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디트로이트에 빛이 들어왔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최근 몇 년간 암흑기에 빠진 팀이었다. 2018-2019시즌 블레이크 그리핀을 중심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전면 리빌딩을 선언했다. 사실 디트로이트는 최근 15년간 플레이오프 진출이 3번에 그친 팀이다. 냉정히 2010년대부터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약팀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도 디트로이트는 순조롭게 리빌딩에 나설 수 있었다. 리빌딩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드래프트 추첨 운이다. 좋은 신인이 나오는 타이밍에 최상위 순번을 획득해야 순조롭게 리빌딩을 시작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는 그런 행운을 잡았다. 2021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케이드 커닝햄을 지명한 것이다.
커닝햄이라는 확실한 프랜차이즈 중심을 마련했고, 이제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커닝햄 드래프트 이후였다. 커닝햄을 지명했으나, 커닝햄 홀로 최하위였던 팀을 곧바로 플레이오프로 진출시킬 수는 없었다. 따라서 디트로이트는 또 로터리 지명권을 획득했는데, 이 지명권이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2022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제이든 아이비,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어사르 탐슨을 지명했다. 두 선수는 엄청나게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상위 지명 선수들의 성장세를 보인 것도 아니었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커닝햄이 홀로 팀을 이끄는 소년 가장의 팀이 됐다. 성적도 여전히 플레이오프 진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플레이오프는 커녕 2023-2024시즌에는 무려 NBA 역대 최다 연패 기록과 동률인 28연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끔찍한 참사에 디트로이트 수뇌부도 마침내 칼을 꺼냈다. 무려 6년 7850만 달러라는 감독 역대 최다 금액으로 모셔 온 몬티 윌리엄스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한 것이다. 이는 엄청난 위약금이 따랐고, 그만큼 디트로이트 수뇌부는 차기 시즌 성적이 절실했다. 감독까지 1년 만에 경질된 상황, 2024-2025시즌은 디트로이트 운명의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커닝햄도 팀의 에이스로는 아쉬운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성적: 44승 38패 동부 컨퍼런스 6위
디트로이트 수뇌부가 오프시즌부터 칼을 갈았다. 윌리엄스 감독을 경질하고, JB 비커스태프 감독을 선임하는 강수를 뒀고, FA 영입도 활발했다. 토바이어스 해리스를 다시 데려왔고, 시모네 폰테키오와 재계약, 준수한 슈터 말릭 비즐리도 영입했다. 여기에 팀 하더웨이 주니어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약점을 보강했다.
직전 시즌 성적이 14승 68패로 너무나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력 보강이 이루어져도, 디트로이트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시즌 초반부터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비커스태프 감독의 교통정리가 주효했다. 철저히 공격은 에이스 커닝햄 위주로 돌아갔고, 나머지 선수들은 커닝햄의 파생 효과로 생긴 공간에서 3점슛을 시도하는 농구였다. 여기에 커닝햄이 쉴 때는 아이비가 공격을 이끄는 역할이었다.
수비에서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직전 시즌까지 최악의 수비력으로 쉽게 무너졌던 디트로이트에 단단함이 생겼다. 제일런 듀렌이 골밑을 지켰고, 론 홀랜드와 탐슨 등 포워드 수비수가 활발히 움직이며 공간을 메웠다. 또 디트로이트에 뚜렷한 수비 구멍이 없는 점도 컸다. 디트로이트는 시즌 초반부터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 바로 아이비가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이비는 커닝햄에 이은 확고한 2옵션이었다. 여기에 커닝햄과 달리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돌파를 즐기는 돌격대장이었다. 아이비의 공백은 치명적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수뇌부는 달라졌다. 재빠르게 데니스 슈로더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아이비의 공백을 메웠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부진했던 슈로더는 디트로이트에서는 제 몫을 해냈다.
결국 44승 38패로 동부 컨퍼런스 6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시즌 전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이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는 뉴욕 닉스였다. 그리고 두 팀의 대결은 그야말로 혈투였다. 경기 내내 몸싸움과 거친 플레이가 오갔고, 결국 에이스 제일런 브런슨을 앞세운 뉴욕이 노련하게 디트로이트를 제압했다. 비록 패배했으나, 디트로이트를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표본 같은 시리즈였다.

IN: 폴 리드(재계약), 던컨 로빈슨(FA), 카리스 르버트(FA), 자본테 그린(FA), 채즈 레이니어(드래프트)
OUT: 시모네 폰테키오(트레이드), 팀 하더웨이 주니어(FA), 데니스 슈로더(FA), 린디 워터스 3세(FA)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는 오프시즌이었다. 직전 시즌에 호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전력 유지에 만족할 것으로 보였으나, 제법 다양한 선수를 영입했다.
일단 말릭 비즐리 도박 사건이 컸다. 직전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커리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비즐리는 당연히 재계약이 예상됐다. 하지만 도박 사건으로 계약을 할 수 없었고, 디트로이트는 어쩔 수 없이 대체자를 찾아야 했다. 그 대체자가 바로 로빈슨이다. 로빈슨은 마이애미 히트에서 정상급 3점 슈터로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지역 대학인 미시건 대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에 슈로더가 떠난 식스맨 자리를 르버트로 대체했다. 르버트는 슈로더와 유형은 다르지만, 폭발력 있는 득점력을 지닌 선수다. 디트로이트 벤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듀렌의 백업 역할을 수행한 리드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직전 시즌 쏠쏠하게 활약했던 하더웨이 주니어는 덴버 너겟츠로 이적하며 팀을 떠났다.
전력 보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오프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 평균 17.6점 4.1리바운드 4어시스트
차기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가 아닐까.
아이비는 고등학교 시절, 무명에 가까운 유망주였다. 고등학교 선수들을 평가하는 미국 매체인 '리쿠루트 랭킹'에서도 100위 언저리에 있는 선수였다. 대학교도 농구 대학교로는 무명에 가까운 퍼듀 대학교로 진학했고, 1학년에는 식스맨 역할을 수행했다.
아이비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대학교 2학년 시즌이었다. 아이비는 퍼듀 대학교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고, 평균 17.3점 4.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스타로 떠오른다. 아이비의 장점은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돌파에 있다. 아이비의 돌파는 알고도 막기 힘든 수준이다. 여기에 3점슛도 2학년 시즌에는 35.8%를 기록하며 좋은 수치를 보였다.
이런 아이비를 디트로이트가 전체 5순위로 지명한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커닝햄을 제외하면 마땅한 가드 자원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비 선택은 좋은 결정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비는 신인 시즌부터 곧바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돌파는 NBA 무대에서도 완벽히 통했고, 걱정했던 3점슛도 나쁘지 않았다. 신인 시즌에 평균 16.3점 5.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력은 곧바로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문제는 2년차 시즌인 2023-2024시즌이었다. 이 시즌에 아이비는 새롭게 부임한 윌리엄스 감독과 불화설이 생겼다. 윌리엄스 감독이 아이비의 플레이스타일을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아이비는 이에 불만을 품었고, 둘 사이의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아이비의 경기력도 신인 시절보다 별로였고, 팀 성적은 끔찍했다. 팀과 본인 모두 최악의 2년차 시즌이었다.
그리고 3년차 시즌, 아이비가 시즌 초반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느리고, 안정적인 템포를 선호하는 에이스 커닝햄과 달리 아이비는 빠른 속공 농구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두 선수의 조합은 흥미롭기도 하면서 위력적이었다. 시즌 초반, 디트로이트의 상승세에 아이비는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상이 찾아왔다. 1월에 좌측 비골 골절을 당하며 그대로 시즌이 끝난 것이다. 디트로이트와 아이비 모두에게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1라운드에서 뉴욕에 패하며 탈락했고, 아이비의 공백은 뼈저리게 느껴졌다. 시즌이 끝난 후 디트로이트 관계자는 "아이비가 있었으면, 우리가 1라운드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아이비에게 차기 시즌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이유는 차기 시즌이 끝나면 아이비는 제한적 FA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디트로이트가 그 전에 연장 계약을 제시할 수 있으나, 아직 연장 계약에 관한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즉, 아이비 자신의 몸값을 위해 너무나 중요한 시즌이라는 뜻이다.
과연 아이비가 FA 로이드를 맞이할 수 있을까.

커닝햄-아이비-탐슨-해리스-듀렌
디트로이트의 주전 라인업은 사실상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커닝햄과 아이비가 이끄는 백코트, 탐슨과 해리스가 버티는 포워드진, 듀렌이 지키는 골밑이 유력하다.
이는 매우 탄탄하고 균형이 잡힌 라인업이다. 공격은 커닝햄과 아이비가 주도적으로 맡을 것으로 보이고, 커닝햄과 아이비가 돌아가며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년차를 맞이할 탐슨의 수비력과 성장은 기대가 큰 대목이다. 직전 시즌에 합류해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인 해리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여기에 팀 성적에 중요한 선수는 듀렌으로 보인다. 듀렌은 직전 시즌 평균 11.8점 10.3리바운드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한 빅맨이다. 2023-2024시즌에도 평균 13.8점 11.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으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사실상 NBA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듀렌은 궂은일에 능한 빅맨이지만, 상대를 압도한다는 느낌은 없다. 동부 컨퍼런스 강팀의 라인업을 보면 모두 강력한 센터를 보유한 팀이 많다. 즉, 듀렌이 골밑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승산이 있다.
벤치 자원도 두껍다. 새롭게 합류한 르버트와 로빈슨이 있고, 기존 자원인 홀랜드와 스튜어트도 있다.
현재 디트로이트의 라인업은 젊지만, 단단하고, 안정감이 있는 로스터다. 직전 시즌에 성공을 맛본 젊은 선수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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