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슈팅이 '국가대표 이승준'의 마지막 위닝샷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지용 기자 / 기사승인 : 2021-05-31 21: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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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지용 기자] “그 슈팅이 ‘국가대표 이승준’으로서는 마지막 위닝샷이 아니었을까 싶다.”

30일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 3x3 1차 예선’을 통해 폴란드, 네덜란드, 라트비아(남자), 프랑스, 미국, 일본(여자)이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 대회에 출전했던 한국 남자 3x3 대표팀은 예선 1승3패의 성적과 함께 최종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강양현 감독을 중심으로 이승준, 이동준, 김민섭, 박민수로 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대표팀은 세계와의 격차를 재확인하며 힘든 경기들을 펼쳤다. 미국, 리투아니아 등 세계적인 강팀에게 고전하기도 했지만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오는 6월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이번 대표팀의 주장은 맏형 이승준이 맡았다. 40대의 나이에도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던 이승준. 하지만 이승준 역시 세월을 피해갈 순 없었고 이번 대회에선 예전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노련미와 후배들을 다독이는 리더십으로 코트 안팎에서 큰 역할을 해낸 이승준은 동생 이동준과 함께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동반 발탁이라는 소망을 이루며 어쩌면 마지막이었을 국가대표 생활을 끝냈다.

이승준은 “모든 경기가 다 끝났다. 우리 선수들 너무 고생했고, 감독님도 수고가 많으셨다”고 말하며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낀 게 이런 큰 대회에서 잘하려면 평소에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국제무대 경험이 더 필요하다. 2019년 3x3 월드컵 이후 2년 동안 국제대회에 아예 못 나갔는데 그새 세계적인 3x3 팀들의 경기 스타일이 너무 많이 바뀌어 있었다”며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하며 국제무대 도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3x3 선수로 활동하면서 느낀 게 매년 3x3의 트렌드가 바뀐다. 팀이나 선수들의 캐릭터도 자주 바뀐다. 근데 그걸 국내에서 유튜브 중계로만 보는 건 한계가 있다.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면 그런 걸 쉽게 캐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3x3는 월드투어나 챌린저 같은 프로서킷 대회에 팀 자체적으로 출전할 수 있으니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더 많은 국내선수들이 국제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예전에 비해 화려함은 덜했지만 이승준은 이승준이었다. 코트 내에선 팀의 주장으로서, 코트 밖에선 통역까지 도맡아 팀을 위해 헌신했던 이승준. 맏형 이승준은 한국이 1승을 거둔 카자흐스탄전에서 멋진 페이드 어웨이로 대표팀의 21점째를 기록, 마지막 위닝샷을 터트렸다.

“당연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전에 벨기에, 미국한테 박살이 나서 팀 분위기가 너무 다운돼 있었다(웃음). 그런데 팀이 거둔 첫 승이 내 슛으로 결정지어져 너무 기뻤다. 그 경기가 끝나고 FIBA 관계자들이 ‘이제 좀 웃어라. 어제까지 네가 너무 인상을 쓰고 다녀서 무서웠다.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고 농담 섞인 축하를 해주더라.”

이승준에게 이번 올림픽 3x3 대표팀은 단순히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동생 이동준과 함께 처음 국가대표에 동반 발탁된 것.

“5대5 선수일 때는 귀화선수 국가대표 선발 규정상 나랑 동생이 동시에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40대가 돼서 3x3를 통해 동생이랑 이렇게 같이 국가대표에 발탁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둘 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너무 행복했다. 3x3가 우리 형제에게 마지막 찬스를 준 것에 감사하고, 이 추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1978년생인 이승준은 본인 역시 이번 태극마크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승준 역시 이제 더는 자신이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이 한국 3x3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앞으로는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은 국제대회에 나서 경험을 해야 한다. 내 욕심으로는 나도 계속 국가대표를 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한국 3x3는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어린 선수들이 더 튀어나와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국제무대에서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과 싸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는 기회가 된다면 대표팀 코치나 멘토로 국제대회에 같이 와서 대표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선수 생활을 하다가 코치나 멘토로 대표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들이 꽤 있다. 나도 앞으로는 한국 3x3의 발전을 위해 그런 역할을 하면서 한국 3x3가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며 국가대표 선수 이승준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분명 한국 3x3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승준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와 FIBA 내에서 한국 3x3의 아이콘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본인 역시 FIBA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상 앞으로 ‘국가대표 이승준’의 모습은 보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이승준은 분명 3x3 코트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이승준은 3x3 코트에서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카자흐스탄전의 그 슈팅이 ‘국가대표 이승준’으로서는 마지막 위닝샷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마지막 위닝샷이 대표팀의 승리로 기록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진_FIBA 제공

점프볼 / 김지용 기자 mcdas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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