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하늘이 시카고를 버리지 않았다.
1966년에 창단한 시카고 불스는 시작과 동시에 강팀으로 거듭났다. 1970년대에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1980년대 초반, 짧은 암흑기가 있었으나 곧바로 극복했다. 바로 그 유명한 마이클 조던을 1984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조던은 시카고를 넘어 NBA의 아이콘이 됐다. 조던을 앞세운 시카고는 2번의 쓰리핏으로 총 6번의 NBA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 인기팀이자, 명문이 됐다. 문제는 조던 이후였다. 6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만, 1라운드 탈락에 그치며 예전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런 시카고에 새로운 구세주가 등장한다. 시카고가 고향인 프랜차이즈 스타 데릭 로즈다. 2008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시카고에 입단한 로즈는 빠르게 슈퍼스타로 거듭났고, 시카고는 다시 동부 컨퍼런스를 호령하는 강팀이 된다. 탐 티보두 감독의 지도력과 에이스 로즈, 여기에 루올 뎅, 조아킴 노아, 타지 깁슨과 같은 롤 플레이어들의 조합은 매우 강력했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에이스 로즈가 큰 부상으로 쓰러졌고, 복귀 후에도 기량을 되찾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티보도 감독의 짠물 수비 농구로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으나,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로즈 이후에는 지미 버틀러라는 조던이 생각나는 공수겸장 에이스가 팀을 이끌었으나, 역시나 이 시기도 짧았다. 버틀러는 짠돌이 시카고 수뇌부와 연장 계약 협상에서 불만을 품고 팀을 떠난다. 결국 시카고는 다시 암흑기에 빠졌다.
이번 암흑기는 길었다. 버틀러의 대가였던 잭 라빈을 에이스로 밀어줬으나, 라빈은 로즈와 버틀러급 선수가 아니었다. 여기에 급하게 윈나우 버튼을 누른 것이 최대 실수였다. 니콜라 부세비치, 더마 드로잔 등을 영입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고, 2021-2022시즌에는 성공했으나, 그 시즌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행보는 끔찍했다. 탱킹도 아니고, 윈나우도 아닌 흔히 말하는 NBA에서 최악의 행보였다. 매년 플레이-인 토너먼트는 진출하지만,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시카고 팬들의 실망감은 갈수록 커졌다.

2025-2026시즌 리뷰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애매한 행보를 보였다. 제한적 FA였던 조쉬 기디를 잡았고, 코비 화이트, 부세비치도 여전히 팀에 남았다. 그나마 2년차를 맞이한 마타스 부젤리스와 신인 노아 에셍게의 활약이 기대되는 정도였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5연승으로 기대감을 주더니, 이후 5연패를 당하며 빠르게 추락했다. 그래도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며 5할 승률 언저리를 유지했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기량이 만개한 기디를 중심으로 한 빠른 농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아요 도순무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기디를 지원했고, 부젤리스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또 예년과 같은 시즌이 반복될 것처럼 보였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렵지만, 플레이-인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탱킹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시카고 수뇌부가 마침내 마음을 먹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부세비치, 도순무, 화이트를 처분하며 전면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주축 선수들이 떠나고, 남은 핵심 자원인 기디와 부젤리스 등의 출전 시간도 조절하며 대놓고 탱킹에 나섰다. 비록 시즌 초반에 쌓은 승수로 인해 최하위는 어려운 상태였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최종 성적 31승 51패로 동부 컨퍼런스 12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완벽한 탱킹은 아니었으나, 마침내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초대형 뉴스도 있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영입한 제이든 아이비의 실패를 이유로 아르투라스 카르니쇼바스 사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대거 경질된 것이다. 시카고 팬들에게 우승만큼 기쁜 소식이었다.
점점 팀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드래프트 로터리도 행운이 따랐다. 단 4.5%의 1순위 확률을 가졌던 시카고가 4순위에 당첨된 것이다. 이번 2026 NBA 드래프트는 TOP 3가 막강하나, 4순위 후보인 케일럽 윌슨까지는 1티어 유망주라는 평이 많았다.
모처럼 소득이 있는 시즌이었다.

IN: 케일럽 윌슨(드래프트), 노먼 파웰(FA), 닉 클렉스턴(트레이드), 잭 콜린스(재계약), 데일린 스웨인(드래프트)
OUT: 닉 리차드(FA), 콜린 섹스턴(FA), 앤퍼니 사이먼스(FA)
활발한 오프 시즌이었다. 오프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깜짝 영입이 터졌다. 공짜로 클렉스턴을 영입한 것이다. 클렉스턴은 최근 몇 년간 브루클린 네츠의 수비를 지탱한 자원으로 수비가 좋은 센터가 없었던 시카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FA 시장에서는 파웰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평균 21.7점 3.5리바운드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시즌 막판의 부진으로 FA 시장에서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고, 시카고가 2년 45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잡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드래프트에서는 무난한 선택을 했다. 4순위 유력 후보였던 윌슨을 지명했고, 15순위로는 스웨인이라는 운동 능력이 훌륭한 포워드를 선택했다. 드래프트로만 에셍게, 부젤리스, 윌슨, 스웨인이라는 운동 능력이 훌륭한 장신 포워드 군단을 완성했다.
현존 최악의 수뇌부라고 비판받던 시카고가 수뇌부 개편 이후 훌륭한 오프 시즌을 보냈다는 평이다. 이번 오프 시즌으로 차기 시즌을 향한 시카고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대학 무대 기록: 평균 19.8점 9.4리바운드
208cm의 신장과 엄청난 운동 능력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상급 유망주로 소문이 자자했다. 많은 명문 대학교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마이클 조던의 모교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로 진학했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는 NBA 유망주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윌슨의 선택에 많은 이들이 기대보다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윌슨은 차원이 달랐다. 폭발적인 운동 능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곧바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공격 루트는 매우 단순했다. 속공 상황에서 돌진, 지공 상황에서는 미드레인지 슛과 포스트업 기술이 전부였고, 3점슛은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무기만으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평가가 매우 좋았다. 1번부터 5번을 수비할 수 있는 전방위 수비력과 블록슛에 매우 능해 골밑 사수에도 강점을 보였다.
시즌이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으로 주가가 상승했으나, 시즌 막판에 손가락 골절로 가장 중요한 3월의 광란 NCAA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했다. 에이스를 잃은 노스캐롤라이나도 조기에 탈락하며 시즌을 마쳤다.
TOP 3가 강력하다고 평가된 2026 NBA 드래프트에서 유력한 4순위 후보로 꼽혔고, 시즌 막판 활약으로 3순위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드래프트 당일 이변은 없었고, 4순위로 시카고에 입단한다.
맛보기라고 할 수 있는 서머리그에서 미친 활약을 펼쳤다. 평균 23.5점 7.3리바운드 2.5블록을 기록했고, 가장 놀라운 점은 3점슛 성공률이었다. 무려 50%에 달하는 성공률로 대학 시절부터 윌슨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만약 윌슨이 3점슛마저 장착한다면, 약점이 없는 선수가 된다. 물론 서머리그는 서머리그지만,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다가오는 시즌, 시카고는 이제 탱킹이 아니다. 파웰, 클렉스턴과 같은 영입에서 알 수 있듯이 윈나우를 노리고 있다. 윌슨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즉시 전력감도 가능하다는 평이다. 신인 시즌부터 윌슨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기디-파웰-부젤리스-윌슨-클렉스턴
제법 그럴듯한 로스터가 갖춰졌다. 시카고의 공격 핵심이자, 에이스는 단연 기디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시카고 이적한 이후 기량이 만개해 유망주 시절부터 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17점 9.1어시스트 8.3리바운드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에도 기디의 어깨는 무겁다.
라빈 이후 제대로 된 슈터를 영입했다. 파웰은 3점슛 하나는 NBA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로, 3점슛뿐만 아니라 돌파에도 능하다. 특히 속공 상황에서 매우 탁월해 기디가 있는 시카고와도 매우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워드진은 시카고가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평균 16.3점 5.8리바운드로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한 3년차를 맞이할 부젤리스와 거물급 신인 윌슨의 듀오는 벌써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두 선수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시카고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부세비치가 떠난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클렉스턴은 부세비치와 정반대 유형으로, 수비에 강점이 있고 공격이 약한 선수다. 이는 그간 시카고가 절실히 필요로 했던 자원이다. 수비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공격에서도 빠른 템포인 팀 스타일과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볼만한 시즌이 될 것 같다. 수준급 유망주도 있고, 베테랑 영입도 좋았다. 과연 시카고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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