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박지현, “미국전 26점, 좋은 경험이었다”

이재범 / 기사승인 : 2019-08-10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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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여기서 잘 해야 내가 진짜 잘 하는 선수이지 않겠나’ 생각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박지현(183cm, G)은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활약 중인 박지수(193cm, C)와 더불어 가장 바쁜 비시즌을 보내는 선수다. 박지현은 우리은행에서 힘든 훈련을 소화하는 가운데 2019 FIBA U19 여자농구 월드컵(이하 U19 월드컵)을 다녀왔고, 9월 인도에서 열리는 2019 FIBA 아시아컵에 출전하는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12일 소집된다.

아산 우리은행은 박지현뿐 아니라 김정은(180cm, F), 박혜진(178cm, G), 최은실(182cm, C)까지 4명을 대표팀에 내보낸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임영희는 은퇴 후 코치로 변신했다. 임영희 코치의 은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훈련 시간이 필요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은행은 대표팀 소집 전에 좀 더 단합하며 집중해서 훈련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아산에서 시간을 보냈다.

박지현은 지난 7일 오전 트랙 훈련에서 가장 뒤쳐졌고, 오후 코트 훈련에서 수비 지적을 많이 받았다. U19 월드컵에 다녀온 여파가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첫 번째 비시즌을 치르는 어린 선수의 프로 무대 적응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드래프트 1순위 박지현처럼 2006년과 2009년에 1순위로 뽑혀 프로에 데뷔한 뒤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 김정은과 박혜진은 힘들어하는 박지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은은 “가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서 뛰는 게) 굉장히 버겁다. 프로에 오면 훈련 방식이나 선수들의 피지컬, 생활 자체가 고등학교 때와 아예 다르다. 적응할 시간도 없이 경기를 바로 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좀 힘들겠다는 생각도 하고, 제가 어릴 때 생각도 난다”며 웃은 뒤 “반대로 생각하면 그 정도 재능을 가졌다. 그게 박지현의 몫이고,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경험을 살려 조언을 이어나갔다.

“아직 지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부담도 될 거다. 솔직하게 부담을 갖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부담을 가져야 한다. 저도 그랬다. 그 정도 재능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에선 거의 4~5년 동안 벤치에 앉아서 1~2분도 못 뛰는 선수도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바로 경기를 뛰는 자체가 정말 축복받은 거다.

또 1순위라면 다른 선수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능을 떠나서 그런 기량을 갖춘 1순위라면 마음가짐도 더 성숙해야 한다. 지금 묵묵히 잘 하고 있다. 분명히 어려운 점이 있을 거다. 훈련도 고되고, 수비도 복잡해서 어려운 점이 있을 거지만, 지현이가 이겨내야 하는 몫이다. 주위에서 도와주고,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지현이가 겪어야 할 몫이라서 강해졌으면 좋겠다(웃음).”

박혜진은 “지현이는 가진 게 정말 많다. 지현이는 어릴 때부터 중고농구연맹에서 미국으로 보내줬기에 개인기나 리듬감이 정말 좋은 선수다. 타고 난 것도 되게 많고, 가진 것도 되게 많다”며 “지금까지 부딪힘 없이 마음먹은 대로 했는데 프로에서 운동을 하며 막상 부딪히면 쉽게 깨어나오지 못하는 거 같다. 이건 제가 뭐라고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현이는 조금만 더 강하게 마음을 먹고, 배고픔이라고 해야 하나? 가진 게 많아서 배고픔이 없는 거 같다. 배고픔을 조금만 가지면 저와 비교할 수 없는 선수가 될 거다”며 “‘지현이에게 조언을 해줘라, 충고를 해줘라’고 하시는데 실력으로 봤을 때 지현이는 타고난 것도, 가진 것도 너무 많아서 저보다 뛰어난, 좋은 선수라는 걸 느껴서 본인이 조금만 더 깨우치고 노력하면 제가 무슨 비교가 되겠나(웃음)?”라고 덧붙였다.

박지현은 분명 임영희의 공백을 메우고 우리은행을 이끌어나갈 재능을 갖췄다. 그걸 U19 월드컵에서 보여줬다. 박지현은 7경기에서 평균 36분 가량 출전해 16.4점 7.1리바운드 3.7어시스트 3.9스틸을 기록했다. 득점과 스틸은 1위다. 특히, 1위를 차지한 미국과 예선 맞대결에선 26점을 올렸다.

지난 7일 모든 훈련을 마친 뒤 박지현과 즐거운 기억이 남아 있는 U19 월드컵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지현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2019 FIBA U19 여자농구 월드컵에서 9위를 했다.
(예선에서 헝가리(68-92), 미국(67-89), 호주(59-78)에게 모두 패한 뒤 16강에서 스페인(51-60)을 만나 역시 졌다. 이후 모잠비크(63-50), 콜롬비아(51-49), 헝가리(73-66)를 차례로 꺾고 9위를 차지했다.)
제가 세계 대회에 이번을 제외하고 두 번 나갔는데 두 번 모두 좋은 성적도 못 내고 1승도 하기 힘들었다. (주위에서) ‘세계대회에 나가면 경험을 쌓고 와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게 싫었다. 가기 전에 인터뷰에서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했다(박지현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승패를 떠나 우리 팀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저력을 세계무대에 선보이겠다’고 했음). 제가 뱉은 말대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며 왔다.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다들 잘 했다고 많이 말해주고,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도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셔서 더 기쁘고, 좋았다.

협회에서 이전 대회보다 더 많이 반겼나?
훨씬(웃음). 회장님까지도 ‘너무 수고했다’며 진심으로 말씀해주셨다. 이번에는 진짜 뭔가 (선수단이) 하나가 된 기분이라서 되게 좋았다.

대회가 끝난 뒤 FIBA에서 박지현 선수의 활약을 주목했다.
아시아대회도 아니고 세계대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회 중에도 사람들이 잘 한다고 말해주고, 미국에서도 연락이 오니까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대회를 치르면서 저에게 도움이 안 된 게 없었다. 제가 더 성장하고, 더구나 주목까지 받아서 더 좋았다.

예선 첫 상대인 헝가리에게 졌는데, 다시 9-10위전에서 맞붙어 이겼다. 만약 헝가리와 경기를 예선 첫 경기가 아닌 세 번째 경기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제가 봤을 때 이겼을 거다. 아무래도 첫 경기라서 긴장도 많이 하고, 경기 밸런스도 잘 안 맞아서 서로 버벅거렸다. 그래서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 정신 차려서 하자고 해서 이긴 거 같다. 한 번 붙어봤으니까 두 번은 지지 말자고 했다.

예선에서 헝가리를 이겼다면 16강에서 스페인이 아니라 일본을 만났을 거다.
(2017년 U19 월드컵 16강에서 일본을 만나 47-86으로 졌음. 2년 전에는 4위까지 올랐던 일본은 아시아 2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8위를 차지함)
일본 경기를 보면 스페인에게 우리보다 더 큰 점수 차이(65-79, 한국은 51-60)로 졌다. (조3위로 16강에 올라갔으면) 더 좋은 성적이 났을 수도 있을 거지만, (헝가리에게) 진 건 진 거다.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자고 했기에 9위를 할 수 있었다. 일본을 만났다면 한일전이라서 좀 더 독기를 품고 경기를 했을 거다. 팬들도 한일전이라서 더 관심을 가졌을 거 같다. 우리가 조4위를 해서 아쉽게 일본과 경기를 하지 못했지만, 더 대단한 팀(스페인)과 경기를 해봐서 배운 게 많다. 일본은 아시아대회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유럽팀들을 만나 더 좋은 경험을 했다.

결국 1위(미국), 2위(호주), 3위(스페인)와 모두 경기를 했다.
상위 3팀을 모두 만나 경기를 한 게 좋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났다. 진짜 팀 분위기가 어느 정도로 좋았냐 하면, 고등학교도 아니고 서로 다른 프로 팀에 속해있는데 처음 만나서 미팅을 할 때 ‘다른 팀이지만, 지금 모인 순간만큼은 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한 명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경기를 하자’고, ‘이런 기회가 마지막이니까 더 좋은 성적을 만들자’고 했다.
또 아시아대회에서 호주 등이 합류해 힘든 상황에서도 세계 대회 출전을 땄을 때 (박수호) 감독님께 한 명도 바꾸지 않고 우리 12명 모두 세계 대회에 데려가야 한다고 말씀 드렸었다. 12명을 다시 뽑아주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모이게 해주신 감독님, 코치님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이현서(단국대)가 허예은(상주여고)으로 1명만 바뀜). 우리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감독님, 코치님과도 이야기를 한 시간이 많아서 서로 믿고 플레이를 하니까 전반에 안 되었던 선수들도 후반에 잘 했다.
우리가 헝가리와 (9-10위전) 경기를 할 때 대회 막바지라서 체력이 다 떨어졌다. 헝가리도 체력이 떨어진 게 보였다. 3쿼터까지 지고 있다가 4쿼터 때 ‘쟤네들도 힘들다. 우리만 힘든 게 아니다’고 하면서 서로 위로 해주고, 아픈 선수들도 끝까지 열심히 해서 저도 한 발 더 뛰려고 했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했다. 이기고 나서 안고 울고 했던 게 기억에 난다.

미국과 경기에서 26점(7리바운드 4스틸)을 올렸다.
미국과 경기하기 전에 미국에 잘 하는 선수가 많은데 같은 또래 선수니까 ‘여기서 잘 해야 내가 진짜 잘 하는 선수이지 않겠나’ 생각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못한다는 게 아니라 더 잘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잘 해야 진짜 통하는 거라고 여겨서 더 집중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하니까 파울도 많이 얻어서 자유투도 11개를 모두 넣었다. 그런 것에서 집중했다는 걸 보여줬다. 미국 애들이 키도 크고 힘도 세서 확실히 달랐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에서 몸싸움 훈련을 많이 했고, 어차피 같은 나이라고 생각하며 부딪히고, 리바운드를 하나 더 잡으려고 하니까, 경기를 졌지만,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득점도 1위, 스틸도 1위였는데 3점슛 성공률이 21.4%였다. 우리은행에서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은 51.4%였다.
(박지현은 지난 시즌 2점슛 39.0%(23/59) 3점슛 51.4%(19/37) 자유투 73.9%(17/23)를, 이번 대회에선 2점슛 45.5%(30/66) 3점슛 21.4%(9/42) 자유투 75.7%(28/37)로 기록했다. 2점슛과 자유투 성공률은 더 좋아졌지만, 3점슛 성공률은 떨어졌다. 박지현은 2017년 U19 월드컵에도 출전해 평균 15.1점(8위) 5.6리바운드 3.3어시스트 3.3스틸(1위)를 기록했다. 두 대회 연속 스틸 1위에 오른 게 눈에 띈다. 2년 전 대회에서 3점슛 성공률은 26.1%(6/23)였다.)
분명 연습할 때 밸런스가 잡혔는데 경기에 들어가면 밸런스가 깨졌다. 지금은 슛폼을 찾았다. 연습경기 할 때 잘 들어가고, 폼을 찾은 거 같아서 (감독님께서) 이대로 쏘라고 하셨다. 슛 폼에 대해 걱정을 덜 하고 있다.

다음주에 성인대표팀에 합류한다.
작년(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처음 갔을 때 경기를 뛴 것도 아니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겠지만, 분명 저에게 기회가 올 거다. 연습할 때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죽으라고 뛰어야 한다. 막내니까 분위기도 제가 올리려고 하고, 언니들을 도와주고, 또 배우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가서도 성실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작년에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이번에는 프로 무대에서 1년을 보냈다. 프로에서 생활을 했으니까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 달라진 걸 보여드리고, 감독님, 코치님께서 뽑아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대표팀을 다녀온 뒤 프로 두 번째 시즌을 치러야 한다.
첫 번째 시즌에서는 신인선수니까 실수한 것도 지나간 게 많았다.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신인선수가 아니라 우리은행 선수로서 우승할 수 있도록 더 집중해서 궂은일이라도 하나 더하고, 더 다양한 플레이를 보여주겠다. 보는 사람도 즐겁고, 좋은 성적도 거두고, 지난 시즌보다 나은 모습 보여주면서 임영희 언니가 은퇴했으니까 그 공백까지 메워야 한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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