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KCC는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서 91-66으로 승리했다. 최근 2연패를 당하며 1위 자리를 위태롭게 유지하던 KCC는 이날 승리 덕분에 다시 한번 정규리그 1위를 향해 달리게 됐다.
오리온 전을 앞두고 KCC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 찾아왔었다. 팀을 리그 1위로 이끄는데 많은 기여를 했던 타일러 데이비스가 무릎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은 것. 더불어 데이비스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겠다는 의견을 팀에게 전했다. 이는 남은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 대한 불참 의사를 밝힌 거나 다름없었다.
데이비스가 이탈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KCC는 오리온에게 대승을 거뒀다. 라건아가 무려 23득점 13리바운드 2스틸 5블록을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이정현(12득점 4어시스트)과 송교창(15득점 4어시스트)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전주실내체육관을 가장 뜨겁게 만든 것은 라건아도 이정현도 아니었다. 3쿼터까지 쉬지 않고 뛰던 라건아를 위해 교체된 디제이 존슨이 투입된 순간, 전주실내체육관은 엄청난 박수 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존슨은 특유의 긴 머릿결을 묶은 채로 코트로 들어섰고 밝은 표정으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투입되자마자 데빈 윌리엄스의 수비를 맞게 된 존슨은 끝까지 윌리엄스의 슛을 견제하며 수비 리바운드까지 깔끔한 수비를 보여줬다. 이어진 공격에서도 이정현의 3점슛 실패를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으로 풋백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존슨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전주 팬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고 존슨은 이에 보답하듯 코트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4쿼터에 멋진 블록슛까지 성공시킨 존슨의 최종 기록은 8분 13초 출전 8득점 8리바운드 1스틸 1블록. 그야말로 ‘효율 갑’이었다.
사실 모두가 존슨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존슨은 A매치 브레이크 전 라건아가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대체 선수 격으로 KCC에 온 것이었고 전창진 감독도 그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전 감독은 “존슨은 라건아가 쉬는 시간 동안 조금씩 나갈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팀을 끌고 갈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며 존슨에 대한 큰 신뢰를 보이지 않았던 전 감독이었다.
그러나 오리온 전을 마친 뒤의 반응은 어느 정도 바뀌어 있었다. 전 감독은 “우리가 정해준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복잡한 역할은 아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다. 보통 외국 선수들은 자기 욕심이 있는데 그런 것 없이 정말 해달라는 것만 해줬고 리바운드 가담, 수비, 트랜지션, 스크린 등 우리가 원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며 존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잠시 한솥밥을 먹었던 라건아도 “(존슨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1, 2, 3쿼터를 쉬다가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영리한 선수다”라며 존슨의 플레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미 KBL에서 실패 경험이 있는 존슨은 언론, 팬, 심지어 소속 팀에게마저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뛰는 선수’로 인식되어 있던 존슨은 이날 오리온 전에서 ‘열심히 뛰는 것’의 위력을 보여줬고, 매 경기에 이러한 열정을 보여준다면 존슨에 대한 인식은 ‘열심히 뛰는 선수’가 아닌 ’열심히 잘하는 선수’로 변해 있을 것이다.
#사진_점프볼DB(박상혁 기자)
점프볼/신준수 인터넷기자 sonmyj03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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