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윤언주 인터넷기자] 덕성여대 체육관에 들어서자, 삼삼오오 농구 유니폼을 입고 모여 앉아있는 여대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수다를 떨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경기에 들어서자 해맑던 20대 초반의 여대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바운드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도 서슴지 않았고, 굴러가는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 주말 덕성여대 체육관의 열기가 뜨거웠다. 덕성여자대학교 클러치는 14,15일 양일간 덕성여자 대학교 하나누리관 체육관에서 ‘제 2회 덕성여자대학교 전국대학 여자 아마추어 농구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생활체육학과 농구동아리 클러치가 주최하고, MARYTINCOCKS, SLAM, 바로 굿 정형외과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9개 대학, 12개 팀이 참가해 경쟁을 펼쳤다.

2돌을 맞은 덕성여대배
덕성여대배는 깔끔한 경기진행이 돋보였다. 경기시간의 지체도 없었고, 운영본부의 진행도 매끄러웠다. 중간 중간에 3점 슛 이벤트, 골밑 슛 이벤트로 재미 요소도 섞었다. 덕성여대 주장 박소연씨는 “2달 전부터 준비했어요. 대회 전 해야 할 일을 나눠서 팀원에게 분배했고, 차근차근 진행했어요. 2회째라 작년에 준비했던 틀이 있어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 할 수 있었어요.” 라고 전했다.
작년에 비해 높아진 참가팀들의 경기 수준도 눈에 띄었다. “다들 경기력이 좋아졌어요. 이전에는 여자 선수들이 농구 코트가 익숙지 않아 워킹이나 더블 등 기본적인 실수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대 팀에 맞게 전략을 구사하는 수준까지 올라 왔더라고요. 다들 쟁쟁해서 우승팀을 가늠할 수가 없네요(웃음).” 실제로도 그랬다. 각 팀은 상대를 분석해서 그에 맞는 다양한 수비를 펼쳤다. 스크린 플레이를 해보자고 비장한 약속을 하고 코트에 나서는 두 선수도 눈에 띄었다.
개인 기량도 발전했다. 예선 경기 중 한 선수는 베이스 라인을 타고 빈자리를 선점해 동료의 패스를 받고 곧바로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또 다른 선수는 크로스 오버로 수비수를 제치며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중앙대의 ‘이대 트라우마’
경기엔 이변도 있었다. 중앙대가 작년 우승팀인 이화여대를 꺾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 한 것. 예선 경기 전 이화여대 2팀(EFS-ACE, BEST)과 한 조를 이룬 중앙대 선수에게 대회 목표를 묻자, “일단은 이화여대를 꺾고 싶다.” 고 대답했다. 이유인 즉, “작년부터 매번 이화여대에게 졌어요. 유독 1점 차로 진 경기가 많았어요.(중앙대는 오전에 있었던 이대ACE와의 예선 경기에서도 1점 차로 졌다.) 이번엔 꼭 이기고 싶어요.” 라며 의지를 밝혔다.
이를 갈고 나온 중앙대는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개개인의 뛰어난 운동신경을 이용해서 리바운드와 스틸에서 앞섰다. 중앙대의 슛 감도 좋았다. 문소담의 3점포를 시작으로 조민경이 3점슛 2개를 성공, 경기의 리드를 잡았다.
이화여대 임정현과 주지애가 득점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경기 중반 서가현이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뼈아팠다. 결국 중앙대는 이화여대를 21-14로 꺾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을 확정했다.
신생팀 용인대, 동덕여대
“저 언니 NBA 24시간 중에 10시간 봐요, 완전 농구덕후에요 덕후”
신생팀인 동덕여대 ‘라이노’ 주장에게 농구 동아리를 만든 이유를 묻자 옆에서 대답이 나왔다. 주장 이요배 씨는 “농구를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과 장소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동기 몇 명과 함께 농구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주도적으로 한 것 보다는 농구를 좋아했던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 했어요. 처음에는 선수도 유니폼도 없어서 막막했는데 지금은 팀원도 많아지고 대회도 참가할 수 있어서 좋아요.(웃음)”
초창기 용인대 ‘HIGH-Y’의 여자 선수는 4명이었다. 용인대의 강성민 씨는 어려웠던 여자 농구부 창단 배경에 대해 밝혔다. “원래는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팀이었어요. 여학생들은 매니저였죠. 그런데 어느 날 여자 선수들이 저한테 와서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맨날 남자 경기를 구경만하다가 가기가 싫다고, 본인들도 농구하고 싶다고요.” 그것이 시초였다.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모일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다른 동아리의 여학생들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탁구부, 수영부원들을 설득했어요. 밥도 사주면서요.(웃음) 그래서 지금은 인원이 10명이나 됐어요. 훈련은 용인대 여자 농구부를 초빙해서 감독을 맡겨 진행하고 있고요.”
열정이 모아지자 팀으로서의 구색이 갖춰졌고, 이 대회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두 팀 선수 모두 아직은 코트가 낯설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드리블 하나하나에도 열정이 느껴졌고, 최선을 다해서 수비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한골을 넣으면 팀원들과 벤치가 모두 일어나 환호했다.
다른 팀들도 여러 가지 사연들 속에서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다. 한체대는 아침 7시30분부터 핸드볼 장에서 연습을 시작한다고 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농구를 좋아하는 열정으로 뭉쳐야죠” 라고 전했다. 서울대는 “팀원이 없어서 농구코트에서 기다리며 농구하는 여학생을 섭외했어요.” 라고 털어놓았다. 이화여대는 “농구 공 튀기는 소리에 체육관 관리하는 아저씨가 잠 못 잔다고 빨리 좀 집에 가래요.” 라며 웃었다.
12개의 팀이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친 가운데, 이틀간의 대회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예선에서 탈락했다던 한 선수는 “다음에는 열심히 연습해서 꼭 본선진출 할거에요.” 라며 의지를 다졌다. 승리한 팀 뿐 아니라 일찍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아쉬워하던 선수들 모두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농구를 사랑하는 여대생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사진_덕성여대 클러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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