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한국농구도 바뀌어야 해요. 어릴 때는 농구공을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이기는 농구를 하려고 하는데, 당연히 농구가 재미가 없죠. 실력도 정체될 수밖에 없어요.”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 임근배(48) 감독과 한참 얘기를 나눴다. 24일 삼성과 일본 아이신의 연습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임 감독은 일본팀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남자농구에서 활동하던 그가 알기로는 여자농구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한 수 위라고 알고 있었는데, 일본 농구의 성장이 놀랍다며 말이다.
“일본은 1,000개 이상의 고등학교 팀이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에서 뽑혀서 온 선수들과 20개 팀에서 온 선수들과 경쟁이 되겠어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클럽농구를 추구한다. 각 고등학교에 여러 운동부가 있고, 고등학교 때 잘 하는 선수들이 전문농구선수가 된다. 고등학교에 농구팀 수는 1,000개 이상이다. 반면 한국의 여고팀 숫자는 20개에 불과하다. 저변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임 감독은 한국농구도 현재와 같은 엘리트스포츠가 아닌 클럽중심의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공을 가지고 놀아야 해요. 그러면서 농구에 흥미를 느끼고, 기술이 늘 수 있죠. 선수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야 하는데, 다 똑같이만 농구를 하잖아요. 그러면 발전이 없죠. 초등학교 때부터 이기는 농구를 하잖아요. 지도자들도 힘들 거예요. 성적을 못 내면 잘리니…. 자유롭게 가르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거죠. 지금 프로에서 선수들 기본기를 가르치고 있어요. 드리블, 레이업 같은 기본기요. 프로에서 기본기를 가르친다는 게 웃긴 거죠. 그만큼 기본이 안 된 선수가 많아요. 엘리트보다 클럽 중심의 농구가 돼야 해요. 공부도 하면서 농구도 하고, 그러면서 잘 하는 선수들은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거죠.”
기자도 임 감독의 생각과 같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운동만 하길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힘든 운동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강한 훈련과 조직농구를 배우면 농구가 질리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엘리트 농구를 하려는 아이들의 숫자는 적고, 해체하는 팀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유소년 농구는 다르다. 전국에 수만 개의 팀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 숫자도 많다. 농구를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농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속에서 기술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농구 저변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소속팀 삼성에 대한 얘기도 했다. 이날 삼성은 아이신에 60-92로 패했다. 대패였다. 하지만 임 감독은 승패와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중요한 건 경기내용이죠. 오늘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어요. 선수들을 많이 혼냈습니다.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인데,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아요. 선수들이 생각하는 농구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농구는 어릴 때부터 주입식이에요. 지도자가 하라고 하면 선수는 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선수가 질문을 안 해요. 지금도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물어봅니다. 이 상황에서 네 생각은 어떠냐고요. 선수들에게 훈련일지도 쓰게 하고, 비디오미팅을 하면서 저 상황에서 너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기도 해요. 선수들이 자꾸 생각하고, 발전하는 농구를 해야 합니다.”
임 감독의 말대로 한국농구는 주입식의 성향이 강하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지도자가 하라는 대로만 농구를 해왔다. 그렇다보니 창의력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 팀이 비슷한 스타일의 농구만 한다. 상대를 속이고 골을 넣어야 하는 농구에선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임 감독은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에 의존하지 않는 농구를 해야 한다며 말이다.
“미선이가 계속해서 선수로 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나머지 선수들이 이미선 없이도 하는 농구를 할 줄 알아야죠. 선수 개개인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한국농구의 패러다임 변화를 꿈꾸는 임근배 감독. 더불어 그는 삼성의 변화도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다.
#사진 – 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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