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배현식이라고 쓰고 경희대 에이스라고 읽는다' 경희대의 끊긴 에이스 계보를 이을 남자 배현식

서호민 기자 / 기사승인 : 2026-05-03 09: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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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자주색 군단’ 경희대 농구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졸업한 이후 그 뒤를 책임질 남자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경희대 3학년 배현식은 분명 주목할 만한 필요가 있는 선수다. 휘문중-안양고 출신으로 1학년 때부터 에이스 롤을 수행한 그는 지금 경희대 농구의 간판이다. 응원을 부르는 스토리도 있다. 그는 형(배경식)의 못다한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형을 위해, 진한 아들 사랑으로 뒷바라지 한 부모님을 위해, 그리고 경희대 에이스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을 하기 위해 배현식은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5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호민_경희대가 개막 후 4승 1패로 최근 몇 년간 가장 좋은 출발을 알리고 있어. ‘경희대 에이스’ 배현식의 3학년 시즌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
현식_농구 면에서는 평균 득점이 1, 2학년 때보다 올라온 것 같고요. 다만, 몸이 늦게 풀려서 경기 초반에 활약이 저조한데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을 뽐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또, 슈팅 정확도도 더 높여야 하고요.

호민_작년에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었잖아. 그래서 지난 동계 훈련 때 절치부심의 각오로 임했을 것 같아.
현식_김민구 코치님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습했어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운동했고요. 돌파,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 등 공격 기술들을 디테일하게 연마했어요.


호민_김민구 코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년에 김민구 코치가 경희대 합류한 이후로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아. 직접 겪어본 입장에선 어때?
현식_지도 열정이 정말 대단하세요. 운동할 때는 코치님보다는 주장 같은 느낌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주시려고 해요.

호민_당근과 채찍이 확실하잖아.
현식_맞아요. 무서울 때는 엄청 무서우세요. (주로 듣는 조언) 코치님께서는 항상 밝게 즐기면서 경기를 하라고 많이 말씀해주세요. 경기 중에 저 혼자 기분이 다운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멘탈을 잡아주시고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세요.  

‘죽마고우’ “(석)준휘는 죽을 때까지 베스트프렌드입니다”

호민_4월 9일 고려대와 경기에서 절친 석준휘와 쇼다운을 벌였잖아. 안양고 동기가 펼치는 쇼 다운이라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아. 어땠어?
현식_(석)준휘에게 슛을 내주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3점슛은 그런대로 잘 막았는데 미드레인지에서 준휘에게 너무 많은 득점을 허용했어요. 또, 준휘가 매치업 상 우위를 점하기도 해서 그 부분을 잘 공략하더라고요. 저도 4쿼터에 힘을 내서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준휘가 찬물을 끼얹는 득점을 올리더라고요. 하하.

호민_경기 끝나고 준휘와는 어떤 얘기를 나눴어?
현식_평소에 자주 영상통화하면서 지내요. 어제도 준휘가 경기 끝나고 전화가 오는데 4쿼터에 굳이 나를 힘들게 그렇게 했어야 했냐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앞으로 있을 경기도 부상 없이 열심히 하자고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어요.

호민_준휘와는 서로 카카오톡 배경화면을 지정해놓을 정도로 사이가 각별해.
현식_안양고 동기이기도 하고, 또 안양고 시절에 저도 학교에서 집이 멀고 준휘도 학교에서 집이 멀어서 각자 학교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했거든요. 그때 준휘가 집에 와서 놀 때도 많았고 평소에 거의 계속 붙어있다시피 했어요.

호민_준휘도 작년에 <대학농구 스타만들기 프로젝트> 인터뷰를 했었어. 그 때 “현식이는 죽을 때까지 친구”라고 얘기했던 게 기억에 남아.
현식_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준휘와는 정말로 죽을 때까지 친구 해야되고, 가장 친한 베스트프렌드예요.

호민_1학년 때부터 경희대 에이스로 활약했잖아. 사실 1학년 선수가 에이스 롤을 부여받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땠어?
현식_제가 막 에이스라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시즌 초반에는 궂은일 위주로 하면서 형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했어요. 그러면서 슛 찬스가 났을 때 성공하면서 조금씩 공격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고 득점 볼륨을 높였던 것 같아요.

“형의 못다 이룬 꿈, 제가 반드시 이뤄낼 거예요”


호민_어릴 때부터 형(배경식)의 영향을 받아 일찍 농구를 시작했어. 엘리트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현식_유치원 때부터 형을 따라다니면서 농구를 봤어요. 연습경기 때 잠깐 쉬는 시간이면 코트 안에 들어가서 막 슛도 쏘고 놀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러면서 점점 농구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요. 엘리트 농구를 막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친구들이랑 분식집에 떡볶이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그때 엄마가 꼭 가야할 때가 있다면서 차에 태워서 저를 끌고 가시는 거예요. 저는 떡볶이 꼭 먹으러 가야 한다고 안 갈 거라며 때를 썼죠(웃음). 그런데 엄마를 따라간 곳이 인천안산초였어요. 그날 바로 테스트를 보고 인천안산초에서 엘리트농구를 시작했어요.

호민_형이랑은 무려 9살 터울이야. 평소에 연락도 자주하면서 지내?
현식_큰 형이랑은 12살, 둘째 형(배경식)이랑은 9살 차이예요. 두 형과도 평소에 자주 연락하는데 딱히 농구로 압박을 주지는 않아요. 특히 둘째 형은 농구를 직접 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잘 알거든요. 그래서 농구 얘기는 잘 안 해요.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형들과는 잘 지내는 편이에요. 형들이 한번씩 용돈도 주고요. 하하.

호민_배경식은 한양대 졸업 후 프로 진출에 실패했어. 동생이 형의 못다한 꿈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아.
현식_제가 휘문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시절에 형이 한양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도전할 때였어요. 형을 응원하러 드래프트장에 갔는데 제 기억상 그 당시 3라운드를 넘어가면서 미지명 구단이 나오는 거예요. 미지명한 구단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나오곤 했는데 그 때 저도 마음 아프더라고요. 프로에 못 간 형을 위해서 또, 그동안 고생하신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서 꼭 프로에 가고 싶어요.

탈색머리 소년 배현식
“어릴 때 모습 정말 귀엽죠?”


호민_인천안산초 시절 소년체전에서 우승하고 MVP를 수상한 사진이 아직 <점프볼> 기사에 남아있어. 그런데 탈색머리가 유독 시선을 사로잡아.
현식_지금은 안남중학교에 계신 류영준 코치님이 인천안산초 시절 코치님이셨거든요. 코치님께서 소년체전을 앞두고 팀에 튀는 놈이 한 명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희생양(?)이 된 거죠(웃음). 노란 머리로 탈색을 했는데 그 때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어요. 그래서 그 다음 해에도 금메달 따기 위해 노란 머리로 탈색했던 기억이 나요.

호민_지금 김현국 감독님이 탈색하라고 하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
현식_아, 지금은 안 할 것 같아요. 대신 저희 팀에 (오벨레) 존을 추천하겠습니다. 존이 하면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하하.

호민_일찍 엘리트 농구를 시작해서 좋은 점도 많을 것 같아.
현식_우선 어렸을 때부터 경기 경험을 많이 해본 게 확실히 좋아요. 기본기도 탄탄하게 다져놨고요. 실제 경기에서도 순간적인 움직임 등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아요.

호민_농구에 눈을 뜬 시기는 언제였어?
현식_휘문중에 진학하면서부터 농구에 눈을 떴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뚱뚱했거든요. 휘문중 진학하면서 최종훈 코치님과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면서 살이 빠지고 키도 크면서 새로운 농구 스타일을 접했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몸으로 비비는 플레이만 했다면, 중학교 때는 키도 크고 힘도 붙으면서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어요. 멤버도 좋았고요. 제가 드리블 돌파 후 패스 내주는 플레이를 좋아하거든요. 그 당시 휘문중에 (김)승우, (서)정구, (김)준하가 있었는데 상대를 흔들어놓은 다음에 킥-아웃 패스 빼주면 그 친구들이 잘 마무리해줬어요. 다만, 코로나19 시기라 대회가 많이 열리지 못해 아쉬웠죠. 대회만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저희가 전관왕 차지했을 거예요.

호민_안양고 시절에는 골밑 위주로 플레이하다가, 경희대 진학해서는 내외곽을 겸한 전천후로 플레이스타일이 바뀌었어. 그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어?
현식_안양고 시절에 4~5번을 주로 많이 보긴 했는데 외곽 플레이도 안 하진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 와서도 외곽플레이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수비 때 앞선 공격수들 따라다니는 건 좀 어렵지만요. 또, 대학에서는 포지션 없이 플레이하면 정체성이 흐릿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3번 포지션에 자리잡고 내외곽을 오가며 플레이하려고 해요.

호민_경희대에 진학한 이유도 궁금해.
현식_우선은 대학교를 정할 때,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제가 경희대에 입학할 당시, 경희대에 4학년 형들이 없었고 김현국 감독님께서도 좋게 봐주셔서 경희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호민_24학번 동기들 중에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잖아. 이런 동기들이 많다는 것, 본인에게는 동기부여나 자극이 될 것 같은데.
현식_다른 학교 동기들이 얼마나 잘했나 기록지를 확인하곤 해요. 동기들이 잘하면 저도 당연히 잘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어요. 아, 얼마 전 3x3 아시아컵에서 준우승 차지한 (김)승우에게도 축하한다고 연락했거든요. 굉장히 기뻐하더라고요. 부럽더라고요. 승우와는 조만간 한번 보기로 했어요.

호민_3x3 대표팀 후보명단까지 올라갔잖아. 탈락해서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아.
현식_많이 아쉽죠. 그런데 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트라이아웃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못 보여줬거든요. 그래도 대표팀에 뽑힌 동기들이나 형들이 충분히 뽑힐만 해서 간 거고 좋은 성적을 거뒀잖아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3번으로 자리잡은 배현식 “요즘 롤모델은 SK 안영준 선수예요”

호민_예전 인터뷰 중에 마인드는 최준용, 플레이는 송교창처럼 하고싶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아. 요즘은 어떤 선수를 많이 참고하고 있어?
현식_SK 안영준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봐요. 코너에서 캐치-앤-슛 하는 것도 그렇고 돌파 후 수비수에게 막히면 펌핑해서 턴 어라운드 점퍼 등 제가 배울 점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호민_경희대 선수들 사이에서 먹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소문이 있던데, 실제로 어느 정도야?
현식_시즌 때는 몸이 무거우면 안 되니까 많이 먹지는 않아요. 삼성에 있는 (안)세준이 형과 저번에 초밥 무한리필 집을 갔었는데 53접시를 혼자서 먹었던 기억이 나요. 세준이 형도 야무지게 잘 먹긴 하는데 저한테는 안 되더라고요. 하하.

호민_세준이 형의 플렉스를 제대로 누렸겠는걸?
현식_맞아요. 세준이 형이 프로에 가서 돈도 버니까 맛있는 걸 많이 사주시더라고요. 

“경희대 에이스 배현식입니다”

호민_“배현식은 경희대 에이스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현식_에이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살짝 있어요. 팀이 어려울 때 저도 같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경기 때 더 집중해서 플레이하려고 해요.

호민_진짜 경희대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현식_아직은 갈 길이 멀죠. 감독님께서 믿음을 많이 주시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게 보답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더 노력해야 돼요. 코트 안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내야 하고 상대 팀 입장에서도 막기 까다로운 선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호민_작년과 비교해 경희대 전력이 강해졌다는 평가야.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 같아.
현식_맞아요.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올해는 정말 해볼만하다는 생각이에요.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나가 플레이오프 4강 이상 밟아보고 싶어요.

호민_인터뷰 마칠 시간이야. 오늘 잡지 촬영 어땠어?
현식_사진을 안 찍어봐서 웃는 게 약간 어색했어요. 옷은 평소에 잘 꾸며입지 않는데 오늘 촬영한다고 해서 최대한 꾸며보고, 미용실에 가서 커트도 하고 왔어요. 잘 준비한만큼 사진이 이쁘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호민_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
현식_못하는 모습보다 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도 언젠가 꿈나무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배현식 프로필_2005년 10월 12일생 / 193cm 94kg / 포워드 / 인천안산초-휘문중-안양고-경희대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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