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부저가 멤피스의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을까.
멤피스는 2010년대, 서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강호였다. 마크 가솔과 마이크 콘리, 잭 랜돌프 등 슈퍼스타는 없으나, 강력한 수비력과 끈적한 농구 스타일로 상대를 괴롭혔다. 하지만 슈퍼스타의 부재는 플레이오프에서 한계가 명확한 원인이었다. 클러치 해결사 부재, 비슷한 팀 컬러지만 상위 호환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존재로 멤피스의 최고 성적은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이었다.
결국 멤피스는 슈퍼스타를 얻기 위해 큰 결심을 했다. 가솔과 콘리 등을 내보내며 전면 리빌딩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탱킹'이라고 하는 고의 패배 전략을 감행했다.
탱킹을 해도 로터리 추첨식에서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멤피스는 운이 매우 좋았다. 탱킹에 나선 첫 시즌에 전체 4순위 지명권으로 재런 잭슨 주니어를 얻었고, 두번째 시즌에는 전체 2순위로 자 모란트를 지명했다. 모란트와 잭슨 주니어라는 확실한 코어가 생긴 멤피스는 롤 플레이어도 찾기 시작했다. 기존 2017 드래프트 전체 45순위로 지명한 딜런 브룩스에 2020 드래프트에서 전체 30순위로 데스먼드 베인, 2019 드래프트 전체 21순위로 브랜든 클락을 지명하는 대박을 터트린다.
모란트는 빠르게 슈퍼스타가 됐고, 잭슨 주니어도 최고의 수비수로 떠올랐다. 두 선수 중심에 브룩스와 베인, 클락과 같은 롤 플레이어도 준수한 선수로 거듭나며 멤피스는 다시 서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강팀이 됐다. 그리고 이번 전성기는 이전과 달랐다. 수비 중심의 농구로 인기가 없던 가솔 시절과 달리 모란트 중심으로 화끈하고 재밌는 농구로 전국구 인기팀으로 급부상했다.
2020-2021시즌 38승 34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21-2022시즌에는 56승 26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 당시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만나 아쉽게 패배했고, 이때만 해도 향후 수년간 멤피스가 서부를 지배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하지만 2022-2023시즌, 다시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고, 2023-2024시즌에는 27승 55패로 서부 13위로 추락한다. 2024-2025시즌에 다시 플레이오프에 지출하지만, 역시 무기력하게 1라운드에서 탈락한다.
멤피스가 갑작스럽게 추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에이스 모란트 때문이다. 모란트는 고질적인 부상, 여기에 SNS로 총기를 유출하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 등 몇 시즌을 허무하게 날렸다. 그래도 경기에 나오면 기량은 준수했으므로 여전히 모란트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2025-2026시즌은 모란트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다.

성적: 25승 57패 서부 컨퍼런스 13위
오프시즌에 리빌딩도, 윈나우도 아닌 애매한 행보를 보였다. 모란트 부재 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던 베인을 드래프트 지명권 다수를 받고 내보냈다. 누가 봐도 리빌딩 행보지만, 또 잭슨 주니어와 모란트는 지켰다. FA로 베테랑 타이 제롬도 영입했다. 멤피스의 방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즌 초반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문제는 역시나 모란트였다. 11월 1일 LA 레이커스와의 경기에서 내내 무성의한 플레이를 보였고, 8점 7어시스트에 그치며 부진했다. 단순히 기록이 아닌, 경기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태도로 논란이 일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며 공개적으로 언해피를 밝혔다.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을 대놓고 저격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는 단 시즌 시작 6경기 만에 일어난 일이다. 팀을 이끌 에이스가 이런 모습이니, 당연히 팀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심지어 모란트는 부상까지 겹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잭슨 주니어가 고군분투했으나, 홀로는 역부족이었다. 베인의 공백도 컸다. 대가였던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는 올랜도 매직에서 부진이 그대로 이어졌다. 그나마 신인 세드릭 카워드의 활약이 위안이었다.
당연히 성적은 좋지 못했고, 시즌 내내 모란트의 트레이드 루머가 나왔으나, 정작 다른 뉴스가 터졌다. 잭슨 주니어가 유타 재즈로 이적한 것이다. 잭슨 주니어의 이적도 의외지만, 팀이 유타라는 것도 놀라웠다. 어쨌든 이 행보로 멤피스의 노선은 리빌딩으로 결정됐다. 모란트도 트레이드 데드라인 막판까지 이적이 논의됐으나, 결국 협상이 실패하며 강제로 팀에 잔류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 남은 시즌은 대놓고 탱킹이었다. 베테랑들은 부상을 핑계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를 영입해 경기에 내보냈다.
최종 성적 25승 57패로 서부 13위에 위치하며 목표에 성공했으나, 그렇다고 꼴찌를 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최악의 시즌이었다.

IN: 카메론 부저(드래프트), 제레미 그랜트(트레이드), AJ 존슨(트레이드), 크리스 머레이(트레이드), 퀸튼 포스트(FA), 디안젤로 러셀(트레이드), 아이재아 스튜어트(트레이드), 카림 로페즈(드래프트), 리치 손더스(드래프트)
OUT: 자 모란트(트레이드), 산티 알다마(트레이드),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바이아웃), 브랜든 클락(사망)
대격변이 일어났다. 골칫덩이가 됐지만, 멤피스의 상징이던 모란트가 마침내 팀을 떠났다. 대가와 이적팀이 모두 충격적이었다. 데미안 릴라드, 즈루 할러데이, 스쿳 헨더슨을 보유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로 향했고, 악성 계약인 그랜트와 실패한 유망주 크리스 머레이가 대가였다. 현재 모란트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로터리 추첨에서 대박이 터지며 부저를 지명했다. 또 육각형 장신 포워드 로페즈와 대학 무대 정상급 슈터지만, 십자인대 파열을 당한 손더스도 2라운드에서 획득했다. 멤피스가 드래프트 최대 승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호평일색이다.
FA 시장에서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쏠쏠한 빅맨 포스트를 낚아챘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서 계륵이 된 스튜어트도 공짜로 데려왔다. 부상에서 복귀할 잭 이디까지 생각하면, 단번에 빅맨 뎁스가 좋아졌다.
대신 부저와 로페즈의 지명으로 입지가 줄어든 알다마를 댈러스 매버릭스로 보냈고,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던 칼드웰-포프도 바이아웃으로 방출했다.
멤피스 팬들의 가슴을 울리는 소식도 있었다. 한때 리그 정상급 백업 빅맨이던 클락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영입과 방출, 모두 많았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다.

대학 무대 기록: 평균 22.5점 10.2리바운드 4.1어시스트
2000년대를 풍미한 올스타 빅맨 카를로스 부저의 아들로 이미 유명했던 선수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전미 최고의 유망주였고, 대학교도 농구 명문 듀크로 진학했다. 듀크 대학 1년 선배인 쿠퍼 플래그의 대체자라고 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리고 부저는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곧바로 에이스 역할을 맡았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핵심이었다. 골밑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파워포워드로, 대학 무대에서는 부저의 포스트업과 일대일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현대 농구 추세에 맞게 3점슛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등 완벽한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부저가 고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농구 센스에 있다. 이타적이고, 똑똑한 선수로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훌륭한 신체 조건을 활용한 골밑 수비에도 능하다는 평이었다.
대학 무대 기록만 보면, 플래그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플래그와 달리, 부저는 3순위가 기정사실이었다. 혼자 돋보였던 플래그와 달리, 부저는 대린 피터슨과 AJ 디반사라는 역대급 유망주가 드래프트에 함께 나왔다.
그렇지만 부저가 3순위로 꼽힌 이유는 실력 때문이다. NBA에서도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 피터슨, 디반사와 다르게 부저의 공격력이 NBA에서 통할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기술보다 신체 조건을 활용했고, 괴물들이 즐비한 NBA에서 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였다. 또 수비에서 한계도 원인이었다. 역시 신체 조건을 활용해 골밑 수비에는 능하지만, 현대 농구 추세인 외곽 수비나, 전방위 수비에는 약점을 드러냈다.
즉, 부저를 팀의 에이스가 아닌 2옵션이나 조력자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고, 결국 3순위로 지명된 이유였다.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서머리그에서도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평균 18.5점 8리바운드로 압도적이지 않지만, 꾸준했고, 또 경기를 읽는 능력을 뽐내며 팀을 이끌었다. 서머리그만 봐도 부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다. 안정적이고, 망할 위험은 없으나, 대단한 잠재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멤피스에는 에이스가 필요하다. 과연 부저가 그런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신인 시즌에는 무리해서라도 에이스 역할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카워드-웰스-부저-이디
이번 오프시즌 대격변이 일어난 멤피스지만, 핵심 코어 유망주는 건재하다. 첫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카워드와 벌써 훌륭한 3&D로 성장한 웰스가 전면에 나설 것이다. 또 지난 시즌 부상으로 11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평균 13.6점 11.1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경기에 나오면 실력은 확실한 이디가 버티고 있다.
2026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이자, 멤피스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볼 수 있는 부저는 단연 주전이다. 따라서 멤피스는 네 자리가 이미 확정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관건은 포인트가드다. 2024-2025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올해의 식스맨'급 활약을 펼치고 멤피스로 이적한 제롬은 지난 시즌에도 활약이 좋았다. 불과 22.6분 출전했으나, 평균 19.7점 5.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력은 확실했다. 아무리 리빌딩에 나선 멤피스라도, 베테랑은 필요하므로 제롬이 주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은 벤치다. 스카티 피펜 주니어, 캠 스펜서, GG 잭슨, 그랜트, 스튜어트, 포스트 등 모든 포지션에 쏠쏠한 백업이 있다. 플레이오프 직행은 무리지만, 플레이-인 토너먼트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보인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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