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클 소노’. 고양 소노는 지난 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위권을 맴돌던 만년 약체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며 가장 높은 무대까지 밟은 것이다.
그 기적의 중심에는 팀을 든든하게 이끈 주장 정희재가 있었다. 큰 무대에서 베테랑 포워드들의 활약은 소노에 큰 힘이 됐고 임동섭과 함께 공수 양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지난 시즌 평균 16분가량을 소화하면서,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목소리를 내며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정희재는 “힘든 체력 운동은 끝났고 이제 전술 훈련을 하고 있다. 몸이 힘든 것보다 이제는 머리가 힘든 걸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난 시즌에 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농구를 하고 있어서 살짝 머리가 힘든 시기인 것 같다(웃음)”며 근황을 전했다.
지난 시즌 훌륭하게 캡틴 임무를 수행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도 주장 완장을 찬다. 정희재는 “사실 예상은 했는데 솔직히 원하진 싶었다. 다른 사람이 또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 잘 이끌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다 착하고 못하는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말을 잘 듣는다. 이상한(?) 선수들이 없다. 사고 치는 선수들도 없고 다들 너무 잘해준다”고 덧붙이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연습경기를 병행하며 맹훈련에 돌입한 소노의 코트 위는 열기로 뜨겁다. 베테랑 정희재는 후배들이 실전이라는 시험대 위에서 저마다의 무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길 고대했다. 비공식 경기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흘린 땀방울을 결과로 증명하며 숨겨둔 기량을 마음껏 꽃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오프시즌은 경기를 많이 못 뛰는 친구들에게는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연습경기에서 10분이든 20분이든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시간에 더 어필했으면 좋겠다. 다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인 만큼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에게 자기 능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노는 외국인 선수 진용도 새롭게 꾸려졌다. 지난 시즌 안양 정관장에서 1옵션으로 활약한 조니 오브라이언트를 영입했다. 오브라이언트는 지난 시즌 평균 25분 13초를 뛰며 16.2점 6.7리바운드를 기록한 검증된 자원이다. 코트 위에서 치열하게 몸을 부딪치며 상대했던 적에서 이제는 든든한 동료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현재 팀에 합류해 녹아들고 있다.
정희재는 “스코어러 느낌도 있고 수비도 열심히 하는 선수다. 항상 안양이랑 했을 때는 그 선수를 막기 위해 신경을 썼던 부분이 있었다.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온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호흡을 맞춰보니까 농구를 되게 알고 하는 스타일이고 자기 목소리도 낼 줄 알더라. 후배들에게도 많이 알려주고 리더십도 있는 친구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이서 보니까 잘생겼더라. 깜짝 놀랐다. ‘뭐야, 잘생겼는데?’ 싶었다”며 웃어 보였다.

올 시즌 KBL은 2, 3쿼터에 한해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이에 소노는 오브라이언트와 더불어 중국프로농구(CBA) 출신의 스카티 제임스까지 영입하며 외국인 듀오를 구축했다.
개인적인 역할에 대해 묻자 정희재는 궂은일과 수비를 먼저 떠올렸다. 그는 “외국선수 둘에다가 (케빈) 켐바오랑 (이)정현이까지 하면 사실 공격할 사람은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언제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도 전환하고, 약간 그런 역할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시즌의 적막을 깬 것은 연습 구장을 꽉 채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었다. 코트 위로 쏟아지는 팬들의 애정은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우는 가장 확실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높아진 관심과 기대를 온몸으로 느낀 정희재는 최고의 성과로 그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신발 끈을 매조지었다.
정희재는 “장난 아니다. 연습게임만 봐도 팬들이 되게 많다. 원래도 많았지만 더 늘어난 게 느껴진다. 거의 매 경기, 연습게임부터 관심을 가져주시고 밖에서도 많이 뵙는다. 응원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 그게 정말 좋은 팀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농구만 더 잘하면 이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만 잘하면 된다”며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노이기에 다가오는 시즌을 향한 시선은 더욱 뜨거워졌다. 높아진 시선만큼 선수단이 느낄 중압감도 적지 않은 상황. 그러나 정희재는 각자가 제 위치에서 몫을 해낸다면 결실은 저절로 뒤따라올 것이라며 팀의 원팀 정신을 다잡았다.
그는 “사실 부담이 있다. 모두가 가지고 있을 거다. 우리가 그런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지만 아직은 그런 팀은 아닌 것 같다. 너무 감사하지만 우리가 자만하지 않고 외부 평가에 신경 쓰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할 것만 하다 보면 지난 시즌과 비슷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난 시즌 스타트가 굉장히 안 좋았는데 이번에는 스타트부터 잘하려고 지금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초반부터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많이 응원해주시고 경기장도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라며 새 시즌을 향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기자), 정다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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