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달콤한 셈법, 30억 줄게 천억 체육관 다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9 09: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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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대구시가 다시 대구 한국가스공사 농구단을 압박한다. 새로운 체육관을 지으라고 말이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할 뿐 한 발 더 내다보면 스스로 논리의 허점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가스공사는 대구시와 연고지 협약을 맺지 않고 대구체육관을 홈 코트로 사용하며 2021~2022시즌을 치렀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부상을 당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여건에도 가스공사는 시즌 막판 투혼을 발휘하며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차바위, 두경민, 김낙현 등이 차례로 부상을 당해 힘을 전혀 쓰지 못했지만, 15년 만에 대구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첫 발이었다.

가스공사는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아쉬운 경기 내용보다 더 답답한 마음으로 시즌을 마쳤다. 대구시가 가스공사 농구단에 경기를 치르는데 사용한 물품을 모두 체육관 밖으로 빼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대구체육관 내 여러 빈 공간이 있다. 이곳에 A보드와 경기 진행 장비 등을 보관해도 무방하다. 다른 체육관에서도 한 공간을 내준다고 해도 다른 행사 등을 진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대구시가 가스공사 농구단에 짐을 빼라고 한 건 단 하나, 괴롭히기 위해서다.

대구시는 가스공사와 새로운 체육관 건립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대구시의 주장은 애초에 가스공사 측에서 농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1000억 원을 들여 새로운 체육관을 짓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가스공사 측에서 체육관 건립 계획을 세웠던 것은 농구단 운영 자금을 체육관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즉, 흑자 구단을 자신했고, 이를 위한 발판을 체육관으로 삼으려고 했다. 제반 여건이 마련되어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스공사 농구단은 창단 전에 참가한 KBL 컵대회에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파란 유니폼을 선보였고, 팬 서비스를 최우선하며 지금까지 다른 구단과 차별화된 방침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일례로 스폰서데이에서 특별 제작한 후드 티를 일부 팬들에게도 선물로 제공했는데 경기를 마친 뒤 이 후드 티를 입고 귀가하는 팬들이 많았다. 선물을 받았다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착용 가능하도록 재질과 디자인까지 신경을 썼다.

모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농구단이 아닌, 어쩌면 프로스포츠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여지를 보여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대구시의 철저한 괴롭히기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없다. 사무국 직원들은 체육관 내 농구단 사무실도 없이, 일일 대관으로 사용료를 모두 지불하고도 체육관의 모든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한 시즌을 버텼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기업이 체육관을 소유하는 게 어렵다. 가장 큰 벽이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가스공사 농구단이 처음 대구로 내려온 날부터 홀대했다.

가스공사 농구단이 대구에서 첫 훈련하던 지난해 8월 26일 대구시체육회는 가스공사가 새로운 체육관 건립을 약속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구시청 김종식 체육진흥과장은 “가스공사에서 제안 내용은 농구단 연간 운영비 70억을 부담하고, 신규 경기장을 부지 매입까지 포함해 1000억을 들여서 8000석 규모로 (경기장을) 짓겠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시에 협조 요청한 사항은 부지 매입 적정 가격이나 인허가 등 전반적 행정 지원이었다. 그 요청 이후 한국가스공사가 농구단을 인수했다”고 가스공사가 대구시에 제안한 내용을 전했다.

더불어 “신규 경기장을 건립하는 전제로 (대구시는) 연간 10억씩 3년 동안 30억 원을 지원하고, 조례상으로 최대 가능한 80%까지 (대구체육관) 대관료를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원주만 체육관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는 최고 감면율이 50%인데 우리는 80%까지 제안했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는 이것만 수용하고, 경기장 건립을 명문화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즉, 대구시가 30억 원을 지원하고, 체육관 사용료를 깎아줄 테니 1000억 원 건물 짓겠다고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참고로 가스공사 농구단은 이번 시즌 대구체육관 대관료 감면 혜택을 받지 않았다.

대구시는 그렇다면 약속한 일을 100%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당장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을 독자적으로 도입하려다가 실패한 뒤 사과까지 했다. 업무 진행 과정에서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발생하듯이 창단도 하기 전에 세운 계획을 무작정 지키라고 강요하는 게 타당한 요구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대구시는 2025년 이후 서대구역 주위에 6천석 규모의 돔형 다목적스포츠타운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2019.09.17 영남일보 대구체육관 헐고 공원 검토 기사 참고). 대구체육관이 낡아 새로운 체육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농구인들은 이 계획을 바탕으로 농구단을 대구로 다시 유치하려고 했다.

대구시는 가스공사 측에 약속대로 체육관 건립을 주장하려면 스스로 먼저 돔형 다목적스포츠타운부터 건립해야 하는 게 맞다. 자신들이 한 말은 뒤집으면서 상대에게만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있다.

대구시에서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는 가스공사 농구단이 체육관을 농구 전용으로 사용하려고 해서 다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 가스공사가 약속대로 새로운 체육관을 짓는다고 하자. 그럼 가스공사가 전적으로 전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 경우 대구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는 낡은 대구체육관을 대구 시민들에게 계속 사용하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를 방지하려고 가스공사도 체육관을 짓고, 대구시도 별도의 체육관을 짓는다면 그건 세금 낭비다.

가스공사가 농구단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는 본사가 있는 대구시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대구 인근의 경산시나 구미시, KBL 컵대회를 통해 프로농구를 치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설을 갖췄다는 게 확인된 상주시 등 다른 곳을 연고지로 정할 형편이 아니다. 대구시가 가스공사 농구단을 냉대할 수 있는 이유다.

가스공사는 한편으론 수익을 낼 수 없는 농구단을 왜 인수했느냐는 질타를 받는다. 대구시의 요구대로 1000억 원을 들여 체육관까지 건립한다고 할 때 더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만약 가스공사가 농구단 운영을 계속 비판 받고, 대구시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어 농구단을 매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구시는 애초에 대구체육관이 낡아 새로운 체육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대구체육관을 대신할 체육관 건립 계획까지 세웠다. 가스공사 농구단이 떠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체육관을 스스로 지어야 한다.

대구시는 30억 원을 지원하고, 1000억 원 체육관을 얻을 생각에 빠져 가스공사 농구단을 괴롭힐 때가 아니다. 지금은 새로운 체육관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려고 구상하는 가스공사 농구단이 있어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체육관 건립 환경이다.

대구시는 가스공사와 함께 무엇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사진_ 점프볼 DB(이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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