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대학농구능력시험(대농시)'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정답을 채워 나갈 루키들의 성장 기록을 들여다본다. 그 열한 번째 성적표의 주인공은 '한양대 김재원(196cm, F)’이다.

많은 소년들이 그랬듯, 김재원도 축구로 스포츠에 발을 들였다. 평소처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김재원에게 청주중앙초 김동우 코치가 손을 내밀었다. 또래에 비해 키가 커서 골키퍼를 하고 있던 그에게 농구는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코치님께서 축구보다는 농구가 더 재밌지 않겠냐고 해볼 생각 없냐고 하셨어요. 농구는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하니까 ‘골키퍼보다는 재밌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했을 때는 득점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흥미가 빨리 생겼고, 몸싸움도 많고 빠르게 진행되는 게 정말 재밌었던 거 같아요.”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 훌쩍 자란 키가 날개가 됐다. 매 경기 더블더블을 목표로 했다. 큰 키에도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2023년 주말리그,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주말리그 천안쌍용고와의 맞대결에서 16점 1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많이 커서 덩크슛도 시도해보고, 리바운드에도 집중했어요. 공격에서 특히 생각했던 건 속공, 드라이브인 같은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플레이였어요. 피지컬은 고등학교 때까지 밀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다만 슈팅은 항상 아쉬웠는데 대학 와서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열심히 던지고 있습니다.”

넘치는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U16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손등 부상으로 낙마했다. 끝까지 의지를 불태웠지만, 부상을 입은 손으로 태극마크를 쥐고 있을 수 없었다. 열일곱 소년이 느끼기에는 무거운 상실감이었다.
“그때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속상했어요. 근데 주변에서 조언이나 덕담을 많이 해 주셔서 무너지지 말고 이 기회에 재활 잘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이전에는 하체 운동을 잘 안 했는데 재활할 때 농구는 하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하체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그게 제 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낙담했던 시간은 잠시뿐, 김재원은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주변의 지지도 도움이 됐다. 잠시 쉬어가며 돌아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그는 그렇게 다시 달릴 준비를 마쳤다.
고등학교 2학년에 들어서 그의 재능은 더더욱 빛이 났다. 2024년 주말리그 상산전자고와의 맞대결에서는 31점을 폭격했다. 특히 4쿼터에 몰아친 15점은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김재원은 이날을 인생 경기로 꼽았다.
2학년 때 좋은 기회를 받아 ‘NBA 국경 없는 농구캠프(BWB)’에도 다녀온 김재원이다. 에디 다니엘(SK)과 함께 초청을 받았다. 호주에서 타국의 선수들과 호흡했던 경험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점심시간에 자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호주 캠프 초청받았는데 갈 거냐고 연락하셨어요. 다른 나라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보면 느끼는 것도 많을 것 같아서 무조건 간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기본기를 많이 연습한다면, 캠프에서는 화려한 기술 위주로 배웠어요. 훈련마다 코치님들이 따로 계셔서 훈련 하나 마치면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 방식이었어요. 한국이랑 많이 달라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유명한 선수들도 만났고, 콘테스트 같은 이벤트도 기억에 남아요.”
#대학농구능력시험
김영현 청주신흥고 코치는 “달리는 모습이 말 같다”고 김재원의 스피드를 극찬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피지컬과 스피드를 각각 1등급, 2등급을 매겼다. 형들을 상대하며 느낀 경험은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농구는 피지컬이 중요한 스포츠기 때문에 피지컬 살려서 공격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서 자신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와는 차이가 있긴 했어요. 4학년 형들과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니까, 그 때 했던 플레이들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더 성장하고 싶어요."

그의 롤모델은 이우석(현대모비스). 내외곽을 오가며 속공, 돌파, 외곽슛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만능 플레이어다. 자질은 분명히 갖추었다. 롤모델을 닮으려면, 대학 무대에서 능력을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3등급을 매긴 3점슛이다.
“키 큰 앞선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3번(스몰 포워드)에서 2번(슈팅 가드)까지 공부하고 연습하는 중이에요. 드리블, 경기 운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슛이 제일 중요해요. 지금은 저희 팀에서 키가 큰 편이라 4번(파워 포워드)을 맡고 있는데 크게 봐서는 역할을 더 넓히고 싶어요.”
본인에게 가장 낮은 평가를 내린 건 수비다. 김재원은 감독에게 수비로 가장 많이 혼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1대1 수비랑 로테이션을 가장 지적하세요. 또 상대방이 스크린 왔을 때 움직임도 강조하셔서 조금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대학로그
지난 5월 26일 단국대와의 경기. 김재원은 40분 내내 코트를 지키며 21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대학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허리 부상 때문에 휴식 기간을 갖고 복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40분 뛰었던 건데 끝나고 바로 쥐가 나더라고요. 경기 도중에도 힘들었는데 이겨야 하니까 이 악물고 뛰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신현빈 선수, 박야베스 선수 슛이 너무 잘 들어가서 수비에서 애를 먹었어요.”
“대학 와서 가장 잘했던 경기였어요. 3점슛 2개 성공한 것도 만족스럽고 속공 같은 제 장점을 잘 보여준 거 같아요. 아쉽게 졌지만, 다음에는 제가 그렇게 활약해서 이기고 싶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이지슛 메이드나 턴오버 개수가 아쉽고, 리바운드 참여율도 만족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이제 MBC배, 종별 대회에서 열심히 하고 후반기에 좋은 모습 보여주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대학생들은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학점을 예상해본다. 김재원도 첫 학기를 알차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형들이 추천한 법 수업 시험을 봤는데, 솔직히 공부를 많이 못 했는데도 잘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형들 말 듣기를 잘한 거 같아요(웃음). 학점 잘 받고 싶은데, 과제도 충실하게 냈고 수업도 안 빠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새내기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 당일에 인터뷰를 진행했던 정현진은 공연은 아마 못 볼 거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재원은 그 에피소드를 전했다.
“경기 준비 때문에 첫날만 갔어요. 그 때 에스파 같은 유명한 가수가 많이 와서 동기들이랑 공연 재밌게 보고 왔어요. 각 과마다 주점을 운영한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정)현진이는 결국 공연은 못 봤고, 주점에서 만났어요.”
김재원은 부족한 4점을 채울 방법도, 자신감도 갖고 있었다. 그가 찾은 ‘잘하는 선수’가 되는 방법은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수험표에 적었듯 매 순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후회를 안 하려면 결국 잘해야 하니까, 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선수가 목표예요. 지금 (손)유찬이 형처럼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가 바라보는 조금 더 먼 미래에는 대한민국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있었다. 17살에 놓친 태극마크를 다시 쥘 기회는 여전히 열려있다. 흔히들 노력도 재능이라고 한다. 매 순간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선에 선 김재원은 그 기회를 향해 달려나갈 준비를 마쳤다.
#사진_점프볼DB, 김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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