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12 KBL 챔피언결정전 당시 원주 동부(현 DB)와 안양 KGC 사이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특히 양팀 간판 선수였던 KGC 양희종(37‧193.1cm)과 동부 윤호영(37‧197cm)의 대립은 시리즈 내내 계속된 것을 비롯 시즌 종료 후까지 이어지며 뜨거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사실 둘의 장외전쟁은 반쪽에 가까웠다. 파이팅 넘치는 양희종이 계속해서 윤호영을 도발하는 가운데, 윤호영이 간간이 반응한게 전부다.
양희종은 장외에서도 에너지가 끓어넘쳤지만 윤호영은 그렇지 않았다. 거듭된 도발에 정색을 하면서 "우리가 강도 높은 말을 주고 받을 만큼 친분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윤호영은 도발 등을 즐기지않는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둘은 학번은 양희종이 위였지만 나이는 같은 84년생이었다. 하지만 그정도만으로도 언론과 팬들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많은 언론에서는 양희종과 달리 다소 재미없게(?) 반응하는 윤호영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원하는 멘트를 뽑아냈고 계속해서 만들어진 앙숙구도를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중에는 둘다 진심으로 감정이 상한 듯한 모습을 드러냈고 덕분에 당시 신경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사실 NBA등에서는 이런 식의 신경전이나 도발 등이 흔한 편이다. 양희종과 윤호영의 사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수위의 신경전이나 충돌도 종종 일어난다. 얼마전 있었던 르브론 제임스(37·203cm)와 아이재아 스튜어트(20·203cm)의 충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의 나이나 위치 등도 크게 따지지않는다.
반면 KBL같은 경우 장외전쟁까지 불사하는 강한 신경전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서로가 격해져있다가 코트에서 한번씩 얼굴을 붉힐 때는 있지만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많지않은 학교에서 선후배간으로 엮여있다보니 서로가 흥분상태가 되더라도 보통은 나이가 많은 선배급 선수에게 후배가 양보하거나 숙이는 경우가 많다.
지금보다 선후배 관계가 훨씬 엄격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경기중 일어나는 충돌로 선배가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김승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최명도, 기승호에게 고의적인 팔꿈치 공격을 가한 김성철, 박성훈을 실신시켜버린 정재근 등이 대표적 예다. 물론 현재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아무리 선배라고해도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권위를 내세우기에는 어려운 시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다. 격한 운동을 하다보면 충돌도 일어나고 서로를 자극하는 신경전이 이어지기도한다. 이는 이슈가 되어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사기도하는데, 대립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으르렁거리는 상황이 만들어져야한다. 상대는 싸울 모습도 보이지 않는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시비를 건다던가, 앞서 언급한데로 선배의 권위 등을 앞세워 누르는 행위는 대립각이 아닌 폭행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 가드 두경민(30·1m84㎝)과 창원 LG 이관희(33·190cm)의 신경전은 남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둘다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남다른 선수들로 꼽히는데 언뜻보면 여러 가지로 닮아있다. 발단은 인터뷰에서 있었던 이관희의 발언이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새로 만들어진 가스공사 김낙현-두경민, LG 이재도-이관희는 공격형 가드끼리 뭉쳤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어느조합이 더 화력이 강할까에 대해서도 팬들 사이에서 많은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여기에 대해 이관희는 평소처럼 거침없는 발언을 뱉어냈다. “두경민과 김낙현 선수가 뭉쳐봤자 우리한테 안 된다. 연봉이 말해주듯 실력도 우리가 최고다”고 도발했다. 상대에 따라 기분나쁠 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늘 자신감에 차있고 도전적인 말투로 인해 호불호는 갈렸지만 이관희의 이런 식의 발언은 새삼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가스공사 김낙현, 두경민도 기세 싸움에서 호락호락 밀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김낙현은 "연봉을 걸고 한 번 해보고 싶다. 우리가 부족한 게 없다”고 응수했다. 두경민의 반응은 좀더 셌다. “우승팀 출신 (이)재도라면 모르겠지만, (이)관희 형은 트로피도 없다. 우리는 코트에서 증명하겠다”고 강하게 받아쳤다.
두경민의 발언 직후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관희의 그런 말투는 한 두번도 아닌데 너무 정색하고 받아친 것 같다’는 의견부터 ‘충분히 기분나쁠만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법이다’라는 반박도 오갔다. 이관희가 기세좋게 한마디했고 두경민도 지지않겠다는 듯 더 세게 받아친 형세가 됐다.
여기서 끝났다면 신경전은 흐지부지 사그라졌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LG는 이번 시즌 가스공사와 있었던 3번의 대결을 모두 이겼다. 순위는 아래에 있지만 맞대결 성적 만큼은 일방적이다. 이관희는 두경민의 발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11일 승리를 거둔직후 "연봉을 걸고 경기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까지 3번을 다 이겼으니까 둘의 연봉이 조만간 내 통장에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국내 정서상 선수간 과한 도발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고받는 신경전 그리고 스토리(LG의 3전 전승)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존심 강한 두경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발언 이후 상대 전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고 이관희의 농담(?)까지 들었던지라 속이 편할 리가 없다. 다음 맞대결에서는 이를 갈고 임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다음번에는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두경민과 이관희의 ‘두이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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