수들이 윈나우 체제 첫 시즌부터 대박을 터트리며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데뷔 3년 만의 파이널 진출. 어쩌면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규시즌
샌안토니오의 지난 시즌 성적은 34승 48패로 서부 13위였다. 뚜렷한 전력 보강도 신인 하퍼, FA로 루크 코넷 정도가 전부였다. 건강한 웸반야마의 복귀는 긍정적인 요소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샌안토니오의 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년차에 만개한 캐슬, MVP 후보로 발돋움한 웸반야마, 최고의 식스맨이 된 켈든 존슨, 여기에 쏠쏠한 활약을 펼친 데빈 바셀과 줄리안 샴페니 등 그야말로 꽉 찬 로스터가 탄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위권을 유지했고, 시즌 막판에는 서부 1위 오클라호마시티를 위협할 정도였으나, 결국 2위로 시즌을 마쳤다.
1라운드 vs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4승 1패)
샌안토니오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고, 1차전을 23점차로 대승하며 예상대로 흘러갔으나, 변수가 발생했다. 2차전에 웸반야마가 뇌진탕 부상으로 이탈했고, 경기도 역전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가 된 것이다. 자칫 업셋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이를 비웃듯 3연승을 거두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특히 웸반야마가 결장한 3차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캐슬과 하퍼가 맹활약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이제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 스타가 됐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2라운드 vs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4승 2패)
손쉬웠던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는 혈투였다. 앤서니 에드워즈, 줄리어스 랜들, 제이든 맥다니엘스, 루디 고베어 등 훌륭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미네소타를 상대로 시작부터 고전했다.
1차전, 에드워즈와 랜들의 활약으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시리즈를 시작했고, 2연승으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4차전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 웸반야마가 경기 초반에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퇴장당하며 그대로 패배한 것이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 분위기가 넘어갔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샌안토니오는 강했다. 5차전과 6차전을 합계 59점 차이로 완파하며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컨퍼런스 파이널 vs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4승 3패)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대결이었다. 그리고 시리즈는 기대대로였다.
1차전부터 2차 연장까지 돌입하는 명승부가 나왔고, 시리즈 내내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며 불꽃 튀는 맞대결을 펼쳤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에서 오클라호마시티가 5차전을 승리하며 파이널 진출까지 단 1승을 남기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6차전과 7차전을 샌안토니오가 승리하며 파이널에 진출했다.
'오클라호마시티 천적' 웸반야마의 활약이 눈부신 시리즈였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존재만으로 상대 공격을 제어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골밑에서 쳇 홈그렌, 외곽에서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등 상대 5명을 모두 수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리즈 평균 27.3점 10.9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만장일치 컨퍼런스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웸반야마는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은 후 눈물을 보이며 감격스러워했다.

주요 선수들 플레이오프 성적
빅터 웸반야마: 평균 23.2점 10.8리바운드 3.5블록
커리어 첫 플레이오프에서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플레이오프는 수비 강도가 높아지고, 파울 콜도 엄격해진다. 어마어마한 높이를 자랑하나, 몸싸움에는 약점이 있는 웸반야마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웸반야마는 차원이 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단 수비에서 샌안토니오는 캐슬, 디애런 팍스, 하퍼 등을 활용해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친다. 상대가 골밑 돌파를 시도하면 뒷선의 웸반야마를 믿고 놔주는 식이다. 이 수비에 백투백 MVP 길저스-알렉산더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존재만으로 상대는 골밑 공격을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평균 블록은 3.5개지만, 영향력은 숫자 이상이다.
공격에서의 활약도 뛰어나다. 상대는 의도적으로 웸반야마에게 강한 몸싸움을 붙여 밸런스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 초반에는 이런 수비에 고전했으나, 적응을 마친 이후 이를 역으로 이용해 파울을 유도하거나, 앨리웁 플레이로 무력화시켰다. 또 3점 라인 밖부터 드리블을 통해 3점슛을 성공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스테픈 캐슬: 평균 19.2점 6.7어시스트 4.9리바운드
샌안토니오의 보물이다. 훌륭한 신체 조건과 수비력으로 정규시즌 내내 샌안토니오 가드진의 핵심이었던 캐슬은 플레이오프에서 더 발전했다. 격렬한 몸싸움에 강점이 있고, 이는 하드콜 기조인 플레이오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백코트 파트너 팍스와 달리, 캐슬은 매 경기 본인의 몫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정규 시즌에 경기당 1.2개, 성공률 33%에 그쳤던 3점슛이 플레이오프에서 1.6개, 성공률 36%로 들어가고 있다. 골밑 돌파와 자유투 획득은 장기인 선수인데 3점슛까지 터지니 막을 수가 없다. 심지어 포인트가드 역할도 수행하며 볼 운반과 경기 운영까지 해내고 있다.
수비는 명불허전이다. 1라운드부터 상대 에이스를 수비하며 굉장한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길저스-알렉산더를 효과적으로 봉쇄한 장본인이 바로 캐슬이었다.
딜런 하퍼: 평균 13.1점 5.3리바운드 2.6어시스트
과연 이 선수가 신인이 맞을까. 하퍼는 황금 드래프트라는 2025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유망주다. 샌안토니오는 가드 왕국이었으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퍼를 지명했고, 이 결정은 옳았다.
포인트가드지만 196cm로 훌륭한 신체 조건을 지녔고, 왼손잡이 중 특이하게 오른손 활용 능력도 뛰어난 선수다. 볼 핸들링 기술과 신체 조건을 활용한 골밑 돌파가 강력하고, 외곽슛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였다. 정규시즌 평균 11.8점 3.9어시스트로 평범한 기록을 남겼으나, 플레이오프에서는 날아다니고 있다.
거침없는 돌파로 답답할 때마다 공격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에, 플레이오프에서는 약점이던 외곽슛까지 터지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수비다. 드래프트 당시 평가나, 정규시즌에도 괜찮은 수비력을 보였으나,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이상으로 엄청난 수비력을 뽐내며 앞선 수비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침착함도 있다. 웸반야마와 캐슬이 흥분할 때마다 두 선수를 말렸고, 상대가 추격에 나설 때는 찬물을 끼얹는 득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디애런 팍스: 평균 16.4점 5.9어시스트 4리바운드
팍스는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정규시즌 내내 샌안토니오의 유일한 고민은 팍스였다. 전 소속팀인 새크라멘토 킹스 시절 모습을 기대하고 영입했으나,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을 펼쳤다.
젊은 샌안토니오 로스터에서 몇 안 되는 플레이오프 경험을 가진 선수이므로, 플레이오프를 생각하며 참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도 실망스러운 활약으로 샌안토니오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1라운드는 20.2점 6.8어시스트로 기대에 부응했으나, 2라운드 17.7점 5어시스트, 컨퍼런스 파이널 11.2점 6.2어시스트로 부진했다. 특히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매우 부진하며 탈락의 원흉이 될 뻔했으나, 7차전에서 15점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에 일조하며 가까스로 비판을 피했다.
파이널에서만 반등한다면 그동안의 부진은 모두 잊힐 수 있다. 파이널은 컨퍼런스 파이널 상대였던 오클라호마시티보다는 앞선 수비가 헐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널도 부진하면, 더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미치 존슨 감독도 성장하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어설픈 경기 운영으로 빈축을 샀으나, 플레이오프에서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베테랑 감독들을 압도하고 있다.
직접 뽑고 육성한 유망주를 중심으로 파이널 우승, 그야말로 모든 팬이 꿈에 그리는 시나리오다. 과연 샌안토니오가 파이널 우승으로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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