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성 코칭스태프 시대의 의미와 과제

김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9 17: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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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어떤 일이든 새로운 수식어가 붙으며 주목을 받는 건 그만큼 부담이 되고 책임감을 커지게 한다. 다른 대회도 아닌 올림픽 여자농구대표팀을 이끌게 된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 여자농구는 오랜 시간 올림픽 무대에 목말라 있었기에 레전드들의 합류는 많은 이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해줘야 할 때. 그렇다면 대표팀에도 나타난 여성 코칭스태프에게는 어떤 미션이 주어져 있을까.

▶ 본 기사는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사상 첫 여성코칭스태프에게 쏠린 관심
최근 프로스포츠에서 여성 지도자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여자배구가 시발점이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2018-2019시즌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여성 감독 중 최초로 통합우승을 이끌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농구계에도 그 흐름이 이어졌다. 2019년에 창단한 부산 BNK에 유영주 감독이 선임됐고, 유 감독이 자신을 보좌할 코치로 최윤아, 양지희를 불러들이면서 전원 여성코칭스태프를 꾸려 기대를 모았다.

당시 유영주 감독이 여성코칭스태프를 꾸리면서 내세운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유 감독은 “여성 지도자로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치들이 의견을 낸다면 나 역시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겠다. 분명 여성코칭스태프에 대한 우려가 있겠지만, 나중에는 그 걱정이 기우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말한 바있다.

농구계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코칭스태프에 대한 물음표가 붙어있다. 그 선두주자였던 BNK가 창단 첫 시즌에는 정규리그 5위, 올 시즌에는 최하위에 머물면서 여성 코칭스태프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표본이 적기에 그 효과 여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선택 의미를 증명하려면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자농구대표팀에 여성 코칭스태프가 꾸려졌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감독과 코치가 짝을 이뤄 지원하도록 공모를 실시했고, 최종 후보로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이미선 삼성생명 코치, 정선민 전 신한은행 코치-권은정 전 수원대 감독이 선정되면서 대표팀 여성코칭스태프의 탄생은 기정사실화됐다. 농구협회는 마침내 지난 1월 말 여자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전주원 감독-이미선 코치를 선임했다.

농구계에서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은 아니었다. 전주원 감독은 국내에서 전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최초의 여성 감독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았다. 그만큼 한국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임이었다. 많은 이들이 대표팀 여성코칭스태프가 성과를 거두길 바라고 있는 이유다.

올림픽 경험자가 대표팀에 불어넣을 멘토 효과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는 단순히 여성이란 의미만 갖고 있지 않다. 두 레전드는 올림픽에 직접 수차례 출전했던 경험자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전주원 감독도 여성코칭스태프라는 키워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어떤 수식어가 붙는다고 해도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 자체가 부담감과 책임감이 큰 자리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감독 외에 더 많은 수식어들이 붙는 만큼 부담은 커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설명이든 큰 자리이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는 어디에 최우선적으로 의미를 둬야 할까. 일단 큰 무대일수록 경험을 살리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주원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이미선 코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경험치를 쌓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강호들과 수없이 부딪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만나야 하는 세르비아, 스페인, 캐나다는 모두 FIBA 랭킹 10위 안에 드는 강팀이다. 그런 세계의 벽에 대한 느낌은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반면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선수들 대부분은 국제대회라고 해도 대부분 아시아권 국가들을 상대로 뛰어본 경험이 전부다.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더라도 막상 코트에 나섰을 때 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이 주는 중압감은 당사자들만이 느낄 수 있을 만큼 클 것이다.


시간도 부족하다.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는 챔피언결정전이 5차전까지 이어지며 장기전 형태로 진행됐다. 도쿄올림픽 일정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면, 대회 개막일은 7월 23일. 프로시즌 종료 후 약간의 휴식과 일본으로 하는 일정 정도를 생각했을 때 대표팀이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3개월 정도다. 때문에 두 레전드는 감독과 코치임과 동시에 선수들의 멘토가 되어줘야 한다. 그 역할에서 여성코칭스태프의 의미가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표지 인터뷰를 통해 필자는 두 레전드들에게 서로의 장점을 꼽아달라고 했다. 이미선 코치를 바라본 전주원 감독은 “미선이는 선수 때도 워낙 영리했고, 코치를 하면서도 선수 개개인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선 코치는 “주원 언니는 부지런하고 꼼꼼한 게 장점이다. 이제 대표팀에서 감독이 됐는데, 지금까지 코치 생활을 이렇게 오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 능력을 대변하지 않을까”라며 전주원 감독의 장점을 말했다. 두 사람이 지도자로서 갖고 있는 이 장점이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면, 큰 무대를 앞두고 대표팀의 조직력이 단단해지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두 여성 지도자가 깔아놓을 발판
이번 선임으로 여성코칭스태프가 다시 이슈화됐지만, 이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일단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는 도쿄올림픽 본선 무대에 한해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대표팀을 바라본 전주원 감독은 “아마 도쿄올림픽이 끝나게 되면 프로팀 지도자가 계속 대표팀을 맡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시 전임감독제가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나와 이미선 코치는 도쿄올림픽 한 대회만 이끌게 되어 있다”라고 계약 내용을 알려줬다.

그런 점에서 두 코칭스태프는 이번 도쿄올림픽의 의미를 더 크게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예년과는 달리 대회 방식도 바뀌면서 약팀들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더 떨어졌다. 그렇기에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선수들의 경험치를 최대한으로 쌓으면서 한국 여자농구의 반등 가능성을 키워와야 한다.

이런 면에서도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는 꾸준한 국제대회 출전과 대표팀 소집 훈련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두 레전드는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시드니 신화와 2002년 세계선수권 4강 진출이 가능했다. 또, 아테네올림픽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쓴맛을 봤지만, 결국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성적이 나오는 연결된 흐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대표팀도 도쿄올림픽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대표팀에 뽑힐 선수들이 중심이 돼서 계속 손발을 맞춰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좋은 행보를 밟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나라나 대표팀에 대해서는 장기플랜을 세우기 마련이다. 한국 여자농구도 다시 그 플랜을 세울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가장 최근 올림픽 출전이었던 2008 베이징올림픽 멤버 중 현재 WKBL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김정은 한 명 뿐이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될 선수들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부터 경험치를 쌓아 가는데 부담일 수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얻을 수 있다면 향후 아시아 대회부터 다시 차근차근 성적을 올릴 발판이 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생긴 중국, 일본과의 격차부터 올림픽 경험치를 통해 줄여나간다면, 그 다음 올림픽이 돌아왔을 때는 대표팀도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이리라 기대된다.

당장은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에 많은 걸림돌이 생길 수 있지만, 비단 여자뿐만 아니라 한국 남녀 농구대표팀 자체에 기회일 수 있다. 여자농구대표팀은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하고도 이문규 전 감독의 선수 혹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 일정으로 인해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나왔다. 흔들린 원인은 모두 다르지만, 전임감독제에 대한 개선을 시작으로 대표팀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총대를 한국 여자농구의 두 레전드가 들고 있다. 만약 농구계에서 여성코칭스태프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에게 물음표가 붙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과연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을 이끌 여성코칭스태프는 모두가 인정할만한 결과를 내며 그들이 지휘봉을 잡았던 이유를 몸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한국 여자농구의 부활을 위해 얼마나 확실한 적임자였는지, 그리고 대표팀이 승패를 떠나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즐기고 돌아올 수 있을지에 많은 기대가 쏠린다.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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