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온고지신, 한국 농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5-01-06 0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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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실적, 한국 농구 경쟁력 저하
월급 270만원 코치, 250만원 감독
과거와 단절이 아닌 발전적 해소를...

溫故而知新,可以為師矣.
“옛것을 익힌 뒤에 새것을 알면 사람을 가르치고 깨우쳐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온고지신은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하여 사고의 새 길을 여는 과정"이라는 것이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과거와의 단절이 아닙니다. 과거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 국가대표 가드 이정현, 연세대 시절 학업 성적도 뛰어나 '2020 KUSF AWARDS'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과거와 단절? 과거에서 배우는 것

과거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고 성과가 있었습니다. 체육특기자 제도의 변화도 그랬습니다.

체육특기자 제도의 시작은 1972년 ‘중·고교 체육특기자 무시험 특별전형 제도 신설'과 1973년 ‘대학입학 특별전형제도’ 도입입니다. 운동선수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는 특혜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합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급 선수 한 명에 기량이 부족한 선수 여럿이 함께 입학하는, 소위 말하는 ‘업둥이’가 관례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음성적인 금품 거래도 성행했습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태를 계기로 부정 입학 근절, 운동과 공부의 병행, 대학 학생선수 학사관리 강화 등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과제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합격 기준의 문제입니다. 현행 대학입시는 경기실적이 절대적입니다. 그 세부 기준은 학교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투명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경기실적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쿼터가 끝나면 코치는 기록지를 확인합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 농구의 경쟁력 강화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고등학교가 정말 중요하죠. 중학교까지 기본기를 익히고 고등학교 때부터 그것을 (실전에) 써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입이 그걸 못하게 해요.”

현장에서 들었던 A 고교 코치의 말입니다. 아마농구 지도자 대부분이 같은 말을 합니다. 농구는 팀 스포츠인데, 팀보다 대입을 위한 개인의 실적이 우선이라고 지적합니다.

“패스를 안 해요. 속공인데 옆에 우리 선수가 비었어요. 공을 줘야지. 그런데 그냥 올라가요. 패스를 하면 저 친구의 기록이 되잖아요. 내 기록을 만들어야지….”

농구 선진국들은 1대1 플레이로 시작해서 2대1, 2대2, 3대2 등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한국은 2대1부터 개인 기록의 벽에 막힌 것입니다.

▲ 2대1부터 개인 기록에 막혀

지도자 처우 문제도 새롭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음성적인 금전 거래에 전, 현직 지도자가 연루된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200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 감독의 학생선발권’을 ‘박탈’했습니다.

KUSF(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체육특기자 대학입시 핵심 가이드』 대입 정책 변화 페이지를 보면 2025년에도 ‘대학 감독의 학생선발 박탈’이라는 말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박탈’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재물이나 권리, 자격 따위를 빼앗음’입니다. 학생 선발은 대학 감독의 권리가 아닙니다. 박탈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전체주의 시대의 잔재를 없애는데 전체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용어의 사용은 아이러니합니다.

‘박탈’이 아니라 ‘협의’가 맞습니다. 감독이 구상하는 팀 플랜을 듣고, 그것에 맞는 선수 선발을 협의하는 것입니다. 감독의 독주나 월권을 방지할 장치는 충분히 많습니다. 대학 감독에게 ‘박탈’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도자 처우 개선도 시급합니다. A 대학 감독의 월 급여는 250만 원입니다. B 고교 코치는 270만 원입니다. 두 지도자는 수익자 부담을 포기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습니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는데, 가정 경제를 꾸리기 어렵습니다. B 코치는 "프로에서 모았던 돈을 쓰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A 감독은 사정이 낫습니다. 외벌이가 아닙니다. 그래도 선수 지도에만 전념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한국 농구가 위기라고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선수 수급이 어렵습니다. 농구는 팀 스포츠인데 한국은 대입을 위한 개인 기록 쌓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코치는 열정 페이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코칭의 질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희망도 있습니다. 생활에서 농구를 즐기는 인구가 적지 않습니다. 클럽에서 농구를 즐기는 유소년이 많습니다. 과제는 그것을 농구 인기 상승으로, 경쟁력 강화로,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게 하면서 새로운 사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제도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변해왔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한국 농구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엘리트, 전문체육의 경기력을 높여야 합니다. 체육특기자 제도의 변화, 지도자 처우의 개선이 당면한 출발점입니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급여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전문체육-생활체육의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문체육의 문호를 넓히고, 그것이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 한국 농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헌고는 지난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2010년,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처음 전국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어느 팀을 만나도 1승의 제물이 됐습니다. 14년 후, 그 팀이 최초의 전국 대회 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나보다 팀이 먼저인 선수들, 경험 많은 지도자, 학교의 애정과 지원이 어울려 인헌고의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스포츠의 본질에 충실하고 지원이 따르면 성적이 나옵니다.

국가대표도 그렇습니다. 과거 앙골라, 뉴질랜드, 체코 등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최근 일본도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생활체육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과 비례해 ‘농구라는 산업’의 파이도 커집니다. 늘어나는 일자리와 예산은 생활체육의 저변을 더욱 넓힙니다. 국제무대 경쟁력이 상승하며 국민적 관심도 높아집니다.

과거에 잘못된 관행은 근절하는 것이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긍정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이어갈지 연구해야 합니다. 청산이 아닌 발전적 해소가 중요합니다.

온고지신. 2025년 한국 농구에 꼭 필요합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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