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리온의 정신적 지주 허일영 “내 나이 마흔까지 뛰고 싶다”

민준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6 15: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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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던진 공이 멋진 포물선을 그린다. KBL 역사를 통틀어봐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시그니처 슈팅 모션은 고양 오리온 허일영의 트레이드마크다. 1985년생, 한국 나이로 37세 노장임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연신 ‘회춘포’를 쏘아 올리며 죽지 않았음을 증명한 허일영이 오랜만에 점프볼과 만났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3월 10일에 진행됐음을 알립니다.

Q. 정말 오랜만에 매거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나는 것 같다.
이번 시즌에는 인터뷰 운이 조금 따르는 느낌이다. 점프볼 매거진 인터뷰도 한 지가 꽤 됐다. 오랜만에 만나게 돼 반갑다. 자주 찾아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섭섭했다. 하하. 점프볼만 그런 게 아니다. 더 섭섭해지려고 하는 상황에서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이번 시즌에 경기 수훈 선수 인터뷰를 전보다 많이 들어갔는데 연속 3번 한 적도 있다. 연속 2번이 최다였는데 3번이나 하니 조금은 새롭다.

​Q. 그만큼 최근 활약이 좋다. 누군가는 젊어지는 약을 먹은 게 아니냐는 말도 한다.
매 시즌마다 한 번씩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때가 있었다. 근데 이번 시즌에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초반에 잠깐 좋았다가 손목을 다치고 난 뒤 바닥을 쳤다. 사실 나라는 선수가 공격 성향이 짙다 보니 득점을 하면서 컨디션을 올려야 한다. 근데 3점슛을 못 넣으니 짜증도 나고 답답하더라.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스스로 망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과감하게 공격하면서 그나마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

Q. 비시즌 때 이대성이 알아서 떠먹여 주겠다고 한 기억이 있다. 그 약속 지키고 있나.
지킬 때도 있고 지키지 않을 때도 있다(웃음). (이)대성이는 공격적인 선수인 만큼 본인 공격을 먼저 본다. 그리고 좋은 패스를 줬는데 못 넣은 적도 많다. 대성이도 그렇고 나도 답답한 적이 있다. 그래도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잘 맞고 있어 다행이다.

Q. 잔부상이 많았다. 현재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에 급체로 인해 고생했다. (강을준)감독님께 괜찮다고는 말씀드렸는데 하루 쉬어가자고 하시더라. 국가대표 휴식기 때 몸이 너무 좋았다. 하루 쉬면 컨디션이 망가질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휴식이 득이 됐다.

Q. 이번 시즌 장발을 약속했고 또 지키고 있다. 주변 시선은 어땠나.
두 번 정도 다듬은 적은 있다. 한 번 확 자르려고 했는데 막상 미용실 자리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바뀌었다. 플레이오프 때는 분위기 전환 겸 원래 스타일로 돌아갈 생각이다. 사실 지금 스타일에 대한 주변의 불만이 많다. 하하. 농구가 잘 안 되다 보니 팬분들도 분위기를 바꿔보라고 하더라. 근데 머리 스타일이 짧다고 다 농구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꿋꿋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려 한다.

​Q.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성이는 한 번 많이 다듬은 것 같더라. 나는 비시즌 때 위로 묶어보기도 하고 헤어 밴드를 사용해보기도 했다.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은 괜찮다. 감독님도 이런 부분은 이야기하시지 않기 때문에 농구에 문제만 없다면 관리 역시 걱정 없다.

오리온에 찾아온 큰 변화
부상 털고 일어선 허일영

오리온의 2019-2020시즌은 악몽에 가까웠다. 주축 국내선수들의 줄부상, 그리고 외국선수들의 부진은 10위 추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강을준 감독이 새로 부임하고 이대성이 합류한 효과는 대단했다. 5라운드 기준 단독 3위에 오르며 180도 다른 성적을 내고 있다. 허일영 역시 그동안의 부상 설움을 털어낸 채 펄펄 날았다. 김동욱, 김영환과 함께 회춘 3인방의 한 축으로서 듬직한 형님으로 자리했다.

​Q. 지난 시즌의 악몽을 불과 1년도 채 안 지난 지금 완벽히 떨쳐냈다. 주장이 바라보는 오리온의 상승세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난 시즌과 달라진 건 굉장히 많다. 일단 코칭스태프에 변화가 생겼고 또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사실 지난 시즌도 부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물론 마커스 랜드리, 그리고 이후 합류한 외국선수들도 문제가 많았다. (최)진수나 (이)승현이 모두 잔부상이 있었다. 이번 시즌 SK가 우리랑 같은 느낌이다. 근데 이번 시즌 들어 부상자도 없고 또 준비 역시 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바로 특별한 부상자가 없다는 점이다. 또 전력 변화가 있더라도 갑자기 좋아질 수 없는 게 프로이지만 감독님의 자율적인 시스템, 그리고 대성이의 자유로운 플레이가 큰 힘이 되고 있다.

Q. 벤치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
선수들 연령대가 많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이 부분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선을 넘는 것 같아 아찔할 때가 있지만 과거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면 꼰대가 된다. 그런 것보다는 선은 지키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과거의 리더와 현재의 리더는 분명 다르다. 경직된 문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다.

Q. 지금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오리온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첫 경기부터 3차 연장을 갔고 또 패했다. 이후 연패를 하면서 초반부터 위기론이 생겼다.
시작만 괜찮았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있지 않았을까. 내 잘못이 크다. KT와 개막전에서 마커스 데릭슨에게 결정적인 3점슛을 허용했다. 파울을 해야 할지, 아니면 공간을 좁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또 워낙 잘하는 선수였지 않나. 그리고 그 전에 내가 시간을 조금만 끌면서 공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다. 여러모로 내 잘못이 컸다.

Q. 어느 시점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했나.
이번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우리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엔트리를 겨우 채울 정도로 부족했다. 그럼에도 연패 후 연승을 하는 걸 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트레이드를 통해 진수가 나갔지만 (이)종현이와 (최)현민이가 들어오면서 선수 구성이 갖춰졌다. 필요한 포지션이 채워지면서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Q. 5라운드 활약은 눈부셨다. 위태로웠던 오리온이 단독 3위를 수성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스스로 적극성이 달랐다고 본다. 기다리지 않고 내가 찾아서 무언가를 하려다 보니 생각대로 되더라.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했던 것이다. 그동안 핑계만 찾고 있었다. 혼자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다(웃음). 슈터는 찬스가 생겼을 때만 던지는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끼면 똥 된다는 말처럼 과감하게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손목, 그리고 발목이 좋지 않다 보니 스스로 보호하려고만 했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하다 보니 성적도 좋아졌다.

​Q. 강을준 감독이 본인을 두고 ‘미풍’ 같은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또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표현도 사용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건 예전 추승균 해설위원님의 별명이기도 했기 때문에 영광스러웠다. 또 칭찬이 아닌가. 감독님은 9월에 열린 KBL 컵대회 때도 “넌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20점을 넣었더라”라며 은근히 칭찬하셨다. 눈에 확 띄는 편은 아니지만 묵묵히 내 것을 해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슈팅만 던지는 슈터가 아니다. 5라운드 SK 전에서도 21득점한 것보다 공격 리바운드 6개를 잡은 게 더 기분 좋았다. 고등학교 때 센터를 해봤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볼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는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3점슛도 좋지만 리바운드해서 풋백 득점을 넣을 때 쾌감이 더 크다. 그런 부분이 쌓이다 보니 소리 없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KBL 데뷔 이후 11시즌 소화
목표는 40살까지 뛰고 은퇴

200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주인공 허일영. 그는 KBL에서 11시즌을 소화 중인 베테랑이다. 이제는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건재함을 과시한 허일영은 여전히 오리온의 주전 선수로서 좋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의 목표는 40살에 은퇴하는 것. 앞으로 3시즌은 거뜬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Q.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30대 중반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허일영 선수는 현재 기량을 보면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경기를 뛰면 내가 몇 살인지 잊을 때가 많다. 대신 경기 후에 회복 속도가 더딘 건 맞다. 코트 위에서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나랑 매치업되는 선수들이 보통 5~6살이 어리더라. 차이가 크면 10살 어린 선수들도 있다. 예전 같으면 버겁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크게 힘들지 않다. 또 은퇴 시기가 많이 늦춰지지 않았나. (김)동욱이 형은 가장 좋아하는 선배이자 형인데 지금 보면 전성기 같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정체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부상만 없으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몸 관리에 대한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잘 먹고, 잘 쉬고, 또 잘 자는 게 중요하다. 경기가 끝나고 다음 날은 오전까지 푹 잔다. 아이들이 아빠는 자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웃음). 그래도 시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해준다. 아이 엄마가 와서 도와주기도 하고. 첫째가 의젓하다. 둘째가 나를 깨우려고 하면 첫째가 잘 이야기해주더라. 이제 5살, 4살 된 어린 아이들이라 미안함도 있다. 그런데도 아빠를 이해해주려고 하니 너무 고맙기도 하다.

Q.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지원해줄 생각인가.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떤 운동이든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했으면 한다. 사실 나 역시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말이다. 3학년 때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를 보면서 농구로 바꿨지만(웃음).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기아 경기를 매일 보러 갔다. 만약 내가 야구 선수가 됐다면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주변에 야구를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만나기만 하면 “왼손잡이에 196cm면 미국에 갔을걸?”이라며 놀리기도 한다. 던지는 것도 꽤 잘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나를 닮았다면 야구를 굉장히 잘하지 않을까 싶다.

Q. 이미 오랜 시간 프로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처음 신인 지명됐을 때도 이런 롱-런을 기대하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시즌을 치러오면서 많은 목표가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40살까지 뛰는 것이다. 처음 프로에 왔을 때는 37~38세까지 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근데 1년, 그리고 1년이 지나다 보니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리온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또 팀 역시 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롱-런 하기 위해선 하나의 장기가 있어야 한다. 내게는 슈팅이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슈팅을 장착했으면 한다. 일단 넣어야 하는 스포츠니까.

Q. 슈팅 포물선이 인상적이다. KBL에 어느 선수도 그런 포물선을 그리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 코치님들이 블록을 피해 던질 수 있는 슈팅 포물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식하면서 던지다 보니 지금의 포물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오히려 지금은 포물선이 낮으면 불안하다. 근데 후배들이 이 포물선을 따라하는 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한)호빈이도 이번 시즌 들어 높은 포물선을 그리고 있지만 따로 알려준 건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에어볼이 될 수도 있다. 또 프로에 와서 슈팅 포물선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10년 넘게 습관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슈팅에 대한 도움을 바란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다만 포물선에 대해선 조금 회의적이다.

Q. 이번 시즌 들어 유독 노장들의 투혼이 KBL을 흔들고 있다. 그들을 보며 동기부여도 될 것 같은데.
동욱이 형은 오리온에 같이 있으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몸 자체가 타고났다. 대신 농구적인 부분을 많이 빼먹으려고 했다. 패스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돌파나 스텝 부분에서 많이 닮으려고 노력했다. (김)영환이 형은 굉장히 막역한 사이는 아니다. 다만 KT와 경기 때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몸 관리하는지 주고받는다. 영환이 형도 몸이 워낙 타고났다. 또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두 형들 모두 노련하고 또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다. 나 역시 그런 길을 걷고 싶다.

 

“오리온은 내게 애증이다”
제2의 허일영을 찾아라

11시즌째 오리온의 핵심 주전으로 뛰어온 허일영. 오리온은 이제 제2의 허일영을 찾아야 한다. 그가 평생 코트 위에 설 수 있다면 고민할 가치가 없는 문제다. 그러나 허일영 역시 근미래에 결국 유니폼을 벗게 된다. 허일영의 시선에 바라본 제2의 허일영. 과연 누가 그의 뒤를 책임질 수 있을까.

Q. 긴 시간 오리온의 핵심 주전으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본인의 뒤를 책임져줄 어린 선수가 없다는 부분은 다소 불안한 문제일 수도 있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제2의 허일영은 나타날 수 있을까.
(조)한진이가 지금보다 더 치고 올라와야 한다. 어린 선수고 또 출전 시간이 완전하지 못하다 보니 아직은 성장해야 할 선수다. 그러나 내가 없는 오리온, 그리고 내가 많이 뛸 수 없는 오리온의 3번 자리를 책임졌으면 한다. 다른 팀에서 볼 때는 전현우가 정말 좋은 선수인 것 같다. 스타일도 그렇고 요즘 활약도 좋다. 볼을 잡고 던지면 다 들어갈 것 같더라. 내가 없을 때, 그리고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있다. 대학 선수들을 보면 슈팅이 좋아도 사이즈가 아쉽다. 번뜩이는 선수가 있으면 보통 180cm대 중후반이더라. 그래도 슈팅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프로에 온다면 분명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의 뒤를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될 거라고 믿는다.

Q. 현대 농구에서 슈터라는 이미지는 사라지고 있다. 포지션 불문 모두가 슈팅을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KBL을 대표하는 슈터로서 이러한 현상이 과연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나.
슈터라는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은 던지면 들어갈 것 같은 선수가 몇 없다. 그렇다 보니 내가 지금 나이에도 오랜 시간 뛸 수 있는 것이다. 경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감독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만 잘 알아도 출전 기회는 잡을 수 있다. 나는 슈팅이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슈터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그만큼 슈팅을 잘 던지는 선수가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 같다.

Q. 슈터를 떠나 차기 주장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향후 오리온의 플로어 리더는 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주장이란 정말 큰 역할이다. 그만큼 힘들기도 하다. 만약 감독님께서 원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주장을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50%다. 나이만 보면 대성이가 하는 게 맞겠지만 물러 터졌다(웃음). 승현이는 리더십이 있는 것 같다. 누가 하더라도 대성이나 승현이 모두 주장을 하면서 머리 좀 아파 봐야 한다.

Q. 오리온에서 뛰는 지금은 행복한가.
한 번은 내가 다른 팀에 갔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근데 나이를 먹고 보니 집 나가면 고생한다고 오리온에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만큼 대우를 잘 해주기도 했고.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고 원클럽 맨에 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다. 그저 오리온에 있으면서 행복했던 시절, 그리고 힘들어던 시절이 공존했다. 내게 오리온은 애증이다(웃음). 그래도 첫 프로 우승, 꼴찌, 10연패 후 플레이오프 진출 등 잊지 못할 추억이 많았다. 언제 이곳을 떠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쌓고 싶다.

Q. 아직 먼 이야기지만 훗날 팬들이 허일영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을까.
슈팅하면 허일영을 떠올려줬으면 한다. 높은 포물선을 가진 슈터. 팬들이 지어준 ‘허물선’이란 별명을 들어본 적이 있다. 기분이 좋더라. 내 장점을 별명으로 만들어줬으니까. 더 늙기 전에 3점슛 기록을 계속 늘리고 싶다. 600개 기록도 너무 늦게 달성했다. 할 수 있을 때 바짝 올려놓겠다. 그럼 팬들도 나를 잊지 않을 것 같다.

BONUS ONE SHOT
“나를 인정하는 팀에서 오래 뛰는건 기분 좋은 일”
김병철 수석코치의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 허일영


허일영은 2009년 오리온에서 프로 데뷔한 후 11시즌 동안 한 팀에서 뛰어 왔다.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고 원클럽 맨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현재 허일영은 굉장히 독특한 존재다. 오리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는 김병철 수석코치다. 그 역시 동양 시절부터 오리온에 몸담았으며 팀 창단 후 첫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은퇴 후 현재까지 오리온의 코치로서 함께하니 진정한 원클럽 맨이라고 할 수 있다.

허일영은 “사실 프랜차이즈 스타, 원클럽 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대신 나를 인정해주는 팀에서 오래 뛰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근데 요즘 시대에는 프랜차이즈 스타나 원클럽 맨의 가치가 많이 낮아진 것 같다. 오히려 여러 팀을 경험할 수 있는 저니맨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그래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바라봤다.

사실 오리온에는 허일영 말고도 김강선이란 또 다른 원클럽 맨이 있다. 드래프트 동기인 두 선수는 2009년 신인 중 유이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허일영은 “대단한 영광이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두 명이 살아남았고 또 오리온에 함께 있다. 더 악착같이 하다 보니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 서로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허일영은 “나나 (김)강선이가 떠나게 되면 아마 승현이가 오리온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라며 동생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 사진_ 홍기웅 기자점프볼 /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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