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0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이슈 3가지 돌아보기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4 07: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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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11월 23일 열렸다. 역대 가장 많은 66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해 역시 최다인 48명이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차민석이 고교 졸업 예정 선수로는 최초로 1순위 영광을 차지한 가운데 24명이 뽑혔다. 이번 드래프트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이번 드래프트 이슈 3가지를 한 번 되짚어보자.

※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①얼리들의 드래프트 참가 열풍

1998년 처음으로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뒤 20년 이상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 하나는 드래프트 참가 선수 자격이다. 초창기에는 4년제 대학 3년 이상 수료 또는 2년제 대학 수료, 고교 졸업 1년 이상 경과한 선수가 드래프트에 지원 가능했다.

대학 재학생이 처음으로 지명된 건 2003년 드래프트다. 당시 옥범준(2순위, 코리아텐더), 연세대 윤호진(15순위, SBS), 목포대 박상률(16순위, SK빅스), 연세대 임정훈(29순위, SK) 등 대학 재학생 4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양동근이 1순위로 뽑혔던 2004년 드래프트에선 대학 재학생이 9명이나 지원했다. 2003년 대학 재학생 참가자 4명이 모두 지명된데다 드래프트 참가자의 기량이 어느 때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연세대 3인방(이정석, 이상준, 최승태)과 김현중이 뽑혔다.

2005년 드래프트부터 참가 자격이 고교 졸업 예정 선수와 해외동포(부모 혹은 선수 본인이 국내 국적을 획득했던 기록이 있는 선수)로 확대되었다. 한상웅은 해외동포이자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졸 출신으로 드래프트에서 뽑힌 역대 두 번째 선수였다. 첫 번째는 2004년 드래프트에서 14순위에 지명된 홍대부고 출신 이항범이었다. 프로무대 코트를 밟지 못한 이항범과 달리 한상웅은 고졸 선수로는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뒤 처음으로 KBL에 데뷔했다.

대학 재학생은 이후 인원만 다를 뿐 거의 매년 드래프트에 지원했고, 새로운 역사를 하나씩 적었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는 박유민과 변기훈이 각각 3,4순위에 뽑혀 최초로 대학 재학생 2명이 로터리픽(1~4순위)에 지명되었다.

KBL은 한 때 드래프트가 끝난 뒤 2군 선수들을 선발하는 2군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2011년 2군 드래프트에서는 순수하게 국내 고교 졸업 예정 선수 최초로 이우균이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호명을 받았다. 2012년 1월 2군 드래프트에선 양준영(모비스), 2013년 2군 드래프트에선 이승배(LG) 등이 고교 졸업 예정 선수로 프로에 입문했다.

이우균은 가장 어린 나이(6,972일/19년 1개월 3일)에 데뷔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양준영은 두 번째 기록(7,020일/19년 2개월 19일) 보유자다. 고교 졸업 예정 선수였던 이들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해도 당장 주전으로 활약하기에는 부족했다. 프로에서 활약하기에는 더더욱 다듬어야 할 것들이 많은 선수들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대학이 아닌 프로에 도전하는 고교 졸업 예정 선수들이 나왔다는 것이 의미 있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도전하는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송교창이 등장했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3순위에 지명된 송교창은 KCC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로 성장했다.

대학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보통 3학년을 마친 뒤 프로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세였다. 2017년 드래프트에선 대학 1,2학년이었던 양홍석과 유현준이 2,3순위에 뽑혔다. 2018년 드래프트에선 고교 졸업 예정 선수였던 서명진(3순위)도 이제는 현대모비스 주전 가드로 나서고 있다. 김준형도 고려대 2학년임에도 드래프트에 참가해 4순위로 LG에 뽑혔다. 지난해에는 안양고 졸업 예정이었던 김형빈이 5순위로 SK에 입단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나자 2020년 드래프트에서 조기 프로 진출 열풍이 불었다. 고교 졸업 예정 선수 2명과 대학 재학생 8명 등 10명이나 이른 프로 진출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까지 1년이라도 빨리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1순위 만큼은 대학 4학년 또는 그에 준하는 나이의 선수(하승진)에게 돌아갔다. 대학 재학생 중 가장 아쉽게 2순위로 밀린 선수는 2004년 이정석과 2017년 양홍석이다. 이런 흐름이 2020년 드래프트에서 깨졌다. 그것도 고교 졸업 예정인 차민석이 1순위 영광을 가져갔다.

이외에도 이우석, 이근휘, 이용우, 오재현, 이준희, 조석호 등 조기 지원한 선수 중 7명이 선발되었다. 차민석이 1순위에 선발되어 앞으로 더더욱 이른 프로 진출을 선택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깊이 고민한 뒤 결정해야 한다. 한양대 1학년이자 드래프트 참가자 중 가장 큰 202.7cm의 정희현은 뽑히지 않았다. 지난해 대학농구리그 신인왕 출신인 단국대 2학년 김태호도 마찬가지다.

드래프트 참가자 명단이 확정된 뒤 스카우트들은 “정희현은 왜 지원했는지 모르겠다”, “김태호는 1년 정도 더 대학무대에서 보여준 뒤 나오는 게 더 좋았을 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량을 확실하게 검증 받지 못한 이들은 결국 탈락했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드래프트에 나서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뽑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준형이다. 그렇지만, 고려대 2학년 때 프로 진출을 선택한 김준형은 4순위에 지명되었으나 이번 시즌 아예 출전 기회를 못 받고 있다. 6순위에 뽑힌 전현우가 전자랜드에서 슈터로 자리매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현재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프로에 데뷔해 각 구단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 송교창, 양홍석, 유현준, 서명진 등은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도전했다고 해도 빠른 순위에 뽑혔을 선수들이다. 단지 나이가 어려 빨리 뽑힌 선수가 아니다. 차민석도 같은 나이의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대학 무대를 거쳐 드래프트에 나왔다고 해도 1순위에 뽑힐 기량을 갖췄다. 이번 드래프트는 기량을 검증 받지 못한 선수가 무작정 ‘어리니까 뽑히겠지’라는 환상에 빠져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안 된다는 것도 보여줬다.

대학 재학생이라면 드래프트에 탈락하더라도 다시 농구부로 복귀 가능하게 학교 측과 협의 후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구공을 놓을 위기에 빠진다. 고졸 선수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정연우는 대학 지원까지 병행했다. 정연우의 경우 드래프트에서 탈락했지만, 대학에 진학해 기량을 더 갈고 닦은 뒤 다시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다.

②1라운드 지명도 예상된 김준환 드래프트 탈락

2020년 드래프트가 끝난 뒤 가장 많은 이름이 오르내린 선수는 KBL 역사를 새로 쓴 차민석이 아니라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김준환이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한 스카우트는 “슛 거리가 짧은 게 단점이었는데 3점슛을 그렇게 잘 넣을 줄 몰랐다. 프로와 연습경기 때도 잘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한 발전이다”며 “신체조건이 아쉽지만, 이번에 나오는 선수들 중에서는 기량이 좋다. 1라운드 중반까지도 가능성이 보인다”고 김준환의 기량을 높이 샀다. 대부분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대동소이한 가운데 다른 스카우트는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1라운드까지 올라오긴 힘들다. 딱 2라운드 그 순번에 들어갈 거다”고 예상했다.

김준환은 지명순위가 문제일 뿐 무조건 드래프트에서 뽑힐 선수였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대학농구리그에서 꾸준하게 코트를 밟았고, 평균 7.8점, 10.6점, 17.4점으로 학년이 오를수록 더 나은 득점력을 뽐냈다. 돌파 능력에 비해 3점슛이 약하다는 단점을 지적 받았지만, 2020년 대학농구리그 1차 대회에서 평균 33.7 점 3점슛 성공률 54.2%(13/24)를 기록했다. 약점까지 완벽하게 보완한 것이다. 물론 2차 대회에서 평균 19.8점에 머물렀으나 1차 대회보다 득점이 줄었을 뿐이다.

경희대와 두 번이나 맞붙은 고려대 주희정 감독은 “김준환이 빅맨이 없는 상황에서 팀을 잘 이끌고 나갔다. 후배들을 격려하고 이끌어 주는 리더 역할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4강 맞대결에서는 득점에서 부진했지만,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자’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 점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며 “득점을 못해도 힘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에서도 좋게 볼 수 있다.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 시종일관 변함 없는 리더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MVP감이다”라고 김준환을 칭찬했다.

김준환의 탈락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다. 매년 드래프트가 끝나면 뽑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선수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김준환처럼 지명이 당연시 되던 선수가 탈락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 스카우트는 “2라운드 우리 순번에선 당연히 김준환이 앞에 뽑혔을 거라고 생각해서 뽑을 대상 선수가 아니었다. 우리 순번까지 남아 있어서 고민 끝에 당장 우리 팀에 더 맞는 선수를 뽑았다”며 “3라운드에서라도 뽑고 싶었지만, 이미 2명만 뽑는 걸로 정해져 있어서 김준환을 뽑지 못했다”고 했다.

김준환은 “솔직히 2라운드 지명이 끝났을 때부터 꿈인 줄 알았다. 드래프트가 끝났을 때 진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드래프트 전에) 기사에서 빠르면 1라운드 후반이고, 늦어도 2라운드 초반에 뽑힌다고 했기에 그렇게 (뽑힐 거라고) 기대를 했다. (지명 순위가) 밀리면 밀릴수록 처참해졌다. 많이 속상했다. 아쉬움보다는 창피하고, 부모님께 미안했다”고 드래프트에서 탈락했을 때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래도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뒤 생각보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얻었다”며 “일본으로 진출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연락도 받았는데 일본 역시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일본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고 KBL이 아닌 해외리그에서라도 농구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김태호도 아쉽게 탈락한 선수다. 2010년 출범한 대학농구리그는 2011년부터 신인상을 시상했다. 2011년 이승현(1순위), 2012년 허웅(5순위), 2013년 이종현(1순위), 2014년 허훈(1순위), 2015년 변준형(2순위), 2016년 유현준(3순위) 등 역대 신인왕 출신들이 모두 5순위 이내 지명되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2017년과 2018년, 2019년 신인왕인 한승희, 이용우, 김태호가 한 번에 참가했다. 한승희(5순위)와 이용우(9순위)는 1라운드에 뽑혔지만, 김태호는 끝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김태호는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한 뒤 “프로에서 적응 단계를 거쳐야 뛸 수 있기 때문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것처럼 남들보다 프로에 빨리 적응하고 싶다”고 이른 드래프트 참가 이유를 밝혔다. 김태호는 2019년 대학농구리그에서 16경기 평균 33분 25초 출전해 12.3점 5.6리바운드 3.7어시스트 2.1스틸을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이 25.0%(18/72)에 머문 게 아쉬웠다.

김태호는 2020년 대학농구리그 1차 대회에서 평균 14분 59초 출전해 8.0점 3점슛 성공률 37.5%(3/8)라는 기록을 남겼다. 출전시간이 적어 득점이 줄었지만, 득점 효율이 높고 3점슛 성공률을 끌어올린 게 눈에 띈다. 다만, 프로 구단과 연습경기를 펼칠 때 티눈 부상 등으로 거의 출전하지 않았고, 이 여파로 경기 감각도 완벽하지 않았다.

한 스카우트는 “뽑힐 선수는 뽑혔다. (뽑을 선수를 정리한) 리스트에 올린 선수 중에서는 김태호가 탈락했다”며 “신인왕 출신에 신장이 있다. 그렇지만 2번(슈팅가드) 신장이 커지고 있다. 그 부분이 작용했을 수 있다. 트라이아웃에서 평범했다. 드리블도 높았고, 특색 있는 장점이 나오지 않았다. 애매했다. 이 정도 수준의 선수는 매년 나온다”고 김태호가 탈락한 이유를 추측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김태호도 아쉽다. 1학년 때 잘 해서 신인상을 받았다. 다른 팀에서도 김태호를 눈 여겨 봤다”며 “올해 경기하는 걸 제대로 못 보여줬기에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2번(슈팅가드)으로 제대로 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막농구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김태호는 단국대 농구부로 복귀하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2학년까지 마쳤기에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3대3 농구대회 등에 출전하며 농구 감각을 유지해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할 수도 있다.

박태준도 아쉽게 탈락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물론 김준환이나 김태호보다는 기량에서 떨어진다. 다만, 이른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이 대부분 가드였기에 탈락했다고 볼 수 있다. 박태준은 2020년 대학농구리그 명지대와 맞대결에서 10점 13어시스트 10스틸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스틸이 포함된 트리플더블은 굉장히 보기 힘들다. KBL에서 133회 나온 트리플더블 중에서 스틸이 포함된 건 딱 1번뿐이다. 블록 포함 트리플더블은 4번이었다.

더구나 대학농구리그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 한 선수 중 4명이 1순위(김시래, 김종규, 오세근, 박준영)에 뽑혔고, 4명이 로터리픽(김민구, 유병훈, 변준형, 양준우)에 지명되었으며, 김세창과 이용우도 1라운드 내에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유일하게 박태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박태준의 장점은 스틸 포함 트리플더블에서 알 수 있듯 수비다. 그렇지만, 신장이 작고 슈팅 능력이 확실하게 뛰어나지 않았다. 한 스카우트는 “우리 팀에선 박태준을 뽑을 선수 명단의 상위 순번에 올려놨다. 높이 본 이유는 수비라도 확실하게 잘 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조금씩 하는 정도”라며 “만약 뽑았다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2라운드 이후 뽑을 선수로 봤다”고 박태준을 평가했다.

박태준은 “확신을 하지 않았지만, ‘낮은 순위라도 뽑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드래프트가 끝난 뒤) 솔직히 많이 억울했다, 진짜”라며 “뽑힌 선수들도 각자 장점이 있으니까 구단에서 뽑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부터 힘들게 올라왔는데 그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많이 억울했다”고 드래프트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드래프트에서 안 뽑힌 뒤 집에서 일주일 동안 누워만 있었다. 항상 뛰어다니다가 누워만 있으니까 갑갑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움직이니까 운동보다 다른 점에서 힘들지만, 좋은 거 같다”며 “일을 마친 뒤 같이 농구 했던 제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언젠가 한 번은 (드래프트에 다시)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내년(2021년)일지, 그 후년(2022년)이 될지는 생각을 해볼 거다”고 다시 드래프트에 도전할 의사를 내보였다.

③대학 감독들은 반대하는 선수들의 드래프트 현장 참석

2020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SK가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일부 선수들을 불러 기량을 점검한 게 논란이었다. 10개 구단이 암묵적으로 개별 위크아웃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SK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차례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에 크게 화두로 떠올랐다.

구단간의 합의를 어긴 건 분명 잘못이다. 다만, 일부 선수에게 미리 지명을 약속한 뒤 트라이아웃 에서 제대로 뛰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건 지나친 불신이다. 프로농구가 퇴보한 이유 중 하나는 서로를 믿지 못해 이런저런 제약을 규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게 지금은 없어진 자유 계약 선수 제도의 여러 가지 제약이었다. 이런 불신은 농구 인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라이아웃은 하위 순번이나 일반인 참가자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무대 정도로 여겨진다. 뽑힐 선수들의 지명 순위에 큰 영향이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각 구단에서 지명이 가능한 선수들을 불러서 기량을 점검하는 워크아웃 활성화를 검토하는 게 더 타당하다. 일부 대학 감독은 이를 찬성한다.

이럴 경우 팬들은 각 구단에서 어느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 한 구단에서는 “일주일 전에 지명 순위가 나온다”며 “그 순위에 지명이 예상되는 선수를 불러서 메디컬 테스트와 워크아웃을 하면 트라이아웃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KBL은 그렇지만 각 구단별 워크아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KBL 관계자는 “미국처럼 참가 선수들이 많다면 캠프나 자체 워크아웃을 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드래프트 참가 인원이 적고, 구단 자체 워크아웃을 하면 우리나라 정서상 구단에서 오라고 할 때 무조건 가야 하기에 선수들이 엄청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KBL이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무대인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는 게 낫다. 구단에서 워크아웃을 알아서 진행할 때는 중복되는 선수들의 정리가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트라이아웃 방식은 몇 차례 바뀌었다. 1999년 드래프트부터 드래프트 전날과 당일 이틀간 열렸던 트라이아웃은 2001년 드래프트부터 드래프트 당일에만 진행되었다. 2010년과 2011년 드래프트에선 1부 대학 선수를 제외한 트라이아웃을 열었으나, 2012년 1월 드래프트부터 1부 대학 선수들이 다시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2020년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선 48명이 참가해 12명씩 4개 팀으로 나눠 팀별 두 경기씩 가졌다 2021년 드래프트에서는 트라이아웃 방식이 예전처럼 1박2일이나 2박3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 팀 인원을 적게 배정해 선수들이 최대한 많이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일부 선수들이 급조된 팀에서 적은 시간 출전하는 트라이아웃에서 제대로 기량을 보여 주지 못했던 단점을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여기에 대학 감독들과 KBL의 의견이 상충하는 건 드래프트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을 드래프트 현장에 배석시키는 것이다. 대부분 대학 감독들은 “드래프트에서 탈락하는 선수들의 상실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굳이 모든 선수 들을 드래프트 현장에 참석시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몇 년 전부터 KBL에 의견을 제시했지만, KBL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KBL이 모든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을 드래프트 현장에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계 방송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지명된 소감을 한 마디씩 하면 그만큼 드래프트 시간이 길어진다. 물론 일부 선수들이 재치있는 소감을 전하지만, 대동소이한 소감이 대부분이다.

특히 2020년 드래프트에서는 “뽑아주신 구단, 감독님 감사합니다. 부모님과 가족들, 고맙습니다. 그 동안 가르쳐주신 감독님, 코치님, 도움 주신 지인들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24번 반복 될 정도로 더더욱 그랬다. 차라리 감독이나 구단에서 왜 이 선수를 뽑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게 팬들에게는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대학 감독들은 현장에서 인터뷰 등이 필요하다면 로터리픽이나 1라운드에 지명 가능한 선수들만 초청하기를 바란다. KBL은 드래프트 다음날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이 때 필요한 프로필 사진 촬영이나 상위 지명 선수 외 관심 선수들의 언론과 인터뷰 시간을 마련하면 된다.

A구단 사무국장은 “모든 선수들을 초청하는 그 배경이 중요하다. 왜 다 모여서 하는 게 좋나? 잔치이고 취업을 축하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도 떨어지는 선수가 나와서 희비가 교차한다. 제가 생각하는 취지 중에 하나가 축하의 자리도 있지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선수들의 취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에서도 학부모와 선수, 대학 관계자가 있다면 한 명을 더 뽑는 것도 있었다”며 “이제는 ‘한 명이라도 더 뽑아주세요’라는 사정이 통하지 않는다. 프로 선수의 기회를 주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렇다. 안 모이더라도 취업률이 보장되려면 D-리그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 모일 필요가 없다. 로터리픽에 뽑힐 4명 정도 불러서 그 선수들을 인터뷰 하면 된다. 그 외 선수들은 오리엔테이션 때 미디어와 만남을 주선하면 된다”고 했다.

B구단 사무국장은 “모든 선수들이 참석했을 땐 지명되어서 단상에서 이야기를 해보는 기회를 갖는다. 일반 회사도 면접을 본다. 드래프트에 참석하는 게 면접 자리라고 한다면 참석을 안 시키고 그냥 드래프트를 진행하기도 그렇다”면서도 “선수들을 부리지 말고 지명만 하자거나 확실하게 뽑힐 선수만 초청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보통 20명 정도 뽑으니까 1라운드 지명 예상 선수만 초청한 뒤 2라운드 지명 순서부터는 (지명이 안 된) 선수들을 모두 퇴장시키고 그 이후 호명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며 “대학에서 원하면 구단에서 복수로 1라운드 지명 예상 선수를 KBL에 내서 겹치는 선수 12~15명 정도면 초청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C구단 사무국장은 “WKBL처럼 형식(무대 뒤에서 드래프트 지명된 선수가 나옴)을 바꾸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며 “아예 배석을 안 하는 게 낫다. 개인 자격으로 드래프트 현장에 오는 건 무방하다. KBL이 판단을 해야 하지만, 변화는 필요하다. 선수들이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로터리픽이나 1라운드 지명 예상 선수만 부르는 등 이렇게 하는 게 맞다면 무조건 찬성 한다.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려는 의견에 반대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24번째 열린 2020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차민석의 1순위 지명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여기에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엿보였다. 드래프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BONUS ONE SHOT
선수 호명, 꼭 감독이 해야 할까?

구단 자체 워크아웃이 왜 필요했을까?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선수가 아니라면 따로 불러서 한 번 기량을 살펴볼 수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나온 선수라면 스카우트들이 그들의 기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워크 아웃을 했던 이유는 스카우트의 의견보다는 감독이 직접 눈으로 선수 기량을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를 활용하는 건 감독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각 구단에서 연고 지명한 선수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3년 뒤면 이들을 바로 프로에 데뷔시킬지 아니면 대학에서 기량을 더 키울지 판단해야 한다. 이들의 기량까지 파악해야 하는 스카우트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드래프트 장면에서 감독이 아니라 스카우트팀에서 선수들을 지명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드래프트에서 감독이 선수들을 호명하는 것보다 구단이 선발하는 게 낫다. 야구는 스카우트팀장이 호명한다. 그렇게 변해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선수 이력, 자란 배경, 성장 과정을 더 주의 깊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업무가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서 감독과 코치 역할이 세분화되어야 한다. 전력분석과 스카우트도 따로 구분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진_ 점프볼 DB(문복주, 홍기웅, 박상혁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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