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정지욱 기자]2025년 9월 29일,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개막을 나흘 앞두고 서울 블루스퀘어 SOL트레블홀에서 미디어데이가 있었다. 야외에서 했더라면 소풍 분위기가 났을만큼 맑은 가을날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행사 전 기자들의 10개 구단 선수, 감독들의 자유인터뷰 시간이었다. 시간이 빠듯하기도 했지만, 애초부터 나는 선수 1명만 만날 생각이었다.
현대모비스 함지훈(41).
농구선수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영포티(이 표현마저 안 어울림)’지만 여전히 인터뷰를 껄끄러워하는데, 이런 자리는 더 힘들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보더니 첫 마디가 이랬다.
“형, 나 진짜 미치겠어”
경기 후 인터뷰조차 힘들다는 그에게 10개 팀 감독, 선수가 다 모이고 수많은 기자들이 몰리는 미디어데이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으리라. 세월이 흐르며 기자들도 젊은 세대로 바뀌어 그의 성향을 잘 아는 이도 드물다.
기자들의 자유인터뷰 시간이 끝난 뒤 팬들과 함께하는 미디어데이, 팬페스트가 이어졌다. 최근 프로농구는 20~30대 젊은 여자 팬 수가 엄청 늘었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팬의 90%가 여자들이었기에 40대 아저씨 함지훈은 더더욱 관심이 없을 수 밖에.
긴 시간동안 행사가 이어졌지만 그에게는 질문 조차 몇 없었다. KT의 문정현이 “오랫동안 뛰는 비결, 우승 반지가 많은 비결이 궁금하다”고 물어본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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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잔치 온듯 팔만 긁고 있는 함지훈. 나에게는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포인트였다. 사진=정지욱 |
팬들이 현장에서 직접 쓴 질문이 엄청 많았지만, 함지훈을 향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 온 나로서는 ‘나는 여기 왜 와있나’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함지훈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였다.
내가 다른 선수보다 함지훈을 더 눈에 담은 것은 이번이 그에게 마지막 미디어데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모비스는 2025-2026시즌을 함지훈의 커리어 마지막 시즌으로 고려하고 있다.
2007년 데뷔한 함지훈도 ‘미남 스타’로 젊은 팬들의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이어 온 18년. 이 시간 동안 함지훈은 현대모비스 팬들의 자부심이었고 타 팀 팬들에게도 인정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해왔다.
젊은 팬들의 유입으로 그만큼 젊고 새로운 스타플레이가 각광받는 것은 리그의 미래를 위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오랜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며 구단,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가는 선수들의 여정을 빛내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행사 후 함지훈은 “형, 이런 행사는 (박)무빈이가 와야겠어요. 내가 누군지 모르는 팬도 있었을걸요?”라고 말했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렇다.
“지훈아, 이마저도 지나면 추억아니겠니? 정말 멋있는 시즌이 되길바란다”
현대모비스가 플레이오프에 오르고 그곳에서 함지훈이 다시 미디어데이에 나오길 바란다. 또 말 없이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그 모습 그대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까.
#사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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