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비시즌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은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시즌 영입한 혼혈선수 첼시 리의 관련 서류가 위조로 판명나면서 지난 시즌 성적이 몰수된데다,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구단으로선 하루빨리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중요했다. 어쨌든 다가오는 2016-2017시즌을 잘 치르는 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기 때문.
박 감독이 사임하면서 하나은행은 이환우(44)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 이번 시즌 팀의 지휘봉을 맡겼다.
사실 부담스러운 자리다. 팀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은 상황에서 한 시즌을 이끈다는 것이 말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의 제재로 인해 드래프트에선 최하위 순번까지 받아 전력 강화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들과 똘똘 뭉쳐 팀의 명예회복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개인적으로도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자 도전의 시즌이 될 것이다.
▲여자농구 초보의 도전기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역시 이환우 감독대행이 여자농구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이 대행은 남자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시즌간 코치를 맡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여자농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팀, 선수에 대한 파악, 리그 분위기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감독대행 역할을 맡아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경험이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이 되다보니 난감한 부분이 있었다. 하나은행에 와서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으로부터 어떻게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지 배웠고,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차츰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 대행은 지난 달 열린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경기를 치러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나나 선수들한테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다른 팀들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운영을 했는데, 우리는 선수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했고, 능력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을 다 뛰게 하자고 했다. 부상자도 많은 상황이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면도 볼 수 있어서 이번 시즌에 대한 구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은행은 박신자컵에서 3승 2패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국가대표 강이슬이 외곽에서 공격을 이끌었고, 염윤아, 백지은 등 고참들이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이 대행은 “재활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남은 선수들과 잘 맞춰놓고 준비하면 시즌 때 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감독대행을 맡게 되면서 부담감도 있다. 남자팀이 매력이 있지만, 여자팀도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상황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온 상황이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전 의존도 없앤다
하나은행은 현재 김정은, 신지현이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염윤아도 최근 손가락이 부러져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재활 중이던 김이슬은 지난주부터 훈련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팀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훈련 합류가 늦은 점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이는 2~3라운드 복귀를 보고 있다. (신)지현이는 1라운드 후반 정도로 보고 있다. 예전 현대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도 백업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을 비춰보면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외국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쉽게 우리 농구를 이해시키고 국내선수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전술로 세팅을 하고 있다.”
김정은과 신지현이 개막 후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외국선수들도 개막 한 달 전부터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출 시간이 길지 않다. 이 대행은 이러한 문제점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주전들에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 한 명한테 의지하지 말고 서로 알아서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은이도 나이도 있고 부상도 있다. 나머지 선수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면 무리하게 되고, 부상이 또 올 수 있다. 감독님께서도 차라리 없다고 생각하고 시즌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최근 하나은행의 연습경기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할 일을 알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누구 한 명이 빠진다고 해서 무너진다면 결코 강팀으로 도약할 수 없다. 이 대행은 그런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번 시즌 하나은행에 합류하는 외국선수들은 어떤 선수들일까. 최하위 지명권을 부여받은 하나은행은 1라운드 6순위로 올 해 대학을 졸업한 에어리얼 파워스, 2라운드 6순위로 캐나다 국가대표인 나탈리 어천와를 선발했다.
“내외곽에서 모두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를 뽑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득점력이 강한 타짜를 생각했다. 외국선수라면 상대가 수비하기 어려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1라운드에 파워스를 선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3점슛도 던질 수 있고, 가드까지 볼 수 있는 선수다. 박신자컵에서도 가드 라인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실책이 나왔는데, 상황에 따라 파워스가 공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수비적으로는 인사이드에서 상대를 막기가 어려울 수 있다. 수비 전술이 중요한 상황이다. 존디펜스를 구상하고 있고, 도움수비도 하고 있다. 어천와는 2라운드 12순위까지 왔다는 건 무릎 수술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가가 좋았던 선수인데, WNBA에서 출전시간은 많지 않더라. 이번에 직접 경기를 봤는데,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무릎에 큰 부담도 없어보였다. 보호대도 차지 않았다. 캐나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고, 경기감각은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파워스의 경우 전형적인 스윙맨이다. 신인으로 공격력은 WNBA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경기당 9.8점을 넣고 있다. 하지만 파워스가 뛸 때는 아무래도 높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노련한 국내 빅맨이 없는 만큼 높이에 대한 보강은 이번 시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행은 그런 약점을 줄이기 위해 팀 색깔 역시 빠른 농구로 잡고 있었다. “우리 외국선수들 성향을 봤을 때 빠른 농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서두르고 빨리만 하는 게 아니라, 하프코트 안에서 약속된 움직임을 가져야 한다. 팀에서 ‘행복한 하나’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는데, 즐거운 농구를 하고 싶다. 훈련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웃는 것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선수들을 웃기기도 한다(웃음).”

▲선수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지도자
이 대행의 아내는 현대산업개발에서 농구를 했던 권은정(42)씨다. 함께 현대팀에서 운동을 한 덕에 부부로서의 연을 맺었다고 한다. 권 씨는 현역 시절 정확한 3점 슈터로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가 여자팀의 지도자를 하는데 있어 아내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고, 아내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내가 어떻게 농구를 해왔고, 은퇴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래서 여자선수들에 대해 크게 낯선 점은 없다. 또 선수는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것 같다. 아무래도 아내로부터 여자농구에 관련된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우리 땐 어땠는데, 지금은 이렇게 변하는 것 같다는 등의 얘기를 나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나가야 한다.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오다보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목표의식이 약한 부분이 있는데, 나도 팀을 나와 있는 동안 그런 걸 많이 느꼈다.”

남자팀에 오랜 기간 몸 담았던 그가 느끼는 여자팀과의 차이점은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실력도 있지만,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어린 생각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프로선수로서의 마인드가 부족한 면이 있다. 프로선수로서의 몸도 갖춰져 있지 않은 선수가 많다. 남자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오면 어느 정도 몸이 만들어져 있는데, 여자는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온 선수들이 거의 차이가 없다. 프로에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대행으로선 하루빨리 선수들의 습성과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들의 장점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또 이번 시즌 구단 자체적으로도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
“구단주님이 새로 오시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 어찌 됐건 첼시 리 사건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머지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은 ‘명예회복’이 목표다. 선수들의 의지, 구단의 지원 상황 모두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기든 지든 쉽지 않은 팀이 되고 싶다. 이러한 의지가 좋은 성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그는 2014년 전자랜드를 나오고 나서 잠시 코트와 떨어져 생활했다. ‘KPE4KIFE’라는 사단법인을 창설해 스포츠선수들의 진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잠시 코트를 떠나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좋은 영양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지도자로서 농구 기술도 알려주지만, 인생 목표나 방향에 대해서도 공유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서 2년을 생활하면서 농구 외적인 부분도 알게 됐고, 여러 사람들도 만나봤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다 같은 사회라는 점이다. 선수들이 은퇴를 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도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과 함께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사진 - 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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