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새크라멘토가 또 먼 여정을 시작했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NBA에서 가장 암울한 팀으로 유명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전성기였던 '밀레니엄 킹스'가 끝나고, 긴 암흑기에 빠졌다. 그래도 몇몇 스타들의 등장으로 잠시 희망을 봤다. 2010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 드마커스 커즌스, 2009 NBA 드래프트 전체 4순위 타이릭 에반스가 그들이었다. 에반스는 신인상, 커즌스는 NBA를 대표하는 공격형 빅맨으로 성장하며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도 새크라멘토의 암흑기를 끝내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크라멘토의 구단주 비베크 라나디베는 변덕이 심한 인물이었고, 이는 구단 운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구단주가 지나치게 간섭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커즌스도 팀을 떠나며, 새크라멘토는 어쩔 수 없이 또 리빌딩에 돌입했다. 이번 구세주는 디애런 팍스였다. 2017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팍스를 지명해 팀의 중심으로 낙점했고, 이때는 구단도 데이브 예거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빠른 농구로 희망을 봤다.
팍스의 시대에 모처럼 새크라멘토는 제대로 된 구단 운영을 했다. 타이리스 할리버튼이라는 초특급 유망주를 내보내는 대신 도만타스 사보니스라는 정상급 빅맨을 영입했고, 사보니스는 경기 조율 능력이 아쉬운 팍스에 완벽한 파트너였다. 여기에 드래프트로 키건 머레이를 지명하며 윈나우의 뼈대를 완성했다.
2022-2023시즌 48승 34패를 기록해 16년 만에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고, 2023-2024시즌에도 46승 36패로 위닝 시즌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2024-2025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더니, 팍스와 마이크 브라운 감독의 불화설이 터지며 팍스가 팀을 떠났다. 팀 성적도 40승 42패로 5할 밑으로 추락했다.
2025-2026시즌은 처음부터 팍스 없이 진행되는 시즌이었다. 더마 드로잔, 사보니스, 잭 라빈 등의 코어 라인업은 기대보다 불안이 컸다.

성적: 22승 60패 서부 컨퍼런스 공동 14위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팍스를 잃은 새크라멘토는 포인트가드 보강에 절실했다. FA 시장에서 러셀 웨스트브룩, 데니스 슈로더 등 우승권 팀의 주전은 어렵지만, 그래도 경쟁력이 있는 베테랑을 영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웨스트브룩-라빈-드로잔-머레이-사보니스의 라인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았고, 몇몇 전문가는 다크호스라는 얘기도 꺼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태는 훨씬 심각했다. 무엇보다 핵심 자원이자, 팀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머레이가 초반부터 장기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것이 컸다. 머레이는 해리슨 반즈가 떠난 이후 팀 내 유일한 포워드 자원이었다. 머레이가 빠지자, 드로잔을 포워드로 활용하는 고육지책이 계속됐고, 당연히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큰 기대하지 않았던 슈로더는 그 기대보다 못한 활약이 이어졌고, 그나마 웨스트브룩의 활약이 고무적이었다. 믿었던 라빈과 사보니스도 시즌 초반부터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다. 유일하게 꾸준한 선수는 드로잔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애초에 뎁스가 좋지 않았던 새크라멘토는 벤치 자원을 활용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막심 레이노, 닉 클리포드 등 신인 선수들도 많은 기회를 받았다. 즉, 시즌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리빌딩을 하는 탱킹팀이 된 것이다. 11월에 8연패를 당하며 조기에 시즌이 끝났다. 38경기를 치른 성적이 무려 8승 30패였다.
당연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판매자가 됐다. 골칫덩이인 라빈, 드로잔은 내보내지 못했으나, 키온 엘리스에 엮어 슈로더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보내고 디안드레 헌터라는 포워드 자원을 영입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에는 가릴 게 없었다. 탱킹 전략을 취하며 패배를 쌓았고, 결국 22승 60패로 시즌을 마쳤다. 17승 65패를 기록한 2008-2009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으나, 새크라멘토 팬들은 오히려 이런 성적을 반겼다. 리빌딩도 아닌, 윈나우도 아닌, 애매한 성적보다 대놓고 탱킹이 낫다는 뜻이었다. 새크라멘토는 이 성적으로 황금 드래프트로 꼽힌 2026 NBA 드래프트 로터리에서 가장 좋은 확률을 얻었다.

IN: 다리우스 에이컵 주니어(드래프트), 알렉스 카라반(드래프트), 엠마누엘 샤프(드래프트), 프레셔스 아치우와(재계약), 데콴 플라우덴(재계약)
OUT: 더마 드로잔(FA), 데빈 카터(트레이드)
조용한 이적시장이었다. 일단 리빌딩에 돌입한 순간, 가장 중요한 드래프트에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7순위로 대학 무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에이컵을 지명했다. 팍스가 떠난 이후 찾지 못한 팀을 이끌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적임자라는 평이다. 또 트레이드로 전체 29순위 지명권을 가져와 카라반을 지명했다. 유콘 대학교에서 4년을 보내고 나온 베테랑으로, 즉시 전력감 3&D 유형의 선수다. NCAA 토너먼트 우승 경험도 2번이나 있고, 곧바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비교적 낮은 전체 45순위로 지명한 샤프도 스틸픽 얘기를 듣고 있다. 휴스턴 대학교에서 핵심 3&D였고, 앞선 수비의 강점이 있는 선수다. 역시 곧바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으나, 비보장 계약이었던 드로잔을 방출했다. 드로잔은 새크라멘토 이적 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제 리빌딩에 돌입한 상황에서 더 이상 같이할 이유가 없었다.
2024 NBA 드래프트 전체 13순위로 지명해 당시에 기대가 컸던 카터를 미래 2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내보낸 것은 다소 놀랍다. 카터는 새크라멘토 입단 이후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으나, 아직 NBA 2년차가 끝난 젊은 선수다. 새크라멘토는 확실한 분위기 쇄신을 원했고, 새로운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머레이의 부상으로 개막 직전에 갑작스럽게 합류해 괜찮은 활약을 펼친 아치우와도 잡았다. 지난 시즌 평균 10.1점 6.7리바운드로 쏠쏠했고, 포워드와 센터를 오가며 고생했다. 역시 지난 시즌 평균 10.8점 3리바운드를 기록한 플라우덴과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대학 무대 기록: 평균 23.5점 6.4어시스트 3.1리바운드
새크라멘토의 미래는 에이컵에 달렸다.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인트가드의 부재였다. 팍스가 있을 때는 중심을 잡아줬으나, 그가 떠난 이후 코트에 리더가 실종됐고, 이는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새크라멘토는 22승 60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고, 대신 2026 NBA 드래프트에서 1순위 확률 11%를 얻었다. 잘하면 TOP 3, 최소 5순위 이내를 기대했으나, 운이 없게도 7순위로 하락했다. 침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드래프트 당일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가장 원하던 에이컵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그토록 에이컵을 원한 이유는 간단하다. 팀의 공격을 이끌 에이스이자,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에이컵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하지만 명문 아칸소 대학교의 절대적인 에이스로 군림하며 팀을 이끌었고, 연이은 원맨쇼로 주가가 폭등했다. 장거리 3점슛, 미드레인지, 저돌적인 골밑 돌파 등 모든 득점 루트에 능하고, 심지어 패스 센스도 훌륭하다. 시즌 시작 전에는 로터리 밖으로 예상된 선수가, 시즌이 끝날 때는 TOP 5 후보로 거듭났다.
여기에 리더쉽에 대한 호평도 자자하다. 1학년이지만, 빠르게 팀의 리더로 거듭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에이컵의 인터뷰만 봐도 성숙함과 인성을 알 수 있다. 전설적인 명장 존 칼리파리도 "에이컵은 내가 지도한 선수 중 손꼽을 정도의 의지와 실력을 갖췄다"라며 극찬했다. 팍스 이탈 이후 리더가 없었던 새크라멘토에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188cm의 작은 신장으로 인해 수비에서 약점이 명확하다. 또 작은 신장은 공격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학 무대와 달리 신체 조건이 훌륭한 수비수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건이다. 대신 윙스팬을 비롯한 운동 능력은 괜찮은 수치를 보였다.
맛보기라고 할 수 있는 서머리그에서는 기대보다 실망이었다. 평균 19점 5.3어시스트를 기록했으나, 대학 무대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공격력이 아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득점하는 모습이 많았다. 본인이 주도하는 공격보다 보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수비에서 약점도 그대로였다.
새크라멘토는 신인 시즌부터 에이컵을 단순한 주전이 아닌, 에이스 역할을 맡길 것이 분명하다. 이는 TOP 3 지명자도 쉽게 얻지 못하는 권리다. 그만큼 새크라멘토 구단이 에이컵에 거는 기대는 크다.
TOP 3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을 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컵-라빈-머레이-헌터-사보니스
혼란스럽다. 트레이드 루머가 많았던 사보니스는 일단 팀에 남았고, 플레이어 옵션이 있던 라빈도 행사하며 잔류했다. 전면 리빌딩에 나선 새크라멘토지만, 두 베테랑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결국 지난 시즌처럼 상황을 보다, 후반기에 강제로 출전 시간을 줄이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합류한 헌터도 주전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냉정히 새크라멘토에서 헌터는 기대 이하였다. 평균 15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지만, 새크라멘토에서 2경기 출전해 7.5점에 그쳤다. 지난 시즌 내내 부상이 있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으나,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 계약 기간의 마지막 시즌이므로 FA 대박을 위해서는 반등이 절실하다.
에이컵과 머레이는 새크라멘토의 현재이자, 미래다. 구단은 두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고, 특히 신인 에이컵의 부담은 상당하다. 첫 시즌부터 공격을 이끄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포인트가드도 없고, 드로잔과 라빈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을 어쩔 수 없이 기용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코트 밸런스가 훨씬 나아졌으나, 냉정히 큰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결국 라빈과 사보니스마저 떠난 이후 에이컵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 이후에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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