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기웅 인터넷기자] 대이변의 주인공, 이글스의 모든 것을 밝혀본다
11일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전 남자 대학일반부 8강 경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존재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실업팀’ 대구 놀레벤트 이글스가 ‘대학리그 챔피언’ 연세대학교를 91-84로 꺾고 동메달을 확보한 것이다.
연세대학교는 최준용(22), 허훈(21)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비롯해 천기범(22), 안영준(21) 등 대학 무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올스타 군단이었다. 반면 이글스 선수들은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프로 진출에 성공했지만 방출의 아픔을 겪은 선수,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선수 등 농구를 포기했던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실패자로 여겨지던 이들이 연세대를 상대로 보여준 모습은 농구 관계자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빠른 공격전개와 정확한 외곽포를 무기로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예상외의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앞선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조선대학교와의 경기에서도 이글스는 88-59로 대승을 거둬 이변의 전조를 알리기도 했다.
비록 경남 대표로 나온 국군체육부대와의 경기에서 패했지만, 이들의 투지와 열정에 농구팬들은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들은 누구일까? 이 팀은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걸까?
※본 기사는 총 3편으로 나눠 진행됩니다.
#놀레벤트 이글스? 어떤 팀이지?
대구 놀레벤트 이글스의 시작은 DY이글스였다. (사)한반도평화통일재단과 DY컴퍼니, GM스포츠의 지원을 통해 창단된 DY이글스는 KBL 출범 이후 최초의 실업팀으로서 농구선수의 꿈을 포기하는 선수들을 위해 탄생했다. 야구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현재 해체), 연천 미라클 등과 비슷한 취지로 창단됐다.
이글스는 지난 3월 19일 공개 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했지만, 당시 선발된 선수는 김웅빈밖에 없었다. 4~5월 정도가 돼서야 팀으로서 훈련할 정도가 모였다. 현재 활약 중인 선수 8명이 모인 것은 8월에 정찬엽이 합류한 이후였다. 이글스는 이후 대구시체육회의 지원을 받으며 팀명을 바꿔 놀레벤트 이글스로 활동하게 됐다.
지난 9월 몽골에서 열린 제2회 칭기즈 칸 컵 국제농구대회에서 첫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농구팬들을 들썩이며 이변을 일으킨 전국체전은 국내무대 데뷔전인 셈이다.
#냉혹한 현실, 그들에게 닥친 또 한 번의 시련
놀레벤트 이글스는 프로 출범 이후 첫 실업팀으로 농구계에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앞으로 나아가기에 현실은 너무나 차가웠다.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팀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선수들은 숙소는커녕 운동할 체육관도 잡지 못해 전국을 떠돌았다. 이마저도 훈련비가 부족해 여의치 않았다. 보수를 받는 실업팀이지만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는 넉넉지 않았다.
연습 상대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박성근 감독은 고등학교부터 프로팀들까지 수없이 연습경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외면당했다. 이들을 받아준 대학팀은 한양대, 명지대 그리고 일본 대학팀뿐이었다. 전국을 돌며 거의 모든 고등학교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선수 숫자가 넉넉하면 자체 청백전이라도 가능하겠지만, 10명도 되지 않아 그것도 어려웠다. 아니, 체육관이 없어서 불가능했다. 팀 훈련은커녕 슈팅 연습을 할 공간조차 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연습게임 전후로 고등학교 선수들이 수업에 들어갔을 때 잠시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잠깐이나마 허락된 소중한 시간을 이용해 슈팅 연습을 하고, 팀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다시 한 번 농구에 청춘을 바쳤지만, 농구로부터 또다시 외면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닥친 시련들을 맞이하며 농구를 포기하는 대신 똘똘 뭉치는 것을 선택했다.

#첫선을 보인 국제대회, 이변의 준우승
놀레벤트 이글스는 지난 9월 7일부터 11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렸던 제 2회 칭기즈 칸 컵 국제농구대회에 출전했다. 이글스의 창단 첫 대회였다. 몽골국가대표팀을 맡았던 박성근 감독과 인연이 닿아 초청받았다. 당시 대회에는 이글스를 비롯해 몽골 국가대표팀 1, 2군과 청소년대표팀, 대학선발 등 각 급별 4개 대표팀과 북한 대표팀, 부랴티아 공화국 대표팀, 내몽골 자치구의 후허하오터 대학교 대표팀까지 총 8개 팀이 참가했다. 이들은 A, B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른 후 각 조 2위까지 준결승과 결승을 치러 우승팀을 가렸다.
야심 차게 참가한 첫 대회였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당장 출전할 비용이 없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박성근 감독이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지원을 얻어내 가까스로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 기적이었다.
도착 후에도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5일 내내 경기가 있었지만, 선수 숫자가 부족해 체력 관리가 매우 어려웠다. 박민환은 부상으로 뛸 수 없었고, 김지훈도 손가락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뛰었다. 게다가 몽골 울란바토르는 해발 1,350m에 이르는 고지대였기 때문에 조금만 뛰어도 호흡이 가빠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글스는 매 경기 마지막인 듯 투혼을 불태웠다. 선수 숫자가 적어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이글스의 첫경기는 몽골 국가대표팀 2군이었다. 이글스는 신장이 큰 몽골 2군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리바운드에서 35-57로 밀렸고, 2점슛 성공률도 31%에 그쳤다. 그러나 공수양면에서 한 발 더 뛰는 모습으로 상대의 실책을 26개나 유도했고, 이를 속공으로 연결했다. 또한 3점슛을 무려 18개나 성공했다. 홍세용이 9개, 김형준이 7개를 성공하며 시종일관 외곽포를 폭발시켜 79-78로 승리했다.
예선 두 번째 경기는 북한 국가대표팀과 펼치는 남북대결이었다. 북한 국가대표팀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코트 위에서 선수들이 모두 공을 만지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그 덕분에 찬스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냈다. 또한, 내외곽의 조화가 완벽했다. 수비에서는 거칠게 이글스를 압박했다. 결국, 이글스는 홍세용이 25점, 정찬엽이 17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이며 68-100으로 대패했다.
예선 마지막 상대는 몽골 대학선발이었다. 이 경기에서 패할 시 결선 진출이 불가능했던 이글스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 팀은 엄청난 화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몽골 대학선발은 이글스의 화력을 따라오지 못했다. 3점슛 10개를 포함해 무려 40점을 올린 김형준을 비롯해 김준성이 29점, 허석진이 27점을 올렸다. 3명이 무려 96점을 합작한 것이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이글스는 112-101로 승리했고, 2승 1패로 B조 2위에 올라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는 몽골 청소년대표팀이었다. 청소년대표팀이었지만 예선에서 몽골 국가대표팀 1군을 꺾을 정도로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필자도 결과가 잘못 나온 줄 알고 대회 관계자에게 질문했지만 사실이었다.
몽골 청소년대표팀은 역시 강했다. 높이도 높았다. 이글스는 이날도 리바운드에서 24-43으로 밀렸다. 하지만 스틸을 무려 20개나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수비가 빛을 발휘했다. 체력 부담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강압수비와 골밑 협력수비가 완벽했다.
김준성은 37점(3점슛 7개) 8리바운드 9어시스트 4스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김형준이 24점(3점슛 6개) 6리바운드, 허석진이 21점 6어시스트 5스틸, 홍세용이 20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김준성을 도왔다. 이글스는 무려 4명이 20점 이상을 기록하며 114-111로 이글스로 출전한 첫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1일에는 대망의 결승전이 열렸다. 결승 상대는 지난 1회 대회 우승팀인 몽골 국가대표팀이었다. 몽골은 전날 준결승에서 북한을 88-84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몽골은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전반까지 접전을 펼치며 농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이글스는 결승전 초반부터 2쿼터 중반까지 정교한 외곽슛과 속공을 앞세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2쿼터 중반부터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전반을 41-50으로 뒤진 채 마쳤다.
몽골은 후반 들어 얼리 오펜스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빠른 공격전개를 통해 선수가 7명뿐인 이글스의 체력을 빼놓을 심산이었다. 작전은 먹혀들어 3쿼터 7분 30초를 남기고 점수는 43-57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글스는 지역방어를 통해 상대 실책을 유발하며 추격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김형준, 홍세용이 연이어 3점슛을 성공시켜 64-69로 점수차를 좁히며 4쿼터를 맞이했다.
이글스는 3쿼터의 기세를 이어 4쿼터 초반에도 거세게 추격했다. 4쿼터 8분 20초를 남기고 64-73으로 점수가 벌어졌지만 김준성의 속공, 김형준의 3점슛을 앞세워 2점차(71-73)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5일 연속 경기로 체력이 고갈된 이글스의 추격전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이글스는 야투 난조에 빠지고, 실책을 범하며 상대에게 속공을 허용했다. 결국, 점수 차는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이글스는 경기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93-99까지 따라갔지만 벌어진 점수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공식 대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이글스는 단 7명으로 5일 연속 경기를 치르며 체력이 바닥날 대로 바닥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글스는 첫 대회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듯 최선을 다해 싸웠다. 아쉽게 마지막 경기에서 2% 부족한 모습으로 패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투혼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글스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93.2점을 득점하며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특히 홍세용, 김형준, 김준성은 경기당 20점 이상을 터뜨리며 탁월한 공격능력을 선보였다.
#사진_한필상 기자, 이글스, 몽골농구협회(MN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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