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첫 경기, 한국은 싱가포르에게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를 꺾고 첫승을 거둔 것을 비롯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승후보 중국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한국농구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결승전 상대는 첫 경기에서 만났던 싱가포르. 한국 입장에서는 리벤치 매치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싱가포르전은 너무나 아쉬웠다. 홈 텃세가 있을 것이란 예상은 어느 정도 하고 나왔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극단적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초반부터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센터 강병곤이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데 이어 2쿼터 막판에는 가드 강배원이 5반칙 퇴장으로 코트를 물러난 것. 주축 선수 2명의 퇴장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도 섞여 있었다.
석연찮은 판정이 연이어 나오자 분노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 보이콧까지 고려했다. 이내 정재권 단장을 중심으로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았고 6명의 선수로만 후반 3, 4쿼터에 나섰다.
전반전을 30-30 동점으로 마쳤고, 후반 3, 4쿼터에도 일진일퇴 양상을 이어간 두 팀이었다. 퇴장 변수에 따른 위기 상황 대처법에 대해 고민했던 정재권 단장은 수비 전략에 변화를 줬다. 맨투맨 수비와 지역방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변칙적인 수비 전략은 적잖은 효과를 봤다.
싱가포르가 결승전을 앞두고 긴급 수혈한 중국 센터 역시 한국의 촘촘한 수비망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또한 박태근과 손진용이 번갈아 득점포를 가동하며, 공격에서 주축 선수 2명이 빠진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그러나 선수 숫자의 열세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결국 승부처에서 그 차이가 드러났다. 지칠 대로 지친 체력은 한국의 한계였다.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팽팽히 맞서는 등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쥐어짜냈지만, 이 때부터 연속 5실점하며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체력을 갈아넣을대로 갈아넣은 한국 선수들은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자, 동시에 코트 바닥에 쓰러져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비록 홈팀 싱가포르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 후 주인공이 뒤바뀐 듯 관중들은 투혼을 발휘한 한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대회 관계자와 나머지 참가 팀 선수들도 엄지척을 세웠다. 현지의 한 관중은 “I respect you! Korea is real winner”라는 멘트로 한국 선수들을 위로했다.
이에 대한 답례로 정명수 단장은 참가 팀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공수해 온 김치를 선물했다. 김치의 인기는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한국 팀이 준비한 김치 150박스는 순식간에 없어졌다고 한다.

대회를 마친 한국아버지농구회 정재권 대표는 “물론 판정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판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점과 보완해야할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 주소를 제대로 파악한 부분이 크다. 그동안 동아시아권에서는 왕으로 군림했지만 더 넓은 세계로 나와보니 아직 갈길이 멀다는 걸 느꼈다. 또 하나 배운 것은 10분 4쿼터 올데드제로 치러지는 경기를 상대 팀 선수들이 지친 기색 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체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걸 느꼈다. 특히 4쿼터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우리가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기량적인 부분보다는 체력인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이번 대회를 마친 소회를 전했다.
더불어 “가슴에 달려있는 태극기가 오늘처럼 자랑스러운 날은 없었다. 비록 금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한국 팀의 농구 경기를 보았던 싱가포르 관중들과 많은 외국 선수들에게 대한민국의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챔피언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세계챔피언을 향한 발걸음은 이런 저런 고비를 넘기면서 묵묵히 전진을 하는 중이다”는 말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한국 선수단은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아버지농구회 싱가포르 대회 참가 선수단*
대표_정재권(71세 연세대, 비선출 180cm)
단장_정명수(72세 연세대, 비선출 170cm)
감독_김상규 (72세 인하대, 비선출 180cm)
선수
김세종(71세 고려대, 비선출 173cm)
박태근(71세 경기대, 비선출 175cm)
조동일(69세 명지대, 선출 176cm)
김성호(69세 단국대, 선출 180cm)
김용오(64세 고려대, 선출 185cm)
강병곤(63세 홍익대, 선출 188cm)
손진용(63세 서강대, 비선출 180cm)
강배원(63세 한국은행, 선출 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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