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대역전극,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행운도 따른다

곽현 / 기사승인 : 2016-01-05 0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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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경기 소식을 빠르게 전해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경기 막판 승패가 뒤바뀌어버릴 때 그것만큼 난처한 일이 없다. 기사 내용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4일 열린 삼성생명과 KEB하나은행의 경기가 그랬다. 경기 종료 48초 전까지 하나은행이 7점을 앞서가며 승기를 굳혔던 상황. 경기장의 팬들은 물론, 기자들 역시 하나은행의 승리를 확신하고 기사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한데 앰버 해리스의 3점슛 2개가 연속으로 성공됐고, 배혜윤의 골밑 득점이 더해지며 삼성생명이 극적인 역전을 일궈냈다. 여기에 하나은행 첼시 리가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하며 경기는 삼성생명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다 써 놓은 기사를 바꾸느라 난처했지만, 삼성생명의 짜릿한 승리에 가슴은 두근거렸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삼성생명의 극적인 역전승. 종료 후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코트로 달려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분위기를 바꾼 이미선의 활약
이날 경기마다 흐름을 가져온 것은 이미선이었다. 2쿼터 교체투입 된 이미선은 컷인 득점과 3점슛, 그리고 절묘한 어시스트를 전달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오픈된 선수에게 찔러주는 킬패스나 속공시 전하는 아웃렛 패스는 이미선의 클래스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사실 이미선 전에 투입된 박소영이나 강계리는 아직 팀을 이끌어갈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 이미선이 들어왔을 때 흐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번 시즌 이미선의 출전시간은 삼성생명의 가장 큰 이슈다. 신임 임근배 감독은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이미선의 출전시간을 20분 이하로 대폭 줄였다. 이미선의 비중을 줄여야만 다른 선수들의 성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도 이미선은 22분으로 그리 많은 시간을 뛰지는 않았다. 다만 2쿼터부터 승부처에 기용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근배 감독은 이미선의 기용타이밍을 바꿨다고 말했다. “어쩔 땐 처음부터 넣고 했는데, 경기내용을 훑어보면 우리가 3쿼터 내용이 좋지 못 했다. 그래서 3쿼터 위주로 뛸 수 있도록 바꿨다.”


임 감독은 이날 이미선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표하며 “이미선에게 원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아직까지 가드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흔들릴 때 이미선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반부터 미선이가 계속 해버리면 의존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역시 “짧은 시간 들락날락하는 건 리듬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 감독님과 면담을 했고, 출전시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 3쿼터부터는 나보고 하라고 하셨는데, 몸이 풀리면서 리듬을 잡기 좋았던 것 같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전했다.


이미선의 출전시간을 줄이되 승부처에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계산이다. 4라운드 들어 그 효과를 점점 보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앞선 실책에 경기력 들쭉날쭉
KEB하나은행은 포스트의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앞선에서부터 너무 많은 실책이 나온 것이 이유였다. 하나은행은 이날 총 19개의 실책을 범했다. 어이없는 실책으로 공격권을 내주고, 상대에게 역습을 맞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하나은행은 김이슬, 서수빈 2명의 가드를 번갈아 기용한다. 둘 모두 이번 시즌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세기가 약하다. 신장도 작고 체격도 외소한 편이다. 상대의 강압수비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이 실책으로 연결되고 전체적인 경기력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


결국 박종천 감독은 4쿼터 막판 가드 없이 염윤아에게 볼 운반을 맡기는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드진의 경기력이 불안하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작전을 장시간 사용하긴 어렵다. 염윤아 역시 정통 가드가 아니기 때문.


막판 7점을 앞서고 있던 하나은행이 결국 역전패를 허용하기까지 아쉬운 장면이 여럿 있었다. 특히 20초를 남기고 모스비의 골밑슛 시도가 결정적이었다. 공격시간이 충분한 상황에서 공을 돌리기만 했어도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슛을 시도하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해 결국 역전까지 내줬다.


하나은행 박종천 감독은 “상대가 던진 슛이 럭키샷이 됐던 어쨌건 져서도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경기를 졌다”며 아쉬워했다. 박 감독은 “첼시 리가 자유투를 못 넣은 건 둘째 치고, 20초 남았을 때 공을 돌리라고 했는데, 슛을 시도한 게 아쉽다. 그걸 넣어서 뭐할거냐”라며 마지막 플레이를 지적했다.


승부처에서 침착하지 못 했던 것이 결국 뼈아픈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젊은 팀인 하나은행으로선 큰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톡스 대타로 대박 친 해리스
막판 3점슛 2개와 배혜윤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해리스는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해리스가 막판 투입됐던 것도 우연치 않았다.


1분 10초를 남기고 스톡스가 상대선수 슛을 블록하다 발목을 다쳤고, 어쩔 수 없이 해리스가 투입됐다. 만약 스톡스가 다치지 않았다면 해리스가 나오지 못 했을 것이다.


해리스는 48초를 남기고 첫 번째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2번째 3점슛은 그야말로 행운의 슛이었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었고, 첼시 리가 필사적으로 막는 상황에서 던진 슛이 백보드를 맞고 들어갔다. 백보드를 맞았다는 건 거의 감에 의존해 던졌다는 것이다.


해리스의 천금 같은 3점슛 덕에 삼성생명은 웃을 수 있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승패가 거의 기운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도 따르지 않았을까?


2015년 마지막 경기와 새해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삼성생명. 그들은 이날 승리로 시즌 2번째 3연승을 달리며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사진 -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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