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를 침몰시킨 추일승 감독의 3가지 공략법

김진흥 / 기사승인 : 2016-03-14 2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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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진흥 인터넷기자]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만수’ 유재학 감독을 눌렀다. 9년 전에 아깝게 졌던 챔피언 결정전의 아픔을 말끔히 되갚았다.

추일승 감독이 이끈 고양 오리온은 모비스를 3연승으로 제압하며 13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시리즈를 치르기 전,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2승 4패로 열세였던 오리온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랐다.

오리온이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잘했지만 추일승 감독의 전략이 빛난 결과이기도 했다. 모비스 필승 공략법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여러 작전들이 있었지만 그 중, 3가지가 돋보였다.

첫 번째는 양동근(35, 181cm)에 대한 수비였다. 모비스의 핵심은 ‘대한민국 No.1 가드’ 양동근이다. 그는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 나무랄 데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모비스를 이끈다. 리더십까지 겸비하며 팀 사령관이자 기둥으로 활약하는 양동근은 지난 시즌보다 대부분의 기록들이 향상됐다.

오리온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양동근이 잘하는 날은 우리가 무조건 지는 날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양동근을 얼마나 막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양동근에 대한 수비에 따라서 우리 팀의 승패가 결정된다”라며 양동근을 경계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추일승 감독의 양동근 공략법은 변칙적인 수비였다. 조 잭슨이 코트에 없을 때는 한호빈을, 잭슨이 있을 때는 최진수, 김동욱 등 키 큰 포워드들을 양동근 수비로 붙였다. 양동근을 철저히 수비해서 그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작전이였다.

그 중 핵심 인물은 시즌 중 상무에서 전역한 최진수(27, 202cm)였다. 양동근보다 21cm나 더 큰 최진수는 빠른 발도 가지고 있어서 양동근의 스피드에 뒤지지 않았다. 시리즈 중에서 양동근이 적잖게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양동근 공략법은 대성공이었다. 1, 2차전을 통틀어 양동근은 20점을 넣었지만 후반전에는 2점에 그쳤다. 3점슛도 8개를 쏴서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지치지 않을 것 같았던 양동근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움직임이 둔화되고 슛 거리가 짧아지는 등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양동근은 3차전에서 외곽슛 2개 포함 12점으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올렸지만 야투(4/12)가 평소보다 좋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양동근 수비에 너무 치중해 있어서 다른 슈터들에게 찬스를 주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양동근에게 3점슛을 허용한 것보다는 낫다. 양동근의 득점은 모비스 전체 기를 살려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추일승 감독의 말처럼 이번 시리즈에서 오리온은 모비스의 기둥을 막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두 번째는 리바운드다. 오리온은 이번 시즌 리바운드 부문 최하위다. 평균 31.6개로 모비스보다 3.8개나 뒤처진다. 오리온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정규리그에도 센터가 강한 팀을 상대로 힘들어했다.

모비스와의 정규리그에서도 리바운드 열세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6경기 중 5번이나 리바운드에서 뒤졌고, 졌던 4경기 모두 모비스에 리바운드를 압도당했다. 10개 이상 차이난 적도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1차전부터 리바운드를 강조했다. 추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 선수들에게 리바운드에서 밀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특히, 장신 포워드들이 많은 만큼 공격 리바운드 참여를 많이 해서 제공권 싸움에서 상대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1차전은 31-35로 크게 밀리지 않았다. 2차전에서는 34-34 동률을 이뤘다. 공격 리바운드에서는 밀렸지만 리바운드를 참여한 선수가 무려 9명일 정도로 리바운드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다.

2차전 승리 후, 추일승 감독은 장재석(25, 203cm)과 최진수를 칭찬했다. 이유는 리바운드 때문이었다. 두 선수 모두 2점에 그쳤지만 리바운드 10개를 합작했다. 공격 리바운드는 5개나 따냈다. 저득점이었지만 공격의 기회를 한 번 더 가져오는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추일승 감독은 강조한 것이다.

시리즈 내내 추일승 감독이 재차 강조했던 리바운드. 3차전에서는 37-35로 앞섰다. 추일승 감독의 리바운드 고집이 모비스를 격침시키는 데 일조한 것이다.

세 번째는 수비 농구였다. 오리온은 KBL 대표적인 공격 농구를 펼친 팀이다. 올 시즌 평균 득점 2위(81.2), 어시스트 1위(19), 2점슛 성공률 1위(54.57%), 3점슛 성공률 1위(38.43%) 등 공격 부문에서 최상위권이다.

반면 모비스는 최저 실점(71.7) 팀으로,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수비 농구를 펼치는 팀이다. 정규리그서 오리온을 상대로도 50점대를 허용하는 등 오리온의 평균 득점보다 덜 내주며 승리를 챙겼다.

모비스와의 대결서 추일승 감독은 수비 농구를 준비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아닌 방패와 방패의 싸움으로 몰고 갔다. 수비로 맞불을 놓았다. 빠르고 공격적인 오리온의 플레이 대신 수비에 좀 더 신경 쓰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플레이로 경기를 이끌었다.

다소 모험적이기도 했다.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다 보면 자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수비에 승부를 걸었다. 2차전까지 두 팀 모두 70점을 못 넘길 정도로 저득점 경기의 연속이었다.

3차전이 열리기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 2차전 모두 나쁘지 않았다. 우리가 이길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수비 농구 모비스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오리온의 몫이었다. 모비스는 이번 시리즈 내내 정규리그 평균 실책(11.7)보다 더 많은 실책을 범했다. 2차전에는 오리온에 10개의 스틸을 내주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3차전 승부처였던 3쿼터 연달아 실책을 범해 점수를 내줬다.

시리즈가 끝난 후 추일승 감독은 “공격 농구를 하고 싶은 유혹이 참 많았다”면서 “하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유지했다. 모비스와 경기하면서 수비로 이기는 과정이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져가면서 팀원들 간에 보이지 않은 신뢰와 믿음이 생겼고, 수비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왔다. 전력분석팀 등 스태프들의 분석이 옳았다”라며 모비스와의 시리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추일승 감독의 올 시즌 마지막 상대는 전주 KCC다. 이번 시즌 3승 3패로 동률이지만 최근에 벌어진 5, 6라운드서 연달아 패배를 맛봤다. 추일승 감독도 “지난 6라운드서 KCC에 졌던 것을 챔프전에서 앙갚음하고 싶다. 챔프전에서는 빠르고 공격적인 오리온만의 농구를 펼칠 것이다”며 KCC와의 승부를 벼르고 있다.

감독 생활 17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추일승 감독. KCC를 맞이해 어떤 전략으로 승부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우승을 얼마나 원하느냐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의미심장했다.

“아주 많이요.”

#사진 - 유용우,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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